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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생명의 이야기 – (4)

       

       

       

       

       이야기를 마친 제우스가 한 줄기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그제서야 집무실 밖에서 기다리던 신들을 불렀다.

       

       [제우스는 이제 갔으니 모두 들어오도록]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궁금해하는 자들이 많다는 것을 제우스도, 나도 알고 있었지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신력을 이용해 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데스님, 혹시 대홍수가 끝나도 일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혹시 제우스 님께서 무언가 더 시키신 것이 있었는지..?”

       

       나는 긴장한 표정의 그들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제우스가 다시는 저승과의 상의 없이 지상을 쓸어버리지 않겠다고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한 것.

       그리고 대홍수 기간 동안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시종들을 파견해 저승을 돕겠다는 점.

       

       “휴우.. 불행 중 다행이군.”

       “안 그래도 업무량이 걱정이였는데, 아테나 여신님이라면..”

       

       저승은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안도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신들은 조금 더 밝아진 얼굴로 해산했다.

       

       대홍수가 일어나기까지 3일.

       

       

       

       * * *

       

       

       

       대홍수의 날.

       

       신들의 왕 제우스는 근엄한 목소리로 거대한 날개를 가진 북풍의 신, 보레아스(Boreas)를 불렀다. 

       

       “보레아스, 지금부터 바람을 일으키지 말고 아이올로스의 동굴에서 9일간 머물러라. 반론은 듣지 않겠다.”

       “…뜻대로 따르겠나이다.”

       

       보레아스가 바람을 가두어 두는 풍신, 아이올로스의 동굴로 들어가며 자신의 업무를 멈췄다. 

       이로서 하늘을 가득 메울 비구름은 절대로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남풍의 신, 노토스(Notus)가 제우스의 앞에 섰다.

       그는 여름의 남풍과 비를 상징하는 신이였기에 항상 젖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노토스! 내가 그만두라 할 때까지 마음껏 비를 뿌려라. 하계가 모두 잠겨도 좋다.”

       

       축축하게 젖은 몸과 날개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노토스가 제우스의 명을 받고 하늘의 구름을 건드렸다. 

       곧 강렬한 우레소리와 함께 지상에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미리 헤라의 명을 받은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은하수에서 물을 길어올려 구름에 습기를 더해주었다. 

       비구름이 마르는 날은 헤라 여신의 명이 거둬지는 때이리라.

       

       “헤르메스(Hermes)! 포세이돈에게 때가 되었다고 전해라. 아테나! 미리 선별한 시종들과 함께 저승으로 내려가 하데스를 도우라.”

       

       뱀 두 마리가 엉킨 지팡이인 카두케우스를 들고 가벼운 여행자 차림을 한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빠르게 바다로 날아갔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로, 도둑과 나그네의 신이기도 하였다.

       

       “앞으로 9일간, 사사로운 감정으로 지상의 생명을 돕는 신이 있다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번쩍, 콰르르릉!! 

       

       마지막으로 제우스의 힘을 실은 외침이 우레소리와 함께 올림포스 신궁에 울려퍼졌다. 

       

       외침을 들은 여러 신들은 두려워하여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신들의 왕이 인간들을 벌하기로 결정했는데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으랴.

       

       

       

       * * *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의 방문을 받은 포세이돈이 지상을 뒤엎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해안가에 생긴 인간의 마을들은 순식간에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다음으로 그는 강의 신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위대한 해신이 강의 신들에게 내린 명은 간단했다. 

       

       “수문을 모조리 열고, 물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게 하라.”

       

       이 중에서 인간들을 아끼던 강의 신들도 있었으나 차마 포세이돈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수문을 열었다.

       강 근처의 생명들은 순식간에 깊은 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거기에 포세이돈의 트리아이나가 대지를 강타하자, 그 엄청난 힘에 모든 물길이 활짝 열렸다. 

       무시무시한 수해(水害)가 온 세상을 덮쳤다. 

       

       갑작스러운 재앙에 인간들의 마을과 신전, 과수원과 밭은 형체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인간들은 신의 진노에서 살아남고자 필사적으로 산꼭대기로 기어올랐다. 

       

       “제우스, 제우스시여!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아직 하데스를 만나러 가기 싫소! 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이오!”

       “내가 여태껏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친 것이 얼마인데..”

       “어푸. 푸웁, 나는 아직..”

       

       익사의 위험에서 벗어난 인간들은 잠시 안도했으나 곧 바다로 변한 세상에 절규해야만 했다. 

       약하디 약한 인간은 며칠만 끼니를 거르고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죽는다.

       

       대홍수 속에서 미소를 짓는 것은 바다의 님프, 네레이스들 뿐. 

       

       9일 동안 이어진 대홍수를 버텨내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 * *

       

       

       

       온 세상에 육지가 존재하지 않을 무렵, 그 어느 때보다도 저승은 바빴다. 

       셀 수도 없는 엄청난 수의 영혼들이 저승과 이승의 경계인 다섯 강을 지나 하데스의 성채로 밀려들었다. 

       

       “하데스님! 영혼들을 모아놓은 구역이 더 이상은..”

       “어디보자.. 엘리시온 옆이군, 지금 당장 조치할테니 일단 다른 곳에서 받도록 해라.”

       “뱃사공 카론의 나룻배가 가라앉아 아케론 강에 영혼들이 빠졌습니다!”

       “레테 여신에게 전령을 보내 영혼들을 건지고 그녀로 하여금 돕도록..”

       

       집무실에 있는 나, 하데스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였다.

       한 손으로는 양피지에 실린 저승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고.

       다른 손은 저승 전역에 권능을 행사해 영혼의 판결과 배정, 심판을 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눈은 저승 전체를 살피느라 분주했고,

       입은 전령들의 보고에 답하느라 말라가던 중, 내가 기다리던 소식이 들렸다.

       

       “아테나 여신께서 올림포스의 시종들과 함께..”

       “시종들은 바깥의 스틱스 여신에게 보내고 아테나는 당장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빨리!”

       

       곧 전신 갑주와 창을 든 아테나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차렸다. 

       

       “저승의 주인, 하데스 큰아버지를 뵙습..”

       “왔으면 빨리 앉아서 일을 시작해라.”

       

       나는 아테나를 힐끗 보고 다시 산더미처럼 쌓인 두루마리 양피지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천장까지 쌓인 업무의 절반을 아테나 앞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했다.

       

       “저.. 이것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전쟁의 신격은 필요 없으니까 어서 그 갑옷이나 벗어라.”

       

       아테나는 전쟁과 지혜,문명의 여신답게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깨달은 것 같았다. 

       허탈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주섬주섬 갑옷을 벗고 내 앞자리에 앉았다.

       

       아까부터 집무실 바깥에서는 온갖 신들의 고함 소리와 영혼들의 바쁜 움직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도 지혜의 여신이 서류와의 전쟁에 참전했으니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리라.

       

       한참동안 양피지 더미에 파묻혀 얼굴도 보이지 않던 아테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큰아버지, 제게 이름을 빌려주신다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도가 있습니다.”

       “지혜의 여신이 하는 말이면 손해는 보지 않겠지, 진행해라.”

       

       아테나의 수상한 발언 이후, 그녀가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보았지만 일거리가 많았기에 무시했다.

       그리고 카론의 나룻배가 네다섯번 정도 더 부숴질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하데스님! 아케론 강 앞에 전쟁의 신 아레스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테나는 양피지 더미 사이로 내게 지혜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쾌활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잘생긴 근육질의 남신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전쟁의 신 아레스(Ares)였다.

       

       “하데스 큰아버지! 제가 나서야 할 전쟁은 어디에..”

       “좋아, 군신이면 지휘는 잘하겠지? 너는 이제부터 스틱스 강을 넘어오는 영혼들을 잘 이끌어 이곳으로 보내도록.”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저기 있는 아테나가..”

       

       황망한 표정의 아레스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로 가관이였다. 

       빈둥거리던 그에게 아테나가 서신을 보내 [지금 저승에 온다면 엄청난 규모의 전쟁에 참전할 수 있다] 라고 해서 달려왔던 것이였다.

       

       심지어는 아테나가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내 이름에 대고 보증했단다.

       그래서 의심이 들었어도 믿고 왔다는데.. 

       

       신 하나가 아쉬운 상황인데 내가 그의 사정을 봐줄 이유은 없다.

       

       “….아테나아아! 또, 또 날 속였구나!”

       “나는 저승에서 일어나는 업무와의 전쟁에 참전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절규하던 아레스는 갑자기 그의 뒤에서 나타난 한 하급신의 손에 붙들려 사라졌다.

       정확히는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저항하지 못한 것이였지만.

       

       

       

       * * *

       

       

       

       드디어 기나긴 9일간의 대홍수가 끝났다. 

       저승에 속한 신들은 이제서야 조금 쉴 수 있었고, 모두가 넥타르를 마시려던 찰나, 올림포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이 대홍수에서 살아남아 인류를 부흥시키고자 하니 하데스께서는 영혼들을 환생시켜주시길..”

       

       예언의 능력을 가진 프로메테우스가 자기 아들에게 대홍수에 대해 알려줬구나.

       그래서 방주를 만들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헌데.. 영혼이라면 지금 당장 인간들을 다시 만들겠다고?

       

       잠시 지상으로 눈과 귀를 집중하자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인 퓌라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으음.. 여보, 제우스 님의 신탁이… 인류를 부흥시키고 싶다면 커다란 어머니의 뼈를 어깨 너머로 던지라고 하시는군.”

       “신들이시여! 저희는 패륜의 죄를 저지를 수 없습니다! 제발 신탁을 거둬주시길..”

       “잠시만 기다려보시오. 혹시 어머니는 대지를 뜻하고 뼈라는 것은 바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오?”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들이 주섬주섬 바닥의 돌맹이를 줍기 시작한 것을 본 나는 즉시 신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환생할 영혼들을 선별해 지상으로 올려보내라고.

       

       “빌어먹을!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휘프노스! 레테 여신이 쓰러졌는데 그녀를 잠재우면 어떡하나!”

       “내가 안 잠재웠네, 그녀는 그냥 힘들어서 쓰러진거야!”

       “어서 영혼들을 선별해!”

       

       다시 평화로워지던 저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사이 지상에서는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가 돌을 던져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어라..? 돌을 던지자 일단 인간의 모습은 되었는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으음, 조금 기다려 봅시다. 신들께서도 바쁘신가 보오.”

       

       “영혼들은 빨리빨리 움직여라, 이제 환생할 시간이다!”

       “죄를 지은 자들은 제대로 분류한 거 맞아?”

       “순차적으로 이승으로 올려보낸다!”

       

       지하 세계에서 나온 영혼들이 신의 인도에 따라 인간의 형상에 스며들었다.

       그제서야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안도하며 마음껏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투두둑. 투툭.

       

       돌이 쉴새없이 대지에 떨어져 성공적으로 인간이 되었지만..

       지하의 신들은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 

       

       “젠장! 조금만 천천히 던지지!”

       “저것들은 뭐가 그리 급하다고 돌을 뿌리는 거냐?!”

       

       저승은 오늘도 바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크림맛감자님 200드라크마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신다니 감사할 따름..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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