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89

       

        

        

        

        

       -[알림 : 사용자의 수면을 감지. 현재 VR 수면 시간 – 4시간 37분 23초.]

        

       -[알림 : 가상현실에서의 수면은 생체리듬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으….”

        

         

        

        지금이 몇 시야.

        

        VR 수면 특유의 어지러움이 빠르게 가라앉자 주변을 어지럽게 부유하던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실의 시간은 오후 열 시를 향해가는 중이었다. 잠시만 쉰다는 것이 그만 한참을 자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졸음이 쏟아졌지만, 간신히 목에 매어둔 초커형 차단기를 빼어 VR에서부터 빠져나왔다. 3배의 시간가속은 취침 시간의 개념을 엉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차가운 물은 졸음을 어느 정도 흩어버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결 정신이 돌아오자 잊고 있었던 사실들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다행히도 크게 할 건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전부 끝내지 못한 채 집에 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껏 알바를 하고 와서 저녁식사를 한 뒤, 이제 좀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겠다 싶은 찰나에 스르륵 잠을 들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유진 생방송도 놓쳐버렸다.

        

        

        

       “이걸 놓치네.”

        

        

        

        아쉬움이 퐁퐁 샘솟는다.

        

        팬스페이스 편집을 반쯤 취미로 하고 있는 만큼 그녀의 방송을 직접 보는 것은 편집점을 잡는 기본이기도 했다. 방송 상으로 재미있는 부분 이외에도 채팅창 등을 살펴야만 했기에.

        

        아무래도 뒤늦게 올라온 영상들을 보는 건 현장감이 덜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재미있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못해먹을 건 아니긴 했다.

        

        뒤늦게 방송을 들어가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꺼져있었다. 오늘은 방종이 좀 빠른가보다. VR 기준으로 방송 시간이 대략 8시간이 안 되는 걸 보면, 현실 기준으로는 대략 2~3시간만 하다 끈 거겠지.

        

        

        잠은 조금 깼다. 게다가 지금 잠들면 아무리 늦어도 새벽 세네 시에는 더 이상 졸리지도 않을 것이었다. 알람은 오전 8시에나 맞춰져있었기에 지금은 얌전히 깨있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었다.

        

        침대에 드러눕는 대신 의자에 앉았다. 홀로그램이 전면으로 펼쳐지며 맞춤형으로 UI가 배분된 개인 바탕화면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의외로 유어스페이스 알람이었다.

        

        혹시라도 편집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오타가 난 곳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재미있다는 반응도 확인하고, 질문도 받아주고….

        

        말 그대로 팬심으로 운영하는 것이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보람이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늘 방송으로 혹시나 유어스페이스 이야기가 거론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정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이력서를 작성해야겠다.

        

        

        

       -달카닥.

        

        

        

        키보드 버튼이 눌리는 소리와 함께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며, 문장은 문단이 된다. 아직 기업이나 공단 등에 이력서를 내고 다닐 때는 아니었기에 살짝 미숙하긴 했다.

        

        그래서일까. 사실은 더욱 편집자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알바도 그다지 재밌진 않았고, 유진이 핵 해명을 불식시키기 위해 방송을 켜기 전부터, 하모니와 함께 다크 존을 누빌 때부터 – 삶의 의욕이 생겼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남들이 처음 유진 방송을 기웃거리며 흥미를 내비칠 때 그녀의 클립을 모았고, 다른 프리랜서들이 이 사람은 유어스페이스는 안 하나? 하고 생각할 때부터 팬슾을 시작했다.

        

        팬심이라고는 해도, 그것이 보답받지 못하면 암울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동안은 혹여나 정식으로 편집자를 모집하지 않을까 하고 컨택을 아꼈지만,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억눌렸던 것이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기라도 한 걸까.

        

        그러한 상념과 함께, 이력서와 자소서, 포트폴리오가 담긴 파일 하나가 한 시간만에 완성되었다.

        

        

        그것을 고이 모셔두고 난 뒤, 유진 채널의 프로필란으로 들어갔다. 십수 개의 영어 글자로 이뤄진 그녀의 이메일. 그동안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시도해볼 때였다.

        

        마우스로 그 부분을 긁는다. 파랗게 변함과 동시에 컨트롤과 C를 함께 눌러 복사. 이 이후는 간단했다. 창을 하나 더 켠다. 그 후 메시지 칸에 들어가서 보내면 끝이었다.

        

        메일 칸에는 최근 팬스페이스를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몇 개씩 메시지가 오고 있어 그리 적적하지는 않았다. 가끔 영상 잘 보았다며 기프티콘이라도 받으면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과연 뭐가 있을까. 그리 생각하며, 메일 작성으로 들어간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익숙한 이름이 보이기 전까지는.

        

        

        

       -[유진 : (제목 없음)

        

        [내용 : 반갑습니다. 방송을 보고 계셨었더라면 답변을 많이 기다리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트리밍 와중엔 보는 눈들이 많아 제 의사가 곡해될 가능성이 있어 부득이하게 늦게 연락드렸습니다.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방송을 종료하고 난 다음, 해당 유어스페이스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들을 전부 확인해보았습니다. 전부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다름이 아니라, 스케줄이 괜찮으시다면 실제 편집자로서 활동해주실 수 있는지에 대해 여쭤보려 합니다.

        

        기존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던 많은 분들의 제안도 받아보았지만, 개인적인 지론에 의하면 제 방송을 즐겨보고, 팬스페이스 활동을 할 정도의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현재 유어스페이스 – 유진 계정이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따라서 달마다 몇 개의 편집 영상을 올릴지와 같은 부분에 대한 협상이 끝나야 정확한 월급 계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관련 지식이 없어, 기본적인 월급은 최소 200 이상부터 시작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메일로 물어봐주시면 됩니다만, 메일이 많아서 바로 답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편하실 때 답장해주세요 XD

        

        항상 방송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번째로 눈을 의심하고,

        

        두 번째로, 의자에서 솟아오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됐어! 됐다고오오으아악-!”

        

        

        

       ───빠각!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가 유진 편집자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 의자를 망가뜨리는 것이었다.

        

        

        

        

        

        

        

        

        

        

        

        

        

        

       “팬스페이스 편집자라, 그래도 괜찮은 선택이네요.”

        

       “그런가요?”

        

       “편집자가 방송을 깊게 이해하면 결과물도 괜찮은 게 나오니까요.”

        

        

        

        듣고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편집자가 자신이 편집하는 스트리머의 강점과 약점, 자잘한 특징들과 주요 웃음 포인트들을 잘 이해하고 살려야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테니.

        

        편집자로 지원하겠다는 수많은 메일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일일히 읽어보고 난 후 느낀 점은 – 내가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단 점을 이용해 은근슬쩍 꼼수를 부리려는 이들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실력 미달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옥석도 적잖아 있었다는 소리였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한 팬스페이스 편집자는 검증된 인사나 다름없었다. 그 계정 자체가 거대한 포트폴리오 같은 거였기에.

        

        예선 랭크와 임시 코치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좀 더 빨리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인 하모니가 왼쪽 손목에 달린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군용 시계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의 연장선상으로는 – 당연하게도 온 몸을 치렁치렁 덮는 수많은 개인장구류들과 두 정의 총기. 하나는 총구를 하늘로 한 채 가방에 붙어있었고, 다른 한 정은 들고 있었다.

        

        PVE를 하는 건 또 상당히 오랜만이다. 착각이라기보단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사실 아무리 길어도 주 단위를 넘어가진 않겠지만, 스케줄의 밀도가 상당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긴 하네.

        

        

        주변은 지난 번처럼 여전히 눈이 오고 있었다.

        

        날씨는 거무죽죽했고, 죽어버린 도시는 을씨년스러웠으며, 곳곳에는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버려져있었다. 자동차와 널브러진 쓰레기통과 쓰레기. 한 번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채 두텁게 언 눈과 그 사이의 시체들.

        

        나로서는 상당히 씁쓸한 광경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지역을 누비고 다녔었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광경에는 그다지 차이는 없었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그동안 미뤄뒀던 메인 미션들을 밀 시간이었다.

        

        

        근 몇 년간 그 아무도 앉지 않았던 것만 같던 의자에 앉아있던 하모니가 일어섬과 동시에, 나 역시도 몸을 일으켰다. 정면에는 거대하고 긴 호수와 인접한 건물들이 있었다.

        

        조금 시선을 앞으로 돌려보면, 그곳에는 미션의 시작을 알리는 글자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이번 미션의 골자는 간단하게 말해, 인근 호수에서 수륙양용 무인기들과 강습정들을 시험하려는 아르테미스 PMC들을 박살내고, 더 나아가 외국에 기술력을 팔아먹으려는 이들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내 기억 상으로는 실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장 이카루스가 한 번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게 실패해서 적성국들이 미 본토를 침략하는 단계까지 왔었으니까.

        

        물론 내가 실패했던 건 아니었다. 당시에는 십수 개의 태스크포스가 운용되고 있었으니까. 나는 태스크포스 대거Dagger였고, 그 작전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건 태스크포스 엘리시움이었다.

        

        여하간.

        

        

        

       “지난 번에 제가 아르테미스에 대해 말했던 내용들은 기억나나요?”

        

       “앗, 하나도 안 나는데.”

        

       “사실 별로 기대 안 했어요.”

        

       “우이씽….”

        

        

        

        작게 툴툴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쩌겠어. 달달달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하는 정보도 아닌 것을.

        

        짧게 몸을 푼 하모니가 방송을 ON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방송 시작 시간이야 언제나 동일했으나, 오늘은 스타트가 좀 달랐다. 들어오자마자 느닷없이 다크 존이 켜져있는 걸 본 이들이 놀라는 건 당연지사였다.

        

        방제는 [선생님과하루종일메인미션미는날]이었다.

        

        

        

       -오 뭐야

       -하하 유하!!!!!!!!!

       -오늘도 안정적인 닼존합방 너무달달하구요ㅋㅋㅋㅋ

       -수중미션이다 수중미션!!!

       -뭐지? 아나콘다 수영법을 보여주겠다는 뜻인가???????

        

        

        

       “아아,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제대로 그동안 밀린 미션들을 좀 몽땅 밀어보려고 해요. 아마 최소한 열 개 정도는 하지 않을까요?”

        

       “다들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시작의리치맨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스토리 밀고 계셔요? 예선랭크도 하고 미션도 돌고 체력이 무한이여 ㅋㅋㅋ

        

       “시작의리치맨 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본선 진출 조건 중에서 메인 진행률 100% 달성이 있는 걸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시나 발목이 잡히면 안 되기 때문에, 겸사겸사 밀게 됐네요.”

        

       “아니, 그건 저한테 말 안 해주셨잖아요, 선생님!”

        

       “직접 말하면 너무 설레발 같아서요.”

        

        

        

       -(당당)

       -뭐지? KSM이랑 아시아 예선전을 개박살내겠다는 뜻인가?

       -예선랭크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본선을 바라보네ㅋㅋ

       -저 밑도끝도없는 자신감…그저 두 렵 다 !

       -집어치우고 아나콘다식 수영법이나 보여주십쇼 유진씨

        

        

        

        음.

        

        그냥 별 이유 없이 미션을 밀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을 하는 게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방금 부분은 클립으로 만들지 말아달라 하긴 했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도 미지수.

        

        그냥 적들이나 패야겠다.

        

        미션에 돌입하기 전 총기와 장구류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하모니와 함께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ISO : 본격적으로 아르테미스의 개짓거리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군. 대강의 골자는 이제 파악했을테니, 더 이상의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지.]

        

       -[ISO : 좌표를 보내주겠다. 거기서 위성 사진을 통한 적들의 현황과 수중 침투 장비, 그 외의 여러 것들을 수령할 수 있을 거다.]

        

       -[ISO : 기상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 호수 바닥에서 저체온증으로 얼어죽지 않으려면 발열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해두는 게 좋을 거야.]

        

        

        

       “오. 유진 씨, 엄청 춥대요!”

        

       “…왜 맨날 춥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를 보는 거예요?”

        

       “히히.”

        

        

        

       -뚠 뚠 콘 다 !

       -유진 전용 맞춤 수중침투복(미쉐린에서 제작함)

       -아몰라빨리뚱뚱하게껴입은돼지콘다보여줘빼애액!!!!!!!

       -몸에착달라붙는스키니슈트유진vs뚠뚠한쿰척유진

       -당연히 돼지콘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무래도 나는 그때 생존모드를 하면 안 됐었나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은 뚠뚠이야

    추우면 암것도 못해!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