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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사냥꾼과 아가르타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숨을 죽인 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 무슨.”

         

         

       탄튼이 감시자의 관심을 끌어서 자신에게 오게 한 뒤부터 아슬아슬한 혈투를 펼치고 있었다.

         

         

       탄튼이 던진 기괴한 물체는 정확하게 감시자를 향해 쇄도했다.

         

       그대로만 간다면 감시자에게 적중할 터였지만, 감시자는 여유롭게 그 물체를 보고는 입으로 낚아채버렸다.

         

         

       화라도 난 것인지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탄튼을 향해 시선을 돌린 감시자가 곧 탄튼에게 달려들었고, 탄튼의 반항에도 농락이라도 하듯 물체를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그를 보면서 사냥꾼은 직감했다.

         

         

       작전은 실패다.

         

       우리는 여기서 죽는 것이다.

         

         

       ‘남을 탓할 것도 없어. 내 판단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여기서 그의 운명은 끝이다.

         

       자신의 주제를 몰랐으니, 아쉽게 된 것이지.

         

       다만, 자신의 가족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맺힐 것이었다.

         

         

       생각을 전부 정리한 사냥꾼이 그냥 눈을 감아버리자, 아가르타도 체념할 뿐이었다.

         

       오히려 여기까지 했으니 잘 버틴 거지,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어째서인지 곧장 탄튼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와야 했을 터인데, 오히려 조금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쓰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사냥꾼이 다시 보았을 때, 탄튼과 감시자가 거리를 둔 상태였다.

         

       그리고 감시자가 그 물체를 여전히 입에 문 채 탄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냥꾼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외신에게 한 대 먹였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탄튼이 멀쩡할 리가 없었을 테니까.

         

         

       화가 난 것인지 감시자는 흉포한 기색을 드러내며 탄튼에게 달려들었고, 그 이후로 숨 막히는 주먹 교환이 이루어졌다.

         

       탄튼의 손길 한 번을 감시자가 앞발 맞받아쳤고, 탄튼이 다시 손날로 휘두르려고 하자 감시자가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버려서 그 또한 피해버렸다.

         

       하지만 결국 탄튼은 감시자의 머리에 손을 얹어버렸고, 마치 뭔가를 당하기라도 한 듯 감시자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Ф̶͚̦̪̠͉̝͖͓̤͖̯͍͔̓͑̀͊̐͌̎̾͛̿̇у̸͓̣̪͍͓͉̭͚̳̦̮̩̩̿̍̏̍͋̋͐̓̄͂”

         

         

         

       결국 버티기 힘들기라도 했는지 감시자는 결국 탄튼의 손길에서 벗어나 주변을 빠르게 빙빙 돌기 시작했다.

         

       탄튼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보였고, 마침내 감시자가 탄튼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얼굴을 씹어먹으려고 했다.

         

         

       그 압도적인 크기에 밀려서 넘어져 버렸지만, 탄튼은 두 손으로 그것을 또 저항해내며 감시자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체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정신병자.’

         

         

       사냥꾼은 평가를 올리기 이전에 저것이 도대체 인간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마침내 감시자의 혓바닥 러쉬가 끝이 났고, 만족했는지 사뿐한 움직임으로 멀어졌다.

         

       원래 키도 나보다 조금 작았는데, 강아지처럼 앉아있으니 더 작아 보였다.

         

         

       “헥헥.”

         

         

       떨어졌음에도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소리를 내며 웃는 감시자였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 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내 몸엔 진득한 침 같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떽! 이러면 안 돼요. 옷이 다 젖었잖아.”

         

         

       나도 모르게 우리 집 강아지를 야단낼 때 하던 소리를 했고, 감시자가 그 말을 듣더니 귀를 접으면서 몸을 웅크리는 것이 아닌가.

         

         

       “후, 후웅….”

         

         

       …아니, 그러니까 그 모습으로 그러지 말라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려고 할 때, 감시자가 다가와 내 손을 살살 핥으면서 말했다.

         

         

       “…내가 미안?”

         

         

       불쌍한 눈빛까지 보내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드는 게 아닌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감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앞으로는 피부만 핥아. 옷이 다 젖으면 다시 갈아입어야 하니까.”

         

       “…역시 차칸 인간!”

         

         

       내 말을 잘 들은 건지, 이번에는 팔을 내 어깨에 건 뒤에 얼굴만 골라서 막 핥기 시작했다.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게서 떨어진 감시자는 내가 던져주었던 개뼈다귀를 다시 입에 물더니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 인간! 덕분에 찾았다! 이거 찾느라 여기 있었다!”

         

         

       …아, 그런 거였어?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저러고 있던 거였구나.

         

         

       “이거 훔쳐 간 나쁜 녀석, 있다! 너 아니었으면 아직도 못 찾았다!”

         

       “그렇구만….”

         

         

       또 이걸 뺏어서 저 가짜 벽 너머에 넣어둔 존재가 있는 걸까?

         

       감시자 걸 뺏어서 저기다가 박아 넣을 정도면 그 녀석도 일단은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데….

         

         

       근데 개뼈다귀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 않을까?

         

       먹을 거는 다른 데에서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감시자가 갑자기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왜 나랑 대화 가능하냐, 인간?”

         

       “어, 그러게?”

         

       “내가 쳐다봐도 아파하지 않아.”

         

         

       엄, 뭐라고 말해야 하지.

         

       슈퍼 겁쟁이 모드를 깔아서, 라고 해봤자 못 알아들을 것 같고.

         

         

       “그만큼 네가 좋다는 뜻 아닐까?”

         

       “…!”

         

         

       대충 립서비스를 해주었을 뿐인데, 감시자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아주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네가 좋다, 인간!”

         

         

       음.

         

       예쁘장한 여자애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준 다라.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감시자는 뼈를 들고는 뒤돌더니 그대로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 인간! 나중에 또 보자!”

         

       “어, 어.”

         

         

       짜식, 감사 인사까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방금 또 보자고 한 거 아니었나?

         

         

       내가 제대로 들은 건지 기억을 검토하고 있는데, 아가르타와 사냥꾼이 다가왔다.

         

       뭐, 그냥 인사치레로 한 거겠지.

         

       일단은 잊기로 했다.

         

         

       아가르타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타, 탄튼 씨. 그동안 힘을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

         

       “네?”

         

         

       갑자기 뭔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거야.

         

       내가 당황하면서 대답하자 사냥꾼이 침음을 하며 말했다.

         

         

       “…설마 그런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놈이라고 생각도 못 했군.”

         

         

       사냥꾼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외신을 죽이는 일은 해내지 못했지만 퇴치하는 건 가능했다. 네 말을 스스로 증명했으니 인정하지.”

         

         

       …대체 어떻게 봐야 머리 쓰다듬어주고 하는 거를 싸우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지?

         

       또 내 눈에만 귀여워 보였던 거야?

         

       아니, 그래도 머리 쓰다듬어주는 거를 오해하는 거는 좀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뭐.

         

       어쨌거나 잘 넘어갔으니까 된 거려나.

         

         

       튜토리얼의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던 감시자를 쓰러뜨렸다.

         

         

       그러자 머릿속에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당신은 귀여운 외신에게서 살아남았다!

         

         

       오.

         

         

       “뭐하는 거지? 이제 슬슬 나가자고.”

         

       “그래요, 탄튼 씨. 이런 후줄근하고 더러운 감옥 안에서 오래 있는 건 폐에 좋지 않아요.”

         

       “도적 주제에 감옥은 또 싫은 건가?”

         

       “도적이 이런 곳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편견 아니에요?!

        보통은 더 좋은 삶을 위해 도둑이 된 거거든요.”

         

         

       사냥꾼과 아가르타가 서로 투덜대면서도 내게 손짓을 하길래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찌되었건 이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지.

         

       기쁜 마음으로 탈옥 성공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려던 때였다.

         

         

       “네, 가고 있….”

         

         

       그 마음이 무색하게도,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와장창!

         

         

       갑자기 천장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돌무더기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뭐, 뭐야?!”

         

         

       하늘로부터 흩어지는 돌덩어리 탓에 팔로 얼굴을 가렸다.

         

         

       후드득.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어 잘 못 맞는다면 멍으로 끝나지 않았겠지만 이게 웬걸?

         

        감시자가 핥았던 부분에 흘러내리는 침이 전신을 강화해 몸을 보호해 주었다.

         

       질척한 부분을 타고 흘러내리는 돌덩어리를 보며 감탄했다.

         

         

       핥아질 때는 축축해서 힘들었는데, 이거 의외로 쓸모가 있네?!

         

       고마워 감시자야!

         

         

       점차 소리가 그치고 잔해물도 다 떨어진 것 같아 팔을 치우려고 하는데, 누군가한테 팔을 잡혔다.

         

         

       깜짝 놀라며 앞을 보자, 하얀 가면을 쓴 여성이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붕괴되어 먼지가 자욱하게 퍼져있는 감옥 내부. 가면의 여인이 내는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베겠다.”

         

         

       그 말에 내 몸은 얼어붙었다.

         

         

       사냥꾼과 아가르타도 마찬가지인지 여인의 말에 움직임이 봉해졌다.

         

         

       “아, 아앗!”

         

         

       구멍이 뚫린 감옥 위로 무언가가 또 떨어져 내렸다.

         

         

       콰앙!

         

         

       마치 폭탄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소음이 울렸고 그 안에서 후드를 쓴 분홍 머리 소녀가 나타났다.

         

       겁에 질린 듯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가면의 여인을 찾고 있었던 듯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 백가면 선배님. 너, 너무 급하세요. 안에 외신이 남아 있으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분홍 머리 소녀가 쭈뻣쭈뻣 다가와 백가면 옆에 섰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데?

         

       갑작스러운 전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사냥꾼이 알고 있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외신이 사라졌으니 올게 왔군.”

         

       “아니, 이게 그렇게 조곤조곤 말할 사건이에요? 이런 젠장, 외신이 들이닥쳤을 때부터 생각했어야 했는데.”

         

         

       사냥꾼은 무덤덤했지만 아가르타의 반응은 격렬했다.

         

         

       “저거 론단의 기사단이잖아요? 외신 잡이들!”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가르타가 호들갑을 떨자 백가면이 으르렁거렸다.

         

         

       “움직이기는요! 전 기사단 분들을 늘 존경하고 있으며 공무를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러자 외신만큼 두려운 것들을 만났다는 것 마냥 두 손을 번쩍 들어 항전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아가르타였다.

         

         

       론단의 기사단?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니 저 멀리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외신에 의한 왜곡 현상 붕괴, 외신과 접촉한 인원 식별. 인계받은 감옥 내 죄수와 일치. 공무를 집행한다.”

         

         

       뭐, 뭐?

         

       공무를 집행한다고?

         

       하얀 가면의 여인은 검집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모형 검을 꺼냈으며.

         

       후드를 쓴 분홍머리의 소녀는 어깨에 멘 끈을 풀어 헤치며 장난감 도끼를 들어 겨눴고.

         

       공무를 집행한다는 무서운 목소리를 내던 이는 곰돌이 인형 탈을 쓰고 있었다.

         

         

       “히, 히익!”

         

       “역시 론단의 기사들인가. 외신으로 만든 무기로 무장하고 있군.”

         

       “어… 어?”

         

         

       …저게?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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