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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요람에는 학생 동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학년과 반, 그리고 이능은 다르지만 동아리를 통해 친분을 다진다.

       서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모자라던 부분을 스스로 찾아간다.

       그들의 선생님에게서는 미처 배울 수 없는 무언가를 얻곤 한다.

       

       다만, 살짝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응. 무투 동아리 허접이쥬? 개못하쥬? 이딴 게 동아리?”

       “저 썅간나! 저 새끼 바로 잡으라. 내래 머리통을 날려주겠어!”

       “시합이란 시합은 다 지고 안 되니 폭력 사용. 어으. 수준 나오네.”

         

       

       그 동아리끼리 묘한. 그리고 좀 과한 경쟁심이 있다는 것.

       오늘은 무투 동아리와 검술 동아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솔직히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동아리라고 해봤자 무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오는 건데. 검술 동아리는 태반이 병기 계열 이능력자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무투 동아리도 무투 계열들을 더 부르면 되는 거 아냐? 거참 이상한 주장을 하시네. 그쪽이 홍보를 못하는 거면서.”

       “저 애미나이! 같은 계열 들이는 거랑 동아리 홍보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네!”

         

       

       동아리라 하여 무조건 그 동일 계열이 들어가야 하는 법은 없다.

       오히려 다른 부분에 흥미를 느껴 제 이능과는 다른 동아리를 택한다.

       무투 동아리도 그렇다. 무투 계열 이능력자는 적고 다른 계열이 더 많다.

         

       한데 검술 동아리는 반대였다. 병기 계열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심지어 그 병기 계열 중 대부분이 또 검을 다루는 학생들이었다!

         

       

       이러니 다른 동아리들과 친선전을 벌이면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그걸 가지고 ‘검술 동아리가 최고다.’ 란 논리를 펼치기에 이르렀다.

         

       다른 동아리들이 반발하며 어떻게든 전력을 보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동아리에 가입된 이들은 옮기는 것을 꺼려했다.

       또 몇몇은 그냥 동아리인데 너무 진지하게 임한다고 투덜거리기도 했고.

         

       

       “아무튼 인정할 건 인정하지. 이걸로 현재 스코어가 4:0 이잖아.”

       “아직 우리 무투 동아리는 패배하지 않았어요!”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그쪽은 한 명. 우리는 다섯이나 남았는데 가능하겠어?”

         

       

       검술 동아리원들이 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무투 동아리원들은 이를 갈며 마지막 희망을 기다린다.

         

       5분이 흐르고, 10분이 흐르고. 이제 친선전 시간도 거의 다 되어간다.

       하지만 누구도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움을 청하는 데에 실패한 모양이다.

         

       

       “느하아암. 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슬슬 끝내죠?”

        “하아. 무투 동아리 녀석들. 아까운 시간만 버리게 하고 있군.”

       “크윽! 조, 조금만 더 기다려봐! 1분만 더!”

       

         

       검술 동아리에게 빼앗긴 우수 동아리 명패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영광을,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환해야만 한다!

       

         

       ―타다닷!

         

       

       “하악! 학!”

         

       

       이때. 뒤에서 한 학생이 미친 듯이 달려온다.

       

         

       “돼, 됐어요!”

         

       

       검술 동아리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가 됐다는 건가.

       아. 혹시 관두자는 건가? 드디어 이 지루한 기다림도 끝이 나는 건가?

       

         

       “설득했어요! 이번 한 번은 도와준다고! 지금 온대요!!”

       

         

       오긴 뭐가 온다는 거야. 뒤에 아무도 없구만.

       두 동아리원들이 그 학생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찰나.

       

         

       ―콰아아아앙!!

         

       별안간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우아아악!!”

        “으윽!”

       

         

       누구는 뒤로 날아가고. 누구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고.

       사방으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시야를 완전히 가린다.

         

       이게 갑자기 무슨 날벼락이야! 하며 그들이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어.”

       

         

       아무도 없던 자리에 처음 보는 몬스터가 생겨났다.

       아, 정정하겠다. 교복을 입은 걸 보니 요람의 학생이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학생보다는 몬스터가 맞는 것 같다.

       

         

       “어, 어어….”

         

       

       눈을 마주친 검술 동아리원들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찢어죽일 수 있다면 바로 저러지 않을까?

       악마라고 해도 저 눈을 마주한 순간 도망칠 것 같은데?

         

       

       “흠.”

         

       

       아니지. 아니야. 악마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저게 바로 악마다.

       저 마구 뒤틀리는 등을 보라. 분명 저 안에 날개가 숨어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게 저렇게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야! 저게 뭐냐고!!

         

       

       “뭐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겁니까. 선배님.”

         

       

       5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악마가, 얼이 빠진 동아리원들에게 자신을 찾은 이유를 묻는다.

         

       

       “그, 그게. 도, 동아리. 친선전.”

        “아아. 친선전. 스코어는요.”

        “우, 우리는 전패. 저쪽은 전승인데….”

        “무투 동아리가 지고 있는 겁니까? 큰일이군요.”

       

         

       제가 비록 동아리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무투 계열로서 약간은 돕겠습니다.

       라고 답한 악마. 아니, 데우스가 몸을 돌린다.

         

       

       “안녕하십니까. 검술 동아리원 분들. 일일 동아리원으로 들어온 신입생입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자 검술 동아리원들도 급히 고개를 숙인다.

       

         

       “아, 네. 어서 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신입생님.”

         

       

       신입생 아냐? 우리 후배잖아. 그런데 왜 이러고 있지?

       몰라. 입 다물고 고개 박아. 산 채로 잡아먹히고 싶어?

          

       고민은 짧았고 생존 본능은 확실했다.

       역시 요람의 이능력자다운 판단력이었다.

         

       

       *

       

         

       시간을 돌려, 약 30분 전.

         

       

       “선배님. 그, 이제 그만 하시고 좀 돌아가시면 안 될까요.”

       

         

       데우스는 자신을 찾아온 무투 동아리원에게.

       정확하게는 2학년 선배에게 그리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요 며칠 운동을 하지 못해 슬슬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단 증상이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앞이 퀭하다.

         

       몸이 과부하를 원하고 있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필요하다.

       미친 듯이 땀을 흘리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굴러야 한다.

       여기서 더 방해를 받으면 정말 화가 날지도 모른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를 지나, 이제 3주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학생들이 잘 오지 않는 외진 곳도 거의 없어졌다.

       어디를 가도 재잘거리는 학생들로 가득하게 되어버린 것.

         

       한적한 곳에 틀어박혀 운동이나 하던 데우스에겐 최악이었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웁니다. 흑흑.’

         

       

       무슨 사바나의 물웅덩이에 나타난 사자라도 되는 것 마냥.

       데우스가 나타나면 그 학생들 사이에 비상이 떨어지곤 한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신은 맹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저런 반응을 보이면 미안해서 피한다.

       이러니 결국 데우스에게 남은 곳은 학생들이 잘 오지 않는 옥상이었다.

       

         

       ‘뭐. 여기도 나쁘지는 않네.’

         

       

       자비로 구입한 기구들을 가져다 놓으니 나름 헬스장 느낌이 난다.

       여기에 이제 비나 햇빛을 가릴 천막까지 치면 완벽할 듯싶다.

         

       요람에도 훈련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곳에 좋은 기구들도 넘쳐난다.

       심지어 그 기구들은 데우스가 익히 아는 현대식 기구들이다.

       원래라면 그곳에 가서 한창 근육을 조지는 게 맞는 일이다.

         

       허나 그럴 수가 없었다. 거기서도 똑같은 반응이니까.

       모두가 몸을 덜덜 떨면서 데우스를 슬슬 피했으니까!

       

         

       하여 새로이 만든 아지트. 옥상 위의 개인 헬스장.

       여기라면 정말로 오는 학생들은 없겠지. 하면서 뿌듯해했는데.

       정확히 하루 뒤 불청객이 들이닥쳤으니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제발! 제발 좀 도와줘, 데우스 후배! 아니, 후배님!”

        “그러니까. 안 된다고요. 이건 너무 일방적인 도움 아닙니까.”

         

       

       선한 이의 불행을 좌시하지 않는다 하여 마구 도와야 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한쪽에 일방적인 이득을 주는 경우는 제외가 된다.

       이것은 ‘선과 악’ 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 한쪽의 ‘이윤’ 이 되기에.

         

       

       “애당초 저는 동아리에 관심도 없습니다.”

        “알지! 아는데…! 그나마 남은 무투 계열 중에서는 후배님이 유일해. 다른 무투 계열 녀석들은 이미 다른 동아리에 속해있어!”

       “그러면 동아리 안에 무투 계열은 아예 없는 건가요?”

        “있긴 해. 그런데 검술 동아리랑 수준 격차가 좀 나서….”

         

       

       그러면 그건 무투 동아리의 훈련이 부족한 거 아닙니까.

       데우스의 냉정한 평가에 2학년 학생이 크윽! 하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기에. 실제로 본인들이 약하니까.

       

         

       “하,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가 지면 무투 동아리실을 내줘야 한단 말이야!”

        “동아리실을 내준다고요?”

       

         

       무투 동아리는 비교적 늦게 만들어져서 동아리실도 늦게 배정 받았다.

       한데 그 덕분에 오히려 가장 최신식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예전부터 그곳을 부러워하던 동아리들이 있었는데 검술 동아리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 검술 동아리가 본인들이 이기면 동아리실을 바꾸자고 했다고요.”

       “으응! 이미 우수 동아리 명패까지 빼앗겼는데 동아리실마저 내준다면, 우리들은….”

       “확실히 그건 선을 살짝 넘은 것 같네요.”

       

         

       고민이 된다. 이 정도면 단순 이윤을 위해서의 수준은 벗어났다.

       맹약에도 딱히 문제될 게 없다. 자신이, 일일 동아리원으로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또 이상한 소문 돌 거 아냐. 검은머리 외국인에서 검은머리 바바리안. 검은머리 야만전사. 검은머리 용병. 뭐 이딴 걸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데우스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도, 도와주면! 운동 기구 있잖아. 그거 우리 동아리가 해결해줄게.”

        “무슨 말인지.”

        “여기 보니까 다 운동 기구잖아. 운동 좋아하는 거 같은데, 옥상에서 이러고 있는 거 보면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맞지?”

       “….”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래요.

       요람 훈련장 가면 죄다 저를 무슨 몬스터 보듯 본다니까요?

         

       

       “여기 옥상이니까, 그래. 천막도 쳐주고! 어때?!”

       “흐음.”

         

       

       구미가 당긴다. 실제로 기구 구입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없을 지경. 더는 무리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어제부터는 일일 아르바이트도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건 도움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가를 받는 거니까.’

       

         

       맹약아. 이거 괜찮냐?

       

       슬그머니 두 팔과 목을 만지작거린다.

       아릿한 고통도. 화끈거리는 감각도 없다. 

       

       괜찮다고? 오. 좋아.

         

       

       “콜.”

       

         

       먼저 내려가 계세요. 곧 따라갈 테니까.

       아, 알겠어! 얼른 와줘! 고마워, 후배님!

         

       선배를 먼저 보낸 후. 데우스는 가볍게 하체를 풀었다.

       

         

       ‘빠르게 끝내고 마저 중량 치자.’

       

       

       찌뿌둥한 몸도 풀어낼 겸. 육체에 자극도 줄 겸.

       데우스는 그대로 5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

         

       

       “뭐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겁니까. 선배님.”

         

       

       이상이, 하늘에서 악마가 떨어져 내린 일의 전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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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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