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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약육강식.

         

        강자가 약자를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블랙 피라냐 LV8】

         

        피라냐는 날 먹이로 생각하고 있는지 내 꼬리를 잘근잘근 물어댔다.

         

        곧바로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긴 꼬리에서 나오는 힘은 내 예상보다 강했다. 반동으로 피라냐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내가 밟고 있는 건 연잎 한 장.

         

        격한 행동을 한다면 곧바로 물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평범한 도마뱀이라면 말이다.

         

        물과 연잎의 경계를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치악력이 상어만큼 강하다는 피라냐라고 해도 물 밖에서는 그냥 물고기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현재 있는 곳은 육지도 아닌 공중이었다. 놈은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게겍!”

         

        수면을 박차며 생긴 힘을 일점으로 모았다.

         

        뚫을 듯한 기세가 향한 곳은 피라냐의 배였다.

         

        이름을 짓는다면 소룡등천격 정도 아닐까.

         

        퍼억!

         

        놈이 공중에 체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녀석의 크기는 나와 동등하다. 이 공격으로 끝내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서 도망치겠지.

         

        몸을 회전하듯 움직여 꼬리로 놈을 내리쳤다.

         

        뻐억!

         

        아까보다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소위 말해 뼈 맞았다는 상황이었다.

         

        아니, 생선이니 가시겠지.

         

        이번 공격의 목적은 단순한 타격이 아니었다.

         

        내 목표는 놈의 착지 지점을 바꾸는 것.

         

        쿵!

         

        피라냐는 내 꼬리에 밀려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녀석은 어떻게든 물에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콰각!

         

        하지만 뭍으로 나온 이상, 내 소룡군림보에 유린당할 뿐이었다.

         

        후.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숨을 거둔 피라냐를 기다란 꼬리로 찰싹 때렸다.

         

        녀석이 꼬리를 잘근잘근 씹어댄 탓에 상처가 났지만, 그리 아프진 않았다.

         

        게코 도마뱀의 꼬리는 스스로 재생한다. 바실리스크가 되었지만 그 능력은 아직 유지 되고 있었다.

       

       벽 타기라는 스킬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발 구조가 달라졌음에도 이전의 특성을 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를 해 빅 바실리스크 사우루스가 된다고 해도 물 위를 달리고 벽을 오가는 기행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찰싹찰싹.

         

        나는 한동안 피라냐를 마사지 해준 후, 은신처로 끌고 가기 위해 지느러미를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물보라가 쳤다.

         

        풍덩!

         

        놈의 동료로 추정되는 피라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 피라냐 LV4】

         

        【블랙 피라냐 LV5】

         

        【블랙 피라냐 LV7】

         

        내가 잡은 녀석보다 레벨은 낮지만 그 수가 많았다.

         

        숫자는 총 세 마리.

         

        이미 난 충분한 수확을 했다.

         

        놈들과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적당히 위협하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구우우.

         

        물웅덩이 깊은 곳에서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

         

        내 안에 내재된 그 뜨거운 것과 유사한 기운이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큰 녀석이 오고 있다는 걸.

         

        쿠와아!

         

        녀석이 수면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내자, 그 반동으로 엄청난 양의 물보라가 쳤다.

         

        【블랙 피라냐 LV10(+)】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더니, 그냥 피라냐잖아.

         

        “겍겍.”

         

        조금 실망이었다.

         

       시선도 두지 않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가만, 그런데 왜 쟤만 이름 뒤에 +가 붙어 있는 거지?

         

        저건 내가 진화하기 전에 붙어 있던 거 아닌가?

         

        그리고 모습도 뭔가 이상한데.

         

        다른 놈들은 전형적인 피라냐라고 하면, 이놈은 비단잉어에 가까웠다.

         

        색도 전혀 블랙이 아니라 레드였고.

         

        정체가 대체 뭐야.

         

        녀석의 수염을 잡아 뜯으며 정체를 묻고 싶었지만, 피라냐 4마리를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이미 잡은 피라냐 한 마리를 꼬리로 묶듯이 휘감았다.

         

        놈들이 물살을 가르며 내게 돌진했다.

         

        내가 도망치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멍청한 녀석들.

         

        작은 용이 하늘을 날 듯, 놈들을 넘어섰다.

         

        소룡등천보였다.

         

        “겍겍!”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물을 밟으며 은신처로 도망갔다.

         

         

        *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며 은신처에 도착했다.

         

        피라냐 녀석들이 분해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내가 계속 물 위에 있었다면 녀석들이 날 잡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물을 밟고, 갈대 위에 오르고.

         

        허공으로 도약하고 다시 물을 밟고.

         

        물고기들은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바실리스크 도마뱀만의 길이었다.

         

        “겍겍!”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피라냐를 슬쩍 쳐다봤다.

         

        침이 줄줄 나온다.

         

        당장에라도 저걸 삼키고 싶었지만, 나는 교양 있는 도마뱀이다.

         

        뚜둑.

         

        피라냐의 비늘을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작은 주둥이로 일을 해결했을 거다.

         

        그러나 나는 이제 게코 도마뱀이 아닌 바실리스크 도마뱀이다.

         

        게코 도마뱀 때와 많은 변화가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걸 꼽자면 전체적으로 길쭉해졌다는 거다.

       

       그중에서 가장 체감이 잘 되는 바로 팔이었다.

         

        아니, 팔이 아니라 앞다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

         

        예전이라면 정말 앞다리처럼만 사용했을 거다.

         

        짧고 뭉툭하고, 뚜방뚜방 걷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간의 행동을 미흡하지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피라냐의 몸에 붙은 비늘을 교양있게 제거했다.

         

        사실 비늘을 제거한다는 건 사치 중의 사치였다.

         

        손질하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른 도마뱀이었다면 차라리 조그마한 구멍을 내고 거기서부터 파서 먹는 걸 택했을 거다. 덩치가 조금 있는 녀석이라면 한입에 삼켰을 거고.

         

        하지만 나는 지성 있는 우아한 도마뱀이다.

         

        내 앞에 있는 식재료는 무려 물고기다.

         

        바삭거리는 거미 표 벌레 육포와, 팡팡 터지는 끔찍한 식감의 벌레 육회와는 차원이 다른 식재료였다.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매운탕을 끓여 먹어도 맛있을 거고 무를 넣어서 조림을 해도 괜찮을 거다. 깨끗한 기름으로 바싹 튀겨 생선가스로 만들어 먹어도 굉장히 맛있을 거다.

       

       거기에 감자튀김까지 더한다면….

         

        …지금의 나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내게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생식이었다.

         

        그래도 생선은 생으로 먹어도 회 정도는 된다.

         

       비늘을 제거한 피라냐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텁.

         

        주둥이를 크게 벌려 살점을 한가득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겍!”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게 생선의 맛이 맞나?

         

        살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

         

        붉은 살 생선 특유의 육고기와 비슷한 이 맛.

         

        육식성 물고기라 그런지, 민물고기 특유의 흙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쫀득하고 단맛이 강했다.

         

        생선을 크게 베어 문 것도 맛에 한몫했다.

         

        텁.

         

        사시미 칼로 얇게 저민 생선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이었다.

         

        와그작.

         

        나는 순식간에 피라냐 한 마리를 전부 먹어 치웠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는 건 덤이었다.

         

        초장이나 와사비가 없다는 게 굉장히 아쉬웠지만 벌레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이었다.

         

        [「미식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미식 LV1」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영감을 얻기 쉬워집니다.

         

        이제 별걸 다 주네.

         

        영감이라, 깨달음 비슷한 건가.

         

        나는 긴 꼬리로 머리를 긁적였다.

         

        배도 채웠겠다, 영감인가 단감인가 하는 무언가를 활용할 때였다.

         

        상황을 정리해 보자.

         

        일단 이 세계에는 공룡들이 잔뜩 있다.

         

        처음에는 고생대로 떨어진 건가 싶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고생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이 있었으니까.

         

        공룡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

         

        내게 상태창과 스킬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닌 거 같다.

         

        거미가 내게 먹인 내단과 소룡등천보라는 이름의 보법.

         

        이런 걸로 종합해 보자면, 이 세계가 무협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긁적.

         

        꼬리로 내 똑똑한 머리를 한 번 긁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당장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세계의 장르가 판타지건, 무협이건 무슨 소용이 있나.

         

        지금의 나는 그저 도마뱀 하나.

         

        아주 작고 연약한 도마뱀일 뿐이다.

         

        이 세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건, 더 강해진 이후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강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

         

        레벨을 올리는 것.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다.

         

        레벨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진화였다.

         

        게코 도마뱀에서 한 단계 진화했을 뿐인데, 이렇게 편해졌다.

         

        물론 내가 한 진화는 일반적인 진화는 아니었다.

         

        특수 진화라는, 일정한 조건을 달성했을 때 해금되는 것이었다.

         

        특수 진화.

         

        나는 이것을 더 파고들어야 한다.

         

        질주라는 스킬이 바실리스크의 진화 조건인 거처럼, 다른 스킬들이 다른 개체의 진화 조건일 가능성이 컸다. 지금의 나는 최대한 많은 스킬을 배워야 하는 시기일 거다.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독이 있는 벌레를 많이 잡아먹어 관련 스킬을 얻는다면, 코모도 도마뱀 같은 걸로 진화할 수도 있을 거다.

         

        특수 진화를 하기 위해 스킬을 배워야 한다.

         

        즉, 나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거다.

         

        활동 지침은 대충 정했다.

         

        이제 고민할 거리가 하나 남았다.

         

        그건 바로 내단이다.

         

        최대 레벨이 된다고 해도 바로 진화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영험한 기운이 몸에 깃듭니다.’

         

        이 문구를 본 이후에 진화를 할 수 있었다.

         

        즉, 내단 같은 걸 섭취 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다.

         

        이게 문제였다.

         

        그 거미는 어디서 그런 것들을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내단은 희귀한 물건이다. 이 도마뱀의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찾아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후우.

         

        내단을 대체 어디서 구하지.

         

        첨벙!

         

        아까 봤던 피라냐들이 아직도 화가 났는지 저 멀리서 격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너희들은 부럽다.

         

        그냥 생각 없이 헤엄만 치면 되니까.

         

        나 같은 고등 도마뱀의 고충을 이해할 리가 없지.

         

        쿠구우우.

         

        이젠 아주 물회오리까지 만들면서 격하게 시위하고 있었다.

         

        지가 무슨 용인 줄 알아.

         

        “꽤애애액!”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확인 하니, 웬 두꺼비 한 마리가 펄쩍펄쩍 튀어 다니고 있었다.

         

        “겍겍!”

         

        좋은 말로 할 때 가라.

         

        그린 바실리스크 LV2의 분노를 사기 싫다면 말이야.

         

        내가 물고기를 먹어 배부른 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저 두꺼비도 사냥했을 거다.

         

        “꽤애애액!”

         

        묘하게 황금빛이 도는 게 맛없어 보여서 참는 거다.

         

        어휴.

         

        “그어어엉!”

         

        이번엔 또 뭐야.

         

        두꺼비의 반대편에는 큼지막한 황금빛 거북이가 기어다녔다.

         

        놈은 데굴데굴 몸을 구르면서 이곳저곳 쑤시고 있었다.

         

        은신처를 잘못 정했나.

         

        “게게겍!”

         

        조용히 좀 합시다!

         

        저런 놈들이 내 이웃이라니.

         

        운도 지지리 없지.

         

        에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내단 하나 안 떨어지나.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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