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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 * *

       

       

       

       “폐하. 그것은 오해십니다. 그건 어디 까지나 회사 방침이었을 뿐이지. 직접 우리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해고 나발이고 로스차일드가 후원한 것은 정말 아닌가?

       

       로열 더치 쉘의 뒤에는 로스차일드가 있을 테니까.

       

       

       “오해고 나발이고 당신들이 후원해서 볼셰비키가 백군에 더 저항한 건 분명한 사실 아닙니까?”

       “그건 지나친 억측이십니다.”

       

       

       이게 말장난이지만, 잘 생각해 보자.

       

       로스차일드가 혁명 세력을 후원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미하일 프룬제가 하루는 더 빨리 항복하지 않았을까.

       

       트로츠키가 페트로그라드로 튈 만한 여유도 없지 않았을까?

       

       

       “레닌과 더불어 볼셰비키 지도자라 할 수 있는 볼셰비키 트로츠키가 페트로그라드까지 튈 시간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심지어 그자는 잡히지도 않고 아예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것도 볼셰비키를 지원한 당신들 탓이 될 수도 있죠.”

       

       

       내가 말하는 건 이거다. “아 몰라! 아무튼, 볼셰비키를 후원한 당신들 탓이야!”이렇게 말함으로써, 러시아 입장에선 당신들이 싫다는 걸 각인해주는 거지.

       

       이미 수르구트는 브라노벨과 함께 할 생각이니까.

       

       로스차일드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뭔가 방해공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지금 러시아는 영국이 의용군 주도한 덕에 영국의 로스차일드도 영국정부를 등에 업고 수르구트를 어떻게 해보려 했을 터다.

       

       로열 더치 쉘 대주주면서 로스차일드가 관련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아니, 그건 좀.”

       “생각해보세요. 조금도 가능성이 없었겠습니까? 확실한 것은 영국정부는 백군을 지원했지만, 댁들은 브라노벨을 처리하고자, 볼셰비키와 적당히 조율을 했고, 그 과정에서 지원받은 볼셰비키는 총 한 자루를 더 가지고 백군을 사살했을 테죠.”

       

       

       설령 아니라고 해도 돈을 뜯어내야 하니까. 어떻게든 명예 빨갱이로 만들어야지.

       

       

       “크음.”

       “아마 로스차일드나 스탠다드 처지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랄 산맥을 중심으로 아시아는 백군이, 유럽 쪽은 볼셰비키가 차지하면서 브라노벨을 잡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내 추측이 마냥 허황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라노벨을 축출하려면, 브라노벨이란 물고기가 마음껏 헤엄치는 러시아란 바다를 붉게 물들여야 하니까.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저희는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았습니다. 브라노벨이 몰락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요.”

       

       

       그렇겠지.

       

       어차피 그냥 시도해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로열 더치 쉘은 그냥 스탠다드 오일과 함께 계속 브라노벨을 견제하면 될 테니.

       

       하지만 말이다.

       

       과연 로스차일드 남작 개인으로서는 어떨까.

       

       지금 영국에 퍼지고 있는 반유대 정서를 보면, 석유로 장난질 하는 것에 유대인과 로스차일드를 엮어버리면 재미있을 거 같은데.

       

       

       “최근에 영국에 반유대 정서도 퍼지고 있다 들었는데요. 원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법. 로열 더치 쉘의 뒤에 있다면 연관짓는 것은 어렵지 않겠죠.”

       “그것으로 협박할 생각이십니까? 그 정도로 무너질 정도로 저희 로스차일드 가문은 가볍지 않습니다.”

       

       

       로스차일드를 무너뜨린다?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로스차일드를 모스크바에 있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귀찮게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귀찮게 할 수는 있겠죠. 친 유대정책을 펼치는 반공 국가의 황제가 대놓고 대문짝 만하게 신문 일면에 걸고 로스차일드를 비난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산 독일과 공산 이탈리아가 공산주의를 포용해서 유대-볼셰비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로스차일드의 적군을 후원한 로열 더치 쉘의 뒤에 있다.

       

       딱 유대-볼셰비즘의 완성판 아니냐?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월터 로스차일드의 말을 기다렸다.

       

       

       “흐음, 그런 생각이셨으면 진작 저지르셨을 테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바라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래.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나는 조금 전과 달리 해맑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수르구트 석유는 브라노벨과 함께 할 겁니다. 여기에 어떠한 방해공작도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브라노벨의 바쿠유전도 건드리지 마시고요.”

       

       

       이 정도 확언은 받아야 한다.

       

       스탠다드 오일은 이쪽에 관심은 없는 거 같으니.

       

       

       “러시아 내 자산을 로열 더치 쉘의 대주주가 되면서 해결했습니다만, 회사는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입김 정도는 가능하겠죠. 아닙니까? 유럽 여러 지부를 두고 있는 로스차일드가 그 정도도 안 되진 않을 텐데요?”

       

       

       물론 저쪽 사정은 내가 모른다.

       

       회사가 독립적이든 아니든 간에, 그건 중요치 않지.

       

       설령 지금 회사가 로스차일드와 관계가 없어도, 어쨌든 관계가 있는 만큼, 로스차일드라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아닌가?

       

       그 정도는 알아서 해라.

       

       

       “끄응. 참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월터 로스차일드는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애써 닦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여기에 적당히 당근을 더 던져주는 거지.

       

       

       “하지만, 땅 파댈 곳이 아직 더 남아있죠. 북만주입니다.”

       “북만주라면 최근 러시아인과 유대인들이 정착한다는 땅이 맞습니까?”

       “네. 바로 그곳이죠. 저희 러시아가 개발하는 곳이 많아 들어가는 돈이 많습니다. 저희 로마노프의 금괴마저 쓰고 있죠. 로마노프 재정 고문이 걱정할 정도거든요.”

       “결국 그곳에 돈을 투자하란 거군요. 그럼, 저희에게도 지분을 주시는 겁니까?”

       

       

       내가 그 이야기를 왜 꺼냈겠냐.

       

       당연히 지분을 줄 수도 있으니 이러는 거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그냥 돈만 다 뜯어내지는 않는다.

       

       결국 이 협상에서 말아 먹으면 두마가 처리해야 하니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그런 말이 있죠. 일하는 만큼 먹으라는 말도 됩니다. 그만큼 로스차일드가 북만주의 석유 시추를 위해 열심히 해보세요.”

       “으으음.”

       

       

       뭘 또 으으음 거리고 있나.

       

       차리나가 이 정도로 기회 주면 어떻게든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보다 유대인 숫자가 많아서 나중에 유대인 자치구나 저 중국 쪽에 유대인 국가를 만들어 줄 생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러시아는 최대한 가진 걸 끌어모아야 하거든요.”

       

       

       최대한 돈을 벌어야. 한다.

       

       이건 다 유대인을 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몰아야지.

       

       이 정도는 해야 이 로스차일드가 흥미를 가지지 않겠냐.

       

       

       “유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말입니까?”

       

       

       이거 봐 의외로 관심이 있다니까.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냐고.

       

       

       “폴란드가 유대인을 핍박하면서 너무 많은 숫자가 러시아로 왔습니다. 여기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넘어왔죠.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 부담되어 차라리 뭔가 따로 이주할 지역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두마에서 그런 거 지금 계획이 나왔더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군요. 동방에 유대인 국가라 음.”

       “로스차일드도 유대계 아닙니까? 그러니 지원 좀 하셔야죠.”

       

       

       온갖 명분으로 돈 좀 털어내는 거다.

       

       나는 무조건 친유대인 편이다. 너희가 공산 빨갱이를 후원하는 유대-볼셰비즘의 증거물이 아니라면 지금의 백계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맞다.

       

       나는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다.

       

       

       “플로에슈티 석유지대도 있으니, 진지하게 석유가 안 된다면 그냥 동물이나 연구하려고 왔습니다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죠. 굳이 동물 연구하겠다고 러시아로 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과연 이 작자가 러시아 사정을 보고 브라노벨을 견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로스차일드 남작이 직접 관여할 짬인지는 내 모르지만, 적어도 러시아에 온 김에 그 정도는 알아보고 싶었을 거다.

       

       

       “크흠. 정말입니다만. 뭐 폐하의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간추리자면 브라노벨은 로마노프의 영역이니 건드리지 말 것. 지분을 줄 테니, 북만주의 석유 탐사를 할 것, 또 유대인 가문답게 유대인을 지원할 것 이거군요.”

       

       

       결국 찝찝한 표정으로 대답은 잘하고 있다.

       

       이거 꽤 일이 쉽게 돌아간다.

       

       월터 로스차일드가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던가.

       

       그도 아니면 지금 이 사람은 내 “수락 안 하면 너 빨갱이!” 이 짓에 맞춰주는 건가.

       

       어쨌든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을 거다.

       

       

       “잘 알아들으니 좋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나는 손뼉을 치면서 월터 로스차일드 남작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할 말이 있는지 악수를 한 다음에는 다시 사업가의 눈이 되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동방에 이스라엘 국가를 세운다는 것은 정말 사실입니까?”

       

       

       생각보다 관심이 더 많은데?

       

       잘만하면 더 끌어낼 수 있겠어.

       

       

       “말했다시피 우리 쪽으로 이주한 유대인의 숫자가 많아서 적당히 가능성의 하나로 두고 있습니다. 중국 땅도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은 맞으니까요.”

       

       

       그러니 중국이 그렇게 과거부터 쭉 패권을 유지해오고 오랑캐들이 중원을 노린 것이 아니겠나.

       

       물론 중국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안 되면 북만주 쪽에 유대인 자치구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 중국은 결코 통일도, 그저 남북조 수준도 아닌 최소 군벌로 전락할 테니, 동방의 이스라엘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으음.”

       “뭐 말 많은 아프리카 후보지나 저 팔레스타인에서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게 아주 불가능한 게 아니다.

       

       왜냐고? 일본제국도 유대인들을 만주로 이주시키는 복어계획을 시도한 적이 있었거든. 이게 유대인들을 이용해 만주 개발을 해먹겠다는 목표였는데, 일본이 희망회로로 바라고 있던 건 부유한 유대인이었으나, 정작 백군과 함께 러시아계의 빈곤한 유대인만이 이주해서 실패했다고.

       

       

       솔직히 이쪽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다칭 유전이 있는 북만주에 유대인들이 정착한다면 꽤 그럴듯한 그림이 나오지 않겠는가? 여기에 로스차일드가 돕는다는 선전까지 하면?

       

       일본의 복어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쪽은 된다는 거지.

       

       영국의 유대인 대표격인 월터 로스차일드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겠나?

       

       

       “혹시 생각해 주신다면 어느 쪽을 보고 계십니까?”

       “유대인 자치구를 둔다면 북만주 쪽에 둬서 러시아 합중국의 일원이 되겠죠. 만일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유대인 국가 건설을 생각한다면, 중국 러허성(열하성)이나, 허베이성(하북성) 쯤이 되겠죠.”

       

       

       원래는 일본제국이 열하사변을 일으켜 관동군과 만주군을 동원해 만주국의 영토라 주장한 열하성을 합병시킨 사건이다.

       

       장쭤린의 아들 장쉐량과 봉천 군벌을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한 사건이지.

       

       

       “그곳은 지금 일본이 만철을 이용해서 깊게 관여하는 줄로 압니다만.”

       

       

       이런, 아직 모르는 건가.

       

       아니지. 상관없다 그거일 수도. 미국을 제외한 열강이 일본을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 인도차이나를 노릴 때부터 아니었던가. 

       

       

       “일본이 그곳에 관심을 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대륙 침공을 위해서입니다. 이미 넌지시 일본 쪽에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해왔고. 남만주철도회사는 대륙침공을 위한 군사기지나 다름이 없죠.”

       

       

       당장 원래 역사의 일본제국도 대륙을 침공했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오히려 만주를 러시아랑 갈라 먹은 데다가, 원래 역사처럼 석유 문제가 대두될 테니, 중국을 노릴 거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은 무타구치 렌야가 일으키긴 했어도 결국 일본은 석유 때문에 중일전쟁을 감행하고, 동남아까지 전선을 확대했다는 말이 있으니까.

       

       

       “확실히 일본이란 나라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어찌하여 유대인 국가로 이어지는 겁니까? 어느 쪽이 이겨도 유대인의 땅은 없을 거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어디까지나 양국이 싸울 때 말이지.

       

       일본이 이기면 중국 내 일본의 영토와 온갖 이권은 가질 테고, 중국이 이기면 영토와 만철까지 회복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말이다.

       

       정석적으로 중일 전쟁이 지속되면 그렇다는 거지.

       

       나는 손가락을 허공에 빙글빙글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중일 전쟁이 생각보다 이상하게 흘러간다면?”

       “러시아가 개입할 거란 말씀입니까?”

       

       

       그건 모르는 거지.

       그건 내가 변덕을 부려서 유대인을 위해 국가를 건설해줄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일본과 좋게 지내고 있지만, 러일전쟁의 패배는 두고두고 러시아의 치욕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죠. 뭐 벨푸어 선언도 있고, 남작께서는 그냥 뭐 유대인들이 살기 좋게 지원만 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나라를 아직은 이런다 어쩐다 할 상황은 아니죠.”

       

       

       딱 이렇게만 떡밥을 던진다.

       

       기업가라면, 알 것이다.

       

       과거에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땅이었어도 지금은 팔레스타인땅이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그렇게 되면 서로 싸움질 해대는 근대화 덜 된 중국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을 세운다면? 하고.

       

       약간 희망회로 좀 돌릴 수 있지 않겠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스라엘 건국 후보지가. 처음엔 아프리카의 우간다로 말이 나오다가 물거품이 되고 팔레스타인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벨푸어 선언은 1917년 아서 벨푸어 혐성국 외무대신이 발표한 선언으로,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 국가 수립을 약속해버린 선언입니다.
    혐성국은 이전, 1915년에도 아랍인들과 똑같은 내용으로 맥마흔-후세인 각서라는 약속을 맺었으며, 이 탓에 유대인,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관계가 약화되어 지금의 중동이 되어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중동전쟁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이유가 혐성국탓이죠.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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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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