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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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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뭐라고 하더라? 그 쪽 놈들이 차지한 구역에서 도시 규모의 대저주가 발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거든.”
    「그 정도 규모의 대저주가?」
    “그것도 마왕님 정도는 되어야 발동시킬 수 있는 저주라던데?”
    「…! 말도 안 돼! 이런 곳에 그런 강자가 숨어있다는 말이냐?!」
    “글쎄 여기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 3년 전에 벌어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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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이라는 말에 하뮬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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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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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뮬은 3년 전, 리안의 정신을 공격했다가 도리어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도망쳐야 했던 과거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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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아니야.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 녀석은 마검의 힘을 빌리고 있을 뿐, 본체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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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애써 리안과 대저주 사이의 연관성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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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쪽 구역을 먹은 조직과 가장 적대적이었던 곳이 서쪽 지역이라더라고? 그러니 그 ‘네스트’라는 조직이 이번 일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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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뮬의 목표와 포텐시엔의 목표가 같다는 말이었다. 하뮬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찝찝한 마음을 한쪽에 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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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그럼 당장 그놈을 죽이러 가자!」
    “아니. 지금 당장은 사냥할 때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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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눈을 번뜩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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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전부를 맡겨. 내가 그 성자라는 놈을 반드시 죽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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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까지 느껴지는 눈빛에 하뮬은 말없이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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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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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다른 사천왕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드는 편이라 경솔한 애새끼 이미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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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런 그도 도박으로 사천왕 자리를 얻은 건 아니었기에. 사냥을 할 땐 항상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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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전부 네스트의 그 새끼가 저지른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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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뮬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네스트에 쳐들어가지 않은 것도, 데비아탄 조직의 전 보스였던 아탄을 찾아내 정보를 토해내게 만든 것도 철저한 사냥을 위한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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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새끼는 처음부터 우리를 쿨럭, 손 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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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를 토해내며 충혈된 눈으로 소리치는 아탄의 모습은 전과 굉장히 달랐다. ‘추레하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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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모습으로도 ‘증오’를 숨기지 못한 상태였다. 제 조직이 리안 때문에 공중분해 되었으니 저 정도로 분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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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새끼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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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아탄의 분노가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굳이 질문을 장작처럼 던져주었다. 그러자 아탄이 화르륵 불타올라 우다다다 정보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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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 조직의 진짜 보스! 카르디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모든 걸 가지고 노는 흑막! 학살자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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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흥미로워 보이는 이명에 포텐시엔의 웃음이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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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놈이 뭘 했길래 흑막이라고 불리는 거지?”
    “그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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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과한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 제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릴 때가 많았다. 제 조직이 괴멸되면서 무시무시한 스트레스를 받은 아탄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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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온갖 문제를 남 탓으로 돌려버렸다. 마침 원망할 대상이 딱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온갖 고난과 문제를 리안의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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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 광산이 무너진 것도 학살자 리안의 짓이라는 거야?”
    “그래! 놈은 내가 그곳까지 갔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 얘기를 하면 머저리 놈들은 피해망상이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던데… 그 사건 이후 네스트 조직이 얻은 이득을 생각하면 그딴 말을 지껄이지도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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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를 주축으로 ‘힘’을 갖춘 네스트와 비어버린 동쪽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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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땅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네스트가 동쪽 땅까지 노리게 된 건 당연했다. 네스트가 세력을 넓혀감에 따라 이곳저곳에 영향을 끼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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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정체를 숨기고 동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탄이 네스트의 활동에 휘말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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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불행은 전부 리안의 짓이라 생각한 아탄은 리안이 얼마나 사악한 흑막인지 포텐시엔에게 일러다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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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위험한 놈인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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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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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머저리 놈을 끌어내리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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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탄에게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한 후 술에 취해 울기 시작한 아탄을 내버려 두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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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놈, 안 죽여도 되겠어?」
    “저놈 말대로라면 리안이란 놈은 데비아탄의 보스가 살아있다는 걸 알 고 있을 거야. 섣불리 죽였다간 시선을 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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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긴 것과 달리 굉장히 이성적인 태도에 하뮬은 속으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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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이라면 정말 그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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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에게 끔찍한 굴욕을 줬던 리안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뮬은 기세등등하게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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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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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무지개색 토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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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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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자잘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평화롭다.’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면 더욱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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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시간이 길어지면 응당 사랑이 꽃 피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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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거야?”
    “그,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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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의 보스 노아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릴리의 시선을 열심히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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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그 말 이 년 전부터 한 거 알고 있지?”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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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변명을 늘어놓자 소파에 늘어지듯 누워있던(둥둥 떠 있을 뿐이지만 겉보기엔 누워 보이는) 줄리아나가 로맨스 소설을 읽어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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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이 다른 여자를 끼고 와야 정신 차릴 테니 그냥 내버려 두면 될 것을. 쯧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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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나의 말에 노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더니 이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릴리에겐 줄리아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릴리는 제 말 때문에 노아의 표정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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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조직도 자리를 잡았잖아. 네스트의 조직 보스가 여자라고 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라니까?”
   “그건 아는데…”
    “거기다 엄청 불편하잖아!”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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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사이 성장한 건 노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차성징이 일어남에 따라 평평하던 가슴이 곡선을 이루며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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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그 크기가 일반적인 여성의 크기보다 더 크다는 데 있었다. 리안에게 자신이 여자라는 걸 고백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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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남자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알고 보니 여자였다 -…라는 걸 알게 되면 혐오감을 느끼게 될까 봐 가슴을 힘겹게 압박하며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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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구까지 사용해 가슴을 억압한 덕분에 리안에게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진 않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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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그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만 지적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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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훌륭한 무기를 왜 감춰두고 있냐니까? 언니 로맨스 소설도 안 봐? 그냥 친구인 줄 알았던 애가 여성적인 모습을 보이면 남자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두근! 하는 그런 내용! 본 적 없어?”
    “릴리 소설과 현실은 다르잖아.”
   “다르지 않아! 노아 언니가 어디 못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무기도 있고! 예쁘고! 능력도 있잖아!”
    “리…릴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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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서재 책상에 얼굴을 푹 파묻자, 릴리가 혀를 작게 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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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그러다가 다른 여자가 리안 오빠를 홀라당 잡아먹어 버린다니까? 그 순진한 오빠라면 자기 심장까지 다 바치려고 할 거야.”
    “….!”
    “오빠가 별관이랑 본관에서 거의 지내고 있긴 하지만… 종종 외부 본관 건물 쪽에도 왔다 갔다 하기도 하잖아. 도시락 준다고, 그때 마주친 애들이 헬렐레해선 오빠를 노리고 있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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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노아의 머리 위로 커다란 돌이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 연신 쏟아졌다. 릴리는 그런 노아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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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언니 지금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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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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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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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리고,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녹아내린 마시멜로처럼 퍼져있던 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릴리 또한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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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격?”
    “여길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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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그들은 외부 본관이 아닌, 간부들의 숙소가 자리 잡은 진짜 본관 서재에 있었다. 그 말은 곧, 누군가가 진짜 본관의 위치를 알고 습격했다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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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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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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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아앙!”
    “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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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식 저해 마법은 폭음까지 막아주진 않았다. 그 탓에 아이들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주저앉아 몸을 덜덜 떨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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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당장 대피해야 할 것 같아요.”
    “아,아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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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쏙 빼놓고 있던 선생님은 리안의 말에 정신을 번뜩 차리곤 아이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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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다들 이쪽으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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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곤 하나, 끔찍한 생활을 겪어보았던 아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침착하게 선생님의 말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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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앞에서 아이들을 이끌어주세요! 제가 뒤에서 따라갈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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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나이가 더 많긴 하지만 무력으로 따지면 리안이 훨씬 강하기에, 선생님은 불만 없이 아이들을 이끌고 별관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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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앞쪽에서 누군가 습격할지도 모르니까 선생님과 함께 가 줬으면 해.”
    “응.”
    “제스 넌 마법에 홀려 이상한 곳을 빠지는 아이들이 없는지 잘 봐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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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에게 부탁한 후, 아이들이 별관에서 빠져나가는 걸 뒤에서 지켜보았다. 이런 날을 대비해 별관 바깥쪽에 포탈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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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선생님과 아이리스를 따라 줄줄이 포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별관 후문에 서서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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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한 명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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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보던 리안은 굳은 얼굴로 별관 안쪽을 돌아보았다. 별관 안에 아직 남아있는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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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별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후원해주신 가엾고딱한자로다님!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ㅂ’9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슬슬 작품 소개에 나왔던 내용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핫핫핫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데비..뭐라고 하더라? 그 쪽 놈들이 차지한 구역에서 도시 규모의 대저주가 발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거든.”

「그 정도 규모의 대저주가?」

“그것도 마왕님 정도는 되어야 발동시킬 수 있는 저주라던데?”

「…! 말도 안 돼! 이런 곳에 그런 강자가 숨어있다는 말이냐?!」

“글쎄 여기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 3년 전에 벌어진 일이니까.”

3년 전이라는 말에 하뮬은 입을 다물었다.

「‘설마…’」

하뮬은 3년 전, 리안의 정신을 공격했다가 도리어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도망쳐야 했던 과거를 더듬었다.

「‘아니,아니야.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 녀석은 마검의 힘을 빌리고 있을 뿐, 본체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애써 리안과 대저주 사이의 연관성을 털어냈다.

“그쪽 구역을 먹은 조직과 가장 적대적이었던 곳이 서쪽 지역이라더라고? 그러니 그 ‘네스트’라는 조직이 이번 일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지.”

하뮬의 목표와 포텐시엔의 목표가 같다는 말이었다. 하뮬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찝찝한 마음을 한쪽에 밀어놓았다.

「좋아, 그럼 당장 그놈을 죽이러 가자!」

“아니. 지금 당장은 사냥할 때가 아니야.”

포텐시엔은 눈을 번뜩거리며 말했다.

“나한테 전부를 맡겨. 내가 그 성자라는 놈을 반드시 죽여줄 테니까.”

광기까지 느껴지는 눈빛에 하뮬은 말없이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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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시엔은 다른 사천왕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드는 편이라 경솔한 애새끼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도박으로 사천왕 자리를 얻은 건 아니었기에. 사냥을 할 땐 항상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전부, 전부 네스트의 그 새끼가 저지른 일이야!”

하뮬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네스트에 쳐들어가지 않은 것도, 데비아탄 조직의 전 보스였던 아탄을 찾아내 정보를 토해내게 만든 것도 철저한 사냥을 위한 준비였다.

“그 새끼는 처음부터 우리를 쿨럭, 손 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았던 거야!”

피를 토해내며 충혈된 눈으로 소리치는 아탄의 모습은 전과 굉장히 달랐다. ‘추레하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그런 모습으로도 ‘증오’를 숨기지 못한 상태였다. 제 조직이 리안 때문에 공중분해 되었으니 저 정도로 분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새끼가 누군데?”

포텐시엔은 아탄의 분노가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굳이 질문을 장작처럼 던져주었다. 그러자 아탄이 화르륵 불타올라 우다다다 정보를 토해냈다.

“네스트 조직의 진짜 보스! 카르디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모든 걸 가지고 노는 흑막! 학살자 리안!”

딱 봐도 흥미로워 보이는 이명에 포텐시엔의 웃음이 진해졌다.

“그놈이 뭘 했길래 흑막이라고 불리는 거지?”

“그건 -…”

사람은 과한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 제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릴 때가 많았다. 제 조직이 괴멸되면서 무시무시한 스트레스를 받은 아탄은 어땠을까?

당연히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온갖 문제를 남 탓으로 돌려버렸다. 마침 원망할 대상이 딱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온갖 고난과 문제를 리안의 탓으로 돌렸다.

“동쪽 광산이 무너진 것도 학살자 리안의 짓이라는 거야?”

“그래! 놈은 내가 그곳까지 갔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 얘기를 하면 머저리 놈들은 피해망상이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던데… 그 사건 이후 네스트 조직이 얻은 이득을 생각하면 그딴 말을 지껄이지도 못할 거다!”

노아를 주축으로 ‘힘’을 갖춘 네스트와 비어버린 동쪽 땅.

서쪽 땅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네스트가 동쪽 땅까지 노리게 된 건 당연했다. 네스트가 세력을 넓혀감에 따라 이곳저곳에 영향을 끼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 정체를 숨기고 동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탄이 네스트의 활동에 휘말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 불행은 전부 리안의 짓이라 생각한 아탄은 리안이 얼마나 사악한 흑막인지 포텐시엔에게 일러다 바쳤다.

‘생각보다 위험한 놈인가 보네.’

포텐시엔은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머저리 놈을 끌어내리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

그는 아탄에게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한 후 술에 취해 울기 시작한 아탄을 내버려 두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저놈, 안 죽여도 되겠어?」

“저놈 말대로라면 리안이란 놈은 데비아탄의 보스가 살아있다는 걸 알 고 있을 거야. 섣불리 죽였다간 시선을 끌 수 있어.”

생긴 것과 달리 굉장히 이성적인 태도에 하뮬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놈이라면 정말 그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거야!’」

자신에게 끔찍한 굴욕을 줬던 리안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뮬은 기세등등하게 웃다가.

「그에에엑..!」

바닥에 무지개색 토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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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자잘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평화롭다.’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면 더욱 길게 느껴진다.

평화의 시간이 길어지면 응당 사랑이 꽃 피우기 마련이다.

“언니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거야?”

“그, 그치만..”

네스트의 보스 노아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릴리의 시선을 열심히 피하고 있었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그 말 이 년 전부터 한 거 알고 있지?”

“그래도…”

노아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변명을 늘어놓자 소파에 늘어지듯 누워있던(둥둥 떠 있을 뿐이지만 겉보기엔 누워 보이는) 줄리아나가 로맨스 소설을 읽어내리며 말했다.

[ 리안이 다른 여자를 끼고 와야 정신 차릴 테니 그냥 내버려 두면 될 것을. 쯧쯧..]

“…!”

줄리아나의 말에 노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더니 이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릴리에겐 줄리아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릴리는 제 말 때문에 노아의 표정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이젠 조직도 자리를 잡았잖아. 네스트의 조직 보스가 여자라고 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라니까?”

“그건 아는데…”

“거기다 엄청 불편하잖아!”

“으음…”

3년 사이 성장한 건 노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차성징이 일어남에 따라 평평하던 가슴이 곡선을 이루며 튀어나왔다.

문제는 그 크기가 일반적인 여성의 크기보다 더 크다는 데 있었다. 리안에게 자신이 여자라는 걸 고백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지금까지 남자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알고 보니 여자였다 -…라는 걸 알게 되면 혐오감을 느끼게 될까 봐 가슴을 힘겹게 압박하며 지내고 있었다.

마도구까지 사용해 가슴을 억압한 덕분에 리안에게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진 않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릴리는 그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만 지적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 훌륭한 무기를 왜 감춰두고 있냐니까? 언니 로맨스 소설도 안 봐? 그냥 친구인 줄 알았던 애가 여성적인 모습을 보이면 남자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두근! 하는 그런 내용! 본 적 없어?”

“릴리 소설과 현실은 다르잖아.”

“다르지 않아! 노아 언니가 어디 못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무기도 있고! 예쁘고! 능력도 있잖아!”

“리…릴리이…”

노아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서재 책상에 얼굴을 푹 파묻자, 릴리가 혀를 작게 차며 말했다.

“언니 그러다가 다른 여자가 리안 오빠를 홀라당 잡아먹어 버린다니까? 그 순진한 오빠라면 자기 심장까지 다 바치려고 할 거야.”

“….!”

“오빠가 별관이랑 본관에서 거의 지내고 있긴 하지만… 종종 외부 본관 건물 쪽에도 왔다 갔다 하기도 하잖아. 도시락 준다고, 그때 마주친 애들이 헬렐레해선 오빠를 노리고 있다니까?”

“…!!”

릴리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노아의 머리 위로 커다란 돌이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 연신 쏟아졌다. 릴리는 그런 노아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언니 지금이라도 -…”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쿠궁!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리고,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녹아내린 마시멜로처럼 퍼져있던 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릴리 또한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습격?”

“여길 어떻게 알고…”

현재 그들은 외부 본관이 아닌, 간부들의 숙소가 자리 잡은 진짜 본관 서재에 있었다. 그 말은 곧, 누군가가 진짜 본관의 위치를 알고 습격했다는 말과 같았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재를 빠져나갔다.

그 시간, 별관.

“흐아아앙!”

“꺄아악!”

인식 저해 마법은 폭음까지 막아주진 않았다. 그 탓에 아이들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주저앉아 몸을 덜덜 떨기 바빴다.

“아무래도 당장 대피해야 할 것 같아요.”

“아,아아..네!”

정신을 쏙 빼놓고 있던 선생님은 리안의 말에 정신을 번뜩 차리곤 아이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이쪽으로 오렴!”

평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곤 하나, 끔찍한 생활을 겪어보았던 아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침착하게 선생님의 말에 따랐다.

“선생님! 앞에서 아이들을 이끌어주세요! 제가 뒤에서 따라갈게요!”

“네!”

선생님이 나이가 더 많긴 하지만 무력으로 따지면 리안이 훨씬 강하기에, 선생님은 불만 없이 아이들을 이끌고 별관을 빠져나갔다.

“아이리스 앞쪽에서 누군가 습격할지도 모르니까 선생님과 함께 가 줬으면 해.”

“응.”

“제스 넌 마법에 홀려 이상한 곳을 빠지는 아이들이 없는지 잘 봐줘.”

“응!”

두 사람에게 부탁한 후, 아이들이 별관에서 빠져나가는 걸 뒤에서 지켜보았다. 이런 날을 대비해 별관 바깥쪽에 포탈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아이리스를 따라 줄줄이 포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별관 후문에 서서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잠깐… 한 명이 없어.’

아이들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보던 리안은 굳은 얼굴로 별관 안쪽을 돌아보았다. 별관 안에 아직 남아있는 아이가 있다!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별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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