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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계정 레벨이 7인데 37연승? 부캐인가?”

       

       – 오. 천마 부캐다.

       

       “누군지 아세요?”

       

       – 오늘 커뮤에 올라온 사람임. 누군지 정확히는 모르는 데 졸라 잘함.

       – 나 마딱인데 저 사람한테 발렸음.

       

       “마스터 분이 발렸다고요? 최소한 챌 부캐네요. 큰일 났는데?”

       

       프로 리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겠지?

       

       종운이 전 프로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에 날렸던 사람. 2군 프로가 상대라면 이를 악물어야 하고. 1군 프로가 상대라면 10판 중에 한 판 이길까 말까다.

       

       애초에 그가 현역에서 먹히는 실력을 유지했다면 프로의 세계에서 물러났겠는가.

       

       – 타 겜 랭커인 거 같다던데? 아피스 잘 모른다더라.

       

       “진짜요?”

       

       – ㅇㅇ. 걍 아피스 맵 자체를 모른다던데.

       

       “그럼 할만하죠.”

       

       아피스는 오래된 게임인 만큼 알아야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아무리 피지컬이 뛰어나다 해도 아피스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님들. 노 마이크 빡겜 갈게요.”

       

       – 져라.

       – 제발 져라.

       – 참교육 당해라.

       

       “아. 진짜 이 인간들.”

       

       꼭 이기고 만다. 이겨서 미션금을 다 타 먹고 말 테다.

       

       대전의 장소는 사원이었다.

       

       오랜 과거에 버려진 낡은 신전의 모습을 한 맵으로 이 곳에 있는 변수는 단 하나. 특수 승리 뿐이었다.

       

       “아피스가 억까를 하는 데요.”

       

       심지어 이 특수 승리라는 것도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 아무 변수가 없는 콜로세움과 다를 바가 없다. 괜히 3대 실력 맵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피지컬 원툴을 상대할 때 이런 맵이 걸리다니. 운도 없지.

       

       종운의 표정이 찌푸려지자 채팅창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하여간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라니까. 나도 다른 스트리머 방으로 가면 저러니 할 말은 없지만.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천마 VS 방패기사]

       [2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20]

       

       “흐음. 이번엔 방패를 든 기사인가.”

       

       종운의 반대편에 천마 캐릭터가 나타났다.

       

       그녀의 커스터마이징은 평범했다. 본래 천마 커스터마이징에서 조금 더 완숙미와 퇴폐미를 더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목소리도 천마와 닮아 있었다. 성대모사를 하는 건지. 변조 프로그램을 쓰는 건지 모르겠으나 화령이라는 유저가 천마 롤플레잉에 진심이라는 건 확실했다.

       

       행동이나. 눈짓이나. 어투나. 화령이라는 유저는 그야 말로 현실로 튀어나온 천마 AI 그 자체였다.

       

       “쩐다. 롤플레이 겁나 잘하시는데.”

       

       – 진짜 천마 보는 거 같지 않아?

       – 나중에 천마 스토리 겜 나오면 저런 모습일 듯?

       

       “진짜 그럴 것 같애.”

       “그대는 대체 누구와 떠들고 있는가?”

       

       시청자와 소곤거리는 게 들렸나보다. 화령이 의아하다는 듯 종운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터렛 스트리머 데케이입니다. 방송을 하는 중이라서 시청자들과 이야길 나누고 있었습니다. 혹시 방송에 나가는 게 불편하시다거나.”

       “되었다. 얼굴이 알려지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목소리에서 위엄이 느껴졌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유저가 아닐 지도 몰라. 어쩌면 현실에서 연기를 배우는 사람인 걸까.

       

       마이 튜브 각이다. 제목은 진짜 천마와 만났습니다. 정도면 되겠지.

       

       커뮤니티에 이미 이야기가 돌 정도면 지금 이 만남도 중계가 되고 있을 거다. 나중에 마이 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질 게 분명했다.

       

       제발 소문이 퍼진 것만큼이나 실력이 뛰어났으면 좋겠다. 어줍잖은 실력이면 마이 튜브에 올릴 수 없으니까.

       

       “그대. 나를 재단하는군.”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10]

       

       “부디 그 자만만큼이나 실력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여태는 좀. 재미없는 아해들만 만났으니.”

       “이래 뵈도 전 프로입니다. 약하진 않을 걸요.”

       “호오. 그대가 말인가?”

       

       화령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종운은 자신의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했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진짜였다. 저 오만한 어투에 어울릴 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3]

       [2]

       [1]

       [경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화령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형환위다.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 괜한 틈만 보일 테니까.

       

       기다려야 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어디선가 나타날 기척을 기다려야 해.

       

       지금!

       

       콰앙!

       

       철과 주먹이 부딪혔음에도 물러난 쪽은 철이었다. 종운은 방패를 든 자신의 팔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감이 좋구나.”

       

       무슨 위력이! 별 것 안하고 주먹을 내지른 것 같은데 어지간한 기술 급이잖아!

       

       “어디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

       

       화령은 자신이 쥔 주도권을 결코 넘겨주지 않았다. 천마신공의 묘리를 담은 패도적인 공격이 연이어진다.

       

       그 속에서 종운은 방어를 하기에 급급했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피스는 게임이다. 약점이 없는 공격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연격 사이에는 분명 치고 들어갈 곳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공세는 도대체 뭐야! 왜 찌를 곳이 없지? 파고들 수가 없지? 왜 내가 펼치는 기술들은 모두 다 파훼 당하는 거지? 대체 왜!

       

       종운은 반 강제로 노마이크 게임을 수행하고 있었다. 숨을 쉬기에도 급급한데 말할 틈 따위 있을 수 없었다.

       

       “크억!”

       

       얼마 안 가 종운의 집중력이 한계에 달했다. 일순간의. 아주 자그마한 틈이 생겨났고 천마는 그 공백을 놓치지 않았다.

       

       치명상이었다. 한참을 구르다 간신히 자세를 잡은 종운은 슬쩍 체력바를 확인했다. 절반 이상이 달아 있었다. 그에 반해 천마의 체력바는 시작 할 때 그대로였다.

       

       “이것뿐인가? 그렇다면 실망스럽다만.”

       

       종운의 패배는 확정적이었다. 화령이라는 유저와 종운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까.

       

       수많은 실력자들을 상대해 본 종운이 보기에 화령은 분명 프로 레벨에서도 먹히는 인간이었다. 당장 1군에 들어가도 주전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 그만한 재능이었고. 그만한 실력이었다.

       

       종운은 말없이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부터 종운이 할 행동은 의미 없는 발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해야 했다.

       

       이건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흠. 끈기는 있는 모양이야.”

       

       많이도 필요 없다. 한 번. 단 한 번의 공격만 성공 시키자. 거의 1분 동안 처 맞으면서 공격도 눈에 익었어.

       

       여전히 대처하기는 어렵지만 승리를 생각하지 않고 수를 둔다면 한 방 정도는 먹일 수 있을 거야.

       

       방패를 들었다.

       

       “무어냐. 거북이처럼 서서 버티기만 할 셈이냐?”

       

       공격을 하러 와줄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도망치기만 해도 화령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 텐데 왜 변수를 주겠어.

       

       하지만 저 사람은 그러지 않을 거야. 천마니까. 패도의 주인이니까. 연기건 아니건 그리 행동하고 있으니까!

       

       “그러는 당신은 보고만 있을 겁니까?”

       “유치한 도발이다만. 오냐. 내가 가마.”

       

       기다려. 진정하고 앞을 봐. 천마를 봐.

       

       저 사람의 근육이 움직이는 걸. 호흡이 움직이는 걸. 시선이 향하는 걸 봐.

       

       눈에 익힌 걸 뇌에 박아 넣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천마의 신형이 사라진 순간 종운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변의 기척에만 집중했다.

       

       심장이 채 열 번도 뛰지 않은 때에 툭 하는 소리가 났다. 그건 너무나도 희미해서 종운의 심장소리보다 미약했으나 종운은 그 작은 신호조차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방패를 내리고 검을 내질렀다. 여태 거북이 같던 종운의 모습에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과감한 일격.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이건 예상 못했을.

       

       “좋은 노림수였다. 허나 약간 부족했구나.”

       

       검은 분명 화령에게 닿았다. 그녀의 뺨에 난 얇은 상처가 그를 증명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종운이 패배를 걸고 내지른 일격의 결과가 겨우 저것이라는 소리였다.

       

       종운은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건 너무하잖아.

       

       괴물 같으니라고.

       

       [패배!]

       

       매치가 끝나고 시작 지점으로 돌아 온 종운은 그대로 바닥에 퍼져버렸다. 방금 전 뇌를 너무 써서 그런 건지 몰라도 머리가 아팠다.

       

       채팅창은… 아. 젠장. 알게 뭐야. 미션이 실패했으니 그거에 관해서 떠들고 있겠지 뭐.

       

       “아해야.”

       “뭡니까? 저 지금 죽을 것 같은데요.”

       “훌륭했다. 여태 이 아피스에서 본인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그대뿐이었다.”

       

       그건 분명 칭찬이었다. 남들에겐 조금도 자랑할 수 없는 칭찬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는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자랑스레 하면 어떤 반응일까를 상상하다 웃어버렸다. 걔는 말을 고를 줄 모르니까 대놓고 미쳤냐고 물어보겠지.

       

       “그래서 말이다만.”

       

       [상대방이 재전을 신청했습니다.]

       

       “더 하지 않겠느냐? 자네 정도 수준 되는 이를 찾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실력에 맞는 상대를 찾고 싶으면 랭겜이나 돌리시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종운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걸 아는 사람이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겠지.

       

       그치만 이 사람이랑 더 놀고 싶지는 않아. 진짜 수명을 깎아가며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든단 말이야. 프로 자리도 내버렸는데 그렇게 열심히 아피스를 하고 싶진 않다고.

       

       마이튜브각이고 뭐고 나부터 살고 봐야지.

       

       – ㅇㅇ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데케이님. 천마랑 십선하시면 이기건 지건 20만원 드림. 딜?]

       

       “예?!”

       

       갑자기 소리를 질러 화령이 눈썹을 쳐올렸지만 종운은 그걸 보지 못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채팅창과 방송 도네이션 내역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제야 저런 도네이션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천마에 열광하고 있었다. 아피스 방송인 중 최상위에 속하는 종운을 짓누르는 실력. 시종 여유가 넘치는 오만한 어투.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빛.

       

       사람들은 저 화령이라는 유저를 좀 더 보고 싶어 했다.

       

       특히 종운이 화령의 피를 조금 깎아낸 순간엔 채팅은 거의 올라오지도 않았다. 모두가 화령과 종운의 대전에 집중하고 있던 것이다.

       

       대전이 끝나자마자 쉴 새 없이 터진 도네이션의 폭격이 그를 증명했다.

       

       종운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서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간 이종운이 마모되어 쓰러진다 한들 방송인 이종운으로서 이 곳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것을.

       

       저 괴물과 열 번이나 더 게임을 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화령님.”

       “무어냐.”

       “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시면 열 판 정도는 같이 해드릴 게요.”

       “말해보아라. 내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해 줄 터이니.”

       “마이 튜브에 화령님과 대전한 영상 올리는 거 허락해 주세요.”

       

       화령은 눈을 끔뻑이다가 피식하고 웃었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 얼굴이 알려지건 말건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허락도 구했고. 이제 다시 일 할 시간이네.

       

       종운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팔을 들어서 재전을 신청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예를 눌렀다.

       

       *

       

       데케이라는 자는 아피스를 하며 만나 본 여러 유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무림에서 만났다면 한 번 키워볼 만한 아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현대에서 태어난 이라고는 믿기 힘들 수준이었다.

       

       검과 방패를 다루는 실력이나. 싸움의 흐름을 보는 것이나. 상대의 심리를 읽는 것이나. 하품만 나오던 여러 아해들보다 훨씬 나았다.

       

       그래서 일까.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 잘 키워보면 나를 재밌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약속한 10번의 대련 중에서 9번 동안 험하게 굴렸더니 데케이의 눈에 악기가 올라 있었다.

       

       그리운 눈이었다. 마교에서 아해들을 훈련시킬 때 아해들의 눈이 저러했지. 기회가 된다면 가르치는 자를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은 눈.

       

       현대를 사는 아해에게는 좀 버거운 일을 시킨걸까.

       

       “괜찮으냐? 조금 쉬겠느냐?”

       “아뇨. 바로 한 번 더 하죠. 마지막이잖습니까.”

       “많이 지쳐 보인다마는.”

       “걱정 마시죠. 아직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거든요.”

       

       흐음. 비장의 수라. 여태 그토록 구르면서 한 가지 비수를 남겨 두었다고?

       

       “본인을 놀라게 만들 만한 것이더냐?”

       “물론이죠. 패배라는 글자를 보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을 걸요.”

       “이기겠다고? 그대가 본인을?”

       “예.”

       

       오호라.

       

       흥미롭구나. 흥미로워.

       

       어디 그 비수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느껴보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총 조회수가 천을 넘겼습니다! 기쁘네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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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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