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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일반인과 특수부대원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란 무엇일까?

        

        이 답변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꼽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우수한 사격 실력을 말할 터였고, 어쩌면 다양한 훈련을 얼마만큼 받았는지를 논할 것이다.

        

        그 모두가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투두두!

        

        

        

        수백 종류에 달하는, 수많은 화기를 전부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다룰 수 있는 무수한 근육기억의 존재 여부를 그 대답에 추가하고자 한다.

        

        

        

       “이야…탄착군 너무 깔끔하신데요? 9점 쪽으로 한두 발 튀어나간 게 너무 아쉽네요.”

        

        

        

        …그것이 하물며 영점이 잡혀있지 않은 총기라고 해도 말이다.

        

        몸은 이미 기존 영점을 기억하고 있으니, 사격 시에는 오조준을 해서라도 필요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유사시엔 필요한 법이었다.

        

        뚫어져라 종이를 쳐다보았다.

        

        첫 번째 오조준을 적용한 사격 결과를 확인한 후, 추가적으로 얼마만큼의 수정이 더 필요한지를 가늠했다.

        

        대충 감이 왔다.

        

        

        

       “98점이시네요. 너무 아깝다. 9mm 사격은 전부 만발이셨는데.”

        

       “다음 사격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약실 확인, 공격발 후 총기를 건넸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후, 그는 방금과 동일한 안전검사를 거쳐 한쪽에 방금 사격한 MPX를 살포시 내려놓고는 다음 총을 건넸다.

        

        KAC SR-15.

        

        민수용 모델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나 돌아다니는 총을 어떻게 입수했나 싶긴 하다.

        

        

        

       -스으….

        

        

        

        어깨에 단단히 견착하고 호흡을 그에 맞추었다. 접촉면으로부터 AR-15 계열 특유의 개머리판 감촉이 느껴졌다.

        

        익숙하다 못해 눈을 감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쏜 5.56mm 나토탄을 전부 합치면 표준형 컨테이너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지 않을까?

        

        

        아이언사이트는 평범했고, 그 너머로 보이는 새 표적지를 겨누기엔 무리가 없었다.

        

        방아쇠의 압력을 느끼며 그것을 거스른다.

        

        곧이어 약간의 반동과 함께 총알이 표적지를 관통했다.

        

        

        …가만히 집중하고 있자니, 문득 옛날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리아누 키브스가 나와서 총질하고 다 때려부수는 그런 영화였는데, 거기서는 TTI 사가 만든 커스텀을 썼었지.

        

        비록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것을 모티브로 차분하게 트리거를 당긴다.

        

        차탄의 발사까지의 간격이 얼마나 짧거나 길든 간에, 가슴에 한 발, 머리에 한 발.

        

        점수를 기록하고, 남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확실하게 파괴하기 위해서.

        

        

        …명상과도 같은 상념의 바다에서 헤어나왔다.

        

        머리와 가슴팍에 각각 다섯 개의 구멍이 난 표적지가 눈 앞에 있었다.

        

        

        

       “…진짜 100점이시네요.”

        

       “지키지 못할 말은 안 하는 주의라서….”

        

       “어으, 손님. 이렇게 쏘다가 벽면에 표적지를 붙일 공간이 없어지게 생겼어요. 저보다도 잘 쏘는 것 같으신데요?”

        

       “아직 10발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말하긴 아직 좀 이르지 않을까요?”

        

       “오우.”

        

        

        

        데저트 이글 10발.

        

        언제나 그렇듯 약실을 확인하고 안전검사를 진행하고, 오늘의 마지막 총을 받아들었다.

        

        글록과는 다른 손에 꽉 차는 느낌. 나도 비교적 손이 큰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끔은 예외가 있는 법이었다.

        

        

        림프 리스트 같은 현상이 없도록 특별히 손에 더 강하게 힘을 주어 파지한다.

        

        이건 실전에서 많이 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다 합쳐보면 교전 중 수백 발 정도는 쏘지 않았을까.

        

        평시에는 이걸로 2+1 드릴을 시험해본다고 꽤나 갖고 놀았지.

        

        꽤나 할 만했다.

        

        

        

       “이 총도 사용해보신 적…있으신 것 같네요.”

        

       “어지간한 것들은 다 만질 줄 알아요.”

        

        

        

        그리 말하며, 다섯 발씩 장전된 탄창 중 하나를 조심스레 끼우고 방아쇠를 당기자,

        

        

        

       ───!

        

        

        

        강력한 반동이 몸을 관통했다.

        

        

        

        

        

        

        

        

        

        

        

        

        

        

        

        

        

        

        오후 9시.

        

        어느덧 가게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는, 자정으로 향하는 이정표.

        

        그 가운데에서, 드물게도 아직 불이 켜져있는 실탄 사격장이 있었다.

        

        

        

       “진혁이 형. 오늘 좀 어땠…아니, 뭐야. 표적지를 뭘 그렇게 뭉탱이로 들고 다녀?”

        

       “그런 게 있어. 창고에서 사다리나 좀 가져와봐. 벽에 붙여야 돼.”

        

       “뭔데. 오늘 좀 쏘는 사람들 많이 왔나 봐? 예전에 형이랑 같이 대회 나가던 사람들 단체로 오기라도 했어?”

        

       “얼른 가지고 오기나 해.”

        

        

        

        그럼 그렇지.

        

        이 사격장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사로통제관이자, 한진혁의 후배이기도 한 김호준은 툴툴대며 창고 한쪽에 처박힌 사다리를 꺼냈다.

        

        이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몇 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하여 탄피를 흩뿌렸다.

        

        그 중에는 비교적 사격을 잘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벽면 위로 우수한 사격 성적을 거둔 사람의 표적지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오래된 것들을 떼어내고 새 것을 붙이거나, 사다리를 써서 로비 높이 붙여야만 할 만큼.

        

        

        근래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관리가 나름 된 사다리가 놓여진다.

        

        여러 개의 압정을 든 한진혁이 사다리 위로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김호준이 표적지를 받아들게 되었다.

        

        팔락.

        

        일곱 장의 표적지 중 하나를 펼쳐든 그가 작은 탄성을 터뜨렸다.

        

        

        

       “이야, 기가 막히게도 쐈네. 탄종 뭐야? 22구경? 9mm? 글록으로 쏜 건가?”

        

       “그거? 한 번 보여줘봐.”

        

       “여기.”

        

        

        

        다시 종이 팔락이는 소리.

        

        망설임 없이 입이 열렸다.

        

        

        

       “그거 데저트 이글로 쏜 거야.”

        

       “술 마셨어?”

        

       “술 같은 소리 하네. 동영상 보여줘?”

        

       “아니, 말이 안 되잖아. .50AE로 만발을 쐈다고? 일반인이?”

        

       “네가 못 본 거지, 난 봤고.”

        

        

        

        가장 가까이서 본 그조차도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의 연속.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남에게 말을 해주면 믿기나 하겠는가.

        

        백날 떠들어봐야 입만 아플 테고, 그는 이따가 카메라 녹화 영상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으며 방금 본 표적지를 받아들어 벽면에 꽂았다.

        

        다음 차례.

        

        

        

       “와, 이건 또 뭐야. 머리에 네 발, 가슴에 여섯 발? 잘도 맞췄네. 사격 선수라도 왔어? 이건 뭘로 쏜 거야?”

        

       “어디 보자…그건 글록 17. 그것도 얼른 줘.”

        

       “탄착군 일정한 거 봐라. 누군지는 몰라도 좀 쏘네, 선수 출신인가?”

        

       “압정 면상에 던지기 전에 빨리 내놔.”

        

       “아니이, 구경도 못 해? 거기 붙이면 잘 안 보인다고.”

        

        

        

        그리고 그 정도로 놀라면 끝도 없었다.

        

        어느새 벽면에 길게 늘어서는 표적지들.

        

        글록 3장, 데저트이글 1장, AR-15 1장.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만점이었고, MPX라고 표기된 종이와 글록 17이라고 표기된 종이 각각 한 장만이 붙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MPX 98점? 이것도 대단하네. 추가 사격 기회 얻어서 쏜 거구나, 이건. 근데 이건 74점인데 왜 걸어?”

        

       “제대로 봐봐.”

        

       “뭘 볼 게 있다고….”

        

        

        

        스윽.

        

        하지만 김호준은 착탄 지점과 탄착군이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머리 세 발에 가슴 다섯. 그리고 목에 두 발…아니, 일부러 이렇게 쏜 거야? 이 사람 완전 미쳤는데? 뭐하는 사람이야? 특수부대원? 다크존 랭커?”

        

       “몰라, 물어보지도 못했어.”

        

        

        

        그리고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심지어 액션 슈팅 형식으로 보여준 시연 결과란 말이지….’

        

        

        

        2+1 드릴.

        

        또는 모잠비크 드릴이라고도 하는, 근거리에서 상대방을 확실히 사살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격술.

        

        그녀는 MPX 사격을 통해 얻은 98점으로 추가 사격 기회를 획득한 뒤, 진정한 의미의 속사를 통제관인 그 자신의 허가 하에 보여주었고,

        

        그는 속사와 정확성이라는 공존 불가능한 두 단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참으로 느닷없이 알게 되었다.

        

        스읍.

        

        

        

       “…아, 니가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다크존 마렵잖아.”

        

       “내일 정기휴일이잖아. 이따가 집 가서 하자.”

        

       “알았어. 아…접속기 대여기간 연장해야되는데 까먹고 있었네.”

        

       “제때제때 좀 해.”

        

        

        

        스르륵.

        

        압정은 카운터 아래, 사다리는 다시 창고 안으로 향하고, 사격장 입구 유리문을 잠근 후 그 위로 두꺼운 철창, 셔터를 차례로 채웠다.

        

        총기를 다루는 곳이니만큼 그 흔한 창문도 막아놓은 사격장은 퇴근 시간이 되면 철통방어를 겸비한 밀실로 변했다.

        

        

        

       “완전히 잠겼어?”

        

       “잠겼지, 그럼. 가서 밥 먼저 먹고 들어갈테니 먼저 하고 있든가 해.”

        

       “알았어.”

        

       “너 아직도 그 가슴 큰 여캐로 하냐? 적응이 되긴 해? 무게중심도 안 맞잖아. 가상현실에선 그런 건 없나?”

        

       “한 번 해봐. 은근히 새롭다니까?”

        

       “난 내 가슴에 거대한 뭔가가 달려있는 꼬라지는 못 봐, 미친 놈아.”

        

       “형,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지랄.”

        

        

        

        몇 시간 전 열심히 총을 쏘며 사격장의 기록을 몽땅 갈아치운 한 손님이 듣는다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말들.

        

        그러나 그들이 흘린 다크 존이라는 키워드.

        

        그것이 무슨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었다.

        

        

        

        

        

        

        

        

        

        

       -[자동 정보수집 알고리즘 작동 중.]

        

       -[소득분위 분석…수집한 정보를 현 상황에 맞춰 재분석합니다.]

        

       -[사용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키워드를 필터링합니다….]

        

       -[필터링된 키워드 재분석 중.]

        

        

       -[이상성 감지 // 키워드 : 다크 존] 

        

       -[133,507,198개의 게시글 식별. 유사한 내용 간 카테고리화 완료.]

        

       -[게시글 내에 최소 한 번 이상 반복적으로 도출되는 워드를 목록화합니다.]

        

       -[판데믹 아포칼립스. 뉴욕. 워싱턴. 이카루스. 테러리스트. 아르테미스. 시가전….]

        

       -[재검색….]

        

        

       -[메시지 작성 중. 수신자 : Eugene Lee]

        

       -[데이터 누출을 감지. 경보 송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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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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