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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그런데, 그래서?”

        

       하지만 대화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벨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앨리스는 그게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벨라에게 물었다.

        

       “그래서라니?”

        

       “그냥 그 정보를 알려주기만 하고 갈 생각이었던 거야? 여기서 노스우드까지 가려면 한참 걸리잖아. 거기서 성당 기사가 뭘 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야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내 앞에 있는 망고 파르페를 한 스푼 떠서 입 안에 넣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동시에 조금은 신맛이 나는 망고 조각이 한 번에 입 안에 들어와 조화를 이루었다. 마침 날씨가 따뜻해서 더 좋았다. 그 조합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파르페, 완벽한 디저트라고 불리는 걸까.

        

       지난번에 벨부르 갔을 때 파르페도 먹어둘걸.

        

       황제가 나를 대리로 보낸다는 사실에 어이와 함께 판단력까지 날아갔던 상태라서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는 않았었다.

        

       나중에 벨부르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샤를로트의 추천을 받은 카페의 추천메뉴를 먹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우리한테 정보를 주는 순간은 우리가 뭔가를 했으면 해서 그런 거잖아.”

        

       “‘우리’가 뭔가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겠지. ‘네’가 아니라.”

        

       “윽…….”

        

       앨리스의 말을 벨라가 정정했다.

        

       황제가 직접 내린 임무를 받고 움직이는 쪽은 진짜 황녀인 앨리스가 아니라 ‘황제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사실상 황제 직속 암살단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었고.

        

       원작보다는 그 임무의 개수와 위험성이 확 떨어진 모양이긴 하지만, 그래도 임무를 수행하긴 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실비아를 감시 중이라는 것을 알리면서까지 그 정보를 알리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데?”

        

       나는 파르페를 다시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다만, 이번에는 아이스크림보다 과일을 더 많이 떠서. 그렇게 멀리서 나는 과일인데도 과즙이 생생히 살아있었다. 현지에서 먹으면 이것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그 가정은 틀렸어. 내가 실비아 옆에 붙어있는 걸 끝까지 숨긴다고 실비아가 그 사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니? 아마 루카스가 붙어있었던 시절부터 이미 다 알고 있었을걸.”

        

       아니, 처음부터 알지는 못했는데. 사실 루카스보다 스토킹 실력이 떨어지는 미아 크로우필드의 추적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루카스의 추적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긴 했다.

        

       “아마 지금 루카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바로 대답할 수 있을걸.”

        

       아니, 모르는데. 루카스의 위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알게 된다면 시간을 돌려서 아는 척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내가 시간을 돌려볼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시일 내에 알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미리 드러낼 필요는 없다. 아까 내가 절대 알 수 없을 최신 정보까지 주절주절 떠들어놓고 정작 루카스 위치는 모른다는 사실을 꺼내놓으면 영 이상하잖아.

        

       그냥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

        

       “……자꾸 말을 돌리는데, 그래서 굳이 그런 정보를 내놓는 이유가 뭐냐고.”

        

       그야 당연히 카지노에 잠입하라는 명령이지.

        

       원작에서는 클레어가 나타나서 전하는 정보였다. 당연히 인물 이름 칸에는 ‘퇴폐적인 분위기의 소녀’라고만 나오지만. 그나마 이 장면이 클레어의 첫 등장이었기에 다 아는 캐릭터를 이 악물고 모르는 척하는 분위기만은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

        

       앨리스는 초반에 다소 수상한 역할로 등장한다. 마치 ‘겉으로는 착실하지만, 속으로는 뭔가 있는’ 캐릭터처럼 나와서 플레이어들을 속이는 캐릭터다.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서 정체불명의 인물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이벤트 신으로 보여줬으니 초반에는 흑막이라고 착각할 만도 하다.

        

       게다가 대화 내용도 다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딱 중간의 몇 마디 정도만 잘라서 ‘……알았어. 그 정보는 참고할게.’같은 식으로 해두면 누가 봐도 너무 뻔하잖아.

        

       오히려 너무 뻔해서 아무도 안 믿었을 정도다.

        

       “방학 전에…… 그, 파견 실습, 이라고 했던가? 한 번 더 가는 일정이 있잖아? 순서를 조금 바꿨어. 너희들은 이번 파견 실습에서 노스우드로 가게 될 거야. 당연히 카지노 근방도 가게 되겠지. 그렇게 보여도 주변이 완전히 다 숲이거든.”

        

       주변이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숲이기에, 카지노 주변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할 수 있었다. 어차피 카지노 주변이야 나무를 전부 잘라냈고, 그 경계선을 따라 숲뿐이니 돈을 잃었다고 도망 나가더라도 살아서 그 거대한 숲을 나갈 수가 없다.

        

       여기에는 조금 지역 마피아와 연관된 역사가 함께하지만, 그건 굳이 지금 꺼낼 이야기는 아니다.

        

       “제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천혜의 숲……이라고는 하는데 그만큼 짐승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나 봐. 당연히 그 근처에 짐승 사냥 의뢰도 있고.”

        

       “그래서?”

        

       불쌍하게도, 앨리스는 자기 미래를 생각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진짜로 황제의 딸이라면, 네가 직접 우리와 같은 임무를 수행해봐라.’

        

       그게 이 장면에서 클레어가 했던 말이다. 물론 지금 이 세계의 클레어는 수련 중이거나 공부 중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이런 게임에서 굳이 카지노가 배경으로 나온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지 않은가.

        

       히로인들한테 바니걸 복장을 입히기 위해서다.

        

       묘하게 마이너해서 피규어도 잘 나오지 않는 게임이니 이 정도 서비스신 정도는 있어야지.

        

       당연히 클레어도 함께 잠입한다. 둘 다 바니걸 복장을 하고, 얼굴에는 무도회 가면 같은 것을 쓰고 카지노 안쪽 깊은 곳을 들쑤시고 다니다가, 결국 어쩌다가 카지노 안에 들어오게 된 레오한테 들키게 되는 이벤트.

        

       레오는 처음에는 ‘에이, 황녀님이 이런 곳에서 저러고 있을 리가 없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대사에 꽂힌 동인 작가가 몇 명 있긴 하지만, 그거야 원작 게임과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고.

        

       “그래서, 뭐, 부탁하러 온 거야.”

        

       과연 앨리스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솔직히 조금 궁금하긴 했다. 게임에서는 앨리스가 그때 보였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나는 이어질 벨라의 대사와 거기 반응할 앨리스의 대사를 궁금해하며 파르페를 다시 한 스푼 떠서 입 안에 넣다가—

        

       “실비아한테.”

        

       딱 굳어버리고 말았다.

        

       “으음, 원래는 우리 진짜 황녀님한테 부탁하고 그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벨라는 능글맞게 웃으며 눈동자를 내 쪽으로 굴렸다.

        

       “아무래도, 내가 굳이 더 알려주지 않아도 온갖 정보를 이미 알고 있을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

        

       “아버지는 뭐라고 하셨는데?”

        

       내 얼굴을 본 앨리스가 묻자, 벨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뭐, 실비아한테 말해주라고 했었지.”

        

       “…….”

        

       그 대답에 앨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 아니, 내가 굳은 건 그 임무를…… 그래, 별로 하고 싶지는 않기는 했다만.

        

       그런 것 때문에 굳은 게 아니었는데.

        

       “……좋아. 아버지께 똑똑히 전해.”

        

       앨리스는 벨라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앨리스의 그런 매서운 표정을 본 벨라는 ‘어이쿠 무서워라.’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간단하게 말해서, 전혀 무서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번 임무는 ‘또 다른’ 황녀인 나도 가겠어.”

        

       엑.

        

       아니, 아니, 아니.

        

       괜히 거기 갔다가는 너도 바니걸 복장이 될 텐데.

        

       물론 내 기준으로 앨리스의 바니걸 복장은 원작 속 히로인 고증을 100퍼센트로 구현한 초 고퀄리티 코스프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야.

        

       문제는 그 옆에서 나도 바니걸 차림이 되어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제이크한테 딸려 들어온 레오에게 그 차림을 들키겠지. 바니걸 복장인 앨리스 혼자만 남겨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으니까.

        

       “호오.”

        

       호승심 넘치는 앨리스의 표정을 보고, 벨라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언니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말이야?”

        

       “그야 당연하지.”

        

       앨리스는 벨라의 말에 가슴을 쫙 펴며 말했다.

        

       “황실의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서,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켜. 내가 실비아의 언니라고 공언했으니, 나도 언니로서 실비아를 지킬 생각이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앨리스도 내 실력은 알고 있을 거다. 전장을 누비고 왔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으니, 나 혼자 들어간다고 상황이 최악으로 굴러가거나, 내가 죽거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다.

        

       이건 말 그대로 호승심이다.

        

       나에게 씩 웃어 보이는 것을 보면, 문자 그대로 ‘너한테도 편이 있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뭐, 좋아.”

        

       벨라는 그런 앨리스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나는 조금 멀리서 지켜보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네. 두 자매가 함께 잠입하는데 나머지 하나인 내가 빠지면 섭섭하겠지. 나도 함께 갈게.”

        

       벨라의 그 선언에 앨리스가 다시 한번 벨라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벨라는 그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냈다.

        

       ……벨라가 팀에 들어오면…….

        

       내가 뭐 어떻게 하기도 전에 잠입 확정인가?

        

       그 순간 내 표정이 변하지 않았던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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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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