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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휘익 –

        ​

        은밀한 손짓이 오고 갔다.

        ​

        어둠에 몸을 숨긴 다섯의 인원들.

        ​

        눈을 빼고는 온통 시커먼 복색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과연 정보대로군.’

        ​

        최근 들어 이곳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갑자기 출현한 정체불명의 영웅.

        ​

        눈으로 영혼을 보며, 대단한 인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사람.

        ​

        이곳으로 정보원을 파견한 제국의 수도에서 조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었다.

        ​

        스슷 –

        ​

        길을 따라 이동하던 정보원들의 조장이 몸을 멈춰 세웠다.

        ​

        ‘무언가 이상하다.’

        ​

        아무런 경비원도, 이곳을 지키기 위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

        이 정도의 인물을 이렇게나 무방비하게 방치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심해 볼 수가 있었다.

        ​

        ‘방비가 필요 없을 만큼의 강자.’

        ​

        혹은 그의 실력으로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은밀한 방어.

        ​

        조사해온 정보대로라면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도 않았다.

        ​

        그가 이끌고 온 조원들 역시 각각의 장소에서 전진 중이리라.

        ​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니 다들 눈치챘을 것이다.

        ​

        이곳이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

        스윽 –

        ​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던 그의 몸이 일순간에 뻣뻣하게 굳어졌다.

        ​

        툭 –

        ​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

        “허업…!”

        ​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단검을 뽑아 들었지만, 그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강자다! 이렇게 가까이에 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

        정보원들은 사람의 기척에 특히나 민감하다.

        ​

        본인들부터가 기척을 숨기는 훈련을 받아왔으니, 전문적인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

        ​

        어깨를 칠 때까지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것은 경지의 차이가 아득하다는 것이다.

        ​

        스윽 –

        ​

        반대편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

        툭 –

        ​

        그의 사각을 뚫고 또 한 번 어깨가 만져졌다.

        ​

        “….!”

        ​

       멈춰지는 몸과 호흡.

        ​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

        그렇다는 것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에 맞춰 기척을 숨기고 뒤를 차지했다는 뜻.

        ​

        ‘움직이면 죽는다…!’

        ​

        이 정도의 강자가 자신을 죽이는 것은 눈감기보다 쉬운 일일 것이다.

        ​

        툭 –

        ​

        이번엔 반대편 어깨에 느낌이 왔다.

        ​

        중요한 것은 이번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

        온몸을 타고 흐르는 오싹함.

        ​

        살기와 마주했을 때보다 더 공포스러운 감각이었다.

        ​

        “….”

        ​

        피부를 타고 흐르는 소름 속에서 그의 몸이 굳었다.

        ​

        ‘…이대로 조원들을 모두 잃을 수는 없다.’

        ​

        떨리는 단검을 바닥을 향해 내리며 그가 입을 열었다.

        ​

        “황실소속 정보원입니다. 귀하를 해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

        주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이것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일까.

        ​

        망설이던 정보원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이대로 되돌아 갈 테니, 무의미한 희생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역시나 조용한 산속.

        ​

        굳어 있는 정보원이 눈알만을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

        그때.

        ​

        휘익 –

        ​

        희끄무레한 형체가 바로 옆을 지나갔다.

        ​

        ‘우…움직이고 있는데도 기척이 전혀 없다!’

        ​

        동시에 반대편에서도 무언가가 지나갔다.

        ​

        ‘하, 한 명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

        정보원의 목으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

        꿀꺽 –

        ​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만큼의 강자들.

        ​

        조원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할 차례였다.

        ​

        “동료들을 모아 떠날 테니, 자비를 부탁드립니다.”

        ​

        본래, 정체가 발각되는 즉시 자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

        ​

        하지만 적진도 아닌 이곳에서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조원들의 목숨이 너무나 아까웠다.

        ​

        애초에 나쁜 의도로 파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정말로 정보수집만을 위한 임무.

        ​

        “지금부터 천천히 뒷걸음질 치겠습니다.”

        ​

        스윽 –

        ​

        움직이는 발.

        ​

        스윽 –

        ​

        두 걸음째 움직였음에도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

       상대방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는 것.

        ​

        사실을 확인한 그가 몸을 돌려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

        휘이익 –

        ​

        눈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와 땅들.

        ​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

        곁눈질로 보이는 양쪽에 무언가가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휘익 –

        ​

        ‘이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데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

        주륵 –

        ​

        양 볼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

        기척은커녕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

        ​

        그 형태마저 희미했으니 압박감이 엄청났다.

        ​

        ‘빨리 조원들과 합류해야 한다…!’

        ​

        속도를 높이려는 찰나.

        ​

        툭 –

        ​

        “허업….!”

        ​

        또다시 누군가가 어깨를 건드렸다.

        ​

        역시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

        ​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

        툭 –

        ​

        “….!”

        ​

        툭 –

        ​

        양쪽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이 번갈아 가면서 느껴졌다.

        ​

        달리는 와중에도 완벽한 은신술.

        ​

        완전히 농락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

        움찔.

        ​

        속도를 올리던 그가 몸을 멈춰 세웠다.

        ​

        “이곳은…!”

        ​

        분명히 일직선으로 달렸다.

        ​

        그런데 어떻게 이곳이 나온다는 말인가?

        ​

        그가 도착한 곳은 강자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던 곳이었다.

        ​

        “이,이게…!”

        ​

        휘익 –

        ​

        다시금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하는 정보원.

        ​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역시나 똑같은 곳이었다.

        ​

        “분명히 직선을 달렸거늘…!”

        ​

        주륵 –

        ​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

        어떻게 이런현상이 가능한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마법을 탐지하는 아티팩트에도 반응이 없었으며, 감각 또한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

        이번에는 길이 아닌 곳으로 땅을 박찼다.

        ​

        나무와 풀만이 가득한 오르막길.

        ​

        하지만 달릴수록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오르막길을 오르는데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

        이상함에 몸을 멈춰 세운 그는 숨을 들이켰다.

        ​

        “허업…!”

        ​

        달리던 길이 정말로 평지였다.

        ​

        그것도 방금 떠나온 곳이 앞으로 보이는.

        ​

        자신은 또다시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

        ​

        오싹 –

        ​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아났다.

        ​

        이제는 공포심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

        그때.

        ​

       툭 –

        ​

       툭 –

       

       툭 –

       

       툭 –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촉.

        ​

        뻣뻣해진 목이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앞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순간, 무언가가 코 끝을 건드렸다.

        ​

        “허어억…!”

        ​

        분명히 앞을 보고 있거늘 어떻게 코를 건드린다는 말인가.

        ​

        정보원이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

        “죄,죄송합니다…!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

        ​

        툭 –

        ​

        “화,황실 소속 정보원입니다! 원하신다면 신분을 증명해 드리겠…!”

        ​

        정보원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

        등골이 오싹해져 왔기 때문이다.

        ​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지만 돋아나는 소름.

        ​

        수년간 단련된 몸이 경고를 해 왔다.

        ​

        등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

        뻣뻣한 목이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

        머리를 양손으로 들고 있는 희미한 형상이었다.

        ​

        “허억…! 어, 언데드…!”

        ​

        휘리릭 –

        ​

        단검을 고쳐잡은 정보원.

        ​

        하지만 어느새 그의 앞에 있던 것은 사라진 뒤였다.

        ​

        그곳에서 그는 놀라운 것을 보고 말았다.

        ​

        “….이럴 수가!”

        ​

        한 걸음만 더 뒷걸음질을 쳤어도 낭떠러지였다.

        ​

        훈련을 받아왔기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큰 위험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

        두근 –

        ​

        두근 –

        ​

        심장이 격렬하게 뛰며 위험을 알려왔다.

        ​

        ‘도망가야 한다.’

        ​

        한번 생겨난 공포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

        자기가 어느길을 달리는지 조차 까먹을 정도로.

        ​

        “으허억…!”

        ​

        아무리 달려도 똑같은 곳.

        ​

        다른 길을 가고 있나 싶다가도 여지없이 출발했던 그곳이 나왔다.

        ​

        그쯤 되자 정보원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

        머릿속이 혼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

       도망을 치던 그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

        대앵 –

        ​

        딸랑 –

        ​

        “조,종소리…!”

        ​

        정보원은 본능적으로 그 소리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

        유일하게 일어난 다른 현상.

        ​

        이곳을 탈출할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휘이익 –

        ​

        점점 멀리서 빛이 보였다.

        ​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

        드디어 그곳을 탈출한 것이다.

        ​

        하지만.

       

       그곳을 목격한 정보원은 또 다시 돋아나는 소름을 느껴야 했다.

        ​

        “….!”

        ​

        작게 지어진 집.

        ​

        그 앞에 피어진 불.

        ​

        그곳에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

        맨발로 검 끝 위에 올라선 채로.

        ​

        오싹 –

        ​

        딸랑 –

        ​

        딸랑 –

        ​

        – 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

        검 끝을 밟고 사뿐히 뛰어오르는 몸.

        ​

        양발이 수없이 검 끝을 밟았음에도 동작에 변함이 없었다.

        ​

        그리고 그의 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슬립!”

        ​

        “….!”

        ​

        “보호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군. 슬립!”

        ​

        순간, 그의 눈앞이 컴컴해지며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

        “이놈이 마지막인가? 음? 아는 얼굴이군.”

        ​

        “나 또한 본듯하오.”

        ​

        쓰러진 정보원의 주위로 로브를 걸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세계수의 가지가 있는 곳을 침범하다니, 정령사를 우습게 안 것이야.”

        ​

        “듀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

        “어허, 제압은 우리 마법사들이 하지 않았소?”

        ​

        웅성거리던 그들이 곧 입을 다물었다.

        ​

        “쉿! 더 멀리 쫓겨나기전에 조용히 해야 하오.”

        ​

        “옳소.”

        ​

        이미 한번 신당에서 쫓겨난 그들.

        ​

        어떻게 기회라도 만들어 보려면 더 이상의 민폐를 끼쳐서는 곤란했다.

        ​

        “헌데, 황실에서 파견한듯한데 이리 제압을 해도 되는 것이오?”

        ​

        “험험…”

        ​

        “우리는 잠을 재웠을 뿐, 제압은 이미 되어서 오지 않았던가?”

        ​

        “그것참 맞는 말이오.”

        ​

        수염을 매만지던 듀폰이 몸을 움찔거리며 손짓했다.

        ​

        “하이 엘프께서 우리의 존재를 확인한 듯 하오. 얼른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소.”

        ​

        “이들을 데리고 가지.”

        ​

        검은 옷을 입은 다섯 명이 바닥에 질질끌려가며 고요함이 찾아왔다.

        ​

        딸랑 –

        ​

        딸랑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부터는 00시 근처에 연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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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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