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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90 – 교수의 관심>

     

    아침 일찍 일어나 체력단련을 하러 나가려는데 방문에서 쪽지 하나가 툭 떨어졌다.

     

    ===

    <브론즈 교수의 쪽지>

    교수님이 당신에게 쪽지를 보냈습니다.

    교수가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불길한 사건의 징조인데요.

    과연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요?

    ===

     

    덤으로 이벤트 알림도.

    머리가 절로 지끈거린다.

    쪽지를 펼쳐보니 두통이 더 심해졌다.

     

    정원에 손버릇 나쁜 너구리가 나타났다는구나.

    관심이 있으면 내 연구실로 나오거라.

    -Bronze De Astrada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정의심 주머니가 큰 의적 교수님께서 어제 벌였던 도둑질을 눈치 챘다.

     

    “와. 어떻게 24시간도 안 지나서 이게 걸리지?”

     

    새벽 일찍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12시간 내로 걸린 셈이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았을까?

    너무 무섭다.

    모래를 파고 땅 속에 고개를 묻고 숨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어느새 뒤에 다가온 교수가 “파묻기 좋게 잘 들어갔구나.” 하고 흙을 끼얹을지 모른다.

    아니면 엉뚱한 오해를 해서 몇 시간 뒤에 주섬주섬 기어 나와서 옷은 세탁마법진 위에 올려놓고 샤워나 하러 갈지도 모르고.

    용기를 내자.

    범행사실이 들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교수의 연구실에 찾아갔다.

     

    [브론즈 교수의 쪽지를 수행했습니다.]

    [후속이벤트가 발동대기 중입니다.]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벤트를 개방하십시오.]

     

    “쿠키는 좋아하느냐?”

    “넹!”

    “안됐구나.”

     

    교수는 부드러운 쿠키를 여봐란 듯이 토각 깨물며 지 혼자 먹어치웠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서는 교수가 될 수 없다는 괴담이 플레이어 사이에 종종 퍼졌는데, 아무래도 그 가설을 지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진정해야해.’

     

    조금 약이 오르지만 감정적으로 거칠어지면 무심코 던져지는 질문에 속마음이 들키기 쉽다.

    쿠키를 먹고 싶다는 욕망과 울분을 삭히고자 속으로 자기최면을 걸었다.

     

    ‘저건 분명 와사비가 들어간 고추냉이 쿠키일거야. 아니면 아주 신맛이 나는 식초쿠키라거나.’

     

    교수가 불쑥 물었다.

     

    “홍차는 좋아하니?”

    “…저도 마실 수 있어요?”

    “예의상 물어본 거란다.”

     

    예의 없는 인간.

    홀짝 입가심을 하는 모습이 정말 얄밉다.

    공짜로 간식과 차를 내어주는 아카디아가 새삼 얼마나 대인배인지 느끼게 된다.

     

    “아카데미 생활은 즐겁니?”

    “아주 많이요.”

    “아주 많이 즐겁다?”

    “넹.”

    “그건 다행이구나.”

     

    교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만간 즐겁지 않은 일이 시작될 테니.”

    “…….”

     

    이 사람, 게임에서도 이런 성격이었나?

    대체로 가슴밖에 보지 않아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인에 약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발목을 붙잡힐 줄이야.

    앞으로는 사람을 얼굴이나 몸매로 기억하지 말고 성격도 제대로 고려해둬야겠다고 반성했다.

     

    “세 가지 소식이 있단다.”

     

    브론즈 교수는 만만한 이름과 달리, 만만하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하지만 도적은 원하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얻어내야 하는 법. 각 정보의 값어치에 맞는 정보료를 지불하면 정보를 주마.”

     

    ===

    <세 가지 정보>

    교수님은 세 가지 정보를 제시했다.

    구매를 원하는 정보를 골라 적절한 값을 제시하라.

    지불할 값이 부족할 시,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

     

    ①아카데미의 <주간 이벤트> 정보

    ②식물동아리의 <보물을 훔친 도둑> 정보

    ③아카데미에서 기술을 전수받는 방법에 대한 정보

    ===

     

    “포인트를 달라는 건가요?”

    “같은 정보로 갚는 방법도 있지. 네게도 하나쯤은 있지 않느냐? 남에게 알려준다면 답례를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값어치 있는 정보가.”

    “음…. 있긴 있는데요.”

    “자, 그럼 불러보거라. 무얼 원하느냐?”

    “제가 사고 싶은 정보가 없어요!”

    “…호오.”

     

    교수의 얼굴에 놀라움의 기색이 어렸다.

     

    “기프트 아카데미가 보통 아카데미가 아님은 알았을 것이다. 보물의 가치에 대해서도 궁금할 테고. 강함을 원한다면 기술이 탐나기도 하겠지.”

     

    그런데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거짓말 하지 마라.

    교수가 그런 눈을 하며 경계심 많은 아이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제 값을 받지 못할까봐 두렵다면 걱정 말거라. 제국 제일의 의적의 명예에 걸고 맹세하니, 값을 후려치거나 속이는 일은 없다. 이 제안부터가 너를 위해 호의를 베푸는 것이니라.”

     

    그렇지만 정말로 다 아는 정보인걸요.

    주간 이벤트는 정해진 패턴이 돌려막기로 등장하고, 도둑은 나고, 기술을 전수받는 방법은 교수의 의뢰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뭐든지 다 아는 아이는 조금 귀여운 맛이 없어 보인다.

    효율충은 멋대가리가 없다.

    진정한 고인물이라면 가끔은 능청스럽게 비효율적인 루트를 밟을 줄도 아는 법!

     

    “기술전수가 궁금해요.”

    “정보료는 간단하다. 너의 기술을 펼쳐보여라. 의적을 만족시킬 기술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하나 전수해주마.”

     

    ‘하급스킬’을 충분한 숙련도로 연마했다면 해당스킬의 상급스킬이나 관련스킬을 전수해주는 방식이다.

    어디 훈련장의 훈련교관에게나 어울리는 일이지만 사실은 교수도 교관의 연장선상이다.

    이론을 주로 가르치는 교수도 있지만 실전지식을 가르치는 교수도 있고, 지식을 넘어서 기술 자체를 가르치는 실용적인 교수님도 있다.

    의적인 브론즈 교수님이 가르칠 기술이라.

    역시 탐이 나는 것은 훌륭한 가슴이지만 그렇다고 내 가슴이 커지는 것은 조금 뭐랄까……. 심리적인 저항이 느껴진다.

    남자인 내게도 ‘아이’였던 과거는 있지만 ‘여자’였던 과거는 없잖아.

     

    “빈 컵을 빌려도 될까요?”

    “네가 원한다면.”

    “하나 더요.”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

     

    “하나만 더요!”

    “하나만 더 달라고 하면 눈물을 받아가마.”

     

    브론즈 교수가 허공에 딱밤을 놓았다.

    섬뜩한 소리가 나는 것이 맞으면 두개골이 주저앉아 죽을 것처럼 무서웠다.

     

    “세 개면 충분해요.”

     

    동양의 도자기에 심취했는지 세 개의 컵에는 모두 각기 다른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종이컵 하나에 동전을 넣고 나머지 컵 두 개를 섞어주세요. 저는 뒤를 돌아서 안 보고 있을게요.”

    “야바위를 하겠다는 것이냐? 의적을 상대로?”

    “어때요? 재밌겠죠?”

    “보지도 않고 맞추는 것이다. 할 수 있겠느냐?”

    “히힝. 뒤를 돌아본다고 볼 수 없으리라는 법은 없는걸요?”

     

    자신만만하게 도발하니 교수가 동전을 꺼냈다.

     

    “이것은 중앙신성제국에서 777년도에 발행한 777주년 기념주화란다. 오직 777매만 발행된 동전으로 행운을 부르는 동전이라고도 알려져 있지.”

    “와아! 굉장해요.”

    “정말로 맞추면 이 동전을 네게 주마.”

    “정말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행운과 관련된 아이템은 특히나 더욱 그렇다.

    대부분 정말로 운이 좋아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이건 무조건 가져야지!’

     

    신이 나서 등을 돌리자 교수가 넌지시 말했다.

     

    “그럼 시작하마.”

    “네에~.”

     

    교수는 탁 소리 나게 동전을 컵 속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동전이 들어있지 않은 컵 두 개를 들어 서로 섞었다.

     

    “되었다.”

    “음~ 어디에 있을까~”

     

    능청스레 말해보지만 실은 이미 알고 있다.

    ‘소리’로 전부 들었는걸!

     

    “여기에 숨겼죠?”

     

    [야바위를 이용해 동전을 숨긴 컵을 찾는 재주로 브론즈 교수를 즐겁게 했습니다.]

    [찾기 경험치+1]

    [공감각 경험치+1]

    [사회생활 경험치+1]

    [재롱부리기 경험치+1]

     

    교수가 만족스레 웃었다.

     

    “정말 잘하는구나.”

    “헤헤. 동전주세요!”

    “그래. 앞으로 두 번만 더 맞추면 그 동전은 네 것이란다.”

    “네에? 그런 법이 어딨어요!”

    “저기에 있구나.”

     

    교수가 가리킨 테이블 구석에 [1회 : 도전 성공][2회 : ?][3회 : ?] 표시가 떠올라있었다.

     

    “처음부터 있었는데 보지 못했느냐?”

    “으읏. 세 번 맞추면 실은 7판 4선승이니 그러시는 거 아니죠?”

    “그렇게까지 괴롭히지는 않으마.”

    “좋아요. 그럼 두 번째 판이에요.”

     

    고개를 돌리자 교수가 곧장 말했다.

     

    “끝났다.”

    “넹?”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컵을 드는 소리도, 동전을 내려놓는 소리도, 컵을 내려놓는 소리도, 동전이 들어있지 않은 컵 두 개를 섞은 소리도 전부 ‘무음’이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벌어진 무음의 과정.

    이 교수, 치사하게 <가속>에 <방음>을 사용했어!

    고개를 돌리며 원망스레 입을 삐죽 내미니 교수가 훗 하고 웃었다.

     

    “어디 맞춰보거라. 이래도 맞출 수 있다면.”

    “흥. 그렇게 학생의 재롱이 보기 싫었나요?”

    “고작 소리를 통해서 동전의 위치를 맞추려고 했다면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겠구나.”

     

    애 상대로 얼마나 진지하냐 싶지만 그렇다고 봐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진지한 대결에서 ‘아이니까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고인물의 에고가 용납하지 않는다.

    애초에 동전을 찾는 방법은 결코 ‘청각’이 전부가 아니니까.

     

    “여깄죠?”

    “정말로 잘 맞추는구나.”

     

    간단한 트릭이다.

    동전을 숨긴 컵은 제자리에 놓이지만 다른 두 컵은 서로 한 번 섞는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컵의 특정한 ‘문양’을 외워둔다면 어느 컵이 제자리에 있는지, 어느 컵이 서로 섞였는지를 알 수 있다.

     

    가령 1번 컵에 동전이 들었을 경우.

    2번과 3번이 섞이면 1번은 제자리에 있고, 1번 컵의 문양은 1번에서 찾을 수 있다.

     

    2번이나 3번 컵에 동전이 들었을 경우.

    1번 컵은 다른 컵과 서로 섞이고, 전과는 다른 위치에서 문양을 찾을 수 있다.

     

    세 컵의 문양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은 컵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사항!

     

    [야바위를 이용해 동전을 숨긴 컵을 찾는 재주로 브론즈 교수를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찾기 경험치+2]

    [암기 경험치+2]

    [시각 경험치+2]

    [사회생활 경험치+2]

    [재롱부리기 경험치+2]

     

    교수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다음에는 시선을 숨기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설마 눈치 채셨어요?”

    “훗. 어서 뒤를 돌아라. 마지막 야바위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

     

    제발 아니길 기도하며 뒤를 돌았지만 이번에도 거의 즉시 “되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세 개의 컵 위에는 황당하게도 더욱 커다란 세 개의 컵이 덮여있었다.

     

    “자. 찾아보아라. 어느 컵에 동전이 든 컵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악질교수, 그 짧은 시간에 [방음], [신속], [덮어씌우기]를 동시에 펼쳤다.

     

    “설마 컵 위에 컵을 씌우는 것은 반칙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겠지? 그런 규칙은 정한 적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것이 더럽고 치사한 의적의 방식인가.

    아이의 재롱잔치에도 진심으로 상대하는 악랄함.

    아카데미 교수의 사악한 저력에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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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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