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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모든 마법사는 진리를 추구한다. 세계의 근원이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

       

       누군가는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불에서, 누군가는 끝없이 순환하는 물에서 답을 갈구한다.

       

       백탑은 그 답을 빛에서 찾고자 했다.

       

       태초의 기원이자, 모든 생명의 시작.

       

       제이나에게도 진리에 도달하겠다는 사명이 있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경지를 높여 나갔다.

       

       당장 오늘만 해도 끝내야 할 연구가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죽을 수는…….

       

       “너희들 뭐하냐?”

       

       제이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미친 마녀가 죽일듯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저요?”

       “그래. 너요.”

       

       올리비아의 손끝은 정확히 제이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우리 세 명 다겠지.’

       

       솔직히 암담한 심정이었다.

       

       ‘아라미스 이 멍청이를 믿은 내 잘못이지.’

       

       제이나는 원망스러운 얼굴로 아라미스를 노려봤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으면 감전으로 끝났을 것을, 괜히 가담했다가 개죽음 당하게 생겼다.

       

       “이리 와봐.”

       “…….”

       

       제이나는 우물쭈물할뿐 나서지 못했다. 

       

       생긴 건 공작가 삼대 독녀인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삼류 양아치였다. 그 부조화가 제이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이 새끼들 안 오네? 허이구, 백탑 애들 인성 좋다는 말은 다 구라였구만?”

       

       아니, 너 같으면 가겠냐?

       

       올리비아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제이나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솔직히 드래곤보다 저 여자가 열 배는 무서웠다.

       

       무의식중에 뒷걸음치던 그때, 어렸을 때부터 귀에 박힐듯이 들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 제이나, 살다보면 당당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겁에 질려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제이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다.

       

       마법사 된 자로서, 언제까지고 겁에 질려있을 수 없었다. 제이나는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고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끝까지 맞서겠다는…….

       

       “아니, 왜 또 일어났어들. 그냥 누워있지.”

       

       파지지지직.

       

       “끄르르르륵!”

       “겍, 겍게게겍!”

       

       ……용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인 공경 따위 모르는 저 마녀에게 대들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아버지가 지금 여기 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일단 살고 보라고 하시지 않았을까?

       

       제이나의 결심은 빨랐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은 다음, 절하듯이 머리를 처박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로가 깜짝 놀라 말했다.

       

       “제, 제이나?”

       “너도 닥치고 일단 대가리 박아!”

       “에욱!”

       

       제이나는 단숨에 로를 쓰러뜨린 다음, 그대로 머리를 짓눌렀다.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까짓게 뭐가 대수랴.

       

       대마법사의 복수는 십년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살고 봐야 복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뭐든지 하겠다고?”

       “네, 넵!”

       “이 친구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제이나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 아라미스가 있었다.

       

       “아라미스? 너 미쳤…….”

       “무릎 꿇을 필요 없다. 이 여잔 어차피 우릴 죽일 생각이 없으니까.”

       “호오?”

       

       아라미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올리비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않나. 마녀.”

       “아라미스, 그래도 반말은 좀…….”

       

       아라미스가 제이나의 말을 끊었다.

       

       “단순히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미 우릴 죽이고도 남았을 인간이다. 탑주님과 장로님을 쓰러뜨리기만 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살려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거겠지.”

       

       그 말에 제이나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확실히 아라미스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아래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아마 전부 기절시켰겠지.”

       

       아라미스는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하는 짓이 동네 건달같기는 했지만, 저건 동네 건달 따위가 아니다.

       

       탑주급 마법사는 허공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수천, 수만분의 확률을 뚫어낸 최고의 마법사만이 그 이름을 쟁취할 수 있다.

       

       탑주는 그 자체로 결전 병기이며, 제국의 최중요 자원이다. 그리고 눈 앞의 마녀는 그런 전략 병기를 단숨에 쓰러뜨린 인간이다.

       

       백탑주보다 강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 강자들은 모두 몸담고 있는 왕국이나 가문이 있다. 

       

       신성 왕국의 기사단장이 그러하고, 동방 하르텐 유파의 하르텐이 그러하다.

       

       그들은 탑주와 싸워 이길 수 있지만, 뒷감당 때문에라도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아무리 손꼽히는 강자더라도 제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무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국과 싸우기를 꺼리지 않는 집단.’

       

       그런 미친 집단은 대륙에 하나밖에 없다.

       

       그믐달.

       

       7년 전, 남부 왕국 하나를 전복시킨 범죄 조직.

       

       눈 앞의 마녀가 그믐달 소속이라면 자신들을 죽이지 않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했다. 

       

       아마 노예로 팔아먹으려는 수작이겠지. 마법사는 비싼 자원이니까.

       

       제국법상 노예는 불법이지만, 다른 왕국들은 아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확실히 말해두겠다, 마녀. 다른 이들은 너를 보고 공포에 떨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폭력으로 나를 겁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겁에 질려 있던 마법사들이 아라미스의 당당함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젠장…….’

       ‘부끄럽다. 약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주먹을 쥐는 이.

       

       다시 전의를 불태우는 이.

       

       “만약 탑주님 혼자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필사의 의지로 싸웠더라면 네놈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전력을 내지 못했고, 그게 우리 패인이었다.”

       

       아라미스의 연설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제이나는 차마 동조하지 못했다. 중풍 환자 마냥 온몸을 발발 떨면서도, 필사적인 눈빛을 보내는 로이드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아라미스?

       

       ……탑주님이 그거 아니라는데?

       

       다 같이 싸우면 다 같이 뒤진다는데?

       

       “끄르르르륵!”

       “…….”

       

       벌써 세 번째 감전이었다.

       처참한 광경에 제이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라미스의 최후가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다 덤비면 날 이긴다?”

       “……그렇다.”

       “정말로?”

       “…….”

       

       올리비아가 한숨을 쉬며 스태프를 꺼냈다. 

       

       스태프로 바닥을 콩콩 내려찍자, 얼음이 사슬처럼 아라미스를 휘감았다.

       

       “……!”

       “넌 좀 맞자.”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치켜들었다.

       

       감전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뻐억-!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렸다.

       

       “뭐? 다구리? 다구리이이? 마법사라는 새끼가 다구리를 쳐?”

       “끄아아아아아악!”

       

       급소를 가격당한 아라미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꼴 받으면!진작에 나오라고 했어, 안했어?”

       “억! 끄억!”

       

       뻐억! 빠악!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제이나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미친놈처럼 급소만 때리고 있다.

       

       아라미스가 팔로 막으면, 가드를 치울 때까지 팔만 때린다. 버티지 못하고 팔을 치우면, 원래 때렸던 급소를 계속 때린다.

       

       막아도 아프지만, 안 막으면 죽을 듯이 아프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막을 수 밖에 없었다.

       

       “끄흐…….”

       

       올리비아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아라미스를 강제로 일으켜 세운 다음, 차기 백탑주에 어울리는 최후를 선사했다.

       

       “끄르르르륵!”

       

       뇌의 한계치를 아득히 초월한 고통에, 아라미스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인간이 아니야. 악마다 악마.’

       

       제이나는 그제서야 로이드의 심정을 이해했다.

       

       차라리 죽는게 나아보였다.

       

       “너희들도 같은 생각이냐? 한 번 다구리 까볼래?”

       

       제이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

       

       

       

       끄으…….”

       

       글레이시아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격이 컸는지 인간 모습으로 바뀐 상태였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글레이시아의 눈에 산산조각난 정문이 보였다.

       

       “……미쳐버리겠네.”

       

       언제부터 드래곤이 투석기 대용이 됐단 말인가.

       

       글레이시아의 시선이 위층으로 향했다. 소란스러운게, 아무래도 위쪽에서 제대로 한 판 하는 모양이었다.

       

       ‘미친 싸이코 새끼.’

       

       백만 번 양보해서 때리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드래곤인 자신은 개 패듯이 패면서, 인간들에게 관대한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마탑 정문을 깨부수고, 마법사 수십 명을 감전시킨 사람에게 관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글레이시아는 그렇게 느꼈다.

       

       ‘자기도 꼴에 인간이다 이거냐?’

       

       당장 마탑에 박으라고 지시할 때도, 사람이 죽지 않게 적당히 박으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글레이시아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기절한 마법사들로 가득했다. 

       

       근데 그뿐이다. 새까맣게 그을리지도, 어디가 부러지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새끼. 나도 이렇게 살살할 수 있었다는 뜻이잖아.’

       

       얻어맞은 팔다리에서 피멍이 올라왔다. 도대체 어떻게 때려야 드래곤의 몸에 멍이 난단 말인가.

       

       글레이시아는 다시 고개를 위로 올렸다. 올리비아는 아직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

       

       글레이시아는 잠시 생각했다.

       

       아무리 올리비아가 날고 기는 마법사라지만, 작정하고 도망가는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렇게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글레이시아의 고민은 짧았다.

       

       “흐흐흐……. 잘 있어라 망할 인간!”

       

       글레이시아가 웃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퉤! 앞으로 북부는 쳐다도 안 본다!’

       

       최소한 동부까지는 도망가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든 레어를 포기해야 되지만, 노예로 사는 것보다야 낫다.

       

       ‘딱 천 년만 동면하자. 저 인간이 뒤지면, 그때 나오는……!”

       

       패애애앵-!

       

       [커억!]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글레이시아의 몸이 뒤쪽으로 확 당겨졌다.

       

       쿠우우웅!

       

       추락한 글레이시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무언가 딱딱한 게 만져졌다.

       

       뭐야.

       

       뭐야 이거.

       

       [이, 이게 무슨…….]

       

       힘을 주고 잡아당겨도 풀릴 기미가 없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개목줄 같았다.

       

       글레이시아는 나라 잃은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엎어졌다. 악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기분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야, 너 거기서 뭐하냐?”

       

       올리비아의 말에 글레이시아가 퍼뜩 뒤돌아섰다.

       

       [주변에 누가 오나……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감시?”

       [예, 예!]

       

       올리비아가 코웃음쳤다.

       

       거짓말을 할거면 말이라도 절지 말던가.

       

       평소였다면 참교육을 시전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어우, 팔 아퍼.’

       

       생각보다 아라미스가 오래 버텼던 탓이다.

       

       “됐고, 얘들 태워야 되니까 허리 좀 숙여봐.”

       [얘들이라뇨?]

       

       글레이시아가 고개를 내렸다. 그곳에는 죄인처럼 묶인 채, 비틀거리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여자 하나에 남자 둘.

       

       그 중 맨 뒤에 선 남자의 얼굴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글레이시아가 침을 삼켰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야 얼굴이 저렇게 된단 말인가?

       

       인간은 봐준다는 말은 취소다.

       

       이놈은 인간이고 드래곤이고 공평하게 패는 미친놈이었다.

       

       [어……. 죄인들인가요?]

       “아니, 내 제자들.”

       [아, 그렇습니까?]

       

       에? 방금 뭐라고?

       

       노예가 아니라 제자요?

       

       불신의 시선에 올리비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제자 맞아.”

       […….]

       “일단 너네 레어로 가자.”

       [모시겠습니다.]

       

       막 글레이시아가 하늘로 날아오른 그 순간이었다.

       

       올리비아의 시야 끝에서, 일순간 빛이 반짝였다.

       

       점점 가까워지는 빛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외쳤다.

       

       “미친!”

       

       올리비아가 목줄을 잡아당겼다. 숨이 막힌 글레이시아가 켁켁거리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쩌어어어어억-!

       

       다음 순간 글레이시아의 바로 위쪽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뭐, 뭡니까!]

       “닥치고 날아! 더 높이 날아!”

       

       올리비아의 눈엔 똑똑히 보였다.

       

       ‘뭐야 저 새끼! 왜 수도로 안가고 여기 있어!’

       

       대륙에서 보기 드문 검은 머리카락, 보고만 있어도 압도되는 엄청난 크기의 대검.

       

       저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인간은 한 명 밖에 없었다.

       

       검성 키엘.

       

       그와의 첫 번째 대면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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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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