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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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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화장실 변기 칸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리안은 허겁지겁 아이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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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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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폭음이 다시 한 번 더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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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만 보고 달려! 저 앞에서 애들이랑 만날 수 있을 거야!”
    “흐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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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주변을 둘러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저 멀리 앞서 나간 일행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아이를 뒤로하고 인식 저해 마법이 깔린 숲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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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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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더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숲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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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부터 들리는 폭음 전부 본관에서 들려오고 있어. 오늘은 내부 회의 때문에 애들 대부분이 본관에 있을 거야. 구하러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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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마검을 부르자 손등이 검붉게 빛났다. 손등에서 흘러나온 한 방울의 피가 땅에 떨어진 순간 리안을 중심으로 지름 2m 정도의 크기를 가진 붉은 원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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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에서 솟구친 핏물이 리안을 집어삼키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핏물이 완전히 흘러내리자 리안은 전보다 훨씬 더 화려해진 제복을 입은 채 마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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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붉은 기운을 넘실넘실 뿜어내며 위험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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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아 -,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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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3년 동안 평화롭게 별관과 본관을 오가는 생활만 하느라 취미 생활(멋지게 적을 쓰러뜨려 존경받기)을 참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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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피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마검은 눈이 돌아 새로운 계약자를 찾겠다며 날뛰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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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억누르고 억눌러왔던 욕망을 드디어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검은 잔뜩 멋을 부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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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화려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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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의 등장하는 모습이 전대물 주인공이나 마법 소녀의 변신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화려해진 탓에 리안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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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아직 멀었어! 평범하면서도 화려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역동적인! 그런 느낌이 부족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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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멋들어진 웃음을 지으며 마검의 말을 이해하는 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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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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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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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들려오는 폭음에 리안은 번뜩 정신을 차리곤, 곧바로 본관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자 엄청난 속도로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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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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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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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속도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단단한 나무를 붙잡아 넘어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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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뭐야 이거 왜 이래?”
    [ 훗훗훗. 이게 바로 이 몸 가르간도아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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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등등하게 주절주절 떠들어 놓는 말을 들어보니, 고급스러운 제복은 옷이라는 기능을 넘어 온갖 버프까지 걸어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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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감각이 전보다 배는 예민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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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으..이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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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려 했다간 바닥을 몇 바퀴는 구를 것 같았다. 가볍게 제자리에서 점프도 해보고 앞으로 살살 달렸다가 뒤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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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을 반복하자 어느 정도 힘에 익숙해졌다. 한시가 급했기에 곧바로 숲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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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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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하얀 안개가 주변을 내려앉기 시작했다. 통행 패를 가지고 있었기에 헤매지 않고 앞으로 쭉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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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신경까지 좋아진 상태라 달려드는 것처럼 가까워지는 나무들은 가볍게 피하며 숲을 가로질렀다. 숲의 반을 가로질렀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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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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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앞뒤 다 잘라먹은 마검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곤 발걸음을 멈췄다. 새 하얀 안개 너머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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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적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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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신이 난 목소리로 웅웅 울었다. 안개가 가볍게 옆으로 흩어지고 쨍한 하늘색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찼다. 사나운 눈꼬리를 가진 남자가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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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녀석이 보스인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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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리안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남자는 손에 든 통행 패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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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아탄 조직을 괴멸시키고 뒷세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가지고 놀던 흑막.”
    “…?”
    “무려 사천왕의 투기장을 무너뜨린 학살자 리안,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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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동안 별관과 본관만을 오가며 외출도 자제했던 리안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사람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하려는 순간, 번뜩하고 데비아탄 조직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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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개그 필터 때문에 괴…멸… 시켰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거 빼고는 다 잘못된 정보잖아! 내가 뒷세계를 가지고 놀아? 흑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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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안 되는 루머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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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나에게 누명을 씌웠거나 소문이 이상하게 퍼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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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의 말에 혼란스럽던 머리가 점차 정리되어 안정을 찾았다. 리안은 정리된 생각을 입에 담으려 했지만 그보다 포텐시엔의 행동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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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사실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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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뾰족한 이를 내보이며 검지로 턱을 가볍게 긁적거렸다. 이내 몸을 앞으로 훅 낮추며 오른손을 옆으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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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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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그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파도가 치듯 바닷물이 차올랐다. 휘몰아친 파도가 형태를 잡자 아쿠아마린 색을 품은 창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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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엇?! 저, 저작권 침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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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피를 빨아먹을 때마다 툭툭 던져주었던 현대의 단어를 내뱉으며 웅웅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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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허! 마검끼리 상도덕이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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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부분에서 화를 내는 마검의 목소리를 듣자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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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생각해보니까 내가 긴장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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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에 떠올렸던 데비아탄 괴멸 사건을 떠올려보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긴장까지 날아가 버렸다. 여유까지 느껴지는 리안의 모습에 포텐시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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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그 멍청한 얼굴을 구겨지게 만들어주마!”
    [ 파트너! 우리도 질 수 없다! 어서 간지나는 대사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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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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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포텐시엔이 리안에게 달려들어 가슴팍을 비스듬하게 베었다. 버프로 인해 반사신경이 몇 배로 빨라진 리안은 검을 대각선으로 휘둘러 공격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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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강한 힘에 포텐시엔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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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 상대의 대사를 듣지도 않고 공격하다니 이런 예의 없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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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화가 잔뜩 났는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안은 마검의 움직임을 거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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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제대로 된 자세를 잡자 포텐시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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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핫! 그래 제대로 붙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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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이 사나운 얼굴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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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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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간도아는 수천, 수만 -..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생명체를 죽여봤다. 가르간도아는 피를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강해졌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드래곤 로드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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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가르간도아가 리안이라는 무한 리필 파트너를 얻어버렸다. 무한 리필이라고 피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피를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왕창 받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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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 수백, 수천 명 분량의 피를 쫙쫙 빨아먹은 가르간도아는 이젠 드래곤 로드가 와도 덤빌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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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커흑….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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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이 엉망진창인 꼴로 바닥을 구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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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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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피를 왈칵 토하며 겨우 시선을 들어 리안을 바라보았다. 엉망진창이 그와 달리 흐트러짐 하나 없이 고고히 서 있는 리안의 모습이 두 사람의 실력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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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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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이를 갈며 창을 바닥에 박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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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작 이런 곳에서 무너진다고? 왕이 될 이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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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은 사천왕을 넘어 ‘그분’을 곁에서 모시는 마왕의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마왕은커녕, 인간의 손에 머저리처럼 죽을 상황이 되자 포텐시엔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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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동자 흰자 부분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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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흐… 내가 이딴 곳에서 쓰러질 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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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로 점철된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기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를 중심으로 검붉은 기운이 폭풍처럼 퍼져나갔다. 마검이 포텐시엔을 보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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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주하려나 보군. 멍청한 놈. ]
    “폭주?”
    [ 분노에 눈이 멀어 힘이 폭주하는 걸 말하는 거다. 2배는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대신… 정신과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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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클리셰에 리안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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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야?”
    [ 강해져봤자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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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의 오만함이 가득한 말을 듣자 리안은 안심이 되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마검의 발언이 ‘클리셰 발언’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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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전부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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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하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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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텐시엔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뿜어져 나오고, 그의 몸이 기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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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뒤로 악마의 날개가 튀어나오고 눈 아래 피부가 쩍 갈라지면서 두 개의 눈이 생겨났다. 이마도 쩍 갈라져 커다란 눈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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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안개가 흐트러지다 못해 사라져버렸다. 강한 마기로 인해 환각 마법진이 깨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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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포텐시엔을 올려다본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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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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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이 날아온 아쿠아마린 빛의 창이 명치 아래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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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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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모션으로 창이 배를 파고들었다. 배를 꿰뚫은 창이 등 뒤로 툭 튀어나왔다. 리안이 비틀거리며 왈칵 피를 토해내자 포텐시엔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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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원망은 하지 말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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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녀석이 약해서 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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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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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흑, 콜록콜록…아 진짜…옷이 망가졌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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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한 표정으로 창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가볍게 빠져나왔다. 기고만장하던 포텐시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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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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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개그 세계 속 주민은 몸이 100갈래로 나뉘어도 다음날 살아나는 종족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드디어 프롤로그의 그 내용이 나왔군요 핫핫..

오후 10시 30분에 한편 더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 가족 모임 때문에 26일에 두 편 업로드 하겠습니다! ㅠ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아이는 화장실 변기 칸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리안은 허겁지겁 아이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콰과과광!!!

거친 폭음이 다시 한 번 더 들려왔다.

“앞만 보고 달려! 저 앞에서 애들이랑 만날 수 있을 거야!”

“흐아앙!”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주변을 둘러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저 멀리 앞서 나간 일행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아이를 뒤로하고 인식 저해 마법이 깔린 숲 쪽을 바라보았다.

콰광!

다시 한번 더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숲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부터 들리는 폭음 전부 본관에서 들려오고 있어. 오늘은 내부 회의 때문에 애들 대부분이 본관에 있을 거야. 구하러 가야 해!’

속으로 마검을 부르자 손등이 검붉게 빛났다. 손등에서 흘러나온 한 방울의 피가 땅에 떨어진 순간 리안을 중심으로 지름 2m 정도의 크기를 가진 붉은 원이 만들어졌다.

원에서 솟구친 핏물이 리안을 집어삼키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핏물이 완전히 흘러내리자 리안은 전보다 훨씬 더 화려해진 제복을 입은 채 마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검은 붉은 기운을 넘실넘실 뿜어내며 위험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아 -,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어. ]

마검은 3년 동안 평화롭게 별관과 본관을 오가는 생활만 하느라 취미 생활(멋지게 적을 쓰러뜨려 존경받기)을 참아야만 했다.

리안의 피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마검은 눈이 돌아 새로운 계약자를 찾겠다며 날뛰었을 것이다.

그렇게 억누르고 억눌러왔던 욕망을 드디어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검은 잔뜩 멋을 부린 상태였다.

‘…왜 이렇게 화려해진 거야?’

마검의 등장하는 모습이 전대물 주인공이나 마법 소녀의 변신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화려해진 탓에 리안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 아니! 아직 멀었어! 평범하면서도 화려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역동적인! 그런 느낌이 부족해! ]

리안은 멋들어진 웃음을 지으며 마검의 말을 이해하는 걸 포기했다.

콰과광!

“…!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다시 들려오는 폭음에 리안은 번뜩 정신을 차리곤, 곧바로 본관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자 엄청난 속도로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타앗!

“어엇?!”

예상치 못한 속도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단단한 나무를 붙잡아 넘어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뭐,뭐야 이거 왜 이래?”

[ 훗훗훗. 이게 바로 이 몸 가르간도아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지! ]

기세등등하게 주절주절 떠들어 놓는 말을 들어보니, 고급스러운 제복은 옷이라는 기능을 넘어 온갖 버프까지 걸어주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감각이 전보다 배는 예민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으..이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는데.’

달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려 했다간 바닥을 몇 바퀴는 구를 것 같았다. 가볍게 제자리에서 점프도 해보고 앞으로 살살 달렸다가 뒤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몇 번을 반복하자 어느 정도 힘에 익숙해졌다. 한시가 급했기에 곧바로 숲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스스슷.

새 하얀 안개가 주변을 내려앉기 시작했다. 통행 패를 가지고 있었기에 헤매지 않고 앞으로 쭉 나아갈 수 있었다.

반사신경까지 좋아진 상태라 달려드는 것처럼 가까워지는 나무들은 가볍게 피하며 숲을 가로질렀다. 숲의 반을 가로질렀을 때쯤.

“…!”

[ 온다! ]

리안은 앞뒤 다 잘라먹은 마검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곤 발걸음을 멈췄다. 새 하얀 안개 너머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 살기… 적이군! ]

마검이 신이 난 목소리로 웅웅 울었다. 안개가 가볍게 옆으로 흩어지고 쨍한 하늘색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찼다. 사나운 눈꼬리를 가진 남자가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네 녀석이 보스인가?”

“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리안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남자는 손에 든 통행 패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데비아탄 조직을 괴멸시키고 뒷세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가지고 놀던 흑막.”

“…?”

“무려 사천왕의 투기장을 무너뜨린 학살자 리안, 맞지?”

“…??”

3년 동안 별관과 본관만을 오가며 외출도 자제했던 리안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사람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하려는 순간, 번뜩하고 데비아탄 조직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개그 필터 때문에 괴…멸… 시켰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거 빼고는 다 잘못된 정보잖아! 내가 뒷세계를 가지고 놀아? 흑막?’

말도 안 되는 루머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누군가가 나에게 누명을 씌웠거나 소문이 이상하게 퍼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

포텐시엔의 말에 혼란스럽던 머리가 점차 정리되어 안정을 찾았다. 리안은 정리된 생각을 입에 담으려 했지만 그보다 포텐시엔의 행동이 빨랐다.

“뭐, 사실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

포텐시엔은 뾰족한 이를 내보이며 검지로 턱을 가볍게 긁적거렸다. 이내 몸을 앞으로 훅 낮추며 오른손을 옆으로 뻗었다.

촤르륵.

그러자 그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파도가 치듯 바닷물이 차올랐다. 휘몰아친 파도가 형태를 잡자 아쿠아마린 색을 품은 창이 만들어졌다.

[ 어엇?! 저, 저작권 침해다! ]

마검이 피를 빨아먹을 때마다 툭툭 던져주었던 현대의 단어를 내뱉으며 웅웅 울었다.

[ 어허! 마검끼리 상도덕이 있지! ]

이상한 부분에서 화를 내는 마검의 목소리를 듣자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음, 생각해보니까 내가 긴장할 필요가 있나?’

조금 전에 떠올렸던 데비아탄 괴멸 사건을 떠올려보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긴장까지 날아가 버렸다. 여유까지 느껴지는 리안의 모습에 포텐시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허, 그 멍청한 얼굴을 구겨지게 만들어주마!”

[ 파트너! 우리도 질 수 없다! 어서 간지나는 대사를 -…. ]

챙!

마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포텐시엔이 리안에게 달려들어 가슴팍을 비스듬하게 베었다. 버프로 인해 반사신경이 몇 배로 빨라진 리안은 검을 대각선으로 휘둘러 공격을 쳐냈다.

생각보다 강한 힘에 포텐시엔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 이익! 상대의 대사를 듣지도 않고 공격하다니 이런 예의 없는 것! ]

마검이 화가 잔뜩 났는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안은 마검의 움직임을 거부하지 않았다.

리안이 제대로 된 자세를 잡자 포텐시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핫! 그래 제대로 붙어보자고!”

포텐시엔이 사나운 얼굴로 달려들었다.

***

가르간도아는 수천, 수만 -..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생명체를 죽여봤다. 가르간도아는 피를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강해졌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드래곤 로드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가르간도아가 리안이라는 무한 리필 파트너를 얻어버렸다. 무한 리필이라고 피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피를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왕창 받아먹었다.

하루에 수백, 수천 명 분량의 피를 쫙쫙 빨아먹은 가르간도아는 이젠 드래곤 로드가 와도 덤빌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허억,커흑….젠장!”

포텐시엔이 엉망진창인 꼴로 바닥을 구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격이 다르다.’

포텐시엔은 피를 왈칵 토하며 겨우 시선을 들어 리안을 바라보았다. 엉망진창이 그와 달리 흐트러짐 하나 없이 고고히 서 있는 리안의 모습이 두 사람의 실력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으득.

포텐시엔은 이를 갈며 창을 바닥에 박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내가 고작 이런 곳에서 무너진다고? 왕이 될 이 몸이?’

포텐시엔은 사천왕을 넘어 ‘그분’을 곁에서 모시는 마왕의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마왕은커녕, 인간의 손에 머저리처럼 죽을 상황이 되자 포텐시엔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 흰자 부분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흐으,흐… 내가 이딴 곳에서 쓰러질 리, 없잖아!”

분노로 점철된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기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를 중심으로 검붉은 기운이 폭풍처럼 퍼져나갔다. 마검이 포텐시엔을 보며 혀를 찼다.

[ 폭주하려나 보군. 멍청한 놈. ]

“폭주?”

[ 분노에 눈이 멀어 힘이 폭주하는 걸 말하는 거다. 2배는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대신… 정신과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클리셰에 리안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야?”

[ 강해져봤자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

마검의 오만함이 가득한 말을 듣자 리안은 안심이 되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마검의 발언이 ‘클리셰 발언’이었다는 걸!

“전부, 전부 죽여주마!”

쿠하아아악!

포텐시엔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뿜어져 나오고, 그의 몸이 기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등 뒤로 악마의 날개가 튀어나오고 눈 아래 피부가 쩍 갈라지면서 두 개의 눈이 생겨났다. 이마도 쩍 갈라져 커다란 눈이 생겨났다.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안개가 흐트러지다 못해 사라져버렸다. 강한 마기로 인해 환각 마법진이 깨져버린 것이다.

리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포텐시엔을 올려다본 그 순간.

“아.”

소리 없이 날아온 아쿠아마린 빛의 창이 명치 아래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

푸우욱!

슬로우모션으로 창이 배를 파고들었다. 배를 꿰뚫은 창이 등 뒤로 툭 튀어나왔다. 리안이 비틀거리며 왈칵 피를 토해내자 포텐시엔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원망은 하지 말라고 -..!”

네 녀석이 약해서 진 거니까!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커흑, 콜록콜록…아 진짜…옷이 망가졌잖아.”

“…!?”

태연한 표정으로 창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가볍게 빠져나왔다. 기고만장하던 포텐시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마, 말도 안 돼…”

원래 개그 세계 속 주민은 몸이 100갈래로 나뉘어도 다음날 살아나는 종족이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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