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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레드 슬라임>을 바라보던 문보라는 눈매를 가늘게 떴다.

         

       “처음 보는 종류군요. 아니 애초에 슬라임은 알려진 게 거의 없긴 하죠.”

         

       문보라의 말대로다.

         

       슬라임은 까다로운 생태계와 여러 조건을 요구하기에 던전, 필드를 가리지 않고 보기 드문 녀석이었다.

         

       따라서 일반종은 물론이고.

       상위종, 변종, 보스종같이 전혀 다른 개체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었다.

         

       “<레드 슬라임>이야. 등급은 C급. 다만 어디까지나 등급만 그런 거지, 순수 화력은 B급도 갈 수 있어.”

       “…공략법은 아시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성자의 검]을 뽑아 들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문보라에게 타이밍을 알려줄 테니, 미리 마법을 준비해 두라고 말해두었다.

         

       허리를 숙이고 전방으로 [류참]을 사용하며 돌진하였다.

         

       어디까지나 최대한 빨리 달려들기 위해 쓴 것이라, 구태여 발도까지 더하지는 않았다.

         

       거리를 좁히자 꿈틀거리는 녀석들.

         

       그중 하나가 꿀렁이더니, 몸을 구성한 점액질을 날카로운 가시처럼 변하여 나를 향해 찔렀다.

         

       ‘슬라임’이라면 모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동하는 몸체]를 이용한 공격 기술이었다.

         

       ‘…레벨이 높지는 않나 보네.’

         

       [유동하는 몸체]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뻗을 수 있는 촉수의 가짓수와 변형할 수 있는 형태가 증폭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고위 슬라임’이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꽤 빠르고 변칙적인 공격이지만, 녀석들의 공격은 나에게 닿지 않았다.

         

       이유는 미리 발동해 두었던 [민첩성], [질주]가 안 그래도 빠른 속력에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에.

         

       마치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듯했다.

       뇌에 신호가 가기도 전에 발이 움직인다.

       나는 요리조리 피하며 [성자의 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성자의 검’의 특수 능력이 발동됩니다.]

       [보유자의 신성 수치에 비례하여 검의 위력이 증폭됩니다.]

         

       검신이 백색으로 발광한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레드 슬라임>의 몸체가 손아귀로 잡아 뜯긴 것처럼 떨어져 나간다.

         

       원인은 지금 내가 휘두르는 일격은 [검술]이 아닌 [둔기] 판정을 부여하였기 때문.

         

       <슬라임> 류는 모두 하나같이 ‘참격’에 높은 내성을 가진다.

         

       대신 ‘둔기’나 ‘타격’에는 내성이 없어서, 검면으로 후려치면 위력 이상으로 데미지가 들어갔다.

         

       퍼억-!

         

       “삐이익!”

         

       결국, 한 녀석이 버티지 못하고 터진다.

         

       그 모습에 열심히 촉수를 휘두르던 나머지 세 마리가 흥분하듯 요동친다.

         

       안에 있던 주홍빛의 기운이 부풀어 오른다.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위험.

       나는 크게 소리쳤다.

         

       “문보라! 지금이야!”

       “[아이시클]!”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총구를 당기는 문보라.

       손에 들린 지팡이 총에서 푸른색의 냉기가 폭발한다.

       마법탄이 터지고 정확하게 <레드 슬라임> 3마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역시 문보라.’

         

       딜러로 애매해서 그렇지.

       그녀가 다루는 마법은 섬세하고 정확하며 빨랐다.

       이는 굉장히 큰 장점이다.

         

       지금 나처럼 근접해서 싸우는 아군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적만 때릴 만큼의 숙련도를 보유하고 있으니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다는 거니까.

         

       나는 [성자의 검]을 한 바퀴 돌려 잡았다.

         

       왼손을 펼쳐 손바닥을 앞으로, 오른손으로 잡은 검은 뒤로 당긴다.

         

       파바박-!

         

       세 갈래의 빠르고 정확한 찌르기가 퍼져나간다.

       [3연 찌르기].

       여기에 검신에는 [타오르는 화염]을 발라 적색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얼어붙은 몸체를 뚫은 검날은, <레드 슬라임>의 핵을 파고들었다.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보라가 있는 곳까지 빠져나왔다.

         

       “…세하씨?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아니 끝났어. 잘 봐.”

         

       말이 끝나는 직후, 부글거리던 <레드 슬라임>은 펑-! 하고 작게 폭발을 일으켰다.

         

       어디까지나 터지는 폭발 범위만 작은 거다.

       위력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증거로 놈들이 있던 땅 아래가, 부글부글 녹아 마그마처럼 흘러내렸다.

       이곳이 상시 마력의 힘으로 보존되는 던전이라는걸 감안하면 엄청난 화력이었다.

         

       “…무슨?”

       “저 녀석들 [인화성 가스]라는 폭발 대미지를 올려주는 스킬을 가지고 있거든.”

         

       여기에 [과열기]라는 상시 열을 올려주는 특성.

         

       마지막으로 [분신 탄환]이라는 체력이 일정 이하 내려가거나, 동료의 죽음을 목격할 시 자폭.

         

       추가로 불꽃을 투사하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의 설명에 문보라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런 자폭에 몰빵한 괴수가 흔하지는 않으니까.

         

       “…굉장히 살상력이 높은 스킬 구조군요.”

         

       아마 원래 세상이었다면, 보자마자 다들 이리 말했을 거다.

         

       ‘수류탄…’

         

       녀석들은 전형적인 폭탄을 모티브로 한 괴수.

         

       그렇기에 그냥 처리하면, 사방팔방 터져나가는 불꽃을 피하느라 체력 소비가 심하다.

         

       즉, 우리 천사 같은 므냥이가 크게 다칠 확률이 높은 장소라는 소리다.

         

       ‘절대 안 되지.’

         

       우리 므냥이가 화상을 입어, ‘므아아…’하고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용납 못 한다.

         

       추가로 주나용도 기각이다.

         

       위력, 속도 모두 수준급인 전투원이지만, 싸움에 돌입하면 물불 안 가리는 성품 때문에 무조건 폭발에 휘말릴 거다.

         

       “그렇기에 제가 필요한 거군요?”

         

       “맞아, 가장 좋은 대처방식이 얼린 다음, 내부의 핵만 화염 속성 공격으로 공격하는 거거든. 덤으로 너처럼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적재적소로 서포트해 주는 사람도 필요해.”

         

       “…가, 갑자기 칭찬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뭐라는 거야?

       객관적인 평가인데.

         

       그 뒤로 나는 녀석들의 습성이라던가, 여러 가지 주의 사항.

       그리고 <슬라임>이기에 할 수 있는 ‘벽의 틈’에서 튀어나오는 기습 공격 등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유세하씨?”

       “응?”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유식해 보입니다. 생각이라는 게 있긴 하셨군요?”

       “……”

         

         

       * * *

         

         

       1시간 뒤.

       우리는 새로운 적들과 다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문보라 뒤!”

       “[빙결 기둥]!”

         

       [미증유의 감]으로 위치를 파악한 외침.

       문보라는 망설임 없이 마법을 시전하였다.

         

       등 뒤로 솟아오른 얼음 방벽이 ‘녀석’의 몸통을 타격한다.

         

       “컹!”

         

       얼음에 맞고 뒤로 튕겨 나가는 놈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개.

         

       굳이 견종을 따지자면, 도베르만에 가까웠다.

         

       다만 말만 도베르만이다.

         

       내부 장기가 훤히 보일 만큼, 이미 한없이 시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세하씨! 여기 언데드들도 출몰하는 장소인가요?”

       “이 녀석들 언데드 아니야. 슬라임이야!”

       “네!?”

         

       <비스트 슬라임>.

       죽은 시체에 파고들어.

       근육, 내부 장기, 코어를 형성하는 기생 형 슬라임이다.

       주로 동물의 사체로 형태를 이루기에 ‘비스트’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대체 어디서 강아지 사체를 공수한 것인지 모르겠네.’

         

       하긴, 그걸 신경 쓰면 이 세상의 모든 괴수는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메스토의 돋보기’를 발동합니다.]

       [고성을 방황해 온 뱀파이어 백작의 힘이 이런 거 말고 예쁜 여성의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하소연합니다.]

       [대체 그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번식 활동을 안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

       <비스트 슬라임>(도베르만)

       [근력:10] [마력:5]

       [속도:22] [정신:-10]

       [내구:15] [신성:-99]

         

       ◉능력

       [발놀림] [질주] [민첩성] [빠른 발]

       [깨물기] [희한하게 질긴 가죽]

       ―――――――――――――――

         

       ‘…유독 빨라서 확인해 보긴 했는데.’

         

       <비스트 슬라임>은 전형적인 속도에 모든 걸 집중한 녀석이었다.

       그 밖에 것들은 수준 이하지만,빠르다 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을 쓰러트리는 데는 차고도 넘치는 힘이었다.

         

       현재 내 속도 능력치는 ‘23’

       

       추가로 [질주], [민첩성]까지 가지고 있어 대응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었다.

       

       물론, 이동 속도 능력을 무려 4개나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 속도는 확실하게 뒤처졌지만 말이다.

       

       ‘진짜 문제는 저 [희한하게 질긴 가죽] 능력.’

         

       타격에 있어서 높은 내성을 부여해 주는 범용성 좋은 방어 특성.

         

       여기에 이 녀석들 4마리가 서로 번갈아 가며 ‘히트 앤 런’을 펼치니…

         

       솔직히 말해서 싸울수록 화딱지가 났다.

         

       추가로 문보라의 마법 공격은, 녀석들의 속도보다 느려 제대로 맞추지를 못하였다.

         

       “…미안해요. 도움이 안 돼서…[프로즌 필드]라도 배웠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그런 소리 마. 충분히 도움 되니까.”

       

       하는 수 없지.

       

       “문보라 내가 미끼가 될 테니. 틈이 보이면 녀석들 모두 얼려버려.”

       “…!? 위험합니다! 당신은 하나씨처럼 튼튼하지 못하다고요.”

       “걱정하지 말고 믿어봐!”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포션은 준비해 둘게요.”

         

       나는 일부러 녀석들의 어그로를 끌며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던 <비스트 슬라임>.

         

       곧 ‘크르릉…!’ 거리며 네 마리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빨에 감도는 푸른빛.

       틀림없이 [깨물기] 스킬이었다.

         

       콰직-!

       곧, 몸 곳곳에 살벌한 음성이 울려 퍼진다.

         

       “…캥?”

         

       하지만, 부서지는 소리는 나의 몸이 아니라…

       녀석들의 이빨이었다.

         

       [‘거친 바위의 틈새’를 발동합니다.]

       [오랫동안 대지에서 꿈틀거리던 지면의 힘이 용솟음칩니다.]

       [‘바위 굳히기’를 발동합니다.]

       [그 무엇보다 굳건한 대지가 당신의 육신을 수호합니다.]

         

       [바위 굳히기].

       ‘트윈 헤드 트롤’에게 [역천의 눈동자]로 가져온 파생 스킬.

       1분 동안 나의 내구 수치에 비례하여 방어력, 저항력을 상승시키는 방어기였다.

         

       ‘흐흐, 꼴 좋다.’

         

       뭐,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내구 수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므냥이처럼 전문적인 탱커는 아니기에, 파고든 이빨에서 줄줄 핏줄기가 흘렀다.

         

       하지만 덕분에 승기를 잡았다.

         

       “[빙결기둥]!”

         

       나를 제외하고 솟아난 4개의 기둥이 정확하게 <비스트 슬라임>에 적중한다.

         

       관통당하는 동시에, 얼어붙는 몸체.

         

       나는 [성자의 검]을 바닥에 내리꽂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고속으로 휘두르며 [연타]를 펼쳤다.

         

       [희한하게 질긴 가죽]은 물리에 있어 높은 내성을 부여해 주는 스킬.

         

       하지만 이놈들의 내구 수치는 형편없다.

       즉, 최대한 빨리 어떻게든 데미지를 욱여넣으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현재 내가 가진 기술 중 공격 속도만 보았을 때 가장 빠른 게 바로 [연타]이다.

         

       퍼버버벅-!

         

       “캥…”

       “깨갱…”

         

       결국, 버티지 못한 <비스트 슬라임>의 몸체가 축 늘어진다.

       얼음에 갇힌 채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후~ 이제야 스트레스가 풀리네. 문보라 고생했어.”

       “…아, 아닙니다.”

         

       상처를 치유해 주기 위해 포션을 들고 다가오는 문보라.

         

       그녀는 놀란 얼굴을 겨우 감추며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무슨.’

         

       방금 전투 동안 유세하가 사용하였던 스킬.

       정확하게 몇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아는 것만 해도 수개는 되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바위 굳히기’.

         

       ‘…[거친 바위의 틈새]의…파생 스킬일 텐데.’

         

       대체 저런 속성계 스킬은 언제 배운 걸까.

       문보라는 고운 손가락으로 포션을 문질문질 발라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레드 슬라임>.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비스트 슬라임>

       이 두 녀석을 처리하며 나아가던 때였다.

         

       언제나 열일해주는 사기 특성, [미증유의 감]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어라?’

         

       다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질척질척하면서도…

       묵직한, 그리고 느린 발소리.

         

       “…아, 씨발. 개같네 진짜.”

         

       미리 상대를 간파한 유세하가 꽤 심한 욕설을 내뱉는다.

         

       “세하씨?”

       “…안 나왔으면 했는데.”

       “네?”

         

       하아, 하고 유세하가 한숨을 내쉰다.

         

       영문을 몰라 고개를 젓는 문보라.

         

       곧 다가오는 존재를 보고 유세하처럼 얼굴이 굳어진다.

         

       흑색 단발과 특유의 노란색 동공.

       젖살도 다 안 빠져서 귀엽게 생긴 외견.

       말랑말랑한 고양이귀와 작은 체구까지.

         

       “…하나씨?”

       “보, 보, 보라…야.”

         

       마하나.

         

       정확하게는…

         

       그녀를 고대로 의태한 슬라임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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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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