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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철퍼덕 주저앉아 한참을 서럽게 울던 해츨링은 내 정성스러운 손길에 다행히 울음을 그치고 이따금씩 코를 훌쩍였다.

       

       “괜찮아, 괜찮아.”

       “뀨웅….”

       “물고기한텐 가시가 있어서 조심히 먹어야 된단다. 몰라서 그랬던 거니까 이제부터 조심하면 돼.”

       “뀨….”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게 감자떡이라, 물고기도 그냥 씹어서 꿀떡 넘기면 되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순살 물고기라니, 진짜 그런 게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나는 훌쩍이며 시무룩해져 있는 해츨링의 등을 토닥여 주며 생각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는 걸 고려했어야 했어.’

       

       안 그래도 쬐그만 감자떡 조각 좀 얻어 먹고 그 뒤로 아무것도 못 먹어 많이 배고프고 기운도 없는 상태였을 텐데, 녀석은 그럼에도 내가 물고기 열 마리를 다 잡을 때까지 물가에 서서 응원과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다.

       

       배고픈 상태에서 힘들게 버티고 열심히 응원까지 해서 겨우 얻은 결과물이 이런 식으로 목에 걸려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물도 처음 봐서 신기해하는 녀석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어쩌면 오히려 지금까지 녀석이 보였던 참을성이라든지, 말을 잘 알아듣고 따라 줬던 것들 때문에 내가 마음을 좀 놓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줘야겠어.’

       

       목에 가시가 걸렸다는 이유로 세상 잃은 표정으로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단 말이지.

       

       ‘…솔직히 좀 귀엽긴 했지만. 크흠.’

       

       잠시 후 조금 진정이 된 해츨링은 자신이 미처 삼키지 못한, 반 정도 살이 남아 있는 물고기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뀨우….”

       

       남은 걸 먹자니 목에 가시가 걸린 기억 때문에 선뜻 손이 안 가고, 그렇다고 안 먹자니 고기가 아깝고 배도 여전히 고프고.

       그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기 일보직전인 해츨링의 코를 손끝으로 톡 밀며 웃었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 안 해도 돼. 아직 물고기 많으니까 이건 놔두고 저기 다른 거 먹자. 그리고 내가 물고기를 진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쀼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해츨링이 기다리는 동안 빠르게 주변에서 두툼한 나뭇가지들을 구해 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 나이스!’

       

       호수 근처에 있는, 상인들이 종종 급할 때 이용하는 샛길 근처에 낡은 나무판자 하나가 흙에 처박혀 있는 걸 발견한 나는 곧바로 가져와 해츨링의 앞에 탁, 하고 놓았다. 

       

       “쀼?”

       “자, 잘 봐. 곧 구운 생선이라는 게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 줄 테니까.”

       

       부싯돌과 부시쇠를 구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나무 판자 주위에 불씨를 받아 줄 작은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모아 놓은 뒤, 비교적 곧은 나뭇가지 하나를 골라 나무 판자 위에 수직으로 세웠다. 

       

       ‘아주 약간 홈이 파여 있는 부분에 정확히 나뭇가지를 대고….’

       

       그리고 양손을 펼쳐 나뭇가지를 잡은 뒤,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스.

       

       거친 나무의 표면이 강하게 마찰하며 열을 발생시켰고.

       

       스스스스스….

       

       파리보다도 열심히, 더 빨리 손을 비벼 대자 아주 희미한 연기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쀼우!”

       

       뭔가 변화가 일어난 걸 감지한 해츨링의 눈이 커졌다.

       

       점점 팔이 아파 왔지만, 조금이라도 멈추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기합을 넣으며 박차를 가했다.

       

       “으자자자자!!”

       

       프스스스스스.

       

       ‘제발! 조금만 더.’

       

       그리고 연기가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후욱.

       

       “오오!”

       “쀼우우우!”

       

       마침내 작은 불씨가 생겨난 걸 확인한 나는 재빨리 나뭇가지를 내려놓고 혹시라도 센 바람이 불어 불씨를 꺼뜨리지 못하게 한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동시에 옆에 놓아 두었던 마른 나뭇잎을 불씨 근처에 놓은 뒤 약하게 손부채질을 했다.

       

       그러자 불씨는 산소와 나뭇잎을 먹이 삼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고, 나뭇잎을 넣을 때마다 몸집을 조금씩 불렸다.

       

       “됐다…!”

       

       이어서 조심스럽게 올린 나뭇가지에도 불이 옮겨 붙어 드디어 진짜 ‘불’이라고 할 만한 모양새가 되자, 나는 비로소 긴장을 풀고 뿌듯하게 웃을 수 있었다. 

       

       “와, 이걸 또 한 번에 성공하네?”

       

       손가락 한 번만 움직여도 에어프라이어로 간단히 음식을 조리할 수 있던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불 한 번 피우는 데에도 생고생을 해야 하는 자연 속에 떨어져 처음에는 솔직히 막막했었다. 

       

       ‘500원만 내면 살 수 있는 라이터 하나가 없어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현타가 오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불을 피우는 데에 성공하고 나니 현자타임보다는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밀려왔다.

       실전 정글 뉴튜버 찔러그릴스의 쇼츠를 가끔씩 봤던 보람이 있었다.

       

       ‘빙의하기 전 나였으면 팔힘 달려서 중간에 못 버텼을 텐데, 역시 시골 청년의 전완근은 다르긴 다르구만.’

       

       나는 내가 처음으로 직접 피워 낸 불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때, 대단하지? 이렇게 비비면 마찰력이란 게 생겨서…. 응?”

       

       해츨링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고 혜자 리액션을 좀 받아 보려고 고개를 돌린 나는 멈칫했다. 

       

       “…….”

       

       웬일로 해츨링은 아까전의 자세 그대로 굳은 채, 내가 피운 불을 커다란 눈으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혹시 불을 무서워하는 건가?’

       

       그렇다고 어떻게 피운 불인데 이걸 끌 수도 없고….

       

       ‘조금 정신을 차리거나 울려고 하면 잘 달래서 멀리 떨어뜨려 놔야겠다.’

       

       아까 기다리는 동안 혼자 물가에서 손을 뻗어 물장구까지 치던 걸 보면, 처음 봤을 땐 좀 놀라도 금방 적응하는 것 같으니 잠깐 떨어뜨려 놓으면 될 거다. 

       

       ‘그리고 맛있게 구운 생선을 먹고 나면 불에 대한 생각도 좀 달라질걸. 후후.’

       

       게다가 아직 어린 해츨링이기 때문에 차라리 불은 너무 호기심을 갖는 것보다는 적당히 무서워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해츨링이 뀨 소리 한 번 내지도 않고 얼어붙어 있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뀨?”

       

       드디어 해츨링이 정신을 차리자, 나는 녀석의 갈 곳 잃은 손을 가볍게 잡아 주었다. 

       

       “괜찮니? 불이 무서우면 좀 떨어져 있어도 돼. 생선은 구워다 줄 테니까.”

       “쀼우, 쀼!”

       

       하지만 해츨링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진짜 괜찮겠어? 그럼 앉아서 조금 기다리렴.”

       “쀼!”

       

       전혀 문제 없다는 듯 해츨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방금은 무서워한 게 아니라 그냥 불멍을 때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혹시 해츨링이 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는지 주시하면서 물고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아까 가져온 나뭇가지 중 하나를 골라 얇은 곁가지 부분을 부러뜨리고 뜯어낸 후, 그 끄트머리를 생선의 입 안으로 쭉 밀어 꽂았다.

       

       ‘오, 꽤 그럴듯한데?’

       

       나는 해츨링 앞에 꼬챙이에 꿴 생선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자, 잘 봐.”

       “쀼우!”

       

       그리고 불 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땔감으로 보충한 나뭇잎이 경쾌하게 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곧 생선 구워지는 맛있는 냄새가 퍼지자 해츨링의 작은 콧구멍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쀼우…!”

       

       해츨링은 기대가 가득한 눈빛을 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았다.

       

       “후후. 맛있는 냄새가 나지? 이게 바로 불의 위대함….”

       

       그리고 그때.

       

       화륵!

       

       “어?”

       “쀼우?!”

       “잠깐만, 물고기 탄다! 불 조절…버튼이 없지! 으아악!”

       

       우리는 결국 물고기 하나를 홀랑 태워 먹고 새 물고기를 구워야 했다.

       

       ***

       

       “크, 이거지.”

       

       시행착오 끝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 꼬치 두 개를 만들어 낸 내가 미소를 지었다. 

       

       “쀼우…!”

       

       벌어진 입가로 침이 흘러 나오고 있는 해츨링에게 먼저 작은 생선 꼬치 하나를 건넸다.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여기랑 여기를 잡으면 돼. 요렇게.”

       “쀼!”

       

       나는 곧바로 해츨링에게 시범을 보여 주었다.

       

       생선 머리와 꼬리 쪽의 꼬치 부분을 각각 잡고, 가운데의 구워진 생선을 한 입 베어물자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점이 입 안에 들어왔다. 

       

       “와….”

       

       내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진짜 감동의 맛이다.’

       

       말이 첫 식사지, 빙의한 이후로 감자떡 한 조각 말곤 먹은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등산도 하고, 호수까지 어깨에 해츨링을 얹은 채 걸어온 데다 작살로 물고기를 잡은 뒤 혼자 불까지 피웠다. 

       

       허기가 거의 극에 달해 있는 상태에서 먹은 생선은, 단순히 불에 구웠을 뿐이지만 내가 지금껏 먹어 본 모든 생선 요리보다 맛있었다.

       

       아마 한 끼에 몇십만 원 하는 오마카세 횟집에 가도 이 맛은 안 나올 거다.

       

       “쀼우우…! 쀼우우우우…!”

       

       옆을 돌아 보니, 해츨링 역시 나 못지 않은 감동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생선 양옆의 꼬치 부분을 꼬옥 쥔 채, 허겁지겁 생선을 먹는 해츨링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니, 울 정도로 맛있니…?”

       “뀨우우…!”

       

       대답을 하면서도 녀석의 입은 쉴 새 없이 고소한 생선살을 씹어 넘겼다. 

       그런 나도 물어보면서 한 입 더 먹고 있긴 하지만.

       

       “음냠, 가시 조심하고. 천천히 먹어.”

       “뀨우…!”

       

       우리는 그 이후로도 각자 생선을 세 개씩 더 구워 먹어, 결국 처음에 해츨링이 먹다가 목에 걸린 것, 내가 태워 먹은 것을 제외하고 모든 생선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 

       

       “와…. 진짜 배 터지겠다….”

       “뀨우우….”

       

       생선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한 번에 다 먹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우리 둘 모두 한 번 시동이 걸리니 중간에 어떻게 멈출 생각도 하지 않고 합심해서 전부 먹어치워버렸다.

       

       ‘뭐, 생선이야 언제든지 또 잡으면 그만이니.’

       

       나와 해츨링은 따뜻한 불 앞에서 대 자로 뻗은 채 포만감을 만끽했다. 

       

       “뀨우우…. 뀨….”

       

       해츨링은 정말 만족했는지,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뀨 소리를 냈다. 

       녀석이 숨을 쉴 때마다 빵빵해진 작은 배가 힘겹게 부풀어올랐다가 조금 빠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대로 누운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꽤 따갑던 햇살이, 이제는 은은한 온기와 함께 좀 더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곧 해가 넘어가겠구만.’

       

       지금이야 불 앞에 있어 따뜻하지만, 아마 해가 지고 나면 날씨가 꽤 쌀쌀해질 거다.

       

       ‘밤에 잘 만한 곳을 찾아 둬야겠군.’

       

       대충 생각해 둔 곳은 있었다. 

       

       다만….

       

       “아, 배불러.”

       “뀨우우….”

       

       일단은 우리 둘 다 소화를 좀 시켜야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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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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