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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

         

         

         충격적인 오프닝 무대와 달리, 그 이후의 결투는 무난한 양상을 보였다.

         

         애초에 수도의 대귀족들은 당파가 갈릴 수는 있어도 세 다리 이상만 건너면 친척이다. 학연 지연보다 무서운 혈연의 망이란 것이 긴 역사와 함께 켜켜이 쌓인 탓이다.

         

         거기에다가, 지금 이 토너먼트에 참가한 귀족들은 대부분 왕세자계이거나, 또는 왕세자계파로 전향할 생각을 한 박쥐들이다.

         

         애초에 양식 있는 충신들은 토너먼트의 개최 자체를 반대해야 했다. 왕녀 본인이 자신을 매물로 왕권을 유지시키겠다고 한다면 통곡하며 발밑에 조아려야 하는 판이다.

         

         따라서, 모든 참가자들은 적당한 수준의 귀족적인 결투를 이어나갔다. 패배하더라도 자신의 위용을 시민들에게 뽐내야 했으므로, 무난하지만 적당히 볼거리 많은 결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방인이 나타났다.

         

         

        *

         

         

         [칼리온 추밀원,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경 입장합니다!]

         

         

         사위가 고요해졌다.

         

         이반의 경우와는 다르다. 참가자가 누군지도 몰라 환호가 적었던 것과는 양상이 달랐다.

         

         에델플라트 코엔울프라는 이름을 모르는 시민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마법사보다 기사들에게 더욱 열광한다. 마법이란 실생활과 멀어, 구조와 발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사의 무훈은 직관적인 탓이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칼리온의 영웅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엘프는 대부분 마법사였으니까.

         

         그러나 에델플라트는 다르다. 척안의 에델. 전쟁 시기에 칠용장과 대적해 눈 하나를 잃고 군단 전체를 살린 호걸.

         

         그 한 번의 경력만으로도 충분히 뭇 시민들을 가슴 뛰게 만드는 무훈이다. 거기에 더해, 도도한 엘프들 중에서 검 한 자루를 들고 표표히 걷는 그 자태는 동경하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시민들은 침묵했다.

         

         왜, 엘프가… 그것도 여성 엘프가 이 토너먼트에 참가한단 말인가?

         

         심지어, 엘프 최강자가… 갑자기?

         

         

         [날 반기는 이가 없는 모양이군. 익숙해.]

         

         

         단상 위에 올라선 에델플라트는 주위를 훑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투구를 올려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물론, 투구 내부의 인물이 본인인지 아닌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는 아니다. 베올그린이 보장하고 크라실로프가 받아들인 이상, 본인이 아닐 경우 오히려 외교 사고니까.

         

         그러나 얼굴을 보인다는 것은, 적어도 왕가의 권위를 존중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예의의 영역인 것이다.

         

         

         [계속 여기 날 세워 둘 참인가?]

         

         

         코엔울프의 말에 관중이 술렁였다. 무례하다! 엘프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대충 그런 의미의 소음이 잇따랐다.

         

         곧, 맞은편에서 한 기사가 걸어 나왔다.

         

         

         “반갑소, 코엔울프 경. 귀공의 위명은 내 익히 들었….”

         [그만.]

         “뭐라…?”

         [그만 떠들라 했다. 인간. 스스로를 밝히지도, 네 의견을 피력하지도 말아라. 세 치 혀는 내게 네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하지 않아.]

         

         

         코엔울프는 사화자와 상대의 소개를 무시하며 검을 들었다.

         

         토너먼트엔 시작 신호 같은 것이 없다. 두 사람이 결투장 위에 올라서면, 그것으로 이미 시작할 준비는 끝난 셈이므로.

         

         그러니 코엔울프는 검을 비스듬히 세워 상대에게 겨눴다. 아주 무례하지도, 그렇다고 예의를 차리지도 않는 가벼운 손짓으로.

         

         

         [오라. 네 실력으로 네 이름을 내게 남겨라.]

         “이 무도한…!!”

         

         

         이곳에 선 모든 참가자들은 대귀족들이다. 크라실로프의 대귀족이라면 연합 왕국 어디에서도 이런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

         

         그것은 상식이다. 인간이 만든 사회 시스템의 상식이다.

         

         그러나, 그건 엘프의 상식은 아니었다. 에델플라트에겐 더욱이.

         

         

         전쟁에선 피에 흐르는 고귀함이 목숨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넓은 장원과 무수한 재화를 보유한 대귀족이라 할지라도, 실력 부족으로 가슴에 칼이 박히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니.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혈통의 세월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 그것 하나뿐이다.

         

         애초에 인간 귀족가의 세월이 아무리 깊어봐야 엘프 추밀원 명가들의 것에 비하겠는가.

         

         

        -스르릉….

         

         

         검이 매끄럽게 허공을 긁어 내렸다.

         

         칼끝이 흔들림 없이 고정된다. 마치 움직일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코엔울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무례는… 내 반드시 그대 엘프 족속들에게 따져 물으리다!!”

         

         

         상대 기사가 쾅쾅거리며 달려든다. 흡사 성난 멧돼지 같은 기세로. 실제로 훈련된 기사의 돌격은 그것이 설령 기마에 탑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멧돼지보다 강하다.

         

         전신 갑주의 무게와 혈관을 타고 흐르는 파괴적인 마력, 평생을 수련한 검술로 검격의 무게 배분이 완벽을 그리는 순간.

         

         

        -키이잉—!!

         

         

         내려 그어진 검날을 타고, 멈춰선 코엔울프의 검이 부드럽게 휩쓸었다가 떨어진다.

         

         

        -채애앵—!!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상대의 검에 실린 힘을 완벽히 다스려서 바깥으로 튕겨내는 데에는.

         

         두 치도 움직이지 않은 검은 다시금 미동 없이 앞을 겨눈다.

         

         이제 그 앞엔 검을 놓친 기사의 목덜미가 닿아 있었다. 상대가 다가올 방향과, 멈춰설 시간마저 완벽하게 가늠한 일격이었다.

         

         

         “내가… 내가… 졌소.”

         [내 기억에 남기엔 너무 아쉬운 싸움이었는데. 원한다면 검을 들어. 두 번째 기회를 주지.]

         “나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마시오…!!”

         [모욕이라는 건 격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상대에게 가하는 조롱이야. 인간. 내가 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어?]

         “엘프… 들이란…!!”

         

         

         상대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뒤를 돌아 내려갔다.

         

         관중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방금 전의 싸움을 이해하기엔, 관중석은 너무 멀고 관중의 눈썰미는 그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단순히 검격을 한 차례 교환하나 싶더니 칼이 날아가고, 대뜸 패배를 선언한 뒤 상대가 자리를 비워버린 것이다.

         

         고요 속에서, 에델플라트는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과 같은 걸음으로 활기차게.

         

         

        *

         

         

         그리고 그녀는 통로 깊은 곳에 앉아 있는 이반을 마주했다.

         

         서로가 갑주를 입은 채로, 투구의 바이저마저 여전히 내려 놓은 채로, 그러나 명백히 서로를 응시하며.

         

         

         [욘(John).]

         “아델.”

         

         

         두 사람은 검의 거리 바깥에 멈춰 서서 조용히 인사했다.

         

         

         [여전하더구나.]

         “무뎌졌더군.”

         

         

         이반의 말에 아델의 갑옷이 덜그럭거렸다.

         

         

         [무뎌져? 내가?]

         “네 검술은 그보다 더 화려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럴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곤 생각하지 않고?]

         “검술이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기예라 하지 않았나. 상대에 따라 검기를 갈무리한다는 건, 너와 어울리지 않지.”

         [10년 사이에 그 생각이 바뀌었을 지는 어떻게 알고?]

         “…말장난은 그만. 나는 돌려 말할 줄 모른다. 아델. 대답해다오. 목적이 뭐냐.”

         

         

         이반은 조용히 물었다.

         

         

         “베올그린이 이 나라에서 뭘 원하는 거지? 왜 하필 네가 온 것이냐?”

         [글쎄, 오히려 내가 궁금해지던걸. 넌 목적이 뭐야?]

         “승리.”

         [나는… 굳이 말하자면, ‘방해’.]

         

         

         아델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베올그린 경의 목적 따위 내 알 바가 아니지. 어떤 이유로, 무슨 생각으로 날 파견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내가 받은 ‘부탁’은 하나뿐이야. 다른 이들의 승리를 방해하라. 너는 어때?]

         “내가 받은 ‘명령’도 하나뿐이다. 최후까지 승리하라. 명령에 목적이나 이유는 알 바 아니지.”

         [재밌구나. 지금 그 말, 나중에도 잊지 말라구.]

         

         

         저 위에서 나를 만나도, 그 결의가 흔들리지 않길 바라마.

         

         아델은 후후 웃고는 복도 너머로 걸어 나갔다.

         

         이반은 한참동안 아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걸음걸이, 보폭, 신체의 반응성, 그리고 ‘감각’까지.

         

         초인의 감각은 갑옷 아래의 신체까지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와 같은, ‘신체 능력 활용’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자신의 상태를 숨기는 것은 그녀에겐 너무나 쉬운 일일 테니까. 그리고 그 뜻은 그녀가 상태를 숨겨야 할 정도로 취약해졌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여자였다. 언제나 화려하게 깔깔 웃고 그러나 때때로 진지하게 침잠하는. 종잡을 수 없는.

       

         

         고수.

       

         

         검의 대가. 사지를 활용해 펼치는 검술 기예의 총체, 그 모든 것에 통달했다고 여겨지던 여자다.

         

         수백 년간 검만을 휘둘러 살아온 광인이다. 엘프의 검술은 그녀의 이전과 그녀 이후로 나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신체 감각을 타인에게 감춰야 할 정도라면….

         

         

         ‘무뎌진 것인가.’

         

         

         치매가 생각보다 더 깊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아무리 엘프 의술이 뛰어나다 한들 알츠하이머까지 이겨낼 수는 없었던 모양이로군. 이로서 나이든 엘프들에 대한 위협 수준은 상당부분 하향조정해도 무방해 보였다.

         

         젊은 엘프 중 두각을 나타내는 이는 많지 않고, 칼리온의 국력을 담당하는 추밀원 장로들은 대부분 나이든 상태였으므로.

         

         여하튼,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의 상태가 저렇다면, 어쩌면. 정면에서 승리를 도모해볼 수도 있을 법하다.

         

         

        *

         

         

         이후 며칠간 이어진 토너먼트는 관중들의 경악과 분노 사이 어딘가를 외줄타기 하듯 지나가고 있었다.

         

         

         [승자는, 예르모프 자작가의 이반 페트로비치 예르모프 경입니다!!]

         

        -와…아아….

        -우와… 어….

         

         

         언제나 두 합 안에 상대를 박살내고, 상대가 무기를 놓치면 그 자신도 무기를 놔버린 뒤에 뚜벅뚜벅 걸어가 주먹질을 시작하는 미치광이.

         

         ‘안면파괴자’ 이반.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영지의 삼남이라 했다.

         

         단순하고 무식하다. 귀족들의 평가는 그랬다. 저 사내의 검술엔 묘리가 없고, 명예도 없으며, 존중마저 없었다고.

         

         그건 주로 그의 손에 박살난 귀족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된 평가였다.

         

         

         그리고 하나 더.

         

         

         [승자는 칼리온 추밀원,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경입니다!!]

         

         

        -우우우우우우!!!

        -너네 둥지로 돌아가라, 엘프!!!

         

         [아하하!! 가르침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 위로 올라와, 다들!]

         

         

         에델플라트는 관중의 야유에도 해맑게 웃으며 손을 휘젓고는 표표히 걸어 나갔다.

         

         그녀를 상대하는 기사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엘프의 무례함을 지적하는 이들과, 전설적인 영웅과 손속을 겨누어 인정받고 싶어하는 젊은 기사들로.

         

         그 치기 어린 기사들은 때때로 젊은 혈기를 가누지 못하고 코엔울프 경의 숙소로 찾아가 친교를 시도하다가 흠씬 두드려맞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사태가 이쯤 되니 귀족들 또한 슬슬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건 모략이다.

         

         

         그 정도 눈치도 없다면 귀족 작위를 반납해야 했다. 지방 귀족들에게 초청도 보내지 않았던 토너먼트에 대뜸 변방 귀족이 나타나 승리를 독식하고 있다면.

         

         그건 ‘우연히’ 프리첸카야를 찾은 방랑기사가 젊은 혈기로 참전한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기사를 매수한 엘리자베타가 귀족들을 견제하기 위해 수를 쓴 것이라고.

         

         그리고 엘프는 아마도 엘리자베타의 계략을 ‘엘프다운’ 방법으로 사전에 감지한 후, 훼방하려 하는 것이라고.

         

         

         “그럼 두 작자들을 먼저 붙게 만들면 그만 아닌가?”

         

         

         셰레티프 공작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툭 던지듯 말했다.

         

         

         “왕녀가 우리를 견제하고 싶어하고 엘프가 그런 왕녀를 방해하고 싶어한다면. 이건 귀쟁이 녀석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것이 아닌가?”

         “러브레터라고 하기엔 손속이 과하지 않소?”

         “엘프니까 어쩔 수 없지.”

         

         

         그 말에 좌중은 일제히 동의했다. 하긴. 엘프들이지 않은가.

         

         

         “엘프가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굽혀줄 필요는 없지. 그러니 두 작자를 붙게 만들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탈락하지 않겠는가.”

         

         

         이 대회엔 무승부라는 것이 없다. 우승 상품이 왕녀가 아닌가.

         

         

         “그리고 하는 꼴을 보자면 그 ‘이반’이란 작자는 귀쟁이년에게 한칼 정도는 먹여주지 않겠나? 음? 우리가 실력이 모자라 패배한 것은 아닐 테니 그 녀석도 제법 칼 쓰는 놈이겠지. 예레모프 자작가라는 곳은 좀 알아봤나?”

         “예, 각하. 전쟁 이후 난립한 북방 귀족 중 하나이온데, 삼남이 사냥을 좋아하고 제법 칼을 잘 다룬다는 소문이 있더이다.”

         “전쟁 이후에 서훈되었으면 용병 나부랭이의 전시승작이었을 터. 놈에게 적당한 치사와 함께 무장을 지원해주거라. 엘프년에게 패배해 왕녀가 그 천것을 버리더라도 우리 밑으로 기어들어올 수 있도록.”

         

         

         합리적이었다. 어차피 그런 무명소졸 따위가 엘프 최강자를 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최소한, 아델플라트에게 사소한 피해라도 입힐 수 있도록 무장을 지원해주고. 동시에 그 천것의 호감을 사둔다.

         

         패배한 용병은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왕녀는 결코 패잔병을 귀히 쓰지 않는 여자다. 그 천한 것은 반드시 버려질 것이고, 그때 귀족들의 후의를 떠올릴 수 있겠지.

         

         왕녀의 산하에 있었으니 아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설령 없더라도 저 정도의 무위를 가진 기사를 편입해온다면 남는 장사다.

         

         

         “하지만 각하, 만일 그 천것이 코엔울프 경을 상대해 이기기라도 한다면 어쩝니까?”

         

         

         그럼 기껏 결투대리인까지 파견해가며 귀족들에게 암묵적으로 동맹을 제의한 엘프들의 꼴이 퍽 우스워지기도 하고,

         

         이대로 예레모프 자작의 삼남이 승리라도 해버린다면 우승상품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엘프가 미쳤다고 여성 대리인을 보내어 왕녀와 결혼하겠다 달려들 리가 없으니, 엘프의 우승은 곧 귀족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저 이반이란 기사가 우승해버린다면 귀족들은 그저 이 대회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지 않는가.

         

         그런 물음에 셰레티프 공작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쥐에게 칼을 쥐어준들 사자를 이기겠는가? 으하하하, 놈은 반드시 패배할 걸세. 중요한 건 우리의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아니겠나.”

         

         

         토너먼트 개최 닷새째.

         

         이반과 에델플라트를 상대해야 할 모든 기사들이 출전을 포기하고,

         

         참가자가 단 넷만 남은 상태에서, 마침내.

         

         이반은 에델플라트를 마주하게 된다.

         

         

        *

         

         

         이자벨은 엄지를 우득우득 씹으며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썩 좋은 버릇이라 하긴 어려웠지만, 그녀의 긴장은 납득할만 했다.

         

         유리는 따듯한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있었다.

         

         

         “파벨 아저씨.”

         “응?”

         “우리 아저씨가 지는 거에요?”

         “아니.”

         

         

         파벨 또한 왕실근위대 출신이다. 심지어 그는 근위대장직을 역임했던 사내였다. 당연히 에델플라트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 또한, 에델플라트의 상태가 그전과 같지 않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 반면, 이반은 전성기의 능력을 여전히 구가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가 칠용장을 베어냈을 때가 고작 4년 전이 아닌가.

         

         그 뒤로 꾸준히 갈고 닦은 이반의 기량은, 그 시절보다 높으면 높았지 더 낮아지진 않았다.

         

         그러니까….

         

         

         “이겨.”

         “푸흡?!”

         “???”

         

         

         듣고 있던 유리가 대뜸 마시던 음료를 바닥에 토해내며 기침을 시작했다.

         

         파벨은 유리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아저씨가 이기면 진짜 왕녀 전하랑 결혼하게 되잖아!”

         “넌 응원을 하고 싶은거니 저주를 하고 싶은거니?”

         “모르겠어요! 아저씨가 지는 건 보기 싫은데 이기면 개빡칠거같아.”

         “사춘기가 오기엔 너무 늦은 나이 아닐까?”

         “아니거든요? 아저씨는 맨날 나한테 사춘기 꼬마라고 하거든요?”

         “넌… 나가라, 그냥.”

         

         

         파벨은 꼬마들을 밀착 경호해야 하는 자신을 저주했다.

         

         이런 꼴을 보려고 반란군을 때려치운 것이 아닌데. 하고.

         

         

         [칼리온 추밀원,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경이 입장합니다!!]

         

        -우우우우우우우!!!

         

         

         그래서 그는 대신, 에델플라트를 향한 야유에 한 목소리 보태기로 했다.

         

         

         “우우우우우!!”

         

         

         저 노괴가 여기서 내는 목소리까지 듣진 못하겠지? 설마 날 알아보기나 하겠어? 하면서.

         

         그는 이 대회에서 가장 신이 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대장이 이기면 뭐, 이제 왕녀의 부군이니까 더 이상 대장 노릇을 하지 못할 테니 승진이 예정되어 있고.

         

         대장이 지면, ‘아무리 그래도 역시 코엔울프한텐 좀 어렵지? 하,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알지? 용살창. 이거 한 방이면 에이나르도 에델플라트도 사이좋게 한 방이야.’ 같은 말을 해줄 수도 있고.

         

         어라? 이거 그럼 누가 이기든 제일 손해 안 보는 사람이 나네?

         

         하고선.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금요일이라 진짜 이빠이 담았어요! 와오, 넉넉하다. 이거 두개로 쪼갤까 하다가 말았지 뭐에요!

    칭찬.

    *

    이제와서 밝히는 건데, 이번주는 독감에 몸살에 아주 거의 푹 죽어 있었습니다!
    진짜 엄청 아팠어요! 수액도 맞았답니다!!

    근데 그거 아시죠. 아파서 휴재합니다! 하면 뭔가 미심쩍은거. 제가 항상 소설 따라갈때 그랬거든요. 아픈거 맞냐? 놀러간 거 아니냐? 하고요.

    그러니까, 진짜 쿨하게.
    아파도 연재 안쉬고 쭉 하고선, 다 낫고 주말 전에 ‘사실 아팠었답니다!’ 하면 좀 간지나잖아요.

    그래서 참았음.

    칭찬.

    *

    대회 묘사 뭐 이름도 어렵고 관심도 없는 엑스트라들 우르르 꺾으면서 나가면 지루하기만 하잖아요?
    어차피 저도 얘들 둘 싸우는 씬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데 참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걍 과감히 다 잘라내고, 떡밥만 좀 뿌려놓고, 바로 4강전 진입.
    캬.

    칭찬.

    *

    이걸로 3칭찬 적립했으므로 주말엔 쉽니다!!

    모두들, 안녕!

    QNA 한 번 더 할 생각이에요!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진짜안녕!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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