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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거대한 뱀은 강한 몬스터였지만, 용사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거대한 덤프트럭마냥 용사에게 달려드는 뱀.

       

       하지만 그런 단순한 공격은 용사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몇번이고 반복한 공격이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힘과 크기를 얻었다 하여도 결국 짐승은 짐승인 것인가.

       

       

       “캬아아아아!!”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것인지, 옆으로 피해낸 용사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후 원을 그리며 빠르게 몸을 조여온다.

       

       감싸서 조여 죽이는 뱀의 사냥방식.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거대한 뱀이라면 둥글게 감싸 조여오는 것만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수십 수백이라도 쓸려나갈 공격. 하지만 그 공격을 노리고 있는 것은 용사 혼자 뿐이었으니.

       

       뱀이 아무리 빠르게 조이더라도, 용사가 빠져나가는 것이 훨씬 빠를테지.

       

       

       “느려!”

       

       

       그리고 실제로도, 용사는 빠르게 조여오는 뱀의 공격을 위로 뛰어오르는 것으로 피해냈고, 뱀 역시 꼬리를 휘둘러서 용사를 공격하려 한다.

       

       첫번째 격돌과 거의 동일한 상황. 크기와 힘만 믿고 덤비는 어설픈 공격은 용사에게 무용지물일터. 심지어 한번 파훼된 공격이면 더욱 더.

       

       하지만 뱀은 다른 선택지를 취했다.

       

       꼬리로 후려치는 것이 아닌, 위로 뛰어오른 용사를 짓누른 것이었다.

       

       

       “음?!”

       

       

       용사는 빠르게 대검을 휘둘러 꼬리를 난도질했지만.

       

       

       “키야아아악!!!”

       

       

       뱀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꼬리로 짓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냄비에 뚜껑을 덮듯이, 둥글게 조여오는 뱀의 함정에 용사를 밀어넣는 것이었다.

       

       

       “쳇!”

       

       

       용사는 그제서야 뱀의 노림수를 알았지만, 뱀이 조금 더 빨랐다. 눈치채는 것이 늦구나. 용사여.

       

       음, 마을에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상당히 풀어진걸까? 내가 굴릴때는 저정도로 반응이 느리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렇게 뱀은 용사를 가두고 몸을 조여서 죽이려 들었고,

       

       

       “하앗!!”

       

       

       용사의 기합성과 함께 수십의 참격이 또아리 튼 뱀 안에서 뛰쳐나왔다.

       

       뱀의 단단한 비늘을 베어낼 수 있는 용사 입장에서, 가두고 조인다는 선택지는 오히려 360도 모두 베어내도 공격이 성립한다는 의미였으니.

       

       그저 주변에 마구잡이로 참격을 쏘아내는 것으로 뱀의 공격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었다.

       

       

       “끼에에에에엑!!!”

       

       

       뱀이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크고 단단한 비늘을 가진 뒤로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된 적은 없을터. 낯설고 생소한 고통에 뱀은 그저 괴로워할 뿐이었다.

       

       

       “후우.”

       

       

       또아리를 조여오던 뱀의 몸이 풀리고, 그 속에 있던 용사의 모습이 다시 드러난다.

       

       독이 섞인 뱀의 피가 주변의 초목을 새까맣게 태워가는 와중에도, 용사는 어느새 장착한 은색의 갑옷을 몸에 걸친 채 아무런 이상 없이 당당히 서있었다.

       

       

       “키야아아아아악!!”

       

       

       뱀은 다시한번 용사를 향해 돌격했다. 비늘도, 조이기도, 꼬리치기도 먹히지 않는 적에게. 뱀이 쓸 수 있는 마지막 무기인 독니를 들이밀고서.

       

       하지만 용사는 그런 뱀의 돌격을 침착하게 지켜본 후.

       

       

       “훗!”

       

       

       한뼘 정도의 거리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손등으로 뱀의 왼쪽 독니를 후려갈겼다.

       

       은갑으로 보호받고 있는 손등을 휘두르는 일격에 어지간한 단검보다도 날카로웠던 독니는 너무나도 손쉽게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끼에에에에에!!!!”

       

       

       생 이빨이 그대로 부러져버리는 고통을 느낀 것인지, 뱀은 비명을 지른채 땅 위를 뒹굴기 시작한다.

       

       

       “후우…. 변신 해제.”

       

       

       용사는 은갑을 해제하여 대검으로 되돌린 후 거대한 뱀을 바라보았다.

       

       엉망진창에 너덜너덜한 거대한 뱀.

       

       방패처럼 크고 단단한 비늘들은 용사의 검을 버텨내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떨어져 나갔거나 찢어졌고, 꼬리는 너덜너덜해져 피가 쏟아지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독니 중 하나는 부러져서 독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 반면 용사에게는 조금의 생채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거대한 뱀이 날뛰면서 흩뿌려진 흙먼지만이 조금 묻어있을 뿐.

       

       음. 내가 가르치긴 했지만, 역시 잘 단련되었단 말이지. 몬스터를 때려잡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실력으로 단련시켰으니까.

       

       둔재였기에 저정도로 단련하는데에는 꽤 많은 고생을 하긴 했지만…. 철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법.

       

       둔재 역시 많은 노력으로 단련시킨다면 저정도로 실력이 올라갈 수 있단 말이지.

       

       그 과정이 인간이 버티기 상당히 아슬아슬했다는 점은 넘어가자. 실제로 무리한 훈련 도중 용사의 심장이 멎은 적이 몇번 있기도 했고.

       

       뭐, 심장 정도는 금방 다시 뛰게 할 수 있었지만 말이지. 애초에 부활 마법도 만들어 두었고.

       

       아무튼, 싸움의 승자는 누가 봐도 명확한 상황.

       

       용사는 조금 기세가 꺾인 뱀을 보며 말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더 이상 날뛰지 말고 다른 곳으로 떠나라.”

       

       

       뱀은 용사의 말을 듣고서도 계속해서 경계했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용사가 덤벼들지 않고 있는 모습에 상황을 조금씩 파악하였는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용사가 착하긴 해도, 저런 몬스터를 죽이지 않고 살려보내는건…. 안되는데.

       

       저런 놈은 분명 도망치더라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습격할 놈인데 말이지. 음.

       

       용사가 놓아주면 내가 원격으로 조져버릴까? 보아하니 용사의 검에 베였는데도 크게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둠의 조각은 없는 모양이니.

       

       그냥 천벌로 벼락 한방으로 끝내주면 되겠지. 혹시 모르니 용사 모르는 틈에 하면 될테고.

       

       그렇게, 거대한 뱀이 용사에게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크워어어어어어!!!”

       

       

       거대한 괴성이 들려오고,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을 가렸다.

       

       

       “크윽?!”

       

       “끼에에엑!!”

       

       

       용사는 굉음에 귀를 막았고, 거대한 뱀은 황급히 꼬리를 말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뱀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거대한 그림자는 불덩어리를 쏘아내어 거대한 뱀에게 명중시켰고, 뱀은 폭발에 휘말려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이건…. 드래곤…?”

       

       

       아닌데.

       

       드래곤이 아니라 와이번이었다.

       

       다리가 한쌍 뿐이잖느냐. 날개 모양의 앞다리를 계속 퍼덕거려서 날고 있는걸. 거기에 뒷다리와 꼬리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와이번이지.

       

       다만 그 크기는…. 보통의 와이번보다 3배 정도는 커져 있었다. 크기만 보면 좀 많이 작은 드래곤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설마, 저 녀석도 이 드래곤에게 쫓겨난 것인가…?”

       

       

       그러니까 드래곤이 아니라 와이번이라니까? 진짜 드래곤을 안봤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거지!

       

       쯧. 그렇다고 해서 내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에잉….

       

       

       “크르르르르….”

       

       

       입 가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와이번. 그런 와이번의 시선은 더 이상 거대한 뱀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그 대신 용사에게, 용사의 검에게 향하고 있었다.

       

       흐음…. 혹시, 저 와이번에게 어둠의 조각이 들어있는건가?

       

       그래서 용사의 검 안에 들어있는 어둠의 조각을 감지하고 노리고 있는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키야아아아악!!!”

       

       

       와이번은 다시 한번 포효했고, 용사는 다시금 귀를 막았다.

       

       공기 자체가 떨리는듯한 포효. 그것은 와이번이 용사를 사냥하겠다는 신호와 같으리라.

       

       

       “크윽.”

       

       

       용사는 검을 고쳐쥐었다. 이미 한번 싸운 상황이었지만, 조금도 지치지 않은 상황.

       

       하지만 눈 앞의 거대 와이번은 쉽지 않은 상대일 것이다. 안그래도 래서 드래곤이라 부를 정도로 강한 와이번인데, 어둠의 조각까지 품었으니.

       

       하지만…. 용사라면 괜찮으리라. 그렇게 나약하게 키우지 않았는걸.

       

       그러니까. 괜찮으리라.

       

       나는 언제라도 뛰쳐 나가 순간이동 할 수 있도록 자리에서 일어난 후, 용사의 싸움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선공은 와이번이었다.

       

       

       “크르르르…. 캬하아악!”

       

       

       가래가 끓는듯한 소리와 함께 불덩어리를 내뱉는 와이번.

       

       용사는 그런 불덩어리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고, 불덩어리는 깔끔하게 쪼개져 용사의 뒤쪽으로 날아간 후 폭발을 일으켰다.

       

       음. 저런 불덩어리만으로는 용사를 어찌하진 못하리라.

       

       훈련시키는 동안 내가 용사에게 화염구를 얼마나 많이 던졌는데.

       

       저런 와이번의 불꽃에 다칠 정도면 내 화염구에 바삭하게 구워졌겠지.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고, 열기도 덜하고, 폭발의 위력과 범위도 낮은걸.

       

       아니, 저런 와이번하고 화염 위력 비교를 할 때가 아니지.

       

       용사는 와이번을 향해 뛰어올랐고, 와이번은 용사를 향해 뒷다리의 발톱을 긁어내렸다.

       

       

       카아아앙!!

       

       

       검과 발톱 사이에서 불꽃이 튀고, 버텨내지 못한 와이번의 발톱이 조각나 흩어진다. 

       

       음, 역시 어둠의 조각으로 강화되었다고 해도 와이번 따위의 발톱도 베지 못할 검은 아니지.

       

       그러자 와이번은 용사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보아하니 용사가 날 수 없을거라 생각한 모양이리라.

       

       하지만.

       

       

       “하앗!”

       

       

       내가 빡세게 굴린 덕분에, 지금의 용사는 몇번 정도는 공중을 박차고 뛰어오를 수 있거든!

       

       물론, 마력으로 강화되서 저게 되는거지만. 맨몸으로는 힘들다고 하더라고.

       

       

       “캬아아아!!”

       

       

       와이번은 몸을 크게 돌리며 꼬리를 휘둘렀고, 용사는 그런 꼬리를 향해 대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욱!

       

       

       대검은 와이번의 가죽을 길게 찢으며 꼬리 속으로 파고들었고, 와이번은 고통스러워하며 공중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휘둘리는 꼬리. 용사는 대검을 더욱 깊게 박아넣어 어떻게든 와이번에 꼬리에 매달려 있으려 했지만, 채찍의 끝에 매달린 것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대검이 뽑혀 나오고야 말았다.

       

       

       “크윽!”

       

       

       그렇게 용사는 땅을 향해 추락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무런 말이 없는 쿨 후원…! 감사하읍니다…!

    ATLAS1359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인생픽이라니…! 호애애앵….!
    완결은… 음… 글쎄요…. 몇편쯤 써야 완결각을 잡을 수 있을런지…
    좀 많이 오래 갈 것 같네요. 풀어낼 것도 산더미라서…
    뭐, 열심히 써야죠! 열심히! 그치만 연참은 죽어도 안되는 슬픔이…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부활의 주문을 외친다면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활의 주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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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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