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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 ***

       

       

       낭인들에게 순위전은 꽤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내 앞에 대령되는 자동 매칭과 별개로 자기들끼리도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흑묘에게 도전하는 자들부터 시작해서 이래저래 비무 열풍이 불었다. 

       

       이 낭인객잔에서 자신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주제였고 그 궁금증은 기회가 없어 억눌려 있다가 순위전으로 인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순위라는 것이 주는 마성이 있겠지. 바깥에서 명성을 쌓을 수 없고 상대가 약하건 강하건 허구언날 패배만 해 줘야 하는 사천낭인에게 있어 정당하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고 싶은 욕망이 잠재되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정립된 사천낭인의 순위는 이러했다. 

       

       —————-

       1. 흑묘

       2. 자소경

       3. 영지후열

       ….

       11. 호천안 

       …

       13. 여진상 

       …

       28. 정삼

       —————-

       

       정삼은 비무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도 꼴등이었다. 낭인들이 다들 순위전에 진심이 되면서 각종 규칙들이 생기고 있었는데 그 규정에 따르면 아마 내일이나 며칠 뒤면 정삼도 최하위를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본래 꼴등일 실력은 아니니 알아서 올라오겠지. 

       

       순위전 때문에 낭인객잔에서는 때아닌 수련 열풍이 불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연무장에서 파공음이 들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낭인들조차 열정조차도 무산시킬 존재가 찾아왔으니. 

       

       그건 바로 숨만 쉬어도 힘든 미친 더위였다. 

         

       “으아악!”

         

       “으어어억!”

         

       아침수련을 시도하다가 객잔으로 도망쳐 들어온 낭인들은 마치 강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나는 이 더위 속에서 격렬한 수련을 했으니 뻔한 결과였다. 무인이 아니면 탈수증으로 앓아 누웠을지 모른다. 

         

       “후우…어쩜 이리 덥나.”

         

       “관에서 말하길 올해가 64년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더위라는구만…”

         

       “음. 작년에도 그 말을 들어 본 것 같기는 한데 정말 덥군.”

         

       나 역시 이 더운 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소면을 먹는 것은 진짜 아니다 싶어서 밀가루 빵을 우걱 우걱 씹어 넘기고 있을 때였다.

         

       “듣기로는 민장강(崏長江)이 바닥을 드러냈다지? 그 덕에 배가 뜨질 못해 물건이 묶여 있다는군.”

         

       “허어. 정말로 기록적인 더위인 모양일세.”

         

       “허허. 더위라니보다는 가뭄이라는 표현이 걸맞지 않겠는가?”

         

       이거 그건가? 올해가…내가 지금 이곳에 들어온지 8년째니까..그래 지금 이 이벤트 시기였군.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낭인들이 떠들어 대는 잡담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군 그래.

         

       요새 나는 정말 하루 종일 무공 수련에 빠져 있었다. 새벽에는 능력치 단련과 함께 순위전. 낮에는 의뢰를 하면서 실전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 실전 경험을 복기하고 저녁에는 그 보완책을 마련한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운기한 뒤 일어나면 새벽.

         

       사실 이류때까지만 해도 수련이라는 건 재미 없는 일이었다. 이류의 경지라고는 해도 운기를 제외하고 나면 현대에서 운동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냥 신체로 검을 휘두르고 근육을 키우고 몸에 반응을 새기고…

         

       난 무협게임을 하는 겜돌이었지 헬창이 아니었다고. 운기를 제외하고는 현실에서 하는 몸 단련이나 무술 수련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니…시스템 창에서 능력치가 오르는 것 외에는 수련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일류에 오르고 나니 이게 또 달랐다. 기의 분배와 집중. 고작해야 이 정도 선택지가 섞였을 뿐인데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이 무궁무진했다. 단순하게 육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공에도 신경 써야 하니 배우고 숙달해야 할 것이 많았고.

         

       기와 육체의 조화를 잘 이루어내 극대화된 무공 초식을 발현할 때의 쾌감이 또 장난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수련은 무공이나 경지를 올리기 위한 괴롭기만한 과정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수련 자체가 주는 재미에 심취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수련이 재미있어도 챙길 건 챙겨야지. 안 그래도 일곱 개나 모아야 해서 힘든데 말이야.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흑묘도 불볕더위에는 어쩔 수 없는지 부채를 가지고 와 살살 부치고 있는 모습.

       

       “흑묘야.”

         

       “네에?”

         

       “잉어 잡으러 가자.”

         

       “….뭐라구요?”

         

       “물놀이 가자고.”

         

       흑묘가 벌떡 일어났다.

         

       “당장 출발하죠!”

         

       *** ***

         

       “결국에는 덜미가 잡혔군.”

       

       황금선은 서찰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15년간 그 흔적을 지우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일이었다.

       

       물증은 없어도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입은 남아있으니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결국 산장의 식솔들을 살해하고 물건을 약탈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라면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황금선은 덜미를 잡힐 것 같은 이들의 주변 사람들을 매수해 두었다. 그들이 당했을 때 빠르게 소식을 알 수 있도록.

       

       막여부의 부하가 보낸 서찰에는 막여부의 죽음 외에도 놀라운 소식이 적혀 있었다.

       

       여일예가 초절정 고수 둘을 동시에 상대해 정면으로 꺾었다는 것. 황금선은 자신의 수신호위들을 단번에 제압하던 여일예의 모습을 떠올렸다.

       

       “후후.”

       

       놀랍게도 황금선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에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결국엔 너도 점창파의 제자였는가.”

       

       황금선은 그날의 여일예를 떠올렸다. 차분한 태도 아래의 기저에는 흉성이 숨어 있었다. 여차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귀가 될 수 있을 광기의 편린.

       

       황금선은 여일예가 품은 그 광기의 편린에 두려움을 느꼈다.

       

       순하고 선량하다 못해 어리석다 여겨지는 점창파의 제자답지 않은 모습이라 여겼거늘 결국에는 점창의 제자로 돌아간 것일까.

       

       그 증거가 바로 이 서찰이었다.

       

       복수에 눈이 멀었다면 이 서찰보다 여일예의 검이 더 빠르게 황금선의 눈 앞에 도달했을 테니까.

       

       피를 피로 씻는 복수 대신 증인과 증거를 확보해 여가산장에서 혈사를 일으킨 범인들을 징죄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증거.

       

       ‘무슨 심정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지.’

       

       낭인들에게 증오를 불태우던 홍죽군협 여일예의 행보를 생각해 보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들고 쳐들어왔어야 정상이거늘 갑자기 정도를 걷는다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황금선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던 것은 여일예가 복수귀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덤벼드는 복수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앞에서는 귄력도 지위도 돈도 통하지 않았으니까.

         

       여일예는 모든 것을 불태우면 황금선을 짓뭉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건 사실이고. 황금가의 모두를 죽일 혈귀가 된다면 황금선 역시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러니 초절정에 오른 이후 여일예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일예는 살귀의 길 대신에 정도의 길을 택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했군.”

       

       황금선은 여일예를 비웃었다. 정파의 법도. 점창의 방식. 다 목적을 쟁취하지 못하면 부질없는 짓이었다. 여일예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복수의 대상 외에 다른 사람의 피가 흐를까 두려워 검을 뽑지조차 못하는데.

         

       “이제 전력으로 짓밟아 줄 수 있게 되었구나.”

         

        황금선은 사천성의 인원들을 떠올렸다. 15년선 여가산장의 혈사를 일으키고 돌아온 뒤 황금선은 그 자본을 바탕으로 빠르게 치고 올랐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자신과 같이 정체불명의 자본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인물들이 이 사천성에 있다는 것을. 황금선은 그들이 여가산장을 불태운 범인들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했다.

         

       혈사를 일으킬 당시 양지의 인물들은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감추었지만 이렇게 확실한 심증을 가지고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 뒤로 두 사람과 황금선은 서로 철저하게 모른 척을 하며 연락 한번 하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협력하며 십오 년간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한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그 두 녀석 중 누군가 몰락하면…나까지 위험해지니까.’

         

       한 사람이 몰락한다면 그 사람이 나머지 두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 재기하기 위해 두 사람을 협박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세 사람은 여가산장의 혈사라는 약점을 파묻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의 안위를 살피는 기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황금선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천성에서 큰 입지를 자랑하는 인물들.

         

       “그 녀석들도 이제 과거를 청산하고 싶겠지.”

         

       이번엔 그들과 힘을 합쳐 확실하게 여일예를 처리할 것이다.

         

       15년전에 얻은 두둑한 재물로 각자의 자리에서 입지를 다진 자들을 상대로 손발이 묶인 여일예가 얼마나 반항할 수 있을까.

       

       정도를 지키는 무인 한 명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수의 권력자와의 대결. 누가 이길지는 뻔한 일이었다. 특히 그 대결의 장소가 세 권력자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사천성이라면 더더욱.

         

       여일예는 그저 이중 삼중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댈 일이었다.

         

       황금선은 진득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 ***

         

       나와 흑묘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사천성을 나섰다.

         

       “선배~ 근데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민장강.”

         

       “으음? 아까 객잔에서 바닥을 드러냈다느니 어쩌구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가는거야.”

         

       “하아, 이거 낚시대랑 먹거리 챙길 때까지만 해도 진짜 나들이인줄 알았는데…기연사냥이였구나….”

         

       뭐 겸사겸사라 할 수 있지. 물놀이랄까 피서날까. 낚시랄까. 아무튼 그런 거다. 하지만 미리 이야기하면 재미 없으니까.

       “치잇…누구는 지금 구매할 수 있는 칠요속성 영약을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데 누구는 낚시를 간답시고 사람을 낚아서 기연사냥을 간다니!”

         

       잉어 잡으러 가자고 해서 낚시 나들이인줄 알았더니 본인이 물고기라는 것을 깨달아버린 흑묘는 심사가 뒤틀린 채 바닥을 퍽퍽 차며 날 따라왔다.

         

       “쓰읍!”

         

       “칫.”

         

       뿔이 난 흑묘의 심술을 받아주며 민장강으로 향했다. 민장강은 장강의 지류라고 할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강이다.

         

       물론 작다고 해도 장강 기준일 뿐이고 절대 작은 강은 아니지.

         

       사천성에서 하루~반나절 사이의 거리이나 나 역시 기초적인 경공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시간이 제법 단축되었다. 민장강에 도착해서도 아직 해가 충분히 남아 있는 시간.

         

       “와 정말 바짝 말랐네요!”

         

       흑묘가 쩍쩍 갈라진 강 바닥에 감탄하며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갔다. 기록적인 가뭄이라고는 해도 민장강의 물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이 빠지고도 남을 깊은 강물이 다 말라버리고 계곡 정도의 물이 남아 있을 뿐. 어쩌면 물놀이하기에는 더 적합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네.

         

       물에 발이 닿자 흑묘는 그것만으로도 퍽 기분이 좋아진 모양.

         

       “흐음…”

         

       뭐였지…특징적인 지형물. 강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반 시진쯤 탐색을 이어나가고 있자니 드디어 특징적인 지형물을 발견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야지.”

         

       반은 암석 위에 올라가 있는 커다란 버드나무. 이 정도는 되야 표식이지.

         

       “흑묘야. 봇짐에 마지막으로 방수 처리 확인한 다음에 잠수 할 준비해라.”

       

        “….잠수요?”

         

       “그래. 대나무 대롱도 챙겨왔지? 혹시나 모르니까 일단 입에 물고 있어.”

         

       “으음…이건 또 무슨 일이려나. 아무튼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나는 마지막으로 돌을 휘저으며 입구를 찾았다. 이런 저런 돌을 치우다보니 정말 사람 하나가 간신이 들어갈 법한 동굴이 나왔다. 아니 동굴이라는 표현은 좀 그런가. 그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들어간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기어들어갈 넓이의 수중동굴은 숨을 참으며 조금 나아가자 사람이 헤엄치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넓어졌다. 이거 지금도 간당간당하네. 며칠만 빨리 왔어도 이 동굴에 물이 가득 차서 못 들어올 뻔 했다.

         

       수중동굴의 폭은 약 1장. 그리고 그 동굴의 8할 정도는 물이 차 있었다. 얼굴을 내밀 수도 있을 거 같지만 그래도 편의상 대나무 대롱을 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뽀르르.

         

       뒤를 돌아보니 동굴의 좁은 부분을 통과한 흑묘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는 중.

         

       흑묘가 따라오라는 신호를 수신한 것을 확인한 뒤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 수중동굴은 민장강에 역대급 가뭄이 들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수위가 마르고 말라서 이 수중동굴에서 물이 좀 빠져 천장에 공기가 유입되어야 이곳을 지날 수 있거든.

         

       반 시진은 헤엄쳐 가야 할 거리인지라 아무리 무림고수라도 이 시기가 아니면 진입을 할 수가 없다.

         

       혹시나 우연히 이 수중동굴을 발견하고 끝이 궁금해지더라도 기약없이 이어진 해저동굴을 계속해서 탐사할 미친놈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어떤 미친놈은 이 짓을 해서 이곳을 발견했단 말이지. 뭐 게임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 않을까. 딱 봐도 특수한 지형 밑에 있는 해저동굴이고 그게 길게 이어져 있다? 누가 봐도 뭔가 있을 것 같은 지형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숨이 차면 대롱을 물고 천장에 고인 공기를 마시고 다시 헤엄치고를 반복. 내공으로 몸을 보호했음에도 몸이 으슬으슬함이 느껴질 즈음에야.

         

       “푸하.”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와아….세상에.”

         

       흑묘가 감탄 섞인 소리를 냈다. 사람이 없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흑영기공은 완전히 해제한 상태. 오래간만에 보는 눈이 별빛과 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확실히 감탄할 만한 절경이었다.

         

       우리가 나온 곳은 커다란 동굴. 이 동굴은 은은한 빛을 발하는 이끼와 알 수 없는 지하식물 몇 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쭉 펼쳐진 웅덩이들이었다. 그냥 구멍이 아니라 물이 담기고 해초들이 자라는 웅덩이.

         

       그야말로 천연 아쿠아리움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곳이 있었군요…”

         

       감격에 젖은 흑묘의 목소리를 들으니 은근히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래 내가 아니면 흑묘 너가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니. 이런 피서지는 고인물이랑 같이 다니지 않으면 오지도 못해요.

         

       나랑 흑묘는 짐을 내려놓고 일단 동굴의 경치를 감상하기로 했다. 나도 게임 화면으로나 봤지 여기 와 보는 건 또 처음이니까.

         

       위로는 은은한 야광 이끼들이 달려 있는 넓은 동굴과 아래로는 물이 찰랑이는 웅덩이들이 끊이지 않고 늘어져 있는 풍경은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선배! 선배! 여기서 며칠 묵을 거죠? 챙겨온 식량 꽤 많았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얼굴을 긁어버리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흑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습하긴 했지만 불쾌한 습함은 아니었다. 새벽의 숲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한 습함? 무엇보다 이 동굴의 온도는 사람이 딱 지내기 좋은 온도였다. 에어컨 온도를 23~25도로 맞추어 놓은 방에 입장한 듯한 이 서늘한 기분. 1분만 서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바깥의 날씨에 비하면 천국이지.

         

       나도 최대한 이 동굴에서 오래 버티고 싶은 심정은 똑같다고.

         

       “못해도 며칠, 잘하면 일주일까지도 있을지 모르겠다.”

         

       “신난다!”

         

       흑묘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런 흑묘의 움직임에 맞추어 역동적으로 흔들리는 정보 주머니.

         

       음.

         

       평소에 흑묘는 흑영기공을 운영하고 있기에 신체의 굴곡이 제대로 드러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수영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크게 움직이니…

         

       좋은 구경을 했군.

         

       “앗 선배! 이 구멍 속 물에 뭔가가 있어요!”

         

       “그래.”

         

       흑묘가 물 안을 들여다보았다. 은은히 빛나는 무언가가 물 안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바닥을 헤엄치고 있는 모양인지 형상은 제대로 안 보였다.

         

       “이게 뭐죠?”

         

       “화리(火鯉).”

         

       흑묘가 나를 바라보았다. 본인이 들은 것이 맞냐고 되묻는 시선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십년화리쯤 될까.”

         

       이 동굴은 화리의 집단서식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해당 회차는 22/8/11 일에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댓글과 본문의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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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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