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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방금, 내가 잘못 본 건가?”

         

       

       이건 악마, 푸스.

         

       

       “아무래도… 맞게 본 거 같은데?”

       

         

       받은 건 암두사스.

         

       

       “뭐야, 대체. 뭐냐고. 이거.”

       

         

       마지막으로 기겁한 건 세이르.

       

         

       세 명의 악마는 자신들을 지나쳐 지옥으로 향한 ‘하등생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떻게 멈출 수라도 있었다면 당장 그리 했을 거다. 상대를 붙잡으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있는 이 자리 외에는 간섭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고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뭐야, 뭐야? 하고 떠드는 것이 전부인 상황.

         

       

       “…일단. 일단 우리들은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자.”

       

         

       은근히 리더 자리를 탐내던 암두사스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연다.

       그러자 그를 꼴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세이르가 한숨을 내뱉었다.

       이놈 말대로 하는 건 원치 않지만 어쩌겠는가. 저게 맞는 말인데.

         

       어차피 넘어가면 아스타로트가 있다. 자신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자다.

       암두사스가 리더 행세를 하는 건 아주 잠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참아주면 된다.

       

         

       “그런데. 우리들. 이대로 같이 나가게 되는 건가?”

       

         

       푸스가 아까부터 궁금했다며 그런 의문을 꺼낸다. 그에 다른 두 악마 또한 ‘그러네?’ 하고 저마다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미 이 너머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여명이니 괴물이니. 그 무시무시한 놈이 이미 압도적으로 강하여 이길 수가 없다고.

       하여 무조건 교전을 피하라고 했는데 원래도 승산이 없는 상황에서 이 셋이 쪼개지면 도망이나 제대로 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든 것이다.

         

       

       “…일단, 정말로 만에 하나 우리끼리 전부 떨어지게 된다면. 상황이 어떻든 무조건 합류부터 하자. 에너지는 그 다음에 모으도록 하고.”

        “당장 눈앞에 만만한 놈들이 있어도? 에너지가 급하다고 했잖아.”

        “아니지. 제일 중요한 건 우리들의 목숨 보전이야. 지옥에도 그렇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끝!”

         

       

       푸스와 암두사스, 그리고 세이르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맞대고서 저들끼리 결론을 내렸다.

         

       상황이 어떠하든 일단 이탈하여 서로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뭉친다.

       다음으론 아스타로트를 찾고 그녀와 합류하여 철저하게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며 붙잡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제기랄. 어쩌다가 우리들이 하등생물을 앞에 두고서도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된 거냐고.”

        “그거야 그 여명이란 존재가 어디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거지. 허니 군말 말고 닥치고 하라는 대로 해. 알겠어?”

         

       

       와중에 누가 악마 아니랄까 투닥거리는 건 잊지 않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저 멀리, 무언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처음 느껴보는 부유감이 몸을 감싸 안았다.

         

       

       *

       

         

       “…푸스. 암두사스.”

       

         

       역시나, 예상대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곳엔 혼자뿐인 것 같다고, 세이르는 생각했다.

         

       각오한 일이지만 정말 현실로 들이닥치니 걱정이 앞선다.

       자신과 사이가 안 좋던 암두사스는 물론이고 셋 중 가장 약한 푸스도 염려스럽다.

       

         

       ‘일단, 빨리 이곳을 나가서 합류하는 게 먼저다.’

         

       

       기존의 악마들이 여유롭게 게이트를 나서 바로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다면.

       마지막으로 들어선 이 악마들은 몬스터들보다도 더 은밀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쪽의 움직임은 이미 초장부터 전부 파악되고 있는 중이었으니.

       

         

       “아. 드디어 나왔군요.”

        “몇 명인가요, 선배님?”

        “하나네요. 회장.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세이르는 ‘세상에.’ 하고 탄식하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안 건지, 이미 문 앞에 하등생물이 진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

       

       

       

       “….”

         

       

       순간적으로 ‘고작 셋?’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남자의 경고를 떠올린다.

         

       하등생물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뭐가 되었든 일단 이탈해서 기회를 엿봐라.

       너희가 무시하는 그 하등생물 사이에 여명에 울려 퍼지는 나팔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리 된다면 너희는 말 그대로 ‘억’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죽는 건 피하고 싶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일만 잘 해내면 최하위 악마이면서 지옥을 구해낸 1등 공신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꿈에도 꾸지 못하던 신분 상승이 있을 가능성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세이르는 바로 빠져나갈 구석부터 찾았다.

       비록 숫자에서 밀리고 있다지만 그 숫자로 따지고 보면 셋에 불과하다.

       여명만 아니라면 이 정도야 능히 탈출하여 다른 악마들과 합류할 수 있다.

       

         

       “어디를 가려고.”

       

         

       하지만 세이르의 앞에 선 세 명의 하등생물들은 그걸 용납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샤아아아!

         

       불쾌한 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세이르의 얼굴을 스치고 무언가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하등생물의 손에서 번쩍거리는 빛줄기가 그 길이를 마음대로 늘였다가 줄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 데도 못 가요. 악마.”

       

         

       데우스가 말했던 그대로 간격을 완벽히 점하며, 루시엘이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물론 정말로 못 간다고 하여 가지 않을 생각인 세이르는 아니었다.

       곧장 몸을 돌려 비어있는 공중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이 그의 다음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몇 초 지나지 않아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으니.

         

       

       “위는 꿈도 꾸지 마요.”

       

         

       제 몸 주변에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기류를 두른 채 허공에 앉아있는 네페르티.

       예전에는 단순히 서있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완벽히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저 정도면 바람 계열 이능으로선 거의 최고 수준이라 할 법했다.

         

       앞, 뒤. 좌, . 거기에 머리 위까지 모든 부분을 이미 점령당했다.

       그 사실에 세이르는 입술을 깨물고서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무조건 싸움을 회피하고 서로 합류하는 것으로 정했다.

       허나 이렇게 되어버리면 바꿔야 한다. 무조건 정면으로 돌파해서 뚫고 나가야 한다.

       

         

       “선배님들 말씀대로. 못 지나가. 너는.”

         

       

       비록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으나 움켜쥔 두 주먹에선 흔들림이 없다.

       용기라는 건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유리시아는 속으로 몇 번이고 그리 되뇌며 악마의 바로 앞에 당당히 섰다.

         

       만약 데우스가 이 자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주인공 버프는 대박이라고. 어떻게 딱 기다리고 있던 곳에 나올 수 있냐고.

       게이트가 발현된 곳이 최소 몇 군데는 더 있는데 어쩜 이럴 수가 있냐고 말이다.

         

       

       “가요. 후배님들. 정신 똑바로 차려.”

        “네, 선배님.”

        “네에!!”

         

       

       헛되이 죽지 말라. 라든가, 다치면 혼난다. 라는 말 따위는 없었다.

       이미 이 세 명은 그보다 더 두려운 말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혹여나 기대 이하를 보여준다면 데우스 후배님이 돌아와서 우리들을 말 그대로 갈아버릴 수도 있어요.”

        “으윽…!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저, 저는 괜찮은데.”

        “유리시아 후배님?”

        “아,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유리시아가 가장 먼저 달려든다.

       그에 맞춰 그녀의 몸에 한 줄기 바람을 입혀주며. 네페르티가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 자리를 바꾸고 루시엘이 후방에서부터 착실하게 간격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같은 시각. 암두사스는 자신의 운에 대해서 한탄을 하는 중이었다.

         

       두 악마와 떨어지는 거. 예상했다. 하등생물과 조우할 가능성. 이것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망할. 설마 그 하등생물이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놈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하하! 역시 여는 운이 참으로 좋단 말이다!”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는 샤벨을 바라보며 암두사스는 저게 여명일 거라 확신했다.

       느껴진다. 강하다. 지금 당장 자신이 싸운다고 생각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까 이탈해야 한다. 도망치는 게 맞다. 일단 합류부터 하고서 그 다음에….

       

          

       ―쿠웅!

       

         

       “이번에도 적이랑 저랑 한꺼번에 같이 잘라버리실 생각이겠죠.”

       “하하하! 들켰구만! 호국경! 하지만 호국경을 믿으니 그런 것일세! 어차피 호국경은 여의 검마저도 받아낼 수 있지 않은가!”

        “후우. 현장 한 번 더 뛸 수 있다는 말에 나왔건만. 하필이면 샤벨 세이버 경이랑 함께라니.”

         

       

       샤벨과 태그를 이루게 된 호국경, 에텐달이 작은 한숨을 내뱉는다.

         

       원래라면 황제 곁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하고도 당연한 의무다.

       허나 이번에는 그 황제의 명령으로써 샤벨과 함께 악마를 처리하기 위해 나왔다.

       지금 당장은 제국에 조금의 해라도 끼칠 존재를 잡아 죽이는 게 더 중요하니까.

       

         

       *

       

         

       마지막으로. 세 악마 중에서도 가장 약한 푸스.

         

       물론 여기서 약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악마 기준에서 그렇다.

       제국 이능력자들과 그의 전력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푸스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 푸스는, 하필이면 여기로 오기 전 ‘여명’ 에 대해서 너무 많이 들어서.

       부딪치면 무조건 죽는다는.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도망쳐서 합류부터 하라는 계획을 너무나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쫓아! 놓치면 안 돼!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는다!”

        “으아아! 빌어먹을 하등생물들!!”

       

         

       주인공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에 준하는 강자들도 아닌. 그냥 보통의 제국 이능력자들에게 쫓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은 흡사 죽음을 각오한 쥐들에게 쫓기는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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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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