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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불의 심판>에 입단 후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엔 클랜 타워에 어떤 사무실이 있는지조차 몰라서 얼을 타던 나도, 이젠 어엿한 한 명의 클랜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아, 좋은 아침. 인턴 맞죠? 사냥 5팀에 새로 들어온.”

       “네, 맞습니다.”

       

       출근마다 인사하는 인원은 점점 늘어났다.

       

       나는 사냥 5팀은 물론, 사냥팀 전체 부서 클랜원들의 얼굴을 조금씩 외우기 시작했고, 마주칠 때마다 잊지 않고 인사했다.

       

       클랜 내에서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법.

       

       덕분에 인사를 받는 클랜원들도 이제 대충은 날 기억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내 얼굴도 나름 각인되는 모양이었다.

       

       “음음- 인턴 씨?”

       “네, 이수미 홀더님.”

       “내가 방금 정리한 내용, 양식에 맞게 보고서로 좀 작성해줄래요? 저번에 제출했던 것처럼.”

       “알겠습니다. 작성 마치고 바로 행정팀으로 메일 보낼까요?”

       “흐응- 이제 말 안 해도 다 아는구나?”

       

       사냥팀 업무 중엔 내부에서 처리해야 할 서류 업무들도 있었다. 

       

       처음엔 홀더가 무슨 컴퓨터 앞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나, 하는 생각에 괜히 어렵게 느껴졌었지만…

       이제 이런 업무도 손에 익어가는 것 같다.

       

       복잡하던 클랜 내 업무들이 슬슬 익숙해지고 있었다.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네.’

       

       인턴 클랜원.

       이는 결국 정식 클랜원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짧은 기간이더라도 나 역시 어쨌든 <불의 심판>의 클랜원.

       

       클랜원으로서 맡은 바를 최선을 다해 처리해 나가며, 나는 홀더들과 클랜의 세계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 학생이 아닌, 한 명의 룬 홀더.

       그 본격적인 세계에 발을 담그는 느낌이었다.

       

       ‘뭐, 실질적으로 얻는 것들도 많고.’

       

       단순히 정신적 성장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랬으면 애초에 클랜에 들어올 생각도 안 했겠지.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마력증폭을 선택하셨습니다. 11레벨의 노멀룬이기에 레벨이 하락해, 6레벨로 등록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을 3 획득합니다.]

       

       

       “졌다, 졌어. 전사 계열은 역시 이겨내기가 힘들어.”

       

       사냥 5팀의 마법사 계열 B급 홀더.

       김성철이 기권을 들었다.

       

       무수한 요청 끝에 성사된 대련 결과였다.

       

       덕분에 나는 룬 하나를 새로 얻을 수 있었다.

       마법사 계열의 핵심 공통룬 중 하나인 [마력증폭].

       그것도 6레벨이라는 꽤 괜찮은 룬 레벨로.

       

       [마력증폭]은 홀더가 마력을 활용한 기술을 쓸 때, 전반적으로 그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룬이다.

       

       예를 들어, [이글거리는 불꽃]을 일으킬 때 [마력증폭]이 더해지면, 그 파괴력이 기존 룬 활용보다 훨씬 강렬해진다.

       그만큼 내 마력을 더 많이 소모하긴 하지만, 담을 수 있는 그릇 자체가 넓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단순히 마력룬을 쓸 때만이 아니라, 무기에 마력을 담을 때도 포함된다.

       즉, [파상천검]이나 [유수활검] 같은 전사 계열의 마력 관련 스킬을 쓸 때도 효율이 괜찮다는 뜻.

       

       정석적인 B급인 김성철에겐 이외에도 많은 룬이 있었지만, 나는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룬을 골랐다.

       

       얻게 되는 보상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도자의 땀방울’ 룬의 특수효과를 만족했습니다. 100시간의 훈련 시간이 모두 채워져, 새로 시간이 카운트됩니다.]

       [특수한 효과를 통해 신성을 1 획득했습니다.]

       

       

       치열한 대련은 훈련 시간으로도 산정이 된다.

       

       [구도자의 땀방울]은 총 100시간의 훈련을 마치면 랜덤으로 능력치를 획득하는 효과를 보유하고 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얻는 1의 능력치.

       이는 쌓이고 쌓여, 점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성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 효과로 얻는 능력치는 랜덤이다. 

       

       초창기엔 무조건 근력, 속력만 기도했던 나지만, 능력치가 골고루 성장해가는 지금은 어떤 능력치가 나와도 나쁠 게 없었다.

       

       특히 최근에 [전투치유] 룬과 에픽 아이템 [참회자의 검]을 획득하게 되면서, 내 전투 자체에 신성 능력치가 끼치는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젠 신성 능력치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나는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며, 맞은 편의 김성철에게 인사했다.

       

       전사 계열과 마법사 계열의 전투.

       자신에게 불리한 상성의 대련을 받아준 그다.

       감사함과 존경심이 동시에 들었다.

       

       김성철은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재현이 너, 정말 C급이 맞는 거냐? 맞붙었을 때 느낌은 거의 B급이던데 말이지.”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으면서도 길다.

       이 기간 동안 어느새 팀원들과도 꽤 친해져서, 김성철은 내게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이제 내게 존댓말을 쓰는 팀원은 이수미 말곤 없다.

       

       “능력치가 많이 올라오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B급은 또, 능력치만 된다고 올라갈 수 있는 등급이 아니니까요.”

       “그거야 뭐, 그렇지.”

       

       홀더의 승급은 한국 홀더 협회에서 주관한다.

       

       C급까지는 그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주력 능력치의 30 달성과 협회 능력 평가.

       그리고 룬 홀더로서의 괴수 사냥 실적 평가.

       

       이러한 점을 채우면 C급 홀더로 승급을 마칠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C급이 됐었고.

       

       ‘B급부터는 평가 기준이 좀 달라지지.’

       

       주력 능력치의 50 달성이라는 기준치가 있긴 하지만, B급부터는 능력치보다 룬 레벨과 실적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수준이 올라갈수록 점점 능력치는 올리기 힘들어지고, 전투 구도에 있어서 능력치보단 룬의 활용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주력 능력치가 50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B급 홀더로 승급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요즘 뭐, 선배들 도장깨기 하고 다닌다며.”

       

       김성철이 땀을 닦으며 물어왔다.

       

       ‘뱀이 뒤덮은 숲’ 파견이 끝나고 팀에 여유가 생긴 이후, 나는 틈날 때마다 클랜원들에게 정중히 대련을 요청했다.

       주로 사냥 5팀 팀원, 그중 B급 인원을 대상으로.

       

       단순히 대련에서 이겨서 룬을 얻고 싶다… 이런 마인드는 아니었고, 아카데미를 졸업한 선배 홀더들과 겨뤄보며 감각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컸다.

       

       괴수와의 전투뿐 아니라, 홀더와의 전투.

       슬슬 이를 준비하며 실전 감각을 키워야 했다.

       

       ‘곧 빌런과 싸우게 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그 사이코 집단과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이제 격돌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

       

       내가 강주연, 박진우 등과 엮이게 되며 메인스트림에 들어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빌런>에서도 날 주목하게 됐을지 모른다.

       어쨌든 안도권을 최전선에서 저지한 건 나였으니까.

       

       그 충돌에 대비해서라도, 홀더들과의 대련을 조금 더 자주 할 필요가 있었다.

       

       “아, 도장깨기까지는 아니고…”

       “하하. 농담이야, 농담. 향상심은 언제나 좋은 거지. 팀장님하곤 붙어봤어?”

       “예. 대차게 깨졌습니다.”

       

       사실 오늘 처음으로 대련에서 이겼다.

       

       그간 대련을 이어오며 A급인 권오준은커녕, B급인 최동욱도 이기질 못했다.

       

       두 사람 모두 클랜에서 경력이 꽤 쌓인 베테랑 홀더들이었고, 능력치와 룬 레벨에 있어 나를 압도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몇 번을 부딪쳐봤지만, 한 번도 못 이겼다.

       

       김성철 역시 계열 상성과 룬 다양성, 전투 구도에서 내가 만든 변수들 등을 통해 겨우 이겼던 것이지, 원래라면 그와 나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경력의 격차가 있었다.

       

       ‘다른 클랜원은… 싸워주질 않고.’

       

       이수미는 신성 계열이기에 애초에 대련 성립이 어려웠고, 강주연은 왠지 모르게 대련 자체를 거부했다.

       

       

       -못 하겠어.

       

       

       대련만 하려고 하면, 내게 마법을 날리지 못한다.

       

       …아마 내가 다칠까 봐 그러지 않을까.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요즘 친해져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원래 강주연 고집은 문가은도 못 말린다.

       

       그래서 그녀와의 대련은 훗날로 미뤄야만 했다.

       

       “하하. 팀장님하고 한번 붙어보면 다들 그렇게 되지.”

       “김성철 홀더님도 팀장님과 대련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지금이야 팀장님이 A급이지만, 1년 전만 해도 나랑 같은 B급이었으니까. 내가 마법사 계열치곤 호승심이 좀 있는 편이거든.”

       “겉보기완 다르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

       

       우리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짐을 정리했다.

       

       이미 퇴근할 때를 훌쩍 지난 시각.

       클랜 타워가 문을 닫기 전에 나가야 했다.

       

       그러던 중 김성철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아, 내일 시간 괜찮으면 술 한잔할까? 내가 우리 인턴한테 한 번을 안 산 것 같은데.”

       

       그 말에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내일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약속 있나 보네?”

       “예. 조금 중요한 약속이라…”

       

       내일은 7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2주 전 김채은과 약속한 설악산 필드 사냥을 가는 날.

       

       물론, 그건 형식 상의 명분이고, 그 과정에서 우연치않게 ‘얼룩진 암석 더미’ 던전을 찾아내 함께 공략할 계획이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머리를 짚으며 김채은을 바라봤다.

       

       “…무슨 짐을 그렇게 싸 온 건데.”

       

       워프 게이트를 타고 강원도로 온 후.

       설악산 필드 입구까지 함께 온 김채은.

       

       그녀는 커다란 등산 가방을 멘 채 낑낑대며 걸어왔다.

       

       ‘아니, 마법 가방이 있는데 굳이 저걸 왜 메는 거야?’

       

       그런 의문은 약과였다.

       

       김채은의 등산 가방엔 정말 별의별 게 다 있었다.

       

       버너, 냄비, 프라이팬 등의 각종 조리기구부터 시작해, 일일이 다 세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채소들,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종류별로 가져온 고기, 그 외 조미료나 소스 등…

       온갖 재료들이 가방 안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건 사냥 준비가 아니라 요리 준비인데?

       

       하지만 황당한 상황에 김채은은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설악산 필드엔 세이프티 존이 있잖아. 거기서 라면 끓여 먹으면 엄-청 맛있을 것 같아서.”

       

       세이프티 존.

       설악산과 같은 대형 필드엔 종종 있는 쉼터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필드는 결계 밖으로 몰린 괴수들의 거주지이지만, 그 필드 안에 새로운 마력 결계를 만들어낸 게 세이프티 존이다.

       당연히 그 안엔 괴수들이 찾아오지 않고, 이는 사냥에 지친 홀더들이 종종 찾는 쉼터 역할을 했다.

       

       괴수의 등급도 높고 양도 너무 많은 필드에,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거기서 라면을 먹는다고?’

       

       진짜 사냥이 아니라 등산을 온 거구나.

       

       게다가 황당한 건 하나 더 있다.

       이 재료들, 라면 재료가 아니잖아.

       

       “선생님. 이건 라면이 아니라, 바비큐 재료 같은데요?”

       “고기라면 먹을 거야! 어차피 내가 만들 거니까, 재현이 넌 먹기만 하면 돼.”

       “아, 안 돼. 내가 할게. 내가 만들어줄게. 사실 나도 고기라면 먹고 싶었어. 하하.”

       

       다급하게 김채은을 말렸다.

       괜히 딴지 걸었다가 큰일 날 뻔했다.

       

       저번 ‘파전에 막걸리’ 사건 이후로 많은 걸 느꼈다.

       

       김채은이 먹고 싶다는 건 무조건 다 만들어줘야 된다.

       …그래야 내 위장이 안전해질 수 있다.

       

       “음… 좋아! 재현이가 만든 게 훨씬 맛있긴 하니까.”

       

       김채은은 그렇게 말한 후.

       커다란 등산 가방을 조그마한 마법 가방에 넣었다.

       

       그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가방이었냐.’

       

       어쨌든 그렇게 한 차례 위기를 넘기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설악산 필드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북한산과 인왕산에 이어, 세 번째로 맞이하는 결계 밖 필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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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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