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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와!”

       

        “신기하네.”

       

        인간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은 우리의 접근에 정중히 문을 열었다.

       

        = 어서 오십시오, 주군

       

        = 위대한 신의 화신이시여.

       

        쿵!

       

        반쯤 용인화(龍人化)가 되어 버린 리자드맨 기사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시의 문지기 역할은 보통 병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내 도시는 기사들이 문지기의 역할을 맡는다.

        왜냐하면 이 문 뒤에는 전투 요원뿐만이 아니라 비전투 요원들도 존재하고, 그렇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약한 병사들보다는 강한 기사들이 문을 지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앞에 무릎을 꿇은 두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며 치하해 준 후 손님들에게 말했다.

       

        “마지막 구경 장소는 이 도시 전체란다. 주어진 시간은 5시간. 그 시간 안에 이 도시 안을 자유롭게 구경하고 와도 좋다.”

       

        “네?”

       

        “진짜요?”

       

        “오오오?!”

       

        – 헐?

        – 자유시간!

        – 자유시간 개꿀이넼ㅋㅋㅋ

        – ㅋㅋㅋㅋ

       

        4층이라면 완벽하게 내 수하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위험 요소가 적다.

        게다가 나름대로 문명화되어 있는 곳인 데다, 여러 차원에서 들어온 아이들이 섞여 있다 보니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깔린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이라면 인간 손님들에게 자유를 주어도 안전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저기!”

       

        “음? 무엇이냐?”

       

        그때 한 인간 소녀가 손을 든다.

        인간 나이로 11살 정도 되었을까?

        경호원으로 보이는 인간 남자의 손을 꼭 쥐고 있던 아이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그…… 기념품 사가도 될까요?”

       

        “기념품이라…….”

       

        “네. 수녀님하고 언니, 오빠, 친구들 것까지 사 가고 싶어서요.”

       

        “흠…….”

       

        아이의 말에 잠시 고민해 본다.

        그때 내 옆에 서 있던 경호팀장이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보육원에서 온 아이입니다.”

       

        “보육? 아, 고아원 말이냐?”

       

        “네.”

       

        그 말에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마 그런 약속한 것이겠지.

       

        “돈도 가져왔어요. 여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드는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아이야.”

       

        “읏? 네?”

       

        “안타깝지만, 이곳에서 너희 나라의 화폐는 사용되지 않는단다.”

       

        당연하다.

        이곳은 내 수하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시다.

        당연히 이곳에서만 사용되는 화폐 체계가 따로 존재하고, 외부와 교류하지 않기 때문에 환전소 같은 곳도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럼…… 못 사요?”

       

        “으음…….”

       

        하지만 어린아이가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마음이 쿡쿡 쑤신단 말이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이의 손에 내 손을 올려 둔다. 그리고 손을 치우자…….

       

        “어?”

       

        소녀가 손 위에 생겨난 황금 조각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용돈이란다. 그걸로 맛있는 거라도 사 먹거라.”

       

        어리둥절하는 소녀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준 후 자예에게 말했다.

       

        “자예.”

       

        “네. 주인님.”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수백 년 이상 나를 따라온 아이답게 내 지시를 곧바로 이행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손님을 경호하고 있던 짐승 기사들에게 주머니가 지급된 것이다.

       

        “돈은 내 수하들에게 맡겨두었으니, 적당히 즐기고 오거라.”

       

        “오오오!”

       

        “감사합니다!”

       

        “와!”

       

        인간 손님들이 환호성을 지르더니, 이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자,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이 보였다.

       

        – 우우우우우!!

        – 우리도 구경하고 싶다!

        – 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왜나만…….

        – 나도 구경하러 가고 싶다!

        – ㅠㅠ

        – 우리도 구경하러 가면 안 되나요?

        – 엉엉어어어어어ㅓㅓ어엉오ㅓ어어ㅓ농로여로ㅕ보ㅁ;

       

        왜 이렇게 슬퍼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인지.

        나는 이쪽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구경하자꾸나.”

       

        – 넹.

        – ㅠㅠ

        – 역시 라나님이야! 믿고 있었다고!

        – 괜찮아! 우리에겐 라나님이 있다!

        – 으랴아아아!!

        – 가즈아!

        – 어라? 그런데 왜 눈에서 땀이……

       

        다행히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시청자들의 광기가 조금은 줄어든 것이 보였다.

        나는 시청자들을 데리고 천천히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다우림은 자기 양옆에 서서 함께 움직이고 있는 두 존재를 느끼며 어색함을 느꼈다.

       

        ‘어우. 긴장되네.’

       

        일단 왼쪽에 서 있는 떡대.

        대머리에, 얼굴에는 짐승의 발톱에 할퀴어진 듯한 흉터가 존재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경호원.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한쪽 손은 권총집에 넣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제법 무시무시하다.

        그가 바로 헌터 협회에서 다우림에게 배정한 경호 헌터다.

       

        ‘일상에서는 엄청 든든했겠지만…….’

       

        다우림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왼쪽에 있던 경호 헌터의 덩치를 아득히 초월하는 늑대 인간이 노랗게 빛나는 눈을 좌우로 돌리며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늑대보다는 약간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았나?

       

        어쨌든 헌터 협회의 경호원을 어린아이로 보이게끔 하는 덩치에 다우림의 몸이 저절로 쭈그러들었다.

        그가 아무리 호위 인원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늑대인간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은 조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곳은 도시. 주위를 둘러보면 옆의 늑대 인간보다 더 무시무시한 이들이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무시무시하네.’

       

        킁!

       

        = 말씀하실 것이 있습니까 손님분?

       

        그 순간 늑대 인간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마치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 같은 신비한 감각.

       

        몰래 늑대 인간을 훔쳐보던 다우림이 움찔거렸다.

        역시 늑대라서 그런가? 감지력이 남다른 것 같다.

        푸른색 털과 황금빛 갈기가 제법 멋진 늑대 인간의 질문에 다우림이 말했다.

       

        “저기…… 아무래도 저희는 이곳이 처음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어디를 구경할지 잘 몰라서…….”

       

        = 그렇군요.

       

        늑대 인간이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나 있는 손가락으로 늑대 주둥이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한다.

        그것이 마치 손가락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고민에 빠진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신기한 기분이 되었다.

       

        시선을 허공에 고정한 채, 한 손으로는 주둥이를 문지르고 다른 손으로는 멋있는 갑옷을 툭툭 두드리며 고민하던 늑대 인간이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제가 추천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추천이요?

       

        = 네. 도시를 모두 돌아본 후에 직접 고르셔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요.

       

        “어…….”

       

        늑대 인간의 제안에 다우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지인의 추천이라면 적어도 평타 이상은 치지 않겠는가?

        믿을 수 없는 이의 안내라면 당연히 위험하겠지만, 지금 그들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는 이는 무려 멸천룡이 직접 소개해 준 사람이다. 그러니 위험한 곳으로 안내해 줄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잠시. 가능하다면 먹거리는 제외해 주시겠습니까?”

       

        그 순간 다우림의 왼쪽에서 주위를 경계하던 경호 헌터가 목소리를 내었다.

       

        = 어째서인가요?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음식은 허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

       

        그 말에 다우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랬었다. 그것 때문에 멸천룡이 보내준 술도 조금 늦게 전달되었다고 했고, 이번 관광에서도 경호원들은 계속 먹을거리에 신경을 쓰고는 했다.

       

        ‘아니, 먹거리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에 신경을 쓰긴 했지.’

       

        덕분에 눈으로 보는 것 이외에는 제대로 구경을 못 했다.

        나무나 풀, 심지어 땅마저 함부로 못 만지게 하다니…….

       

        어쨌든 그런 사정으로 인해, 다우림은 경호 헌터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늑대 인간’.

       

        = 저희들의 음식은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까?

       

        스윽!

       

        늑대 인간의 동공이 단숨에 날카로워진다.

        단순히 그런 변화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림과 경호 헌터의 몸은 바짝 얼어붙어 버렸다.

       

        ‘무슨 눈빛이…….’

       

        ‘개 무서워!’

       

        마치 육식동물 앞에 맨몸으로 던져진 것 같은 느낌.

        심지어 머리가 진짜 늑대이기도 하다 보니, 실제로 육식 동물의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늑대 인간이라면 진짜 육식 동물이기도 하고.

       

        피식자의 입장에 선 두 인간이 공포에 질린 순간.

        늑대 인간은 언제 날카로워졌다는 듯이 순식간에 귀를 접었다.

       

        = 아차차. 죄송합니다. 그냥 장난이었습니다.

       

        “…….”

       

        “…….”

       

        = 그저 가벼운 농담이었는데…… 아무튼 실례했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늑대 인간의 모습에 다우림과 경호 헌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늑대가 노려볼 때 바지에 지리는 줄 알았는데, 농담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 아닙니다. 저도 말을 너무 심하게 했습니다.”

       

        = 아니요. 저야말로…….

       

        어느새 서로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하기 시작한 둘의 모습에, 다우림은 이마를 탁 때렸다.

        그냥 들어 보면 웃긴 상황인데, 한쪽은 흉터 난 대머리 근육 떡대고, 다른 한쪽은 진짜 늑대 인간이다.

       

        ‘여기서 웃으면 허리가 반쯤 접히는 것은 아니겠지?’

       

        다우림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 아무튼, 먹거리를 제외하면 볼 만한 게…….

       

        톡톡톡…….

       

        또다시 자기 주둥이를 두드리며 고민에 들어가는 늑대 인간.

        하지만 평소 먹는 것 이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은 생활을 한 것일까?

        늑대 인간은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경호 헌터와 다우림의 시선이 미묘해지고.

        늑대 인간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을 때였다.

       

        “나이트! 울페!”

       

        = 울페 기사님!

       

        = 응?”

       

        “엥?”

       

        “??”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셋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가죽 갑옷을 입은 황금색 엄니를 가진 녹색 피부의 오크와 마찬가지로 가죽 갑옷을 입은 황금색 스켈레톤이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

       

        “???”

       

        어라? 저것들, 몬스터 아닌가? 공격 안 해도 되나? 사냥 안 해도 돼?

        다우림과 경호 헌터가 잠시 인지부조화에 걸린 사이, 늑대 인간은 반갑다는 목소리로 두 병사에게 소리쳤다.

       

        = 오! 5번대 인원들이 아닌가?

       

        =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울페! 영광이다!”

       

        = 하하하! 나 같은 하급 기사에게 영광은 무슨.

       

        마치 길거리에서 같은 직장 동료들을 만난 것 같은 모양새다.

        아니, 딱히 틀린 것은 아닌가?

       

        어쨌든 경호 헌터와 다우림이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사이, 두 인간을 내버려 둔 채 세 인외들이 무언가를 속닥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 아하! 볼거리라면 저에게 맡겨 주시지요!

       

        황금 뼈다귀의 말에 늑대 인간이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보 1 : 멸천룡은 자신들의 수하에게 섭섭치 않은 보수를 내리는 부자 주인이다.

    정보 2 : 스켈레톤은 기본적으로 식사를 안하기에, 식사 이외의 여가 시간을 많이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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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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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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