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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

         

         “모든 지원품을 거절해?”

         “예, 각하.”

         “그게 뭔지 확인해보긴 했다던가?”

         “아뇨, 각하. 열어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합니다.”

         “흐음….”

         

         

         셰레티프 공작은 관중석에 앉은 채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천것이 평생 몸을 굴려도 살 수 없을 고가의 마도구들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자신의 이름 아래로 보낸 선물이었으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고가의 명품을 보냈음을 예상할 수 있었을 터.

         

         어디 가문의 유물 같은 무가지보는 아니라 하더라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이 간혹 경매로만 나도는 수준의 무구라면 명품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 것들을 보지도 않고 내쳤다?

         

         

         “아주 맛이 갔거나, 아주 영리하거나.”

         

         

         셰레티프 공작의 지원을 받는 즉시 일종의 ‘선’이 생긴다. 같은 편에 섰다고 보기엔 적이 부족한 명분이나, 어쨌건 무언가를 받았다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관념이다.

         

         그러니 만일 토너먼트에서 패배해 탈락하기라도 한다면 왕녀의 입장에서 그 천것에 연연할 이유 자체가 없단 말이었다.

         

         오히려 의심을 받으면 받았겠지. 귀족들에게 금품을 대가로 패배를 약속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러니 지금 선물을 거절한 것은 안전과 몸값을 둘 다 챙겼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주 맛이 간 녀석이라 우국충정이란 명목 하에 눈이 뒤집어진 놈도 있기야 있다만.

         

         뭐, 그런 놈들은 전쟁 시절에 죄다 고인이 되었으니.

         

         충신이란 난세에 필요한 법.

         

         인간은 정치적인 생물이며, 평화는. 생존과 투쟁이 급박하지 않은 시세에서는, 인간은 반드시 정치적인 생물이 되기 마련이다.

         

         셰레티프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력도, 머리도 나쁘지 않군. 출신도 용병 출신 귀족 가문의 삼남이라. 제 값 주고 쓴 뒤에 손해 없이 털어내기에 적잖이 괜찮은 녀석이 아닌가. 하고.

         

         엘리자베타가 과연 정보조직을 주무른다더니, 저런 놈은 어디서 기가 막히게 구해왔군. 하면서.

         

         

         “저 자가 패배하거든, 성대한 연회를 벌여 주거라. 분투를 보인 크라실로프 사내에 대한 경외를 담아서.”

         “예, 각하.”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날 때, 셰레티프 공작은 지나가듯 한마디를 더했다.

         

         

         “허나 만약 승리하거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라. 이 시대는 더 이상 영웅을 바라지 않으니.”

         

         

         무명소졸이 오직 무훈으로 왕녀의 사랑을 쟁취하고 태평성대를 이끌었다는 식의, 삼류 로맨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세상은 한 사람의 칼날이 절대 다수의 민중 위에 춤추는 것을 바라지 않으므로.

         

         영웅담은 민중을 쉽게 홀리기 마련이다. 극적이고 화려할수록 더욱이.

         

         엘리자베타에겐 이미 충분한 수준의 재력과 장악력이 있었다. 여기에 무력과 민중의 지지가 더해진다면… 과거 어떤 절대왕정보다 공고한 군주정의 재림이 될 뿐이었다.

         

         그러니까, 엘리자베타의 마지막 한 수일 저 사내는. 설령 ‘엘프 최강자’를 꺾은 위대한 무인의 탄생이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이.

         

         지금 싹을 뽑아야 한다. 충분히 만개하기 전에.

         

         

        *

         

         

         [예레모프 자작가, 이반 페트로비치 예레모프 경이 입장합니다!!]

         

         

         제대로 된 도장도 되지 않은 저품질 갑주가 절그럭거리며 올라온다.

         

         철그럭, 철걱, 하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왔나.]

         

         

          아델은 손끝을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이반을 바라보았다. 당장 칼을 뽑고 한바탕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마침내, 이반이 단상 위 대지를 꾹 짓밟았다. 두 기사의 눈이 서로를 향한다.

         

         

        -우우우우우우!!

         

         

         관중들의 야유가 잇따랐다. 두 기사 중 누구도 귀족과 왕실에 예를 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투구를 올려 얼굴을 보이지도, 왕실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화려한 마력강화 갑주를 입은 엘프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지방 귀족의 삼남.

         

         두 기이한 결투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천천히 칼을 뽑아 들어 올렸다.

         

         

        -스르릉.

         

         

         칼날이 하늘을 향해 솟았다. 동시에, 서로를 향해 15도 꺾여 멈췄다.

         

         군주에게도, 국가에게도, 백성들에게도 예의를 차리지 않은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오직 서로를 향해서 군례를 보이고.

         

         

         [오라. 쿠-게오르(Cu-Geamhradh : 겨울 사냥개). 네 한계를 보여라.]

         “아델.”

         

         

         이반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인의 감각 내에서, 상대의 심박마저 들리는 거리 안에서.

         

         긴장감일까? 아니면, 즐거움일까? 경쾌한 리듬으로 툭툭 튀는 심박음은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듯하다.

         

         이반은 아델의 자세를 살폈다.

         

         평소와 같다. 어떤 버릇 같은 것이 없는, 완벽한 정중선.

         

         올곧게 뻗은 척추, 살짝 굽은 어깨는 정면폭을 감추도록 비스듬히.

         

         오른손에 쥔 검은 미동조차 없이 뻗어 있다. 그건, 완벽한 수준의 근육 제어를 의미한다.

         

         치매가 왔다 하더라도, 신체능력이 노화로 인해 감쇠했다 하더라도 저 여자의 세월은 그대로 남아있다.

         

         승산은 얼마나 되겠는가.

         

         아니.

         

         검을 들고 칼날 앞에 서 있는 이상. 그 순간부터 그에겐 승산에 대한 고려 자체가 없어야 한다. 그렇게 배워왔다. 그렇게 행동해야 했다.

         

         할 수 있는가, 없는가. 그런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하겠다. 오직 그뿐.

         

         이반은 칼자루에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엘프 최강자, 검술의 달인, 검기의 정점에 선 여자를 지금 여기에서 꺾는다.

         

         그렇게 각오하고, 한 걸음.

         

         

        -카앙!

         

         

         장난치듯 맞닿은 검이 툭, 서로의 칼날을 밀어낸다.

         

         느릿하게 부딪친 검면, 칼날을 물지도 매섭게 몰아치지도 않는 일격. 마치 손뼉을 치는 것과 같은 가벼운 한 합.

         

         

        -우우우우!!!

         

         

         관중들의 야유가 거세어져 간다.

         

         장난하는 거냐! 승부조작이다! 이 결투가 우스워 보이느냐!!

         

         성난 민중들의 소음을 한귀로 흘리며, 이반은 다시금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카앙!!

         

         

         조금 더 빠르게 밀어친 검격은 상단에 일격.

         

         이에 맞서 정확한 타이밍에 맞물려 들어오는 검격 또한 일격.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지도, 공세를 이어 연계하지도 않는 가벼운 마찰이다.

         

         그러나 초인의 감각엔 그 이상의 정보가 얽혀온다.

         

         

         검의 무게, 상대의 근육 반응성, 힘의 방향성, 두 검이 맞물리는 순간 손목의 각도에 따라 파생되는 무수한 검로와, 그 검로를 틀어 막는 후속 착수.

         

         한 합의 교환에서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한 합.

         

        -카앙.

         

         그리고 그 검격의 반탄에서 촉진한 상대의 상태를 살피며, 다시 한 합.

         

         

        -카앙—!!

         

        -캉—!! 카가가각!!

         

         

         한 합, 한 합. 그것이 이어져서 한 번의 검로. 검로를 다시금 이어 검기(劍技), 검기의 우위를 파악해 칼 끝을 세우며 약세를 보완하고 강세를 밀어붙여 상대의 품으로 향하니,

         

         검술(劍術).

         

         

        -캉, 캉, 카가가가각! 카각! 채애앵—!!

         

         

         격검이 반복될수록 점차 더 빨라져서, 어느 순간엔가 관중들의 시선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사위가 고요해졌다. 침묵과,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감탄 또는 신음.

         

         수천 명의 관중이 일제히 흘리는, 고요한 충격이.

         

         

        -카아아앙! 카각! 캉!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검로가 시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까지.

         

         고요 속에서 칼날이 서로를 찍어가며 불똥을 튀이는 금속의 마찰음만 가득하고.

         

         올곧게 선 두 명의 기사는, 그 자리에서 미동 없이 손만을 움직여 주위 공간 모든 방향을 검로로 수 놓고 있었다.

         

         바람이 일었다. 쾌청한 여름날에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카아아앙—!!

         

         

         초인의 영역에서 싸우는 무인들은 일반적으로 점점 더 단순한 공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검술이란 결국 자신의 무기를 상대의 몸에 박아 넣기 위한 과정의 총체이므로.

         

         신경가속의 극한까지 속력을 올린 뒤엔 오직 효율성만 남아, 더 큰 충격력을 담아 지르는. 일종의 화력전으로 승부가 결착되기 마련이었다.

         

         대저 검술이란, 초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전에 가장 화려한 법.

         

         그러나 지금 이 자리의 두 초인은 그 명제를 부수어 증명하고 있었다. 초인의 공방에서도 검술이란 분명히 유효하다고.

         

         갈고 닦은 기술, 피땀 흘려 쌓은 경지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 법이라며.

         

         서로가 세월을 다져 올라선 기예의 높이를 견주어, 오롯이 한 자루의 검으로 스스로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이 순간에.

         

         

        -카아아앙—!!

         

         

         두 사람의 검격이 서로의 안면을 향해 꽂혔다.

         

         

        *

         

         

         검날이 날아들 때, 이반은 갑주의 상태를 빠르게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손질했던 상태에서 일말의 오차도 없다. 아델의 검격이 품은 힘과 각도를 순식간에 도해하고, 투구의 경사각을 고려해 머리를 밀어 넣었다.

         

         최소한의 충격을 각오한 채로, 투구의 바이저 너머로 검날을 흘리며 손을 뻗는다.

         

         으드드득!! 철제 투구가 갈려나가며 철판이 뜯기는 감각과 함께 시린 통증이 뺨 언저리에 일자로 그어진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칼이 아델의 투구를 향해 곧게 찔러 들어갔다.

         

         

        *

         

         

         이놈 봐라.

         

         아델은 첫 한 수를 교환한 다음부터 쭉 그 생각뿐이었다.

         

         일격을 넣어 손목의 각도를 틀고, 다음 검격을 이어내려 할 때마다 정확히 그 흐름을 끊어내며 물러선다.

         

         그것이 반복된 결과가 지금이다. 거의 오차 없는, 완벽한 데칼코마니처럼.

         

         그녀의 검술을 고스란히 따라한 것처럼, 검로를 틀어 다른 유파의 검술을 섞더라도 순식간에 모방해내며.

         

         매순간 저 놈 투구 아래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인다. 지나간 검로를 읽어내고, 도래할 검기를 파악하며, 정확히 반대항의 검격을 꽂아 넣어 막아낸다.

         

         모방이라.

         

         그럼 이것도 해보겠느냐?

         

         아델은 흥이 올라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다시금 따라온다. 검기가 기예의 영역을 넘어 하늘에 닿을 때까지. 언제까지나 따라올 수 있다는 식으로.

         

         아니, 오히려 더, 다음 기술을 내놓으라 성토하는 것처럼.

         

         투구 아래에서 아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더 보여주마. 내가, 더 보여주겠다. 그러니.

         

         너 또한 내게 그 다음을 보여다오. 어디까지 올 수 있느냐, 어디까지 따라오겠느냐?

         

         인간의 몸으로, 그 짧은 삶을 불태워 별빛을 사윌 수 있겠더냐.

         

         

        -카가가가각!!

         

         

         그녀의 검을 투구로 받아내는 곡예에, 아델은 감탄하고 말았다. 아 그래, 너는 기사가 아니렸다.

         

         기사가 아니요, 용병… 군인에 가깝구나.

         

         무기도, 방어구도, 결국 군수품에 불과하니 애착이 없고.

         

         자신의 몸도 크게 보아 전쟁 병기의 일환이니 얼마든지 내어주겠다는 뜻이구나.

         

         오직 하나,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다면 좋다. 그 각오가 얼마나 더 길게 이어질지 그 다음을 보자꾸나.

         

         

         아델은 날아드는 칼날을 향해 머리를 가져갔다.

         

         투구의 곡면을 타고 검날이 빗겨나간다. 그 사이, 투구 사이에서 드러난 이반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흔들렸다.

         

         그것이 즐거워서, 아델은 웃고 말았다.

         

         

         어떠냐, 나도 ‘보고’ 따라하는 것엔 일가견이 있다.

         

         

         이반의 방어를 고스란히 재현하며, 아델은 검을 뻗은 채 멈췄다.

         

         

        *

         

         

         서로의 머리를 강타한 두 기사가 말뚝처럼 멈춰섰다.

         

         침을 삼키는 것조차 잊은 관중들 또한, 고요 속에 멈춰서.

         

         정물이 된 토너먼트의 한 가운데에서, 두 기사는 부서진 투구 사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그림처럼 웃고 있었다.

         

         

         “치매가 아니었나.”

         “…치매?”

         

         

         아델은 잠시 침묵했다.

         

         

         “무슨… 무슨 뜻이지?”

         “네 기예는 분명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었다. 그 전까진 분명히.”

         “어, 그건…. 뭐, 사정이 있었다치고, 그래서?”

         “노환으로 인한 치매는 엘프조차 피할 수 없는 법이니, 내 승산을 점치며 이 자리에 나왔고.”

         “흐음. 음. 그래서, 지금은?”

         

         

         아델은 투구를 벗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검은 머리칼이 찰랑이며 물결치고, 그녀는 곧 머리를 질끈 묶어 뒤로 넘겼다.

         

         한쪽 눈에 비스듬히 걸친 화려한 안대, 그리고 멀쩡한 한 눈에서 빛나는 황금색의, 맹금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이반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은 승산이 보이고?”

         “해봐야지.”

         

         

         이반 또한 반쯤 부서진 투구를 벗어 바닥에 던졌다.

         

         투구가 깨어지며 난 상처에, 핏물이 수염을 적시며 뚝뚝 떨어졌다.

         

         

         “갑옷을 벗어라, 욘(John). 전력을 보아야겠으니.”

         “음.”

         

         

         철컥, 철커덕. 두 기사의 몸에서 두꺼운 갑주가 해체되어 바닥에 굴렀다.

         

         우드득, 하고 몸을 푼 아델은 셔츠 한 장과 가죽바지 한 벌의 가벼운 차림으로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제 방해 따윈 없어. 여기엔 너와 나뿐이야. 검을 들고 나를 봐라. 승리가 아닌, 목표가 아닌, 작전이 아닌, 임무가 아닌. 네 상대를 보아라.”

         

         

         아델은 검을 비스듬히 꺾어 이반에게 향했다.

         

         처음 두 기사가 마주했을 때 보였던 검례, 서로를 향한 예의를 표하는 짧은 눈맞음으로.

         

         

         “대지를 딛고, 하늘을 이고, 검을 쥐고, 상대만을 보아라. 그것이 검사의, 무예의 첫 덕목이니.”

         

         

         이반은 대답없이 같은 자세를 취했다.

         

         갑옷을 벗은 두 기사는, 서로를 향해 처음과 같은 예를 표하고.

         

         

        -와아아아아아아아!!!!!!

         

         

         군중이 해일처럼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간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첨언합니다!

    이반이 처음 본 갑옷 상태의 아델 : 원격조종 중
    시합 이틀차 : 아델, 프리첸카야 도착.
    시합 삼일차 : 아델 본신 출전 (갑옷)
    시합 닷새차 : 오늘. 아델과 이반은 본신으로 출전 중.

    *

    와 저 주말에도 몸이 계속 이상해서 검사해보니까 독감이 아니라 코로나래요!
    세에상에 아직도 코로나를 걸리는 사람이 있다? 두 번이나 걸리는 건 좀 너무한데, 억울해요!

    그래도 코로나 걸린 기념으루 공장도 안 나가서 오늘은 일찍 올려요! 아싸!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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