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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네가 하고싶다면야, 나는 말리지 않으마.”

       

       “네? 정말인가요?”

       

       “그야 정말이란다. 네가 하고 싶다는 것에 내가 어찌 말리겠느냐.”

       

       

       내 말에 테티스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웃었다.

       

       

       “다만 그러한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알겠니?”

       

       “네? 네! 알겠어요!”

       

       

       아, 이거 모르는거구만. 기뻐서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내 비늘을 나눠줘서 이 아이들의 육체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 아이들의 비늘을 공룡들에게 나누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금 궁금하긴 하구만.

       

       

       “혹시 모르니 나도 같이 지켜보도록 하마. 만에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네! 어머니께서 도와주신다면 든든하죠!”

       

       

       그렇게 나는 기껏 만든 슬라임 가죽 천을 벗은 후, 본래의 모습인 드래곤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아, 벗어둔 슬라임 가죽 천은 새끼손가락에 감아두었다. 또 변신하면 만들기 귀찮으니까.

       

       

       “그러면 공룡들이 있는 곳으로 문을…. 아.”

       

       “음? 왜 그러느냐?”

       

       

       테티스는 자신이 몸을 담그고 있는 호수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제가 물을 통해 이동하는 문을 열 수 있어서, 호수를 통해 어머니를 옮기려고 했는데….”

       

       “했는데?”

       

       “어머니의 몸이 너무 커서 호수에 들어갈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앗.

       

       

       “그, 작은 모습으로 변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곤란하다는듯이 말하는 테티스. 뭐, 내 몸이 크긴 크지.

       

       

       “어쩔 수 없구나.”

       

       

       나는 다시 마력을 사용해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몸으로 육체를 변화시킨 후 슬라임 가죽 천을 몸에 감았다. 이러면 괜찮겠지.

       

       

       “그러면 제 머리 위에서 지느러미를 붙잡으시겠어요?”

       

       “음. 그러마.”

       

       

       나는 마력을 엮어 날개를 만들어낸 후 날아올라 테티스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어디보자…. 이게 잡기에 적당하구나.”

       

       

       나는 테티스의 옆머리에 솟아난 지느러미 하나를 붙잡았다.

       

       

       “아프진 않느냐?”

       

       

       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힘으로 쥐었는데, 아프면 곤란하지.

       

       

       “생소한 느낌이지만, 그정도면 괜찮아요. 그러면 출발할게요!”

       

       

       그렇게 테티스는 호수 속으로 빠르게 잠수했다.

       

       물 속에 잠수했는데도 딱히 숨은 막히지 않는걸 보니, 역시 인간의 모습이라도 몸뚱이 자체는 드래곤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호흡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긴 하네.

       

       차가운 호수의 물에 온몸과 머리카락이 흠뻑 적셔진다. 드래곤이 된 이후로는 머리카락이 있었던 적이 없었던터라, 조금 신선한 느낌이었다.

       

       차가운 호숫물의 가운데에는 테티스의 마력이 모여서 둥근 원을 그리고 있었고, 테티스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 원 속으로 뛰어들었다.

       

       날렵하게 헤엄친 테티스가 그 원을 통과하자마자, 주변의 풍경이 바뀐다.

       

       테티스의 움직임이 아니면 아무런 흐름도 없는 고요한 호수에서, 쉴새없이 요동치는 커다란 바다로.

       

       소금기가 감도는 바닷물.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 길게 자라난 해초와 산호초까지.

       

       푸르게 빛이 나는 바다의 한가운데였다.

       

       

       “도착했어요. 이 부근에 있을텐데…. 아, 저깄다!”

       

       

       테티스는 드넓은 바다를 빠르게 헤엄쳤다. 그 어떤 물고기보다 날렵하게 헤엄친 테티스가 멈춘 곳에는 바다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공룡 다섯 마리가 있었다.

       

       

       “많이 기다렸지! 허락 맡았어!”

       

       

       테티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다섯 마리의 바다 공룡은 테티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 여기라면 넓으니 인간의 모습을 할 필요가 없지. 나는 테티스의 지느러미를 놓은 후 테티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여기라면 본래 모습으로 변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구나.”

       

       

       나는 테티스에게서 거리를 벌린 후, 몸에 감고 있던 하얀색 슬라임 가죽 천을 벗었다.

       

       자, 그러면 원래 모습으로 변하면….

       

       

       “캬오오!”

       

       

       음?

       

       본래의 모습으로 변하려는 순간, 테티스의 주변을 맴돌던, 바다뱀처럼 긴 목을 가진 바다 공룡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아, 음…. 지금 나를 먹이로 본건가?

       

       

       “앗, 안돼!”

       

       “캬우우!”

       

       

       커다란 입을 벌리고 나를 한입에 삼키려는 공룡.

       

       꽤나 나를 얕본 모양이구만.

       

       

       “쯧.”

       

       

       나는 검지로 공룡이 있는 방향으로 가볍게 딱밤을 날렸고.

       

       

       쿠우웅!!

       

       

       한 순간, 엄청난 충격이 공룡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 테티스를 봐서 직격은 피해주었다만.

       

       

       “상대를 가려가며 덤벼야지. 이래서 짐승은 짐승인가.”

       

       

       딱밤에서 나온 충격이 공룡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도, 공룡의 피부는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진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지 몸을 비틀어대는 공룡. 직격으로 날렸으면 몸뚱이가 수백조각으로 갈갈이 찢겼겠지.

       

       

       “아이고. 이를 어째!”

       

       “음, 한마리 정도는 없어도 상관 없지 않느냐?”

       

       

       나는 태연한 목소리로 테티스에게 말했고, 테티스는 어쩔줄 몰라 당황하다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좋은 녀석으로 고르고 또 골랐는데, 이럴줄은 몰랐네요. 끄응…. 저 녀석이 머리가 꽤 괜찮았는데.”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공룡. 음…. 뭐, 본능에 따른 행동이였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공룡을 살짝 감쌌다. 그리고 마력에 이 공룡의 상처를 회복시켜 주기를 빌었고.

       

       

       “크르으?”

       

       

       고통스러워하던 공룡의 몸에 빛이 감돌더니, 상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방금 그건 뭔가요?”

       

       “마력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한 것이란다. 왠지 될 것 같아서 해봤는데 잘 되는구나.”

       

       “와아….”

       

       

       무척이나 신기해하는 테티스. 뭐, 나도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줄은 몰랐지.

       

       아무튼, 상황도 정리된 모양이니. 나는 육체를 변화시켜…. 그냥 폴리모프라고 불러야지. 폴리모프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후 벗어둔 하얀 슬라임 가죽 천을 새끼손가락에 감았다.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다른 공룡들이 허둥지둥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사소한 일이었다.

       

       테티스가 다시 불러모으니 금방 모였고 말이지.

       

       

       “자, 그러면 제 비늘을 뽑아서 이 공룡들에게 나눠줄게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글쎄다. 나도 궁금하구나.”

       

       

       테티스는 자기 턱 아래에서 다섯개의 비늘을 뽑더니, 다섯마리의 공룡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기묘하게도, 비늘은 그 공룡들의 턱 아래에 저절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오, 뭘까요? 이건?”

       

       “글쎄다.”

       

       

       내가 비늘을 나눠준 아이들은 처음에는 육체가 없었으니까 그렇다쳐도, 이미 육체를 가진 이 공룡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공룡들의 턱 아래에 자리잡은 비늘에서 테티스의 것과 같은 물의 마력이 퍼져나와 공룡들의 몸을 뒤덮는다.

       

       어두운 색이었던 공룡들의 비늘이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공룡의 육체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지느러미가 변화해서 앞발과 뒷발을 만들기 시작하고, 테티스를 꼭 닮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날개도 조금 작긴 하지만, 확실히 달려있고, 뿔은…. 대신 지느러미 같은 모양이 생겨나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난 끝에, 공룡들은 조금 작은 테티스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마치 푸른 드래곤, 블루드래곤과 같은 모습이구나.

       

       

       한 마리만 빼고.

       

       

       “저 녀석은…. 아까 어머니에게 덤벼든 녀석이네요.”

       

       “흐음. 기묘하구나.”

       

       

       나에게 덤벼들었던 공룡은…. 상처투성이로 너덜너덜해졌던 탓인지, 테티스의 비늘에 담긴 힘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했다.

       

       테티스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다 만듯한 모습. 푸른 비늘을 가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커다란 바다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음, 아마도 내 공격에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테티스의 비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변해버린 바다뱀과 닮은 공룡은 자신과 다른 공룡…. 블루드래곤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테티스의 비늘을 입에 물고서 어디론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녀석…. 끄응….”

       

       “쫓아가겠느냐?”

       

       “아뇨. 괜찮아요. 한마리 정도는 없어도.”

       

       

       그렇게 말하는 테티스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바다의 재앙. 시 서펀트는 드래곤과는 거리가 먼 몬스터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드래곤의 먼 친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하게는 레서 드래곤Lesser Dragon으로 분류되며, 해당 분류에 속한 몬스터로는 드레이크, 와이번 등이 있는, 드래곤보다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강한 몬스터들이 포함되는 분류이다.

       

       

       ……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선박이나 항구를 습격하는 시 서펀트의 모습에서는 드래곤과 같은 지성을 느낄 수 없지만, 그 비늘의 강함 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단단하고 강한 비늘은 방어구로서 최고의 소재 중 하나이며, 수많은 모험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시 서펀트를 사냥하려다 목숨을 잃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강인한 비늘을 가진 시 서펀트를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처럼 느껴지지만, 딱 한군데. 공격할 수 있는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시 서펀트의 턱 아래. 그곳에는 비늘이 돋아나지 않은 피부가 한뼘 정도 있는데, 이 부분의 피부는 무척이나 나약하기에 적당한 위력의 화살이나 석궁으로도 꿰뚫을 수 있다.

       

       물론 커다란 시 서펀트가 바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와중에 한뼘도 안되는 약점을 맞추는 묘기를 펼쳐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이야기다.

       

        – 몬스터 도감. 시 서펀트 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르링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3)

    또다시 후원을 하시다니…. 호애애앵! 그것도 메세지 없는 쿨한 후원!!

    기대가 무겁다!!! 하지만 노력해서 쓰겠습니다아…!

    모기 싫어… 바퀴 싫어… 날파리들도 싫어…

    주인공은 다른 생물체들의 개변도 가능한 모양이니까 이런저런 개변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모기가 피를 빨지 않게 된다거나, 바퀴벌레가 징그럽지 않는다거나. 날파리가 더럽지 않는다거나 하는 개변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모기가 피만 안빨아도 얼마나 좋을런지. 어흒…

    생각해보니까 아직도 주인공 이름이 안나왔네요.

    그냥 계속 이름 안나오는 방향으로 가버릴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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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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