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0

       

       

       “뭐야, 넌.”

       

       “음, 그게···. 지나가던 사람인데 말이야. 그거 범죄인 건 알고 있지?”

       

       

       헛소리를 내뱉는 시우의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나는 이 양아치 두 명을 제압하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시우를 바라보았다.

       

       얘가 왜 여기에 있지?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역시 주인공···!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 기세! 멋있어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작가님.

       

       지금쯤 학교에 있어야 할 녀석이 여기에는 왜 있어?

       

       오는 데만 몇 시간은 족히 걸리는 장소인데.

       

       게다가 여기는 현지인이 아닌 이상 길을 잃기 쉬운 장소다.

       

       나도 잠깐 멍때리며 걸었더니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렸으니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니까 꺼져. 지금 우리는 바쁘다고.”

       

       “으음···. 어떻게 하지···? 있지, 뭘 해야 그 사람을 놔줄래? 위험하잖아.”

       

       “죽고 싶냐?! 당장 꺼져!”

       

       “어어, 휘두르지 마. 위험하다니까.”

       

       “위험하지 않으면 휘두를 리가 없잖아, 이 멍청한 새끼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시우가 양아치들을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말을 건네고, 그 말투에 양아치들이 화를 내기를 몇 번.

       

       시우가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말했다? 경고했어. 위험하다고.”

       

       “헛소리하지 말고 당장 꺼져! 이 여자가 죽는 걸 보기 싫으면···!”

       

       “죽는 건 너겠죠, 쓰레기.”

       

       “뭐, 뭣?! 어느새···?!”

       

       

       쨍그랑.

       

       내 목에 피를 낸 단검의 손잡이와 날이 분리되었다.

       

       손에 들린,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망연하게 바라보는 양아치를 향해 웃어 보였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히, 히익···?! 도, 도망···!”

       

       “어허. 거기 가만히 계세요. 이 녀석이 죽는 걸 보기 싫다면.”

       

       

       아까 인질극을 하려고 했었지.

       

       진짜 인질극이 뭔지 보여줘야겠네.

       

       실로 몸이 칭칭 감긴 채로 내 옆에 떠 있는 녀석의 동료를 보여주었더니, 녀석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야, 저 녀석.

       

       

       “읍, 으읍! 으으읍!”

       

       “하아···. 동료 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들 같으니.”

       

       

       이러면 인질극이 아니잖아.

       

       도망치고 있는 양아치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어차피 거기로 가도 의미 없는데.

       

       

       “흐아아아아악! 내, 내 어깨···! 어깨가···!”

       

       “어이쿠, 운이 좋으셨네요. 한 발짝만 더 디뎠어도 팔을 쓰지 못하셨을 텐데.”

       

       “사, 살려···살려줘···!”

       

       “네, 살려드릴게요.”

       

       

       도망치려던 양아치를 묶었다. 동료와는 달리 움직일 수 있고 말할 수도 있게.

       

       다만, 손가락과 발가락에 실을 꼼꼼하게 묶어주었다.

       

       으음, 어떻게 해야 제대로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까.

       

       ···아. 이게 좋겠다.

       

       

       -콰드득!

       

       

       스타킹의 실을 살짝 뽑아낸 뒤 길에 놓여있던 돌을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된 듯, 도망칠 궁리만 하던 양아치가 안색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자, 당신의 몸에 묶인 실도 같은 실인데요. 이게 저 부서진 바위처럼 조이면 당신의 몸이 어떻게 될까요?”

       

       “히익, 히이익···.”

       

       “말을 해, 말을. 쓰레기가.”

       

       “사, 살려주세요···.”

       

       “안 죽인다니까? 내가 널 죽일 이유가 없잖아. ···다만 네가 사지 멀쩡하게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대 봐, 친구.”

       

       “그, 그게, 그러니까···.”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너의 일부분과는 영원히 작별해야 할 거야.”

       

       

       그제야 협조적으로 나와주는 양아치를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인질극은 이렇게 하는 거지.

       

       네 그 육체와 작별하기 싫다면 아무거나 괜찮은 정보를 뱉어내야 할 거다.

       

       

       “저기, 아르테···?”

       

       “앗.”

       

       

       큰일 났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방심했어도 이런 녀석들에게 얕게나마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화가 나서 무심코 저질러버렸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시우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질러버렸다.

       

       어, 어떻게 하지? 우선 웃어볼까?

       

       그에게 살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몹쓸 꼴을 보였네요, 시우 군.”

       

       “으응. 그래. 이래서 말했는데.”

       

       “···?”

       

       “위험하다니까, 말할 때 듣지···.”

       

       

       뭐야.

       

       내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저 양아치들이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던 거야?

       

       살짝 감동받았었는데.

       

       

       “뭐에요. 그 말은 제가 위험하다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방금 본 걸 넘어가 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약하게 불평했더니 내 생각과는 다른 반응이 튀어나왔다.

       

       조금 당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간 반응이었다.

       

       ···좋은 사람? 내가?

       

       

       “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방금 못 보셨나요? 저는 꽤 나쁜 사람인데요?”

       

       “네가 먼저 공격한 게 아니잖아.”

       

       “···네? 뭐, 그건 그렇지만.”

       

       “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유시우의 말에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내가 빌런을 여러 명 죽인 사실을 모른다.

       

       그러니 내게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겠지.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조금 전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저 사람이 먼저 널 공격했잖아. 너는 이유도 없이 사람을 해칠 사람이 아니야.”

       

       “···.”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금 그 모습을 보고도. 사람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고도 나를 믿다니.

       

       넘어가려던 사건을 지적하면서 말을 걸었는데도 그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는 나를 믿고 있었다.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있죠, 시우 군.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나쁜 짓을 이것저것 저질렀거든요.”

       

       “알고 있어.”

       

       “···네?”

       

       “네가 이런저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

       

       “네, 네?”

       

       “네가 아라크네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잠깐만요. 바, 방금 뭐라고···.”

       

       [···어? 내가 방금 뭘 들었지? 어?]

       

       

       혼란스러웠다.

       

       어라? 어? 어떻게?

       

       혼란에 빠진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작가님도 잔뜩 당황한 채로 얼빠진 목소리를 내뱉을 뿐.

       

       나와 작가님은 시우의 이야기에 잔뜩 당황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큰일 났다. 진짜로 큰일 났다.

       

       어, 어떡하지.

       

       시우를 죽여?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주인공이잖아. 게다가 유일한 사람이야. 죽이는 건 불가능해.

       

       기절시켜? ···아니, 그것도 안 돼. 무슨 수로? 시우의 능력은 직감이야. 기습은 통하지 않아.

       

       여러 감각을 차단해도 내 공격을 피한 걸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던가.

       

       

       [도, 독자님···? 이거 큰일 난 거 아닌가요···?]

       

       “어, 어떻게. 어떻게···.”

       

       

       시우는 나의 의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

       

       

       “나는 네가 빌런을 죽였다는 걸 알고 있어.”

       

       “어, 어···. 저기, 그게···.”

       

       “네가 아카데미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 것도 알고 있고.”

       

       “네, 네?”

       

       “마수 사태도 네가 관련되어있다는 걸 알고 있어.”

       

       [큰일 났네. 으음,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인공을 갈아 끼워? 아니, 그 녀석들이 난리 칠 게 뻔한데. 그렇다고 독자님을 갈아 끼우기에는···.]

       

       

       작가님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정신은 오직 시우가 한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렸을 뿐이었다.

       

       다 들켰구나. 어떻게 들킨 걸까.

       

       아니, 이제와서 그런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겠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아르테···?”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시우가 내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어쩌면 한참 전부터.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작가님은 주인공에게 수정을 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게다가 주인공이잖아. 죽일 수도 없어.

       

       ···그렇다면, 주인공이 관찰자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을 바꿀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바뀌는 것은 누굴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는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자, 작가님. 잘못했어요.”

       

       “아르테?”

       

       “더 잘할게요. 네? 저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잖아요.”

       

       

       죽고 싶지 않아.

       

       이런 알 수 없는 장소에서.

       

       강제로 이름이 뜯겨나가고, 모습이 탈바꿈된 상황에서도 나는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었잖아.

       

       사, 사람도 죽여봤어.

       

       한두 명도 아니었다고.

       

       작가님이 쓸데없이 만들어 낸 수많은 빌런. 그거 전부 내가 해결했잖아.

       

       내가 죽였잖아!!!

       

       

       “아니야, 제발. 제발···. 그럴 리 없어···.”

       

       “아르테.”

       

       “나, 나는 열심히 했어. 열심히 했다고. 그런데 왜, 어째서. 어디서부터···!”

       

       “아르테!”

       

       “히, 히익?!”

       

       

       덥석.

       

       시우가 나를 껴안았다.

       

       시간이 한참 동안 지나고서야 나는 그 사실을 눈치챘다.

       

       

       “···아르테. 괜찮아.”

       

       “무, 무슨···. 이, 이게 대체···.”

       

       “걱정하지 마, 아르테. 다 괜찮을 거야. 너는 죽지 않아. 걱정하지 마.”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 아르테. 괜찮아. 괜찮아···.”

       

       “하, 하지만···.”

       

       

       시우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세상의 진실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세상이 신의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어댄다는 것도.

       

       마치 찰흙으로 만들어진 성 같은 세상이라는 걸, 그는 모른다.

       

       그렇기에 그의 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 그랬어야 정상이다. 그래야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까.

       

       

       “괜찮아, 아르테. 너는 괜찮을 거야.”

       

       “하, 하지만 어떻게···.”

       

       “내가 도와줄게, 아르테.”

       

       

       시우는 나에게 맹세했다.

       

       마치 기사가 공주님에게 맹세하듯이.

       

       

       “네가 더 이상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게 도와줄게. 네가 위험하지 않도록 도와줄게.”

       

       “···.”

       

       “그러니까 아르테. 울지 마.”

       

       

       나는 한참동안 그의 품 안에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그의 품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품에서 벗어나는 순간, 내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질 것만 같아서.

       

       

       “허억,허억···. 야, 유시우! 어디갔어! 나 버려두고 어디로 간 거야?!”

       

       “···아. 아멜리아. 깜빡했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짜증이 가득 찬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려퍼진 뒤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크르르 더는 못참겠다

    연애의 진도를 나가야만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