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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9화. 신의 무기 ( 6 )

       

       

       

       

       구매를 완료하자 요란한 팡파레 소리가 울렸다. 

       

       

       빠밤ㅡ!

       

       

       《’모험가 대탐험 패키지’ 구매 완료! 우편함을 확인해 주세요! 》

       

       

       “이 정도면 나도 1티어 흑우아닌가?”

       

       

       방치형 게임에 벌써 3번째 과금이라니. 앞으로의 식비를 위해서라도 남은 용돈은 좀 아껴써야 한다. 콩나물에 케찹 비벼먹는 경험은 인생에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우편함이나 봐야겠다.”

       

       

       불현듯 떠오른 안 좋은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산 패키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편함을 확인했다. 반짝이는 꾸러미 모양의 아이콘. 이번엔 저번처럼 패키지를 샀다고 아이템을 안 주는 모양이다.

       

       

       “저번에는 주고, 이번에는 안 주고. 뭔 차이지?”

       

       

       패키지 구성품의 차이인가? 이미 구매한 패키지는 상점에서 사라져 버려서 확인할 수가 없지만, 아마 구성품의 차이인 것 같다. 

       

       화면을 공터로 옮겨 모험가들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는 여관에 ‘모험가 대탐험 패키지’ 버프가 적용된 걸 확인했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쌓인 구리와 철을 전부 제련소에 때려 박고 게임을 껐다.

       

       

       “으으~!”

       

       

       굳은 몸을 일으켜 쭈욱 허리를 피니 온몸이 무겁다.

       

       

       “아 진짜. 요즘 왜 이렇게 자꾸 졸리지?”

       

       

       아직 한낮인데 게임을 끄자 피로가 확 몰려온다. 매일 앉아 있다 보니 체력이 많이 낮아졌나? 진작에 운동 좀 할껄. 내일부터 헬스장이라도 알아봐야겠는데…

       

       점점 몰려오는 졸음 속에 히끄무리하게 의식이 깜빡깜빡하다가, 툭 하고 끊어졌다.

       

       

       

       ***

       

       

       

       

       케일은 데모닉에게 말 그대로 대판 깨졌다. 특히 케니스의 선임 성기사이면서도 월권행위를 행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까였다.

       

       

       “하아, 케일 성기사.”

       

       “옙!”

       

       “내가 지금까지 충분히 말했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예, 죄송합니다!”

       

       

       케일은 그녀의 금발 머리가 바닥에 살짝 쓸릴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월권행위는 집단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문제. 하물며 만신전의 무력을 담당하는 성기사단은 그 무력때문이라도 규칙과 규율에 민감하다.

       

       원래대로라면 강등까지 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지만, 이 정도 잔소리에서 끝내는 것은 그 사안이 심각하지 않고, 데모닉의 선처때문이다.

       

       

       

       “그래…그 모험가, 한스라고 했나? 언제 만나기로 했다고?”

       

       “이틀 뒤에 모험가 길드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하아, 케일 성기사. 헷갈렸나보군. ‘풀잡이 던전’은 일주일 뒤에 탐색하는 던전이다.”

       

       “아? 그,그렇습니까..?”

       

       

       당황한 듯 눈이 흔들리는 케일. 분명 전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탐색 리스트를 꼭 확인하라고 말했는데, 이 꼴이다.

       

       

       ‘이런 게 성기사라니.’

       

       

       만신전에 돌아가면 내 반드시 성기사들을 직접 교육할 것이다. 한숨을 푸욱 내쉰 데모닉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이틀 뒤에는 ‘하얀 죽음의 둥지’를 탐색하게 되어있다. 하아, 곤란하게 됐군. 그 모험가에게 연락할 수단은 있나?”

       

       

       “아,그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있으니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전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흠…아니, 아니다.”

       

       

       데모닉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케일에게 말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케일 성기사와 케니스 수습 성기사는 그 모험가와 약속한 대로 이틀 뒤에 ‘풀잡이 던전’을 탐색하도록.”

       

       “그,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어차피 지금 있는 인원으로도 기존 던전의 탐색은 차질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어차피 과잉 병력이라면 남는 인원을 조금 돌려서 쉬운 던전을 따로 돌아도 되겠지.”

       

       

       물론 이단의 습격은 항상 대비해야 한다. 데모닉과 케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너희 둘이라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상대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명심해라. 이단과 악마는 사람의 약한 마음을 파고든다.”

       

       “옙,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케일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악마 녀석들이라면 질리도록 골통을 박살내봤고, 케니스도 듣자 하니 제법 싸운다고 했다. 그 둘이 함께하면 어지간한 이단과 악마들은 상대가 안 되리라.

       

       데모닉은 자신 있게 대답하는 케일을 보며 피식 웃었다. 좀 혼냈을 때는 세상 우울한 표정이더니, 적당히 띄워주니 기세등등해진 모습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걸 가지고 가라.”

       

       

       데모닉은 허리춤에서 팔찌 두 개를 꺼냈다.

       

       

       “내가 저장해 둔 신성력을 쓸 수 있는 팔찌다. 꽤 양이 될 거야. 그리고 그걸 사용하면 나한테 신호가 오도록 되어 있지. 긴급상황에 사용하도록. 내가 곧장 갈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케일은 팔찌를 받아 착용했다. 남은 하나는 케니스에게 줘야 하니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데모닉은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훈계에서 끝냈지만, 다음에도 이렇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앞으로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군. 이만 가보게, 난 할 일이 남았어.”

       

       “넵! 감사합니다!”

       

       

       케일이 문을 닫고 나가자 데모닉은 고개를 내려 복잡하게 흩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업무에 집중했다. 사각거리는 종이에 잉크가 새겨지는 소리가 조용히 방을 채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우…골치 아프군.”

       

       

       파견대 탐색 물자 준비에 모험가 길드의 협조, 던전의 사전 정보 취합에 근처에서 날뛰는 ‘은빛 황혼단’까지. 데모닉은 그야말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잠시 쉬어야겠어.”

       

       

       자리에서 일어난 데모닉은 창가로 다가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문뜩 손으로 목 주변을 더듬었다.

       

       

       딸깍

       

       

       데모닉은 조심스레 목에 걸고다니는 로켓 목걸이를 열었다.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로켓 목걸이. 사진 안에는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밝게 웃고 있었다.

       

       

       “…”

       

       

       아무 말도 없이 사진을 바라보던 데모닉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매만졌다. 사진 속 여자의 볼을 직접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유달리 작아 보이는 남자의 모습. 밤하늘에 걸린 별이 조용히 남자를 비췄다.

       

       

       

       –

       

       

       

       

       시각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케일, 케니스가 ‘풀잡이 던전’을 탐색하는 날. 둘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케일과 케니스는 누가 봐도 어엿한 성기사의 모습이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들을 동경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케니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때 데모닉 팔라딘님의 눈빛은…뭐였지?’

       

       

       자신을 따로 불러내 알 수 없는 말을 한 데모닉. 자신을 바라보던 은빛 눈에서 보이는 알 수 없는 감정들. 그것들은 그 날이후 계속 케니스의 머릿속에 남아 맴돌며 그녀를 복잡하게 했다.

       

       

       ‘데모닉 팔라딘님이 왜 나한테 그런 눈을 하신 거지? 왜 나에게?’

       

       

       케니스는 데모닉이 줬다는 팔찌가 걸려 있는 손을 보며 복잡한 심경에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ㅡ

       

       

       옆에 있던 케일이 그 한숨을 듣고 말했다. 

       

       

       “뭐야,케니스. 지금 긴장했어?”

       

       “예? 아,네. 하하 조금 긴장되네요.”

       

       

       데모닉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던 케니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케일에게 대답했다.

       

       

       “그래도 선배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이렇게 데모닉 팔라딘님이 직접 주신 팔찌도 있고.”

       

       

       피식 웃으며 말하는 케일.

       

       

       “뭐, 그렇지. 들어 보니까 그 ‘풀잡이 던전’이라는 곳, 그냥 약초나 캐는 곳이래. 아마 몬스터들도 안 나올껄? 약초나 파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마.”

       

       “몬스터가 없다니 다행이네요.”

       

       

       적당히 대답한 케니스는 다시금 팔찌를 바라봤다. 팔라딘이 직접 신성력을 저장하고, 축성한 팔찌.

       

       팔라딘이 제법 쓸 수 있을 정도의 신성력을 저장했다고 하면, 아마 케니스나 케일의 5배는 가볍게 뛰어넘을 신성력이 있을 것이다.

       

       데모닉은 대수롭지 않게 줬다지만, 이건 어디 가서도 못 구하는 귀물이다. 팔라딘이 직접 제작하고 신성력을 저장한 팔찌?

       돈 좀 있는 부자들이라면 누구나 달려드리라.

       

       이런 물건을 자신들에게 준 이유가 뭘까? 정말로 만약의 수단으로?

       

       

       ‘…아니면 정말 다른 이유로…?’

       

       

       다시 생각에 잠기려는 케니스를 케일의 목소리가 일깨웠다.

       

       

       “케니스! 어디가, 모험가 길드는 이쪽이잖아.”

       

       “아..! 죄송해요 선배님.”

       

       “아까부터 왜 그래?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케니스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케일. 케니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던전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저 진짜 괜찮아요! 얼른 가요!”

       

       “그래? 어디 안 좋으면 말해 줘야된다?”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렇게 걷던 둘은 어느새 모험가 길드의 앞에 도착했다. 길드의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한스가 벌떡 일어나 반갑게 아는 척했다.

       

       

       “아, 오셨군요!”

       

       “아,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나요?”

       

       “아휴, 아닙니다. 저도 방금 나와서 얼마 안 기다렸습니다.”

       

       

       케니스의 눈이 차가운 새벽공기에 빨갛게 달아오른 한스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언제 만나자고 시간을 안 정해서 새벽부터 기다린 걸까?

       

       케일은 한스를 보며 말했다.

       

       

       “흠, 아직 좀 이른 시간이긴 한데…한스씨? 그 ‘풀잡이 던전’은 여기서 얼마 안 걸리죠?”

       

       “예, 그렇죠. 아마 지금가면 점심 전에는 도착할 겁니다.”

       

       “좋아요. 그럼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 전에 들어가는걸로 하죠.”

       

       

       셋은 모험가 길드의 로비에 자리 잡고 간단하게 식사했다.

       딱딱한 빵과 적당히 밍밍한 수프. 뭔지 모를 고기가 가끔 보이는 채소 볶음이 나왔다.

       

       

       ‘북부에서 먹던 빵보단 맛있네.’

       

       

       딱딱하게 언 빵으로 못질을 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케니스는 식사를 빠르게 마쳤다.

       

       

       “자, 그럼 던전으로 가보죠. 한스씨, 앞장서시죠.”

       

       “예, 바로 가시죠.”

       

       

       모험가 길드를 나선 일행은 빠른 걸음을 유지하며, 던전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시덥지않은 이야기도 하며 속도를 유지하니 해가 중천에 걸리기 전에 던전 앞에 도착했다.

       

       

       “자, 던전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각자 한번씩 무기나 소지품 확인하죠. 이상 없으신가요?”

       

       

       잠시 몸을 더듬더니, 한손에 황금빛 검을 빼들고 한스가 대답했다.

       

       

       “저는 문제 없습니다.”

       

       

       케니스는 검과 한손에 착용한 버클러. 몸을 감싼 방어구와 허리춤에 걸린 포션들. 팔찌까지 확인하고 말했다.

       

       “저도 이상없어요.”

       

       “좋아. 그럼 가죠. 한스씨. 앞장서서 길안내를 좀 해주시죠.”

       

       “옙, 그럼 가시죠.”

       

       

       그렇게 케니스와 케일, 한스는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모양의 던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던전안으로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수상한 인영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주변이 찍힌 발자국들을 발견한 인영은 그 흔적을 따라 천천히 던전으로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 시점과 이세계 시점이 번갈아 나올 때마다 신경쓰이네요. 시점이 바뀔 때, 읽는데 많이 불편하시거나, 이해가 잘 안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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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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