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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훌쩍.”

       

       

       수도 저택에 아가씨의 방.

       

       

       카일의 등쌀에 떠밀려 쫓겨날 뻔한 아가씨와 나는 로산나와 다르바브의 도움으로 쫓겨나지 않고 저택에서 자숙하고 있었다.

       

       

       울적한 아가씨는 휴지로 코를 풀면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계셨고, 나 또한 그리 좋지 못한 표정으로 아가씨에게 휴지를 건네주며 울고 있는 아가씨를 달래주고 있었다.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미안해.

       -가문을 박살 내놓고서는 어딜 얼굴을 들이미는 거냐고.

       -내가 미안해..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카일은 아가씨에게 다정했었다.

       누가 봐도 사이가 좋은 남매였고, 서로를 의지하는 끈끈한 남매였다.

       

       

       카일의 14살 때까지의 꿈이 여동생과 결혼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카일은 중증의 시스콘 기질을 가지고 있었지.

       

       

       -나는 커서 올리비아랑 결혼할 거야.

       -시스콘입니까?

       -시스콘? 그게 뭐지?

       -욕입니다.

       -…?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의 꿈을 접게 되었지만, 올리비아가 아카데미를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카일은 올리비아를 무척 아끼고 보듬어줬던 좋은 오빠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초콜릿을 나눠줄 정도였으니까.

       

       

       -올리비아 이거 먹어.

       -싫어. 다크 초콜릿은 너무 써서 별로야.

       

       

       물론, 아가씨의 어린아이 같은 입맛에 안 맞아서 매번 거절당하긴 했지만 카일은 올리비아를 그만큼 아꼈고 소중하게 대했다.

       

       

       카일은 아가씨와 항상 붙어 다니는 내게 투덜거리긴 했지만, 나에게도 초콜릿을 줄 정도로 호의적으로 대해줬었다.

       

       

       -이거 먹어라.

       -한 조각도 아니고 반 조각을 주는 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주는 것도 영광으로 알아라. 평민.

       -안 받는 것을 영광으로 아십쇼. 귀족.

       -이이익!!!

       

       

       하지만 그런 중증의 여동생 바라기도 흑마법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었지.

       

       

       2년 전.

       

       

       아가씨가 흑마법으로 인해 기절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카일에게 멱살을 잡혔었다.

       

       

       -왜… 신경 쓰지 못했어. 네가 조금만 더 올리비아에게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 죄송하면 모든 일이 끝나? 이 일 때문에 가문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는데. 죄송하단 말 한마디로 이 일이 끝나냐고.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아가씨를 끔찍하게 아끼던 카일에게 멱살을 잡힌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가씨의 흑마법을 막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심란했었는데, 옆에서 욕을 하면 기분이 더 안 좋았거든.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었다. 몸도 마음도 말이지.

       

       

       그런 카일은 오늘 올리비아를 향해 나가라고 했다.

       

       

       피로에 찌들어 홧김에 말한 것일 수 있겠지만, 카일의 분노 가득한 눈동자에서 나는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매번 자상하게 올리비아를 챙겨주던 카일이 아니라 출가외인을 바라보는 듯한 눈의 카일.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던 오빠의 모습만 보던 아가씨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겠지.

       

       

       그래서 지금, 아가씨는 울고 계신 거고, 우린 가주님의 생일을 챙기고 빠르게 저택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가씨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리카르도…. 내가 많이 잘못한 거 아는데. 너무 속상해.”

       

       

       아가씨는 울컥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콧물에 젖은 휴지는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였고 아가씨의 눈에서는 서글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도 아는데. 내가 가문하고 오빠한테 민폐를 끼친 거 나도 아는데….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안 멈춰.”

       

       

       똑같은 말은 뱉는 아가씨.

       

       

       서글픈 목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이것 또한 아가씨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기에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에서 자리를 지켜줄 뿐이었다.

       

       

       아가씨를 도와주고 싶지만, 이런 건 소설에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외적인 부분. 싸우는 거나, 돈을 버는 것 그리고 아가씨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끼어들 수가 없었고.

       아가씨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나는 말 없이 아가씨의 코에 휴지를 가져다 대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킁!”

       

       

       아가씨는 코를 풀고는 다시 서글픈 얼굴을 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묻었다.

       

       

       “히끕… 끕.. 속상해.”

       

       

       나는 그런 아가씨를 힐끗거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처량하게 떨리는 아가씨의 어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아가씨. 카일님이 밉습니까?”

       “왜…?”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힌 아가씨의 시선은 나를 향해있었다. 나는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아가씨에게 답했다.

       

       

       “딱밤이나 한 대 때리고 오려고요.”

       “리카르도는 오빠랑 안 친하잖아.”

       “어쩌겠습니까. 아가씨가 밉다고 하는데 맞아야죠.”

       “그러면 안 돼. 리카르도 쫓겨나.”

       “안 할 겁니다.”

       

       

       아가씨는 황당한 눈으로 나를 봤다. 뭔 저런 놈이 있냐는 감정을 담은 눈빛에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아가씨. 카일님이 밉나요?”

       

       

       아가씨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안 미워.”

       “잘 알고 계시네요.”

       “내가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야.”

       “오. 웬일이 십니까. 아가씨라면 당장이라도 카일님한테 찾아가서 깽판을 부릴 줄 알았는데 말이죠.”

       “나 미친년 아니야.”

       “장난입니다.”

       

       

       퉁명스러운 장난에 아가씨의 울음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떨리는 어깨도 흐르던 콧물도 잦아들어 울상인 표정을 지워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가씨를 향해 주제넘은 생각을 말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둘이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기도 했으니까.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봤다.

       

       

       “아가씨. 카일님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사과하는 건 어떨까요?”

       “미안하다고 말했어. 근데 오빠가 싫다고 하잖아.”

       

       

       겨우 멈춰놨던 아가씨의 울음이 또다시 터지려고 하자, 나는 뜸 들이지 않고 주제넘은 생각을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요. 그럴싸한 사과를 말입니다. 방에 찾아가서 많이 힘들었지. 그동안 미안했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낯뜨거운 이야기에 머쓱해진 나는 멋쩍은 정수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이야기를 했다.

       

       

       “저희가 가진 것도 없고, 잘한 것도 없어서 선물은 준비하지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까. 물론 무릎을 꿇는 건 하지 않고요.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리카르도 무릎 엄청 무거워.”

       “제 무릎은 단가가 비쌉니다. 밀린 월급을 주시면 한번 꿇어드리죠.”

       “나 돈 없는데.”

       “그럼 평생 못 꿇리겠네요.”

       “…”

       

       

       나는 카일의 행동에 대해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하는 행동이 내가 예상한 행동이고 그가 하는 말이 우리가 들어야 하는 원망이었으니까.

       

       

       가문을 망하게 했다라.

       

       

       나였어도 카일처럼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심하게 말했겠지. 나가라는 말만 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 카일의 행동에 그가 보살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아가씨에게 조심스럽게 주제넘은 생각을 말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단지, 지금 만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담아 아가씨에게 말했고, 아가씨는 조금은 망설이더니 속에 품은 의문을 내게 이야기했다.

       

       

       “나…. 사과할 줄 몰라.”

       “저번에 제 손을 보셨을 때는 잘만 하시던 데요.”

       “그건 리카르도가 나쁜 거야. 거짓말해서 속상했으니까….”

       “이것도 그때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달라. 나는 오빠한테 사과해 본 적 없어. 그리고 리카르도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사과해 본 적이 없어.”

       

       

       아가씨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라는 것과 제일로 거리가 먼 사람. 그게 바로 아가씨니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사과해서 오빠가 더 화나면 어떡해. 오히려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잖아.”

       “카일님께서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겁니다. 아가씨.”

       “그건 아는데. 그냥… 내가 사과를 어설프게 하면… 오빠가 더 싫어할 것 같으니까.”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푸석한 머리에 손을 올리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아가씨의 푸석한 하얀 머리카락이 푹신하게 느껴져 오랫동안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카일님은요. 아가씨를 무척 아끼고 계십니다. 어쩌면 지금 방에서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야. 오빠는 나를 엄청나게 싫어한단 말이야. 아까도 그랬잖아… 나가라고.”

       “그래서 내쫓았나요?”

       “아니…”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아가씨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였으면 당장 나가라고 할 거 같은데.”

       “오… 드디어 공감하는 법을 배우셨군요. 조금 놀랐는데요.”

       “당연하지.”

       

       

       아가씨는 우울한 표정으로 어깨를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성장했다는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자랑하는 아가씨. 나는 다른 의미에서 폭풍 성장한 아가씨의 가슴은 보고 감탄을 뱉었다.

       

       

       “대단하시군요.”

       “웅.”

       “아직도 성장을…”

       “응?”

       “아닙니다.”

       

       

       맹한 표정으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운 아가씨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지만 나는 별일 아닌 것처럼 아가씨를 속였다.

       

       

       “아가씨.”

       “응?”

       “제가 팔이 다친 걸 아셨을 때, 아가씨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나는…”

       

       

       손가락을 모으고 꼼지락거리는 아가씨는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방안을 울리며 말했다.

       

       

       “엄청 화났어. 리카르도가 다쳤으니까.”

       “그렇죠? 저는 카일님께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가씨가 그랬던 것처럼 카일님도 아가씨가 다쳐서 엄청 화가 났을 거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생각해요.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죠.”

       “…아니면 어떡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부스스하게 올라온 아가씨의 머리카락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또 사과하고 안 받아주면 또 사과하고. 그러면 언젠가는 받아주는 날이 오겠죠.”

       “그치만…”

       

       

       나는 아가씨의 시무룩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울고 있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가 웃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아가씨. 앞으로 카일님을 안 볼 건가에요?”

       “아니… 계속 보고 싶어.”

       “가주님하고 로산나님은요.”

       “계속 보고 싶어.”

       “그럼…”

       

       

       나는 고개를 들고 아가씨에게 말했다.

       

       

       “한번 시원하게 사과하고 오세요. 까이면 제가 카일님 이마에 딱밤 한 대 때리고 올 테니까요.”

       “…오빠는 리카르도를 싫어하는데.”

       “저도 싫어합니다.”

       “…”

       

       

       잠깐의 침묵이 끝나고.

       

       

       아가씨는 카일의 방을 향해 휠체어의 바퀴를 굴렸다.

       

       

       “다녀올게.”

       

       

       그리고 카일의 방에서.

       

       

       -흐어엉…! 오빠 미안해!

       

       

       아가씨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오타는 내일 10시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닷…!

    원래는 3화 정도 생각했던 에피소드 입니다만!
    아무래도 고구마 파트는 피하고 싶어서 빠르게 풀었습니닷!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닷!

    [후원 감사]

    kimdoyunniming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닷!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한 후원이란 말씀해주셨는데! 이 요정 절대로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닷!
    항상 찾아와주시는 것으로도 요정은 행복하니 말이죠!
    독자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우주의 산물! 겔럭시 카메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무슨 말을 해야될지… 감동의 눈물을..
    매번 긴장하면서 올리는 회차들 독자님들의 관심 덕분에 힘낼 수 있습니다!
    항상 발전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비가 오는 하루 젖지 않게 만들어주는 요정! 접이식 우산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후루루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곰탕이의 근황이 궁금하시군요! 곰탕이는 지금 수도의 애견 호텔에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성체가 아니라서 말이죠. 리카르도가 호텔비를 내면서 엄청 욕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곰탕이는 애견 호텔에서 세게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답니다!

    -고오오옴!

    독자님에게 하루가 즐거워지는 마법의 요정! 소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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