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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89화. 뒷정리 ( 1 )

       

       

       

       

       

       너글의 무자비한 공격들이 한스를 향해 쏟아진다. ‘태양처럼 강인한 육체’로 면역 효과를 받고, ‘끓어오르는 피’로 공격력 버프를 받고 있는 한스.

       

       체력이나 방어력 관련해서는 일부러 버프를 주지 않았다. 한스에게는 지금 전투의 지속력, 즉 끈기나 정신력이라고 부를 만한 스텟에 추가적인 버프가 들어가고 있기 때문.

       

       ‘용기의 룬’과 ‘한스와 데이지’ 이벤트 등의 효과로 전장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거기에 빈사 상태에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이 모든 요소들을 극대화할 방법은 낮아진 체력에 비례한 공격력 상승. 즉 ‘끓어오르는 피’가 이번 레이드의 핵심 스킬이다.

       

       

       “으ㅡ 진짜 미치겠네.”

       

       

       버프를 주고 나니, 한스의 피가 보일락말락 할 정도로 간당간당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더 이상 욕심부리다가는 한스가 죽을지도 모른다.

       

       

       – “크으읏!!”

       

       – “■■■-!!! ■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광폭화 패턴이라도 있는지, 너글이 잔뜩 흥분하여 미친 듯이 꾸물거리는 게 보인다. 너글이 공격하기 전에 재빨리 한스에게 마지막 스킬을 사용한다.

       

       

       《꺾이지 않는 일격! 캐릭터에게 성(聖) 속성을 부여합니다. 캐릭터가 잃은 체력에 비례한 고정 데미지를 입힙니다.》

       

       

       ㅡ 촤아앗

       

       

       눈부신 이팩트가 한스의 검에 내려앉는다. 잃은 체력에 비례한 고정데미지를 주는 이 스킬이 제일 비쌌다. 그리고 빈사 상태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는 한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킬이다.

       

       

       – “■■■■■!!! 감히 내 앞에서 그딴 힘을 보이느냐!!”

       

       “오…”

       

       

       악마라는 설정이 있어서 그런가, 성 속성을 인챈트하니 이벤트 느낌이 짙은 대사를 말하는 너글. 이런 사소한 이스터에그에도 유저는 감동하는 법.

       

       개발자들이 제법 센스가 좋다.

       

       

       “제발, 제발 한스야 제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이제는 정말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 “■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너글의 공격. 화면 너머로 보기에도 그 기세와 위력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용기의 룬’ 버프를 받고 있는 한스라도, 저 공격들에 맞으면 버티지 못할 터.

       

       손이 다시금 상점을 누르려 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어…?”

       

       

       쳐낸다.

       피하고, 막아내고 흘려낸다. 

       

       날아오는 꼬리를 부수고, 발톱을 튕겨내고, 꾸물거리는 송곳니를 피한다.

       

       그야말로 신들린 회피율을 보여주며 점차 너글에게 다가가는 한스.

       

       보는 내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버그인가?

       

       

       “미친!!”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지른다. 한밤중이지만 지금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한스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세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바로 코앞까지 가까워진 한스.

       

       눈부시게 빛나는 검을 치켜들더니ㅡ

       

       

       – “끄흐아아악!!! 아아아아악!!!!”

       

       “나이쓰으ㅡ!!”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너글의 그 많은 체력이 단 한 방.

       단 한 방에 사라졌다.

       

       온갖 버프와 트루딜, 잃은 체력 비례 버프 등이 떡칠된 한 방으로 보스를 잡은 것이다.

       

       몸 깊은 곳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머리카락의 끝이 삐죽 솟는 듯했다. 오늘 밤에 잠자기는 글렀다. 이 기분으로 어떻게 잘 수가 있겠는가.

       

       

       “와ㅡ 진짜 미쳤다. 진짜, 와… 아니,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냐.”

       

       

       보스 토벌 문구를 본 이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흥분.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왔다.

       

       제일 좋아하는 호가든 맥주다. 치익하고 탄산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재빨리 맥주를 마신다.

       

       

       “후우ㅡ”

       

       

       시원한 맥주가 들어가자 그제야 좀 가라앉는 흥분. 보스 토벌 문구는 나타났지만, 스테이지 클리어 문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디펜스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디펜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화면을 옮긴다. 설마 그사이에 기지가 망한 건 아닐까 약간 초조함이 몰려온다.

       

       한스가 미친 듯이 캐리해서 혼자 보스도 잡았는데, 디펜스에 실패해서 진다면… 그렇게 억울한 일도 없다.

       

       

       ㅡ 차앙! 챙!

       

       – “공녀님! 그쪽으로 또 갑니다!”

       

       

       다행히 성벽은 아직 굳건하게 잘 버티고 있었다. 천지 스톰 떨군 게 제법 효과가 좋았는지, 나름 버틸만해 보이는 모습.

       

       

       “남은 시간이…”

       

       

       슬쩍 남은 시간을 보자, 어느덧 클리어 시간인 동틀 무렵에 가까워진 시계. 아마 이대로만 있으면 무난하게 막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 “물러나!! 모두 뒤로 물러나라!!”

       

       – “부상자는 뒤로!! 싸울 수 있는 녀석은 앞으로 와!! 넌 이리 와! 고향에 네 딸을 생각해!”

       

       – “아니야… 나, 나는 아직 싸울 수 있어…”

       

       – “이 전투에서 살아남는다면, 나는 고향의 그녀에게 청혼할꺼야.”

       

       – “신을… 위하여!”

       

       

       디펜스하는 주민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다. 진짜 전쟁터에서 생사를 앞에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 같은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남은 디펜스 전용 스킬을 확인한다. 주변 아군들에게 공격력과 체력을 올려주는 버프 스킬이다.

       

       

       “음…”

       

       

       잠깐 고민한다. 주민들의 더빙이 너무 잘 된 탓일까? 아니면 새벽에 술을 마셔서 약간 알딸딸한 탓일까.

       

       주민들의 치열하고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쩐지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어쩌면 게임에 너무 과몰입한 걸지도 모른다. 

       캐릭터도 아니고 고작 주민들인데.

       

       그래도 고작 주민들이지만,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이왕 하는 게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맘 편하고 즐겁지 않겠는가.

       

       

       “에이씨,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 눈여겨봤던 디펜스 전용 스킬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아 곧장 결제한다.

       

       곧바로 울리는 핸드폰.

       

       

       ㅡ 우웅!

       

       [WEB발신] 카드 9,900원 일시불 승인. 

       

       

       겨우 만원밖에 안 한다. 요즘 만 원이면 치킨도 못 사 먹는다. 

       

       쿨하게 땅에다가 버린 셈 쳤다. 

       

       

       “과몰입한 내가 흑우다, 흑우.”

       

       

       캐릭터도 아니고, 고작 주민들 더빙이 잘되서 만원을 태워? 작게 자조의 한숨을 내쉬면서 새로 산 디펜스 전용 스킬을 사용했다.

       

       

       《찬란한 영광의 기마대! 신앙심을 소모합니다. 소모한 신앙심의 양에 비례해 전사들을 소환합니다. 전사들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을 것입니다. 이제 적들에게는 오직 죽음뿐입니다.》

       

       

       낭만 레이더가 날카롭게 반응한 스킬 중 하나다. 스킬을 사용하자, 소모할 신앙심을 묻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더 물어볼 게 있나 싶다.

       

       

       “몽땅 꼬라박아!!”

       

       

       

       

       

              * * * *

       

       

       

       

       

       “오, 오오…”

       

       

       다그닥 다그닥하고 말발굽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하늘을 밟으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 전사들. 그들의 눈에는 눈부신 휘광이 흘렀고, 그 자태와 기세는 인간을 뛰어넘은 전사임을 알게 했다.

       

       

       “이 소리는…”

       

       

       어디선가 낮고 크게 울리는 뿔나팔의 소리가 들려온다. 

       

       전쟁,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뿔나팔의 소리다. 케니스가 멍하니 서 있자, 전사들의 선두에서 누군가 천천히 말을 몰아 케니스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떡 벌어지는 케니스의 입. 두 눈에서 휘광이 흘러 잠시 못 알아봤다.

       

       역대 가장 많은 악마를 사냥했고 약자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보호한 의인. 그 최후에는 300명의 악마와 홀로 맞서 싸우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다는 팔라딘의 전설. 우서리우스 팔라딘.

       

       

       “신의 은총을 받는 용사님에게 영광을.”

       

       

       말 위에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우서리우스. 케니스는 황송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꾸벅 허리를 숙였다.

       

       

       “마, 마마만나뵙게 되어!! 영광!! 영광입디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작게 혀도 깨물었다. 우서리우스는 가볍게 웃으며 케니스의 곁에 있는 깃창을 뽑아 들었다.

       

       

       “이제 저희들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네…?”

       

       

       우서리우스는 거대한 황금빛 깃창을 높이 치켜올렸다.

       

       바람에 따라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 황금빛 자수에 가득 스며든 신비가 은은하게 흘러내렸다.

       

       

       이히히힝ㅡ!

       

       

       우서리우스의 말이 힘차게 울었다. 우서리우스는 깃창을 들고 크게 외쳤다.

       

       

       “제군들ㅡ! 우리가 누구인가!!”

       

       “영광의 기마대!!”

       

       “저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시체들ㅡ!!”

       

       “그래, 내 눈에는 시체밖에 보이지 않는다!! 위대한 전쟁의 시간이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승리의 시간이다!!”

       

       

       우서리우스의 목소리는 천지를 울리며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기가 약한 사람은 가볍게 실신하기에 이르렀다.

       

       

       “달려라! 거침없이 달려서 저들을 짓밟고 부숴버려라!! 신의 이름 앞에 사악하고 삿된 것들은 한 줌의 핏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신의 검이요, 지상에 도래한 신벌의 대행자일지니!!!”

       

        

       우서리우스는 깃창을 크게 펄럭였다. 그에 맞춰 요동치는 전사들의 공기. 흡사 아지랑이라도 이는 듯,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저들에게 죽음을!!!”

       

       “”죽음을!!””

       

       

       어디선가 다시 낮고 우렁찬 뿔나팔의 소리가 들려온다.

       

       케니스는 직감했다.

       전쟁이다. 전쟁의 시작이고, 적들의 끝을 알리는 소리다.

       

       이윽고, 우서리우스의 말이 서서히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것처럼 느리게 달리다가, 조금 빨라진다. 경보 수준에서 더욱 빨라진다.

       

       제법 빠르게 달리다가, 더욱 빨라져서 바람처럼 내달렸다.

       

       

       “동이 트기 전에, 적을 궤멸시켜라!!”

       

       

       바람처럼 달려나간 우서리우스. 그 뒤를 따라 무수한 수의 전사들이 뛰쳐나갔다. 그들 하나하나가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요, 호걸이고, 둘도 없을 전사들이었다.

       

       이윽고 그들은 바람처럼 달려가서 날카로운 창이 되었고, 마수떼와 부딫혔다. 

       

       …아니, 부딫히지 않았다.

       

       

       “세상에…”

       

       

       짓밟고, 터뜨리고, 꿰뚫고 베어낸다.

       

       하늘에서 내려온 군마는 멈추지 않는 돌덩이 같은 근육으로 마수들을 짓밟아 한 줌 피떡으로 만들어버렸고, 전사들의 날카로운 무기에 스치기만하면 두 동강이 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의 현장.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며 까만 바다의 마수떼를 가로지르는 영광의 기마대. 그들은 한 자루의 창과도 같았다. 거침없이 달리고 또 달리며, 삿된 것들을 깨부순다.

       

       그들이 바람처럼 마수떼를 휘졋자, 마수들의 수가 처참할 정도로 줄어있었다. 그렇게 기마대는 맹수와도 같은 기세로 마수떼를 도륙했다.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찾아올 무렵까지.

       

       

       “이 영광을, 신께 바쳐라!!”

       

       

       늠름하게 되돌아오는 영광의 기마대 뒤로, 어둠을 가르는 햇빛이 내리쬐었다. 우서리우스가 들고 있는 깃발은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처음 그 모습 그대로 펄럭이며 위용을 과시했다.

       

       

       “…다ㅡ”

       

       “네?”

       

       

       케니스는 프리가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되물었다.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기마대를 바라보는 프리가.

       

       

       “멋있다…”

       

       

       두 눈에 힘이 풀리고, 입이 헤하니 벌어졌다. 두 볼에 살짝 홍조까지 들어섰다. 케니스는 프리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보니, 그 끝에는…

       

       

       우서리우스의 말이 있었다.

       

       

        “공녀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비키니 아머??!! 갈!!!!!!! 그런 나약한 방어력으로는 악마와 마수들을 찢어발길 수 없다 이 말입니다!!!! 꾸짖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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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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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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