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9

       마탑의 건물 중 어느 한 곳.

        ​

        정령사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곳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

        믿기 힘든 사실에 중년인의 눈이 커졌다.

        ​

        “그것이 정말인가?”

        ​

        “확실합니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정령사의 손짓에 운디네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모습을 드러낸 운디네는 총 다섯.

        ​

        이윽고, 다시 한번 펼쳐진 손짓에 숫자가 하나 늘어났다.

        ​

        “…정말이군.”

        ​

        지원군으로 파견을 보내기 전까지 그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운디네의 숫자는 다섯이 다였다.

        ​

        헌데 지금 소환한 숫자는 분명 여섯.

        ​

        운디네를 소환했던 정령사가 입을 열었다.

        ​

        “장승이란 것에 물을 준 이후로 친화력이 증가했습니다. 운다인을 하나 더 소환할 만큼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친화력이 상승했습니다.”

        ​

        “친화력의 증가라…”

        ​

        하급정령 하나가 늘어날 만큼의 친화력.

        ​

        많은 양이 아니지만,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

        친화력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

        정령사는 선천적으로 친화력을 타고난다.

        ​

        수련을 통해 각자가 가진 한계에 이르면 그 이후에는 성장을 시키기가 극히 어려운 것이 친화력이었다.

        ​

        단지 물을 줬을 뿐인데 친화력이 오른다?

        ​

        정령사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

        “그것이 무엇이길래 친화력이 늘어난다는 말이냐?”

        ​

        “언데드를 쫓아내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이미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

        근처로 언데드를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아티팩트.

        ​

        “그리고 운디네가 유난히 좋아하기는 했습니다. 클로셀님께 얼핏 듣기로는…”

        ​

        “음?”

        ​

        “그 장승이라는 목상이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

        벌떡 –

        ​

        “세계수? 지금 세계수라고 했느냐!?”

        ​

        그것이 정말 세계수로 만들어졌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

        인간이 엘프의 세계수를 볼 기회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

        엘프의 근원이라 불리는 세계수.

        ​

       그것으로 만들었다면 친화력이 늘어난 것도 말이 된다.

        ​

        “클로셀님께서 그리 말씀하신 게 확실한 것이겠지?”

        ​

        “확실합니다. 이번 엘프의 참전 또한 크리스라고 불린 인물이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미,믿을 수가 없군.”

        ​

        “그의 곁에 붙어 다니는 엘프는 하이 엘프라고…”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 소리가 터져 나왔다.

        ​

        “당장 마탑에 협조요청을 보내라, 워프마법진이 필요하다!”

        ​

        잠깐 숨을 들이킨 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

        “내가 직접가겠다!”

        ​

        ***

        ​

        화륵 –

        ​

        어느새 신당에 놓인 촛불의 숫자가 늘어났다.

        ​

        그중에 가장 큰 초는 루나의 초였다.

        ​

        남의 성녀를 여기서 빌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

        어쨌든 내 동생으로 맺어진 아이 아닌가?

        ​

        “까!”

        ​

        “안 돼. 오늘은 너무 많이 먹었어.”

        ​

        “우으…! 까!”

        ​

        “이 썩어. 그만 먹어야 해.”

        ​

        루나의 간식으로 산 것은 사탕 같은 과자였다.

        ​

        나름 비싼식품인지 가격도 보통이 아니었다.

        ​

        고기값보다 비쌌으니, 말 다한 셈이다.

        ​

        가격은 둘째치고, 이제 막 이빨이 나고 있는 루나에게 충치가 생기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성녀도 충치가 생기나?”

        ​

        가진 신성력만 보면 어지간한 병은 걸리지도 않을 것 같기는 한데.

        ​

        “어쨌든, 지금하는 건 치성이라고 해. 신령님께 기도를 올리는 거야.”

        ​

        말을 하는 와중에 신당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웅성웅성 –

        ​

        “보통 초를 타고 이곳으로 찾아오시거든? 음…‘여기 있어요!’ 하고 표시하는 거라 생각해도 괜찮아.”

        ​

        웅성웅성 –

        ​

        “그다음에는…”

        ​

        웅성웅성 –

        ​

        도저히 설명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

        이렇게 소란스러운 환경으로 치성을 드리라고?

        ​

        용납할 수가 없는 사항이었다.

        ​

        “이 늙인이들이 진짜…”

        ​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

        그런데 밖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가관이었다.

        ​

        “한 번 더 해봄세.”

        ​

        “셋, 둘, 하나에 시작이네.”

        ​

        “영창을 시작하지.”

        ​

        한 명이 대표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

        “셋.”

        ​

        “둘.”

        ​

        “하나!”

        ​

        긴장을 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

        마나까지 실려 웅장하게 퍼지는 주문.

        ​

        “분신사바, 분신사바…! 이곳으로 와주시오!”

        ​

        “대가리 경! 듣고 있소이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더 있소.”

        ​

        아까 하던 것이 뭔지 가르쳐 줬더니, 하루 종일 저러고 있는 중이었다.

        ​

        마법을 캐스팅하던 입으로 분신사바라니….

        ​

        이윽고, 마법사들 사이에서 반응이 터져 나왔다.

        ​

        “이번에도 동그라미 일세.”

        ​

        “어, 얼른 질문을 해 보게! 영혼의 형태에 관한 부분부터!”

        ​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

        지금하는 것이 상당히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마법사들이 잡은 펜을 건드린 잡귀는 아무도 없었다.

        ​

        대가리 마저도 거기에 서 있지는 않았으니까.

        ​

        “참나.”

        ​

        저 강령술의 특징이 뭔지 아는가?

        ​

        장난을 치는 사람도 존재하고, 자기도 모르게 동그라미를 그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마치 그런 착각을 일으키기도한다.

        ​

        다시말하자면, 저 양반들은 아무 의미 없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는 것.

        ​

        동그라미가 쳐진 수많은 질문 리스트들도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

        “저기요, 마법사님들.”

        ​

        입을 여는 순간, 마법사들의 기세가 변했다.

        ​

        방금까지 가볍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

        “마법이군.”

        ​

        “워프인가?”

        ​

        “마탑의 술식일세.”

        ​

        마법사들의 말대로 마당 한편에 마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번쩍 – 

        ​

        빛이 뿜어지고 나타난 인원은 여섯.

        ​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한 명 끼어 있었다.

        ​

        “물 주던 사람이네?”

        ​

        “정령사들이 아닌가?”

        ​

        “저들이 이곳에는 무슨 일로?”

        ​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사람 하나.

        ​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사람 둘.

        ​

        흙 냄새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 각각 둘과 하나였다.

        ​

        고개를 휙휙 돌리던 정령사들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우르르 –

        ​

        “나는 마탑소속 상급 정령사 올리버 듀폰이다. 아니, 듀폰이오!”

        ​

        “예?”

        ​

        “저 목상이 세계수로 만들어진 것이 맞소?”

        ​

        벌떡 –

        ​

        “세계수?”

        ​

        마법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장승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시..실례가 안 된다면 물 좀 주고 가도 되겠소?”

        ​

        “….?”

        ​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 치고는 태도가 제법 정중했다.

        ​

        평민인 나를 대할 때는 어느 정도 고압적인 태도가 섞여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

        “호,혹시 하이 엘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오?”

        ​

        “그런 건 아닌데, 물은 갑자기 왜요?”

        ​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겠구려. 목상에 물을 주면 친화력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었소. 그것을 확인해 보고자 하오.”

        ​

        물을 주면 나야 좋기는 하다.

        ​

        장승이 무럭무럭 자랄텐데 해가 될 것이 없다.

        ​

        “그러세요.”

        ​

        “고맙소!”

        ​

        나의 허락에 정령사들이 바쁘게 장승을 향해 뛰어갔다.

        ​

        “하급정령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다들 소환하도록!”

        ​

        “운디네!”

        ​

        “실프!”

        ​

        “노움!”

        ​

        “셀레맨더!”

        ​

        잠깐 이상한걸 들은 것 같다.

        ​

        셀레맨더는 불의 정령 아닌가?

        ​

        “….?”

        ​

        운디네야 물을 준다고 쳐도 나머지는?

        ​

        “저기요.”

        ​

        “말씀하시오.”

        ​

        “운디네 빼고 나머지 애들은 뭘 하는 건가요? 셀레맨더는 불 아닌가요?”

        ​

        나에게 인사했던 듀폰이라는 정령사가 곤란한 듯 말을 멈췄다.

        ​

        그가 셀레맨더를 소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

        ​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설마, 장승에다 불을…?”

        ​

        “사, 살짝만 해 보겠소…”

        ​

        순간, 하루 종일 쌓였던 열불이 터져 나왔다.

        ​

        “다 나가세요.”

        ​

        “이,이보게?”

        ​

        “크리스 도령?”

        ​

        “전부 짐 챙겨서 나가요. 오늘 신당 문 닫을 거니까.”

        ​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나를 만류하려고 다가왔다.

        ​

        “조용히 있겠네. 방해되지 않도록 연구를 진행하지!”

        ​

        “저희 또한 조용히 물만 주겠습니다.”

        ​

        “사,살짝만 지져 보겠소! 세계수로 만든 것이라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오!”

        ​

        “확 출입 금지 시키기 전에 얼른 나가요! 엘프 사절단 보낼까요? 세레나!”

        ​

        내가 세레나까지 부르자 주춤주춤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

        그들이 길을 따라 물러가고, 드디어 우리 집에 평화가 찾아왔다.

        ​

        툭!

        ​

        타악 –

        ​

        조용한 와중에 들리는 소리.

        ​

        “이건 또 뭐야?”

        ​

        쳐다보지도 않았던 신당 옆에서 그 소리가 나고 있었다.

        ​

        “야.”

        ​

        “예! 크리스님!”

        ​

        “넌 거기서 뭐 하냐?”

        ​

        소리를 낸 사람은 알루어드였다.

        ​

        손에 든 도끼와 바닥에 널브러진 나무들을 보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집을 짓고 있습니다.”

        ​

        “집…?”

        ​

        “…잘곳이 없어서요.”

        ​

        알루어드는 루나의 교육과 호위를 위해 왔으니, 여기에 살아야 하는 건 맞았다.

        ​

        그런데 신당 바로 옆에 집이라니?

        ​

        무당집 옆에 교황후보가 사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

        “너도 나가.”

        ​

        “저도요?”

        ​

        “안 나가? 칼춤한번 춰?”

        ​

        “나…나가겠습니다!”

        ​

        후다닥 멀어지는 알루어드.

        ​

        나는 알루어드가 손질중이던 나무를 하나 주워들었다.

        ​

        마법사들이 쓰던 펜도 함께.

        ​

        스윽 –

        ​

        신경질적으로 나무에 글을 쓰던 나는 글자 하나를 추가했다.

        ​

        지금 상황을 보면 언제 누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

        [ 마법사, 정령사, 기사 출입 금지.]

        ​

        “하여튼 사짜들이 문제야!”

        ​

        “진짜 나갑니까?루…루나님?”

        ​

        “조!”

        ​

        “크리스님…?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합니까?”

       

       “집 지킬 애들 많아.”

       

       대가리가 머리를 시퍼렇게 들고 있는데 여기에 무슨 도둑이 들겠는가.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잠깐 출장을 와 있어서 금요일까지만 시간되는대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