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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환영 회식 자리로 가는 길.

       

        “캬… 형… 오늘 아주 멋있으셨어요.”

       

        형석이는 나를 회식자리로 안내하며 계속해서 감탄을 하는 중이었다.

        쌍따봉을 날리는 것을 보며 괜시리 쪽팔려지는 중이었다.

       

        “야… 그만해. 뭘 그걸 가지고…”

        “아니. 오늘 진짜 대박이었다니까요? 형. 오늘 일 진짜 엄청난 거예요. 형이 잘 모르셔서 그런지 상황만 들어도 엄청난 거였는데.”

       

        그는 갑자기 자신의 스마트폰을 주섬주섬 꺼내드는 것이었다.

       

        “이것 보세요. 저희 길드에서 벌써 작업도 들어갔거든요.”

        “작업?”

       

        [ 오늘 블루 길드 A팀 몰살 당할 뻔했던 거 앎? ]

        ㄴ 왜 몰살? 거기 이수아 있지 않나?

        ㄴ 이수아도 죽을 뻔 했다던데?

        ㄴ 왜? 이수아가 왜 죽음? 퇴물이기는 해도 막 그렇게 죽을 실력은 아닌데.

        ㄴ 이수아 젖탱이 빵빵. 만져보고 싶다.

        ㄴ 다들 병먹금 하자. 헛소문 만드네.

       

        [ 용산 전쟁기념관 던전에서 메두사가 나왔다고 함. 그래서 이수아네 팀 다 죽을 뻔했다고 함. ]

        ㄴ 지랄. 거기서 메두사가 왜 나옴? 애초에 던전 속성에서부터 맞지 않는 걸.

        ㄴ 주작을 해도 좀 말이 되는 주작을 해라.

        ㄴ 아 요새는 참신하고 그럴싸한 소설 쓰는 사람 없나. 인재가 없네.

       

        [ 아까 올라온 글 진짜인듯? 블루 길드 쪽에서도 인정했다는데? ]

        ㄴ 먼소리야.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ㄴ 증거 나올 때까진 안 믿음.

        ㄴ 전쟁기념관 던전에서 메두사 나왔으면 내 부랄 자른다. 거기 애초에 속성이 그런 속성이 아니라니까.

        ㄴ 아니 그래서 아무도 준비를 미처 못해서 몰살당할 뻔했다던데?

       

        각종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가있는 상태였다.

       

        ‘뭐야…’

       

        아직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였다.

       

        “이거 뭔 데?”

        “크… 그러니까 말이에요. 형이 오늘 한 건 하셨잖아요? 그래서 우리 길드에선 그걸 가지고 좀 띄워보겠다~ 이 소리죠. 오늘 길드장님 아주 화가 나셨었거든요. 이수아 헌터 밀려난 일 때문에…”

       

        역시 채수현 때문에 이수아가 밀려나자 길드에서도 난리가 난 건 맞는 것 같았다.

       

        “근데?”

        “그러니까 길드장님은 형님을 좀 띄워보시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길드장님이? 나를?”

       

        갑작스러운 전개에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에이. 형님 저희 이수아 헌터가 채수현 헌터랑 라이벌인 거 아시죠? 뭐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어쨌든 제가 길드장님께 형님과 채수현 헌터의 사이를 은근슬쩍 흘렸거든요.”

        “뭐? 왜?”

       

        사실 내 입장에선 이런 내용이 퍼지는 게 썩 좋을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 알았으니까.

        모두들 나를 비웃겠지.

       

        S급 헌터에게 노예질로 헌신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멍청한 E급 헌터.

       

        나는 굳이 나쁜 이미지가 퍼지는 것이 싫었다.

       

        ‘하… 괜히 또 호구 새끼 이미지 만들어지겠네.’

       

        “에이 걱정 마세요.”

       

        내가 표정을 찌푸리자 형석이가 어깨를 툭 쳤다.

       

        “형. 제가 있잖아요. 형이 걱정하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뭔가 자신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희 길드장님 눈치 하나는 빠르거든요. 아마 형님께 뭔가 기대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기대? 무슨 기대.”

        “글쎄요. 뭐 채수현 헌터랑 엮여있던 사람이 우리 길드로 굴러들어왔는데, 그게 나쁠 일은 아니죠.”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딱히 나선 것은 없었지만 형석이가 알아서 뒤에서 뭔가를 열심히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형은 그냥 형대로 하시면 돼요. 제가 뒤에서 열심히 작업을 해놓겠습니다. 어차피 목표는 크흠. 채수현 헌터 아닌가요?”

       

        형석이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찡긋하며 말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

       

        ‘너무 티가 났나?’

       

        하긴 오늘 하루 종일 개 빡친 표정으로 돌아다녔으니 모를 수도 없기는 하다.

        전 여자친구는 TV에 나와서 난리치며 축하받는 중이었고, 나는 쭈굴한 채로 새 길드에 말단으로 가입을 하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긴 하다.

       

        “뭐 그렇긴 해.”

        “형님께서 채수현 헌터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게 아니라면…”

        “에잇. 내가 그 시발년에게 왜 마음이 남아.”

       

        갑자기 성질이 확 났다.

        단순히 그냥 헤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헤어질 때는 분명 여러가지 방법으로 헤어질 수 있다.

        근데 이년은 그냥 기분나쁘게 헤어지는 것을 넘어서 아주 치졸한 방법으로 나를 공격하는 중이다.

       

        ‘내가 다시 채수현 이 년을 상종하나 봐라.’

       

        이를 악 물었다.

       

        “그럼 좋죠. 저희는 계속 해서 채수현 헌터를 주시하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오랜 기간동안 이수아 헌터가 1위였으니까 말이에요. 사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오늘 사건, 저희 길드에선 엄청 큰 충격이었거든요.”

       

        그러더니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었다.

        이 녀석, 좀처럼 한숨을 쉬지 않는 편인데 이 문제는 그에게도 꽤 심각한 문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저희 길드에서도 형님을 좀 팍팍 밀려고 생각 중입니다.”

        “나를 왜?”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았다.

       

        “뭐 간단히 얘기를 하자면… 길드장님 생각은 형님을 채수현의 맞 카운터로 성장시키실 생각이에요. 그래서 좀 존재감이 비슷해지면 채수현 헌터의 과거를 빵 터트리겠다. 이 소리죠.”

       

        다시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가능해?”

        “원래 언플이란 게 그런거죠. 상대방을 키워서 잡아먹는 것. 채수현 헌터가 뭘 하고 다니든 신경쓰지 마세요. 저희 할 일만 하면 됩니다. 그럼 그게 나중에 최고의 복수가 될 거고요.”

       

        대충 무슨 소린지는 알아는 들었다.

        블루 길드의 길드장을 내가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하기는 했으니까.

       

        이미 오래 전부터 채수현은 알음알음 기존의 S급 헌터들과 비교가 되어왔으니까.

        유례없는 성장속도로 인해 다른 헌터들에게 있어서 경계 대상이었으니까.

       

        블루길드에서도 아무래도 채수현을 주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눈이 들어왔을 테고…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간에 든든한 아군을 얻었다는 느낌은 받았다.

        적어도 이 썅년에게 맞서는 데에 있어서는 블루 길드는 아주 듬직한 친구가 될 테니까.

       

        “저희는 형님을 영웅화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그래야 채수현 헌터에게 비빌 수 있게 될테니까요.”

        “흐음…”

       

        예상했던 전개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뭐 나야 좋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길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또 그 길이 채수현 이 년을 때려잡을 수 있는 방향이 된다면…

       

        “좋아. 나쁘지 않네.”

        “흐흐. 기대해보세요.”

       

        ***

       

        “안녕하세요. 오늘 들어온 신입, E급 헌터 백지훈입니다.”

       

        꾸벅 인사를 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생각보다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런 느낌의 회식은 처음.

       

        신입을 환영하는 자리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들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었다.

       

        “오오… 우리의 영웅!!”

        “백지훈 헌터 환영해요.”

        “첫날부터 아주 대단하시네요.”

       

        다들 한마디씩 건넸다.

        아무래도 축제 분위기였다.

       

        “캬… 아니 내가 그 던전을 70번 갔거든?”

        “40번이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거나 그거나~”

        “에휴.”

        “근데 말야 오늘 같은 일은 완전 처음이었다고!!”

       

        뭔가 들뜬 상태로 말하는 중년에 가까운 헌터도 보였다.

       

        “우리 오늘 완전 다 사망했을 법했다니까? 하필 정부 팀도 오늘은 좀 늦어서 말이야. 가장 가까운 팀이 20분은 걸린다고 했다지 아마?”

        “그러니까요. 헌터 생활하면서 이렇게 쫄아본 적은 처음이었다니까요? 어째서 속성에 맞지않는 몹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희귀 몹이잖아요? 일부러 잡으러 가지 않는 이상 이렇게 아무렇게 나올 수가 없는건데.”

        “그러게 말야. 게다가 한두마리도 아니고…”

       

        모두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그 일을 생각하면 다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지훈 씨. 그 메두사한테 뭐 나쁜 감정이라도 있어?”

        “네?”

        “아니. 아까 메두사 잡을 때 말이야. 뭔가 굉장히 화난 사람처럼 보였거든.”

       

        누군가 옆에 와서는 슬쩍 물어보는 것이었다.

       

        ‘하… 아까 너무 빡쳐서 채수현이라고 생각하고 휘둘렀던걸 말씀하시나 보네.’

        ‘너무 화나보였나…’

       

        “하하… 그냥 메두사가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저도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아휴. 난 또. 뭐 메두사한테 열받은 거라도 있나 했네.”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었다.

       

        “지훈 씨. 오늘 일은 대신 사과 드릴게요.”

       

        어느새 이수아 헌터가 내 근처 자리에 와 있었다.

       

        “에? 아니에요.”

        “첫날이시고 신입인데… 보호를 해드려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이수아는 찡그린 표정과 함께 사과의 말을 건넸다.

       

        “괜찮습니다.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에요.”

        “앞으로 우리 잘 해보도록 해요.”

       

        짧은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자리로 떠났다.

       

        ‘크…이수아 헌터와 한 팀이 되다니.’

       

        오늘 하루 너무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이수아 헌터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로, 모두가 한팀이 되고 싶어하는 헌터니까.

        아마 인터넷에서도 인기 투표를 하면 1위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채수현에게 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아.’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분명 좆같은 일이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좋은 일도 같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 이건 뭐지?’

       

        상태창이 별안간 눈 앞에서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왜 또 깜박거리는 걸까.’

       

        보통은 상태창이 이렇게 저절로 난리를 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유독 이상했다.

       

        틱.

       

        가볍게 건들여 상태창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수아의 상태창이 떠있는 모습이었다.

       

        ‘응…? 뭐야 상태가 왜 이래…?’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우울 장애, 불안 장애, 양극성 장애, PTSD, 강박장애,두통…

       

        이수아 헌터의 상태창에는 각종 빨간 딱지가 달려있었다.

        물론 빨간 딱지 특성은 헌터 쪽에선 별로 좋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아니 이 상태로 지금 살고 있단 말이야…?’

       

        고개를 슬며시 돌려 이수아 헌터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녀는 꽤 고통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상태였다.

       

        ‘흐음… 이거 도와줘야할 것 같은데…’

       

        나는 상태창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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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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