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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리브가는 참회동에 내려온 그 순간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이, 이상했다.

         

       –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성녀.

         

       그러니까, 분명 기억 속에서 아스모데우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반년 뒤, 올리비아는 이카일에 거대한 결계를 만들었고, 수십만을 바닷속에 수장시켰다.

         

       그랬다가, ‘언니가 미안해.’라고 말했고.

         

       정신을 잃고 지면으로 추락했다.

         

       올리비아와의 인연은, 그 날로 막을 내렸다.

         

       리브가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말이 안되잖아.’

         

       그날, 그녀는 분명 올리비아를 단죄했었다.

         

       찬란하게 흩날리던 백발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두 눈에 선했다.

         

       ‘그런데……왜.’

         

       자신이 무엇 때문에 회귀했는가.

         

       올리비아가 이카일을 무너뜨린 것 때문에 회귀했는가?

         

       아니다.

         

       무너지는 성국.

         

       동사한 성기사들.

         

       리브가는 분명 그날 죽었고, 회귀했다.

         

       멀어져가는 올리비아의 뒷모습을 향해 애처롭게 손을 뻗었던 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카일이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 당신을 단죄하겠습니다.

         

       리브가가 올리비아를 단죄했던 날이 993년.

         

       – 언니. 제가 어제……프, 프란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프란츠의 앞에서 올리비아를 언니라고 부르다 걸렸던 날이 1년 뒤인 994년.

         

       – 아가레스!

         

       올리비아와 함께 대악마를 사냥했던 날이 997년.

         

       – 언니……언…….

         

       그리고, 올리비아의 손에 죽었던 날이 998년.

         

       불가능하다.

         

       올리비아를 단죄했을 때의 감촉이 이리도 생생한데, 어떻게 그 사건 이후로도 인연이 이어진단 말인가.

         

       하지만 그에 반박하듯, 올리비아의 마법에 꿰뚫렸을 때의 고통 또한 떠올랐다.

         

       ‘이게……어떻게…….’

         

       말도 안된다.

         

       하지만 감각이 말하고 있다. 두 기억 모두 사실이라고.

         

       기억이 마구잡이로 뒤섞인다.

         

       –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그러니까, 이건.

         

       –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

         

       이건…….

         

       머릿속이 벌떼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웅웅거렸다.

         

       “괜찮으세요?”

       “…….”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정신이 번쩍 든다.

         

       흐릿한 시야 너머에, 인자한 미소를 지은 여성이 서 있었다.

         

       “……언니?”

       “음……저 에일린이에요.”

         

       에일린. 최종 성녀 후보.

       그녀를 참회동에서 데려온 당사자.

         

       에일린이 리브가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열은 없는데……상태가 괜찮아 보이지는 않네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약초라도 달여 올게요.”

       “…….”

         

       리브가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난 날의 기억을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

         

         

       창(窓)이 없기로 유명한 등대, 파로스.

       그 최상층에서, 두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책상을 툭툭 두드리던 올리비아가 말했다.

         

       “보아하니 해적을 죽이지 않으면 이지(理智)를 잃는 것 같은데……맞냐?”

         

       그건 질문보다는 추궁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할 법한 말투.

       이렇게 대하는 편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회귀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도 있고.’

         

       몰살회차와 다른 행세를 할수록, 에스티는 올리비아가 회귀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에스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물론 지금의 모습을 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말이다.

         

       ‘내가 동일인이든 아니든 딱히 신경도 안 쓸 것 같은 분위기기는 한데’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올리비아는 알 수 없었다.

       분명 에스티는 몰살 회차에서 죽었을 것이고, 그 때의 기억을 갖고 회귀했을 것이다.

       단서 #3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올리비아’에게 죽고 회귀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럴텐데 왜…….’

         

       [에스티 아쿠아르]

       – 호감도 : ???

         

       호감도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건데, 못해도 30 언저리다.

       마이너스 30이 아니라 플러스 30 말이다.

         

       ……일단은 호감을 가지는 이유부터 알아볼까.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 도움이 필요한거고.”

         

       에스티가 흠칫 놀라며 올리비아를 보았다.

         

       ‘이젠 뭐가 진짜 성격인지도 모르겠네.’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도와줄게.”

       “진짜? 고마…….”

       “그 전에, 질문 몇 개만 하자.”

         

       에스티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을 받는 대가로 질문 몇 개 정도는 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일단,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그게.”

        “거짓말 할거면 그냥 답하지 마. 나도 그냥 가면 되니까.”

         

       올리비아의 눈이 날카로운 곡선을 그렸다.

       그녀가 회귀에 대해서 언급하면 계속 질문 하면 되고, 언급하지 않으면 제압하면 그만이다.

         

       굳은 결심을 한 듯, 에스티가 말했다.

         

       “……나는 전생의 기억이 있어.”

         

       올리비아는 계속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저 정도면, 나름 합격점이었다.

         

       “……믿어주는거야?”

       “일단은. 그럼 전생의 너는 나랑 친했나?”

         

       에스티는 살짝 자신감을 잃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름……친했었다고 생각해.”

       “과거형이군. 끝이 좋지는 않았나봐?”

        “…….”

         

       에스티는 아직 긴가민가하는 눈치였다.

       이걸 말하는 게 맞는건지, 정확히 확신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한참 동안 올리비아의 눈치를 보던 에스티가 말했다.

         

       “올리비아 네가 나를 죽였었거든.”

         

       에스티가 손으로 제 가슴을 가리켰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부분이었다.

         

       “아직도 기억해. 정확히 여기를 찔려 죽었어.”

         

       여기까지는 알던 대로다.

         

       “……그러면 최소한 나한테 적의라도 느껴야 되지 않냐?

         

       이것이 진짜 질문이다.

       에스티가 자신에게 호의를 느끼는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왜?”

       “왜, 라니. 내가 널 죽였었다면서.”

        “그러니까 그게 왜?”

       “…….”

         

       일순간 멍해진 올리비아의 얼굴을 보고, 에스티가 아핫, 하고 웃었다.

         

       “나는 삶에 미련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거든. 자유의지를 빼앗긴 채 지독한 의무에 속박된 삶을 살았지. 그리고, 그랬던 나를 네가 해방시켜줬어.”

       

       에스티가 손가락으로 수평선 너머를 가리켰다.

         

       “아쿠아르의 어인들을 싸그리 번개로 지져서……음?”

         

       에스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의 고개는 다시 이카일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게 아니었나? 이카일을 결계로 가둔 다음에 쓸어버렸었나?”

         

       제 턱을 쓸며 고민하는 에스티를 보고, 올리비아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에스티는 몰살회차의 기억과, 단서 #3에서의 기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게 추리한 이유는 간단했다.

       에스티가 방금 말했던 방법이, 몰살 회차에서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설마 단서를 사용하던 중에 그만두고 나왔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쳐도 내가 널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말했잖아. 네가 날 죽여준 덕분에 지긋지긋한 의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이렇게 다시 살아날 줄은 몰랐지만.”

       “…….”

         

       확실히, ‘목소리’를 없애는 것과 이카일을 지키라는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은 다른 개념이기는 하다.

       ‘목소리’가 없어진다고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를 없애는 방법은 따로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를 죽인 사람을 좋아하는게 말이 되나?’

         

       살짝 소름이 돋았다.

         

       물론, 수많은 사람 중에 죽음을 구원으로 여길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마는…….

         

       “……그럼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

       “날 죽여줘.”

       “안 돼.”

       

       올리비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난 평화주의자라서 안 돼.”

         

       제자 녀석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발광을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적탑주는 반쯤 죽여놨었잖아.”

         

       ……그 놈을 생각 못했네.

       끝까지 민폐구만.

         

       “아무튼, 죽이지는 않아.”

       “……그러면 저주라도 어떻게 해줘.”

       “저주?”

         

       올리비아가 되묻자 에스티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저 떨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역시, 떠보는 거였네.’

         

       아직까지도 올리비아가 회귀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지우지 못했던 모양이다.

       

       만약 여기서 되묻지 않았다면,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저주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까.

       

       에스티는 대수롭지 않은 척 말문을 이었다.

         

       “방금 이지를 잃을 뻔한 것도 그 저주 때문이야. 정확히는 저주가 아니라 무수한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는 거지만…….”

         

       올리비아는 대충 호응해주며 듣는 척을 했다. 어차피 전부 아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머릿속은 에스티를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얘는 굳이 단서에서 공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호감도는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했다.

       다짜고짜 칼부터 뽑는 회귀자도 있는 마당에, 이렇게 대화해준다는 것부터가 일단 감동이었다.

         

       “……듣고 있어?”

       “어. 전부 이해했어.”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하자.”

       

       츠츠츠츠츳!

       

       허공에 튀는 강렬한 뇌전과 함께, 양 손바닥에 뇌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나 믿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펀치!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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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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