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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로켓은 특유의 고음을 내며 숲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귀청을 터뜨려버릴 듯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로켓은 숲을 박살을 냈고, 땅거죽을 뒤집고 나무를 산산조각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로켓’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위력이었다.

       잘 봐주어도 수류탄 정도일까?

         

       지축을 울리고 나무를 터뜨리는 것을 보면 얼핏 요란해 보였지만, 로켓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기에는 물음표를 띄울만한 위력이었다.

         

       이는 이 로켓이 단순한 폭발력을 메인으로 삼은 게 아닌, ‘특수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터져나간 로켓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요란해 보였던 폭발은 오직 이 연기를 사방으로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듯 숲 전체를 파란색 연기로 뒤덮었고, 음산해 보였던 숲을 모조리 파란색 구름으로 덮었다.

         

       우우우우우웅-

         

       3-퀴뉴클리디닐 벤질레이트(3-Quinuclidinyl benzilate).

       보통 BZ 가스라고 불리는 제압용 가스가 섞인 구름은 잘게 진동하며 서치라이트를 먹어치웠고, 이윽고 붉은 빛은 파란색 구름에 완전히 파묻히며 빛을 잃어버렸다. 마치 연기로 이루어진 유령이라도 되는 듯 제단이 있는 곳까지 먹어치운 연기는 운해(雲海)에 파묻힌 숲을 만들 듯 허공에 그대로 부유하였고, 그것을 지켜보던 중년 남성은 물었다.

         

       “어떤 에너지인가?”

       “진동 수치로 보아…. SN-13! 양기(陽氣)입니다!”

       “그래? 그럼 냉동 유탄 준비해!”

         

       남자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은 유탄 발사기에 유탄을 쑤셔 박고 일제히 발사하기 시작했다.

       퐁, 퐁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운 유탄은 제 몸을 회전시키며 제단이 위치했던 곳을 향해 날아갔고, 이윽고 하나둘 터져나가며 속에 품고 있던 액체를 뿌려대었다.

         

       땅에 떨어진 유탄은 물풍선처럼 터져나가며 사방에 액체를 뿌려댔고, 하늘에서 터져 나온 유탄은 비를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뿌려진 액체는 닿는 모든 것들을 얼려버렸다.

       나무는 액체에 닿는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고, 땅 역시 얼음덩어리나 다름없이 변했다. 풀은 얼음조각이 되어서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으며, 피 웅덩이에 둥둥 떠다니고 있던 연꽃은 그대로 예술 작품이 되었다.

       곳곳에는 고드름이 맺혔고, 충격 때문에 흩날렸던 물은 그 형태 그대로 얼어 삐죽삐죽 솟아난 가시가 되었다.

         

       하지만 냉동 유탄을 쏟아붓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중년 남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놈의 연기는 다 좋은데 안을 관측할 수가 없어.”

         

       그는 투덜대며 허리춤에 패용했던 사브르(Sabre)를 뽑았다.

       완만하게 구부러진 검은 길쭉하게 뻗어있었는데, 손잡이에서부터 타오르는 듯한 붉은 기가 스멀스멀 올라와 검을 감쌌다. 사브르는 기름을 먹이고 불을 붙인 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천사가 들고 있다는 불꽃의 검을 생각나게 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검을 움직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을 그리며 움직이는 검은 허공에 한 줄기의 붉은 선을 그려내었고, 선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듯 쏜살같이 날아가며 제 몸과 닿는 모든 것들을 잘라버렸다.

         

       쿠우웅-!

         

       날아가는 검기(劍氣)의 경로에 있는 나무는 그대로 잘려나가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땅에 쓰러지기 무섭게 굉음을 냈다. 얼어붙은 부분은 산산조각으로 터져나가고, 얼어붙지 않은 것은 그대로 바닥에 몸을 뉘인 채 냉기에 제 몸을 차갑게 만들었다.

         

       그는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검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검이 대각선을 그렸다.

       검이 다시 횡을 그렸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대각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그리고 다시 횡으로.

         

       그렇게 허공을 난도질하듯 움직이는 검에 맞춰 흩뿌려지는 검기는 숲을 이리저리 잘라내었고, 이윽고 검을 휘둘러도 굉음이 들리지 않게 되어서야 그는 무차별적으로 검기를 뿌려대는 것을 멈추었다.

         

       “연기 거둬.”

         

       검무(劍舞)가 끝났다.

         

       명령을 들은 군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장비를 조작했고, 탱크 트럭을 닮은 차량에서 흡입장치를 가동해 숲에 자욱하게 깔린 연기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마치 강력한 청소기로 연기를 빨아들이듯 파란색 구름은 그대로 흡입장치에 빨려 들어갔고, 점차 박살이 나버린 숲의 정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드러난 숲의 풍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조금 전까지 야생동물들이 살아갔을 터전은 전쟁을 겪기라도 한 듯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나무였던 것들은 이제는 나뭇조각 혹은 얼음조각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부서지면서 날카롭게 변한 탓인지 숲에 있는 동물들의 몸뚱어리를 찌르고 꿰뚫으며 그들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놓기까지 했다.

         

       그리고.

         

       “흠.”

         

       숲을 그렇게 만든 원흉인 제단은 멀쩡했다.

       냉동 유탄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얼어붙어 있기는 했지만, 그 원형은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그 위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 둘은 온데간데없이 핏자국만 보였다.

         

       게다가 주술사 역시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애물 치우고 확인!”

         

       명령을 받자 이상한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마법사 두 명이 나섰다.

       그들은 착용하고 있는 장비에 마력을 주입해 가동하고, 집중하듯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정면을 향해 쭉 뻗었다. 그러자 기계의 힘으로 증폭된 염동력(psychokinesis)이 터져 나오며 그들의 앞에 놓인 장애물들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공으로 뜬 나뭇조각, 바위 등의 물건들은 그대로 옆으로 밀려나며 잘 닦인 길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길이 만들어지자 특수한 헬멧을 쓴 마법사가 나섰다.

       그는 헬멧을 이용해 장애물이 치워진 길목을 그대로 스캔했고, 함께 온 차량에 탑재된 AI에게 자료를 넘겨주었다.

         

       “이상 없습니다!”

         

       AI는 순식간에 스캔 자료를 분석해서 결과물을 알려주었다.

         

       “돌입!”

         

       안전하다고 판단되자 군인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그들은 주술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손에 들고 있는 장비에 힘을 잔뜩 주며 뛰었고,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이 그 장비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그들이 본 것은 농성을 준비하는 주술사의 모습도 아니고, 인질을 쥐고 협박을 하려 하는 주술사도 아니었다.

         

       지저 깊숙한 곳으로 이어진 것 같은 깊은 구멍이었다.

         

       “도망쳤군.”

         

       중년 남성은 단정 짓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옳다는 듯 옆에 선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고, 뒤의 병사에게 손짓해서 장비를 가져오게 했다.

         

       그는 장비를 건네받자마자 구멍을 향해 레이저를 쏘아 측정했다.

         

       삑-!

         

       “깊이는 수직으로 약 10m 정도입니다.”

       “깊게도 팠군. 드론으로 추적해!”

         

       중년 남성의 명령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한 명이 나서서 드론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아기 손바닥보다 작은 드론은 마력이 들어가자 소리 없이 허공을 부유했고, 마력을 불어넣은 남자의 손짓에 따라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드론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는 영상 장치에 구멍 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벽이 거칠지가 않아. 이능으로 팠군.”

       “흙을 압축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아티팩트? 그게 아니면 염동력 계열 주술을 사용하는 놈일지도 모르겠군요.”

       “영상에서 마력흔(魔力痕)이 느껴지지 않아. 아티팩트를 사용한 건 아니다.”

       “하지만 열로 흙을 녹인 흔적도 보입니다.”

       “이건 잘 모르겠군. 하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겠어.”

         

       중년 남성과 부관은 영상을 보며 분석을 했다.

         

       흙의 질감, 흙의 형태, 구멍의 모양, 크기, 이동 흔적.

         

       그 모든 것이 주술사가 사용하는 기술과 체격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분석도 오래가지 못했다.

         

       영상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한 것이다.

         

       “영체 간섭으로 인한 노이즈 현상입니다!”

       “이런 노이즈 현상이라면 악령 종류인가? 걱정하지 말게. 정교회의 신부에게 축성을 받았으니 과도한 간섭을 못 할…이런!”

         

       파직!

         

       중년 남성의 호언장담이 거슬리기라도 한 것일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영상 송출이 종료되었다.

         

       단순히 노이즈가 껴서 문제가 생기는 정도가 아닌, 드론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쑤까 불럇(сука блять).”

         

       중년 남성은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바닥에 침을 퉤 뱉더니 수류탄 하나를 꺼냈다.

         

       “귀신 똥구멍이나 빠는 돼지 새끼 같으니. 감히 비싼 드론을 망가뜨려?”

         

       그는 핀을 뽑고 구멍 안에 네이팜 수류탄을 던졌다.

         

         

         

        * * *

         

         

         

       퍼-엉!

         

       진성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에 피식 웃었다.

         

       “과거에도 막 나갔었군.”

         

       진성은 과격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자신을 잡으려 했던 저 남성을 알고 있었다.

         

       세계 3차 대전 당시 주변 국가와의 전쟁에 앞장섰던 선봉장이며, 훗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남자.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스미르노프(Ви́ктор Александрович Смирно́в).

         

       별명은 핵 샤워의 빅토르.

       동유럽 지역 절반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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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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