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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대한청소년연극제의 예선이 모두 끝나고, 대한연극협회는 본선에 진출할 팀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선별기준은 점수가 높은 순으로 각 지역마다 3팀.

         

       수도권,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 총 16개의 팀만이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

         

       사실 협회 입장에선 지역마다 3팀을 뽑는 것도 상당히 많이 뽑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본선의 심사는 하루에 2팀씩 이루어진다. 즉, 제주에서 선별된 1팀을 포함해 총 16팀의 심사를 모두 보기 위해선 8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비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재작년부터 어떤 한 작가의 영향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참여하는 팀의 수도 배로 뛰는 바람에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에 올라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게 되었다.

         

       특히 언제나 그랬듯 수도권의 예선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수준이 높았다.

         

       가장 많은 팀이 참여하고, 유명한 학교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강예린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작년이 가장 이 현상이 심할 때였다.

         

       허나, 올해는 조금 달랐다.

         

       예선 심사 결과 모든 지역에서 수도권이 가장 깔끔하고, 빠르게 3팀이 선별되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러니하고 어색한 현상을 두고 한국연극협회의 현 회장, 조완호는 수도권 심사의 총괄을 맡은 임원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송하율.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이사장이 그녀인 이상 그곳에는 항상 원석들이 넘쳐나겠지. 수도권의 대표가 그 학교에서 무려 두 팀이 나온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일세.”

       “회장님…….”

       “다만,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네. 자네가 봐도 그 학생들의 무대가 그렇게 완벽했다고 생각하나?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만점을 줄 만큼?”

       “……예. 만점이면 그마저도 싸게 먹힌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 회장의 물음에 임원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아직도 그날의 무대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연극이 모두 끝났음에도 끝난 것이 믿기지 않았으며, 믿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다.

         

       또한, 어떻게든 점수를 매기려고 할 때마다 손이 멈칫했다.

         

       과연 방금 자신이 봤던 무대가 학생 수준의 무대가 맞는지를. 감히 저 무대를 자신이 평가해도 되는지를…….

         

       다만 확실한 것은 다시 한번 그 무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본선의 심사, 혹시 제가 봐도 되겠습니까?”

       “허, 아무래도 제대로 홀린 것 같구만…….”

         

         

       조 회장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만점을 받은 팀에 누가 속해 있는지 떠올렸다.

         

       박하준, 설소영.

         

       그 작은 배우들이 927 작가와 함께 고작 몇 년 사이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줬는지, 또 한평생 수많은 연기자들을 봐왔기에 그들이 재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조 회장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허나, 대한청소년연극제는 연기만 잘한다고 해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 연출, 그리고 연기자들의 연기.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겨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조 회장은 문뜩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강예린 학생 쪽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어느 정도였나?”

       “확실히 회장님이 눈여겨보신 대로 뛰어난 학생이 맞긴 한 것 같습니다. 아마 예외가 없었다면 대상을 받았을 겁니다.”

       “예외라……. 그렇다면 서은우, 그 학생이 보여준 시나리오와 연출은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

       “…….”

         

         

       임원은 처음으로 조 회장의 말에 침묵했다.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하고 있는 임원을 보며 조 회장은 어째서인지 씨익 미소 지었다.

         

       그런가…….

         

         

       “자네의 반응을 보니 아마 그 아이가 927 작가의 뒤를 이어줄 재목인가 보군.”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는 이번에 주인공 역을 맡은 이다혜 학생이었습니다.”

         

         

       임원의 말에 조 회장이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다혜.

         

       이쪽도 나름 아이돌로서 유명한 학생이었다.

         

       또한, 조 회장은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봤기에 이다혜라는 학생의 연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이나마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연기 재능만 따지고 보면 설소영 학생보다는 확실히 아래라는 것.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당연한 거였다.

         

       설소영.

         

       그 여학생의 재능은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모든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괴물 수준이니까.

         

       그렇기에 오히려 흥미가 더 생긴 것이다.

         

       어째서 그런 이례적인 연기자를 두고 이다혜라는 학생을 굳이 주인공 역으로 썼는지를.

         

         

       “오랜만에 본선에 나서보는 것도 괜찮겠군.”

       “서, 설마 본선의 심사를 보실 생각입니까?”

       “뭘 그리 놀라나? 나름 대회를 주최한 곳의 회장인데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네.”

         

         

       당연히 맞는 말이긴 한데 기껏 해봐야 청소년 대회다.

         

       비교적 다른 메이저 대회와는 규모가 자체가 다르니 연극협회의 회장인 조완호가 굳이 얼굴을 내밀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실 이번에 생긴 ‘예외’가 아니더라도 조 회장은 박하준과 설소영이 본선에 올라왔다면 기꺼이 얼굴을 비출 생각이었다.

         

       강예린도 강예린이지만, 설소영과 박하준.

         

       그들의 눈앞에서 펼치는 연기는 분명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들고, 가슴을 설레게 할 테니까.

         

         

       “그러니 이왕이면 판을 더 키워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지.”

       “……판을 말입니까?”

       “그래. 마침 몇몇 방송국에서 이번 대회의 본선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보고 연락이 왔으니.”

         

         

         

       ***

         

         

         

       “다행히 우리 동아리가 본선에 올라갔다. 근데 갑자기 본선의 무대 방식에 생방송이 추가됐다?”

       “응, 응. 한 줄 요약 잘하네.”

       “그리고 방송 건에 관해 선배가 매우 긍정적으로 동의했다고요?”

       “맞아. 우리 연극이 방송에 방영된다고 상상하니 뭔가 설레지?”

         

         

       지금까지 있었던 소식을 모두 전한 박하준이 나와 부원들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물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듣기로는 생방송 관련은 갑자기 추가된 사항이라 본선에 올라온 각 팀 대표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박하준이 이 건에 대해 너무나도 흔쾌히 승낙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다른 팀의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판단이었다.

         

       애초에 대한청소년연극제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수상했을 때의 추가되는 스펙과 자신들의 존재를 업계 관계자들에게 알리는 것.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에게까지 노출되는 생방송, 그것도 무려 지상파에서 방영된다는 점은 너무나도 파격적인 제안이었을 거다.

         

       그렇다면 기껏 해봐야 청소년 연극 대회에 어떻게 방송국까지 끼어들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리 멀리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아마 십중팔구 우리 동아리에 있는 유명인들 때문일 거니까.

         

       그때 이 사태의 간접적인 원인 중 한 명인 박하준이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는 벌써 목표에 다가섰는지도 모르겠어.”

       “……목표요?”

       “설마 잊은 거야? 우리 동아리의 원래 목적은 927 작가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 이번에 꿈꾸는 아이들이 생방송으로 방영되면 그분에게 우리의 의지가 닿을지도 모르잖아?”

         

         

       아… 예.

         

       나는 차마 할 말을 잃었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직까지 ‘우리의 의지’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잘도 생방송으로 전해지겠다.

         

       그래도 뭐…….

         

         

       ‘어떻게 본선은 가긴 했네.’

         

         

       참가로 본선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4일 정도 남았다.

         

       그마저도 본선의 일정이 길어서 우리 공연은 그것보다 조금 뒤인 이번 주 일요일이라고 들었다.

         

         

       “근데 내가 알기로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은 경주에서 열리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할 거야?”

         

         

       그때 박하준을 향해 날카로운 지적을 날리는 송가람.

         

       하루에 2팀씩. 첫 공연의 예정 시간은 오후 6시 30분, 다음 팀의 공연 예정 시간은 오후 8시다.

         

       즉, 2번째 팀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뒷정리까지 한다면 최소 밤 10시라는 뜻.

         

       당연히 경주까지 가는 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올 때다.

         

       솔직히 밤 10시면 누가 봐도 움직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니까.

         

         

       “협회 측에서 교통비랑 식비, 하룻밤 묵을 호텔까지 다 제공해준대. 책상이나 의자같이 무거운 소품도 웬만하면 그쪽에서 구해준다 했고.”

         

         

       교통비와 식비, 호텔을 제공해주는 것.

         

       관객들 문제 때문인지 협회 측에서 늦은 일정을 잡았기에 나름 합리적인 제공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잠깐만.

         

       호텔이라고?

         

         

       “그래. 다들 지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바로 물어볼게. 혹시 일요일에 1박 2일 안 되는 사람?”

         

         

       박하준의 물음에 부실은 잠시 침묵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진 선배.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으, 응? 무, 무슨 일 있어? 소영아?”

         

         

       이것은 한빛예고 연극·영화부의 연극 공연, 꿈꾸는 아이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바로 하루 전날의 이야기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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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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