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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큐가 잡히는 소리에 눈을 뜬 엔리는 아라가 조언을 해 준 대로 채팅창을 아래로 내리고 도네이션을 껐다.

       

       상대는 광전사였다.

       

       상대가 피해를 주건 말건 달려들어서 도끼로 머리를 쪼개버리는 캐릭터.

       

       광전사는 피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신체능력이 늘어나는 특성을 지녔다.

       

       그 대가로 피가 많을 때는 성능이 처참해서 광전사 플레이어는 항상 적은 체력으로 외줄타기 플레이를 하는 것을 강요당한다.

       

       실피일 때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한 번 실수를 하면 골로 간다는 정신 나간 컨셉 때문에 하는 사람들만 하는 장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용사냥꾼과 광전사의 상성은 거의 5:5였다.

       

       처음엔 용사냥꾼이 주도권을 잡지만 체력이 깎여감에 따라 서서히 광전사가 주도권을 쥐는 형식으로 어느 쪽이건 충분히 해볼만 하단 이야기가 나오는 상성이었다.

       

       노잼 맵인 신전에 상대는 다이아 티어의 현지인 광전사.

       

       변수는 없었다. 엔리가 다이아에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롯이 엔리에게 달려 있었다.

       

       엔리가 심호흡을 했다.

       

       할 수 있어.

       

       아라 씨가 실력이 늘었다고 했잖아. 스스로를 믿어도 된다고 했잖아.

       

       두 손으로 창을 잡고 자세를 취한다.

       

       진지한 얼굴을 한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봐줄 기색은 없다. 상대도 진심으로 승리를 추구하고 있었다.

       

       [게임 시작]

       

       시스템이 시작을 알렸지만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눈치만을 보고 있다.

       

       엔리는 상대가 움직이는 것에 맞춰 대응을 하기 위해.

       

       광전사는 적당히 피교환을 하며 공격을 할 각을 보기 위해.

       

       초조함에 먼저 움직인 것은 광전사였다.

       

       시간이 그보다는 용사냥꾼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광전사가 한걸음을 내딛으며 도끼를 크게 휘두르자 엔리가 멀찍이 물러남으로서 도끼를 피했다.

       

       창의 거리가 완성되었지만 안심해서는 안 됐다.

       

       서로의 무기는 창과 도끼. 리치의 차이는 없다.

       

       속도면에서 엔리가 유리하다하지만 상대는 피해를 감수하는 걸 오히려 반기는 이.

       

       한 번 실수하면 유리는 충분히 불리가 될 수 있었다.

       

       엔리는 창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상대를 노려봤다.

       

       생각해야 하는 건 내가 어찌할까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나올 지.

       

       움직이는 건 다리일까. 팔일까.

       

       광전사가 먼저 움직인 건 발이었다.

       

       엔리는 그걸 보자마자 창 끝을 광전사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데미지와 함께 광전사의 움직임이 주춤하고 엔리가 다시 거리를 벌린다.

       

       대놓고 시간을 끌겠다는 엔리의 의도를 파악한 광전사의 눈이 찌푸려진다.

       

       지금 엔리가 사용하는 전략은 광전사를 상대하는 정석이다.

       

       최소한의 데미지만을 주며 시간을 끌다 체력차로 승리를 하는 것.

       

       체력을 줄여서 변수를 줄 바에야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방식.

       

       광전사 유저도 이 전략에 대해 안다. 그 누구보다 이 전략에 많이 당해본 게 광전사 본인이니까.

       

       그렇지만 전략을 안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정석이 괜히 정석이겠는가. 알더라도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석인 것이다.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고민을 하던 광전사는 이내 도끼를 다시 등 뒤에 걸치더니 맨주먹으로 엔리에게 달려 들 준비를 했다.

       

       움직임이 느린 도끼로는 역전을 할 수 없다 판단해서 변수를 노리는 거겠지?

       

       이건 방금 전 엔리가 했던 것과 똑같았다.

       

       정석을 변수로 파훼하는 것.

       

       상대의 당황을 노려 돌파하는 것.

       

       그 판단은 나쁘다 할 수 없었지만 상대가 나빴다.

       

       엔리는 그 누구보다 권에 대응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으니까.

       

       공방이 이어지지만 상처가 새겨지는 쪽은 광전사 뿐이다.

       

       변수를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손쉽게 대처를 하자 광전사는 다시 한 번 물러나 도끼를 들었다.

       

       광전사가 다시 전략을 바꾼다. 이번에 그는 창으로 찔러볼 테면 찔러보라는 식으로 우악스럽게 돌진을 해왔다.

       

       엔리는 어떻게든 거리를 유지하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견제를 위해선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혀야 하는데 데미지를 주면 줄수록 상대가 강해지는 것이다.

       

       광전사의 스펙이 올라가며 점차 거리가 좁아진다.

       

       엔리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대로 가면 상대의 의도에 휘말리다가 져.

       

       피해를 누적하다 단번에 기회를 잡고 제압할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 나한텐 그런 기술이 없어.

       

       보정에 의존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은 아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저 광전사를 어떻게 무너트려야 할까.

       

       남은 시간은 1분.

       

       정석대로 움직이다간 상대에게 기회를 내어주게 될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남은 1분을 버티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은 짧았다.

       

       아라는 말했다. 자신을 믿으라고. 가끔은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나가보라고.

       

       여태 그녀의 말이 틀린 적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맞을 것이다.

       

       엔리는 창을 내던지고 상대가 도끼를 휘두르는 걸 보았다.

       

       광전사의 동작은 컸다.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체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큰 걸 노리는 것이다.

       

       위력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게 틈을 내어준다는 것.

       

       엔리는 창을 버려 가벼워진 몸으로 옆으로 굴렀다.

       

       콰앙!

       

       그녀가 있던 자리를 도끼가 반으로 갈라 버린다.

       

       엔리의 전략은 명확했다. 큰 공격은 피하고, 자잘한 공격은 내어주는 것.

       

       주먹은 맞아준다. 박치기? 몸으로 받아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도끼날은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만을 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엔리의 체력이 조금씩 줄어듬에 따라 시간도 같이 줄어든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한 광전사가 입술을 씹는다.

       

       체력이 조금만 더 깎였더라면 스펙으로 찍어누를 수 있었겠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

       

       큰 공격을 지르자니 느리고, 자잘한 공격을 반복하자니 데미지가 낮아서 체력차를 극복할 수 없다.

       

       

       외통수였다.

       

       이길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광전사였지만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든 역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몸을 움직였다.

       

       

       3.

       

       머리를 붙잡으려는 우악스러운 손을 엔리가 고갤 숙여 피하고.

       

       

       2.

       

       광전사가 한 손으로 휘두른 도끼의 대를 건드려 궤도를 비틀고.

       

       

       1.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광전사의 박치기를 박치기로 받아쳐 준 순간.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났다.

       

       [체력 수치 판정…]

       

       박치기에 당해 바닥에 주저 앉은 엔리는 멍한 눈으로 서로의 체력을 확인했다.

       

       엔리가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긴 했어도 어쩔 수 없이 허용한 공격이 존재했다.

       

       그 때문에 서로의 체력 격차는 크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로.

       

       설마 마지막에 박치기를 한 것 때문에 지나? 그거 때문에 떨어지면 진짜 난리 날 텐데. 방송 바로 꺼야 할지도 몰라!

       

       초조하게 시스템의 판정을 기다리던 엔리는.

       

       [승리]

       

       “끼야아아아아악!”

       

       자신이 바라던 글자를 보자마자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다.

       

       “승급! 승급했다!”

       

       본능적으로 채팅창의 반응을 살피려던 그녀는 자기가 채팅창을 내렸다는 걸 떠올렸다.

       

       떨리는 손으로 채팅창을 올린 후 도네이션을 키자 그녀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물 밀 듯 쏟아졌다.

       

       – 갓리! 갓리! 갓리! 갓리!

       – 엔리 넌 다이아가 딱이야! 엔리 넌 다이아가 딱이야! 엔리 넌 다이아가 딱이야!

       – 믿고 있었다고. 젠장! 믿고 있었다고. 젠장! 믿고 있었다고. 젠장!

       

       – 반시계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 황 리]

       

       – 레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이아의 용사냥꾼 스트리머가 누구? 엔리!]

       

       – ㅇㅇ님이…

       

       *

       

       [엔리 다이아 승급전 5트]

       

       이제 좀 올라가면 좋겠다.

       

       – 되겠냐?

       

       [엔리 승급전 첫 판 승리!]

       

       엔리!엔리!엔리!엔리!엔리!

       

       – 그래도 상대 마스터 부캐인데 이걸 이기네.

       – 오랜만에 보는데 엔리 실력 진짜 많이 늘었다.

       

       [화령이 진짜 잘 가르치긴 하네.]

       

       지난 번 대회 때 참가자들한테 훈수 두는 것도 그렇고.

       

       오늘 냥냥이랑 당소일 가르치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엔리도 화령이 키운 거나 마찬가지잖음.

       

       나도 화령한테 강의 들으면 다이아 갈 수 있나.

       

       – 그님티?

       └ 실4요.

       └ 양심 ㅇㄷ?

       – 화령이 대단한 게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걸 알아듣게 설명함. 당소일이랑 냥냥 알려줄 때는 이치니 뭐니 떠들지만 엔리 가르칠 땐 그런 소리 전혀 안 하잖아.

       └ 진짜 예전에 어디 프로팀 코치하던 사람 아냐?

       └ 그럴지도?

       

       [왜 니가 거기서 나와요?]

       

       ????

       

       – 이거 먼 글임?

       └ 엔리 승급전 두 번째 판에 화령 나옴.

       └ ???

       └ 전투마법사 한 번 굴려보러 왔대.

       └ 억까 제대로네.

       

       [엔리 멘탈 흔들렸나?]

       

       전 판에 화령 만나서 진 건 그렇다쳐도 이번 판 너무 던지는데?

       

       – 이번에도 승급 실패할 듯?

       – 아 ㅅㅂ. 나 승급에 포인트 올인 했는데.

       

       [화령이 피해 복구 해주러 왔네.]

       

       [이게 뭐얔ㅋㅋㅋ]

       

       <정령 궁수랑 용사냥꾼이 개싸움을 벌이는 영상.>

       

       이게 플다구간?

       

       – 진짜 플다 구간임?

       └ ㅇㅇ. 엔리 방송에서 나온 장면.

       – 엔리 창 거의 안 놓던데 왜 이렇게 했대?

       └ 화령이 창 던지고 달려들라고 시킴.

       └ ㄹㅇ? 화령 엔리 떨굴려고 작정했나.

       – 엌ㅋㅋ. 저러고 진짜로 이겼네. 화령은 화령이다.

       

       [승급전 막판. 시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다이아 현지인 광전사면 ㄹㅇ 킹기다. 할만하다.]

       

       [체력 관리 잘 하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애매한데.]

       

       [광전사 슬슬 포텐 나온다. 더 이상 체력 깎으면 안 되는데.]

       

       [????]

       

       왜 창을 버려? 뭐해?

       

       – 피 깎아주면 지니까 버텨서 무승부 할 생각인 듯?

       └ 차라리 죽일 생각하지. 저건 좀.

       └ ㄹㅇ. 엔플딱 증명하네.

       

       [오. 버틴다. 버틴다.]

       

       될 것 같은데? 이대로만 가면 이길 수 있겠는데?

       

       – 근데 공격 너무 내준다. 체력 이제 비슷해졌음.

       – 걍 때려서 죽일 생각하지. 왜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한대.

       └ 화령때매 묘수병 걸렸나.

       

       └ 지가 화령인 줄 알아.

       

       [터렛 스트리머 엔리 다이아 승급전 종료]

       

       5판 3승 2패로 다이아 승급에 성공했음을 알립니다.

       엔리는 다이아가 딱이야!

       

       – 이걸 가네.

       – 아알못들이 엔리 음해했지만 엔리는 실력으로 증명했죠?

       – 엔리가 다이아를 가는 날이 오는 구나.

       – 엔리도 다이아를 가는데 나는 왜 아직도 골딱이지.

       

       *

       

       허어. 마법의 언어라는 것은 왜 이리도 복잡한 것이냐

       

       하르키아가 펼쳤던 것을 내 손으로 재현하기 위해 어제부터 마법을 공부하고 있다만 마법의 언어는 쓰잘데기 없이 복잡했다.

       

       보정을 사용하는 걸 전제로 만들어진 녀석이다 보니 밑바닥부터 짜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내 설마 한국어를 공부할 때보다 더 고생을 하리라곤 예상도 못했다. 이를 제대로 다루려면 적어도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그냥 보정을 쓰면 되지 않겠느냐 물을 수도 있겠다만 나도 시도는 해보았다. 다만 그러면 마법은 사용할 수 있어도 무를 펼칠 수 없기에 포기했지.

       

       하아. 어떻게 타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려나.

       

       “아라 씨.”

       

       스마트 폰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었다.

       

       엔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 말 없으세요?”

       

       그녀는 대뜸 물음을 던졌다.

       

       찔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는 당당했다.

       

       어쨌거나 내 덕에 승급을 한 건 사실이지 않으냐.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위로 오르는 일도 없었을 터이니 내가 저지른 죄는 그 정도면 상쇄되리라고 본다.

       

       나는 이리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엔리의 생각은 나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예전에 저랑 놀러가기로 한 거 기억 하시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

    8월 15일 광복절입니다.
    나라를 되찾을 수 있게 해주신 수많은 의인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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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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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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