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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 * *

       

       

       

       유수포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노벨 가문도 참 기묘하게 돌아갔다.

       

       노벨 가문의 석유회사 브라노벨. 이 브라노벨은 러시아에서 크게 성공하고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다.

       

       그런데,

       

       볼셰비키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을 국유화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노벨 가문은 피해를 크게 볼 뻔했다.

       

       역시 예상대로지.

       

       

       “뭐 그렇다면 노벨 가문과 연합해 보는 것도 방법 아닙니까?”

       “폐하께서도 그리 말씀하실까 봐 그 부분에 대해서 브라노벨의 에마뉘엘 루트비고비치 노벨과 이야기를 해보고 있기는 합니다.”

       “좋습니다.”

       

       

       미국의 스탠다드는 어떻게 되려나? 트로츠키가 시원하게 뭔가 터트려주면 참 좋을 텐데.

       

       일단 미국 놈들 문제는 그쪽이 알아서 하게 하고. 그럼 문제는 이제 로스차일드인데.

       

       월터 로스차일드라고 했나.

       

       그자한테 어떻게 돈을 뜯어내서 북만주 쪽도 석유 시추하는 데 노력해보도록 하는 게 어떨까.

       

       당장 수르구트를 브라노벨과 함께 해본다 치면, 북만주 쪽은 로스차일드와 해보는 것이다.

       

       다칭 유전에 투자하게 만들어서 30년대에 석유 시추하게 만들어도 좋고.

       

       최소한 바쿠유전이나 수르구트에서 브라노벨과 파는 거로 뭐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런데.”

       “예?”

       “공작께서 돈이 그리 없지는 않을 텐데요? 이미 성과물이 나왔어야 할 터인데.”

       

       

       내가 뭐 이 시대에 라면 대량 생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그거 가지곤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야. 내가 알려준 아이디어가 몇 개나 있다.

       

       내 이름을 달아두는 대신 이익을 공작이 볼 수 있도록 했으니까. 

       

       

       “예. 테슬라 박사가 만든 발전기로 꽤 많은 이익을 봤습니다. 여기에 폐하께서 일러주신 방법대로 만든 그 라면이라는 것도 대규모 양산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생산해 보려고 하고 있고.”

       “그런데요?”

       

       

       이 작자 얼굴을 보니 뭔가 하는 모양이긴 한데.

       

       설마 이상한 사업을 벌인 건 아니겠지.

       

       실제 역사에서 안 그래도 없는 돈으로 패션 사업하다가 말아 먹었는데. 설마하니 돈 벌어들여서 그거 하다가 말아먹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건 유수포프 공작이 처한 환경도 있겠지만, 여기서 잘 나가는 몸이라고 해도 패션 사업이 잘될 거 같지는 않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펠릭스 유수포프 공작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말을 이었다.

       

       

       “그저, 실은 라디오 쪽에. 테슬라 박사가 이 저주 받을 만큼 넓은 러시아의 땅덩어리는 무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라디오를 더 어떻게 해보겠다고 투자해 보라고 해서 말입니다.”

       

       

       라디오? 오. 그건 괜찮은 거 같은데.

       

       내가 그거로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 권장하지. 테슬라 말대로 지금 러시아를 보면 반드시 무선혁명이 대박 터져야 하니까.

       

       테슬라가 만족할 만큼은 되어야 한다.

       

       그쪽 자금도 어디서 끌어올 수 있으면 좋은데.

       

       

       “그래도 그건 쓸모 있네요. 딱히 뭐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공작.”

       “예. 폐하.”

       “절대로. 패션 사업은 하지 마십시오. 절대. 아시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다짐하게 해야지.

       

       단 하나의 변수라도 용서할 수 없다.

       

       당장 이 시대에 노릴 만한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패션에 빠지겠나.

       

       

       “제가 설마 옷가게로 망하는 미래가 있습니까?”

       

       

       뭐라는 거야.

       

       누가 보면 내가 정말 미래를 다 보는 줄 알겠다.

       

       이러다가 2차 대전에서 내가 뭐 하나 예언 못하면 바로. 차리나께서 신의 버림을 받았다! 이러는 거 아니냐.

       

       

       “대체 총리에 이어 공작까지 왜 그리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망할 거 같네요.”

       

       

       아마 거의 망할 거 같다. 실제 역사를 따라가면 말이지.

       

       괜히 돈 좀 생겼다고 옷가게 같은 거 차리지 말라는 뜻이다.

       

       

       “알. 알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은 로스차일드를 한번 만나볼까.

       

       적당히 빨갱이를 후원한 명예 빨갱이라고 한번 몰아붙이면 어떨까?

       

       뒤에서 수작질한 거면 들키지만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이걸 대놓고 밝히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여긴 빨갱이를 증오하며 태어난 러시아 합중국이니 말이야.

       

       아니지. 아니지. 로스차일드를 만나기 전에 일단 상황은 알아야지.

       

       일단 보리스 사빈코프를 불러 알아볼 것이 있다.

       

       그래. 지금 유럽의 유대인에 대한 정서 말이지.

       

       

       * * *

       

       

       “폐하. 부르셨습니까?”

       

       

       내무부의 보리스 사빈코프는 내가 부른지 얼마 되지 않아 크렘린궁으로 달려왔다.

       

       그래. 이렇게 빠르면 로스차일드가 오기 전에 한번 좀 판 좀 깔아볼 수 있겠다.

       

       

       “현재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들이 원래 좋았던 적은 없었지요. 우리나라에서나 적백내전에서 백군 편에 서서 싸워준 이들이 있어서 인식이 변화했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면, 유럽에서의 평가는 좋지 않은 모양이다.

       

       러시아에서는 유대인이 백군을 도운 일이 퍼져 그리 나쁘지 않지만. 역시 로자 룩셈부르크의 혁명이 성공한 것이 있으니.

       

       

       “더 심해졌습니까?”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공산당 관련이군요.”

       

       

       공산당이 언급되자, 보리스 사빈코프의 두 눈에 그늘이 졌다.

       

       그래. 척하면 척이라서 내가 참 좋아요.

       

       이러면 말이 빠르거든.

       

       

       “예. 로자 룩셈부르크가 폴란드 출신이지만 유대계 아닙니까? 혹시 그쪽 관련해서 뭔가 있나 봐서요.”

       “네. 반유대 정서가 더 자극 받기는 했습니다. 공산 독일에서는 유대인들을 감싸려고 하면서 주변국에서 반유대정서가 심해졌죠. 로자 룩셈부르크도 그렇고 공산당에는 유대계가 있으며, 유대인들이 독일 혁명을 후원했다고.”

       

       

       혁명을 한 공산당 측에서는 유대계인 로자 룩셈부르크 때문에 유대인의 편의를 봐주거나 그런 것도 있을 거다.

       

       그럼 좀 더 이것을 잘 설계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입니까?”

       “오스트리아로 도망친, 독일 자유군단 측에서 그렇게 소문을 흘리는 모양입니다. 뭐 정작 유대인들이 공산 독일에서 떠나고 있다는 게 또 웃기는 일입니다만.”

       공산 독일에서도 러시아 소비에트처럼 이것저것 죄다 가져가서 공정하게 분배하거나 그러면서 유대인들이 피해를 본 탓인가.

       “공산당이 온갖 것을 국유화하면서 유대인들이 피해를 봤나 보군요.”

       “예.”

       

       

       아, 잠깐. 그럼 오스트리아는 어떻게 되었지?

       

       반유대인 정서가 싹 트고 있다면 오스트리아의 히틀러가 뭔가 저지르지 않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쪽도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혹시 뭐 유대인을 물리적으로 핍박한다든가. 그런 말은 없습니까? 아니면 유대인을 잡아야 한다는 연설이 있다거나.”

       

       

       그러면 히틀러를 암살해야 할지도 모른다.

       

       프랑스를 멱살 잡고 코뮌 물이 안 들게 해야 할지도.

       

       내 말에 보리스 사빈코프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듯 눈썹을 꿈틀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뇨 그러진 않습니다. 영국도 그렇고 반유대인정서가 심해지고는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건 다행이다.

       

       하긴 히틀러가 러시아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

       

       적백내전 중에 백군에 서서 싸우는 유대인들도 많았다.

       

       지금의 히틀러는 최소한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버리는 일을 할 정도로 사리분별이 안 되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도 이건 의외인걸.

       

       로자 룩셈부르크와 공산 독일이 유대인을 싸고 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유대-볼셰비즘 연대로 퍼지는 거 아닌가.

       

       유대 볼셰비즘. 그러니까. 국제적으로 공산주의 운동의 뒤에 유대인 세력이 연결되어있다. 주도했다 그런 내용.

       

       백군에서 싸운 유대인 덕에 러시아에서는 취급이 나쁘지 않지만, 이걸 이용하면 적당히 로스차일드를 엮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러시아 유대인은 좋은 유대인, 공산 독일에서 퍼져 나가는 유대인은 빨갱이 유대인이라고 이런 식으로 점점 퍼트려서 혁명을 후원한 로스차일드를 엿먹이는 거라면?

       

       물론 그 정도로 타격은 없겠지만, 일국의 군주가 적극적으로 비난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좀 청사진을 그려본다.

       

       

       “오스트리아는 다행이군요. 그럼 뭐 지금 유럽에서는 빨갱이랑 엮여서 유대인은 빨갱이다. 뭐 그런 게 있다는 소리죠?”

       “예. 폐하.”

       

       

       이거 잘만 엮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로스차일드를 두들길 수는 없고.

       

       적당한 선에서 좀 돈은 뜯어낼 수 있잖아?

       

       최소한 브라노벨과 우리가 수르구트를 후벼 파는 것. 그리고 바쿠 유전도 방해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 *

       

       

       자, 그럼 어떻게 요리할지 대충 설계를 했으니, 입맛대로 해봐야지.

       

       

       지금 내 처지에서 뭐 세계에서 잘 나가는 금융가를 어떻게 조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적당히 반유대 정서, 볼셰비즘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주다가 얻을 건 얻어봐야지.

       

       모스크바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오흐라나 측에서 정보를 입수했다.

       

       원래라면 사정 봐주면서 이쪽으로 먼저 데리고 오는 게 맞을 거 같은데. 명색이 이 나라의 차르고.

       

       굳이 숙일 이유가 없지.

       

       

       “폐하. 로스차일드에서 폐하를 알현코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궁인이 아니라 게오르기 리보프가 먼저 소식을 전했다.

       

       

       “오, 그걸 리보프 의원이 직접 전하러 오실 줄은 몰랐군요.”

       “바로 크렘린궁 밖에 있더군요.”

       

       

       그렇군. 블라디미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만나게 된 건가.

       

       분명 대사관 발로는 그냥 러시아 여행하면서 러시아의 동물도 한번 보고 싶다고 왔다는데, 어림도 없지.

       

       로스차일드란 이름 달고. 그냥 올 리가 있나.

       

       뭐 그래도. 그 로스차일드의 입에서 아무 말도 없지는 않았을 거다.

       

       

       “혹시 뭐 들으신 것이라도 있습니까.”

       “겉으로는 러시아에 왔으니, 폐하를 알현하는 게 예의라고 한 거 같은데. 결국, 석유 투자 관련이 아니겠습니까? 월터 로스차일드 남작이 폐하를 알현하고 싶다 하였습니다.”

       “그럼 한번 봐야겠군요.”

       

       

       

       생각지도 못한 선택지. 딱 이 정도로 보여야 한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국가 두마와는 조금도 관여되지 않은, 내가 따로 급발진하는 것으로 보여야지.

       

       정말 만일에 실패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로스차일드가 귀찮긴 해도 우리가 영국도 아닌 러시아 땅을 파는 이상, 석유 시추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로스차일드와 관계가 미묘해진다면, 그땐 아 미안. 하고 크렘린 궁에 처박혀도 된다.

       

       자, 그럼 이제 로스차일드를 만날 때다.

       

       나는 궁인을 시켜 로스차일드 남작을 크렘린궁으로 들였다.

       

       그렇게 만난 2대 로스차일드 남작. 월터  로스차일드는 상당히 후덕한 이미지의 남자였다.

       

       딱 봐도 혹시 금융권에서 일하세요? 느낌이 나는 그런 사내.

       

       

       “브리튼 섬의 로스차일드 남작께서 이 먼 모스크바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과연 듣던대로시군요. 황족으로서의 기품도 있으나, 평민과 어울리는 여제 다운 행동과 어투. 흠 과연.”

       

       

       보자마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쓸데없이 추켜 세우고 뭔가 얻어내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나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제가 권력이 없는 황제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차르입니다. 듣기 거북하군요. 본론만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저희 로스차일드가 차리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습니까?”

       “내가 바보로 보이십니까?”

       “예?”

       “적백내전이 일어났을 때, 당신들 로스차일드는 바쿠 유전의 원유를 세계시장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트로츠키와 레닌을 후원하였다. 아닙니까?”

       “그것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여기서 정리를 하자면.

       

       영국 정부에서는 의용군을 보내, 우리를 지원했지만, 로스차일드 측에서는 개인적으로 혁명 세력을 지원한 거다.

       

       설령 볼셰비키가 진다고 해도 러시아가 반으로 갈라져 바쿠 유전 만큼은 볼셰비키가 가질 수 있도록 했겠지.

       

       내가 설마 내전을 빨리 끝내리라고는 예상도 못했을 거다.

       

       

       “그래. 기업가로서 그럴 수도 있겠지. 브라노벨을 치워버리기 위해 혁명세력을 지원했지. 로스차일드와 록펠러는 그런 작자들이야.”

       “폐하. 그 역시 맞고 폐하의 분노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오나, 이제는 서로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원만하게 좋은 관계 맞다.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거지.

       

       말했듯, ‘만약에 실패한다면?’이란 가능성도 뒀지만, 그 마지노선 까지는 건드리면서 체면은 봐줄 생각이다.

       

       나도 굳이 로스차일드와 거리를 벌릴 생각은 없거든.

       

       그래도 이 정도는 해도 될 것이다.

       

       나는 보란 듯이 웃어 보였다.

       

       

       “푸흐흐흐. 내 모르지 않지. 수르구트 석유에 한입 해보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유럽의 여럿 국가에 지부를 둘 정도로 잘 나가는 분들이니, 바로 석유냄새를 맡았겠죠. 하지만 어쩝니까? 로스차일드는 혁명세력을 도운 명예 볼셰비키인 것을.”

       

       

       무지성 빨갱이로 몰기.

       

       물론, 그게 다 사정이 있고, 이게 빨갱이면, 소련에 랜드리스한 미국은 딱 스탈린이 훈장 달아줄 정도로 빨갱이에 그 누구보다 가까운 1등급 명예 빨갱이 국가지만.

       

        여기서는 써먹기 좋은 구실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터 로스차일드는 2대 로스차일드 남작이며 동물 학자였다고 합니다.

    다음 편에는 이스라엘 건국 떡밥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2차대전 전이나 떡밥 나올 거 같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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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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