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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에스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로 죽여도 괜찮아.”

         

       살짝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확실히, 정상인은 아니었다.

         

       올리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말했잖아. 안 죽인다고.”

       

       뒷목에서 느껴지는 익숙치 않은 감촉에, 에스티가 움찔했다.

         

       “살짝 따끔하다.”

         

       츠츠츠츠츳!

         

       허공에 불똥처럼 튀는 스파크.

         

       [스킬, ‘썬더 볼트’를 사용합니다.]

         

       내부가 일순간 환해졌다. 섬광이 잦아들었을 땐, 에스티는 정신을 잃고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저게 기절한 척이 아니라는 건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기절했다.

         

       “…….”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에스티를 제압했다는 알림창은 뜨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올리비아는 혀를 찼다.

         

       “……역시 이렇게 되네.”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나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에스티는 단순히 기절시키는 걸로는 제압할 수 없다.

         

       영혼에 새겨진 주박 때문에, 에스티는 모든 ‘적’을 물리치기 전까지 절대로 쉴 수 없다.

       

       그리고 올리비아 또한, 방금 공격으로 에스티의 ‘적’이 되었다.

         

       촤아악!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일반적인 파도라기엔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파도는 갈수록 거세지더니, 한순간에 날카로운 소용돌이로 탈바꿈했다. 소용돌이는 근처의 물고기들을 마구잡이로 빨아들인 다음, 그대로 갈아버렸다.

         

       순식간에 붉게 물든 바다.

         

       고오오.

         

       에스티가 몸을 바르르 떤 것은 그때였다.

         

       골격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에스티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깊게 가라앉은 동공,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살기는, 그녀가 이지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냈다.

         

       [죽인…….]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미리 준비해뒀던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소는 이카일에서 한참 떨어진 대해(大海) 한복판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파도잡이 에스티’가 ‘해일’을 사용합니다!]

         

       멀리서, 쓰나미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니, 저걸 단순히 파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언뜻 봐도 수백 미터는 가뿐히 넘길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

         

       에스티가 온 대륙에 악명을 떨치게 된 이유가 저기 있다.

         

       상대가 누구든, 이카일의 적이라면 죽음을 불사하고 싸운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고, 자비를 베풀고 싶어도 베풀 수 없다.

       그것이 그녀의 영혼에 새겨진 주박(呪縛).

         

       – 으아아아악!

       – 제, 제발 자비를……!

         

       그 압도적인 높이에, 악랄한 해적들조차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죽어.]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파도가 그대로 선박들을 집어삼켰다.

       

       섬뜩한 광경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마나가 흐트러집니다!]

         

       해일이 가까워질수록, 불길한 알림창이 떠오르는 주기가 짧아졌다.

         

       올리비아는 흐트러진 마나를 굳이 통제하려 들지 않았다.

       저 파도 앞에서 마나를 통제하려 들었다간, 자칫 역효과만 날 수도 있었다.

         

       마력을 삼키는 파도.

         

       그 어떤 마법사도 항거할 수 없는 재해.

         

       [죽어라!]

         

       에스티를 저렇게 만든 ‘목소리’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올리비아는 양 팔을 앞으로 뻗었다.

         

       [고대 마법, ‘절대 영도’를 사용합니다.]

         

       대악마를 단숨에 빈사로 만들었던 그 마법이, 다시 한 번 올리비아의 손 끝에서 펼쳐졌다.

       아득한 냉기가 세계를 뒤덮었다.

       

       파도가 가장자리에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해일은 잠깐 주춤하는 듯 싶더니, 이내 빙하를 부수며 전진했다.

       이제 보니 파도는 한 겹이 아니었다.

       못해도 수십 겹에 달했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그 말이 심기에 거슬렸는지, 올리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대 마법, ‘멸뢰(滅雷)’를 사용합니다.]

         

       츠츠츠츠츳!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의 색이 변했다.

       무수한 번개들이 벽을 이뤄 전진했다.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았다.

         

       “이건 좀 많이 아플거다.”

         

       파도의 벽과, 번개의 벽이 충돌했다.

         

       [이깟 번개 따위……!]

         

       ‘목소리’는 이번에도 버티는 듯 싶었다. 하지만, 잠시에 불과했다.

       

       방금과는 마나의 총량부터 달랐다. 올리비아는 마법이 전개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마나를 공급했다.

         

       진리에 닿은 마법사의 마나 하트는 곧 세계.

       아무리 재해라고 불리는 파도라고 한들, 세계에 맞설 수 있을리 없다.

         

       [……!]

         

       ‘목소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지만, 천둥에 파뭍혀 들리지 않았다.

         

       에스티의 전신이 새카맣게 그을렸음에도 올리비아는 마법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목소리’에 지배당한 에스티는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콰과과과광!

         

       수면이 온통 물고기의 사체로 뒤덮였을 때.

         

       [회귀자, ‘에스티 아쿠아르’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단서 #4를 획득합니다.]

         

       기다렸던 알림창이 나타났다.

         

       ‘……드디어.’

         

       올리비아는 잠시 휘청거렸다. 고대 마법을 몇 분간 유지하는 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벅찼다.

         

       ‘젠장할.’

         

       생각했던 것보다 에스티의 저항이 거셌다. 낙뢰 한 두 개라면 모를까, 수백 개가 비처럼 쏟아졌는데 과연 다른 회귀자들이 눈치채지 못했을까.

         

       당장 오늘 아침에만 해도, 키엘의 검격이 성국의 하늘까지 날아올 정도였으니까.

         

       ‘…….’

         

       낭패어린 얼굴을 한 올리비아의 눈 앞에, 보상이 떠올랐다.

         

       [단서 4개 획득 보상]

       – 단서 당 1회에 한하여, 남은 제한 시간을 모두 끌어모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보상 운은 좋았다.

       

       올리비아는 이를 악물었다.

         

       ‘절반, 아니. 그보다 적어도 좋으니까 한 명이라도 빨리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해.’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다.

         

         

       *****

         

         

       한 공주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바다의 사랑을 받았던 공주는, 성인이 되던 날 폭주했고.

         

       그날, 수도의 절반이 수장당했다.

         

         

       *****

         

         

       에스티는 팔짱을 낀 채로 올리비아를 지켜보았다.

         

       – 제게 백 일만 주시면 그 목소리,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때때로 해수면을 뚫어져라 노려볼 뿐,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도대체 뭘 찾는거지? 바닷속에 있는건 기껏해야 난파된 해적선들 뿐이다. 가끔 상선도 있기는 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을 수는 없을거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을 도와주기 위함이 아니라 바닷속에 잠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자도 똑같군.’

         

       물론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이미 황제의 증표를 이카일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맹세를 받아낸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실망감이 드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에스티는 올리비아를 그 후로도 얼마간 더 지켜봤지만, 여전히 해수면만 노려보는 올리비아의 모습에 체념하고 등을 돌렸다.

         

       “먼저 가보겠다. 참고로 이제 99일 남았다.”

       “…….”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에스티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서 #4]

       [제국력 993년 4월의 기억]

       – 남은 시간 : 82시간 49분

         

       “……좋아.”

         

       새로 얻은 보상 때문인지, 제한시간이 널럴했다. 그게 여유롭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5분 밖에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시기도 운 좋게 맞아 떨어졌어.’

       

       단서 사용 규칙 세 번째.

       두 단서가 충돌할 경우, 나중에 사용한 쪽으로 덮어씌워진다.

         

       고로 이번 단서를 잘만 사용하면, 이카일 대학살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해.’

         

       리브가가 이카일에 머무르고 있는 이상, 극단적인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에스티의 ‘목소리’를 저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방법이 어찌 되었든 간에 ‘목소리’를 없애준 것이 ‘현재’의 에스티가 우호적으로 변한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

         

       ‘……결국 그 방법 뿐인가?’

         

       효과는 확실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아서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

         

       그리고 그 새로운 방법은, 에스티가 근처에 없을 때 실행해야 했다.

         

       올리비아는 해수면에 최대한 가깝게 내려갔다. 그러자, 바다가 그녀를 중심으로 서서히 얼어붙었다.

         

       츠츠츠츠츳!

         

       냉기는 넓게, 그리고 빠르게 제 영역을 넓혀나갔다.

         

       끝을 모르고 퍼져나가던 냉기는 어느 순간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멈췄다.

         

       마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도시 크기의 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이 고작 바닷물 좀 얼렸다고 지칠 리 없었다.

         

       뭐랄까, 마나가 흩어지는게 꼭 에스티의 파도에 닿은 기분이었다.

         

       “찾았다.”

       

       올리비아가 미소지었다.

         

       가라앉은 도시, 수(水)의 마경 아쿠아르.

         

       에스티에게 수장당했던, 무수한 원혼들이 잠긴 곳.

         

       스으윽.

         

       주변이 한 순간에 검은 안개로 덮였다.

         

       물 속에서, 하나 둘 사람의 신형이 올라왔다.

       

       어인의 탈을 쓴 망령들.

         

       기사의 갑옷을 둘러쓴 망령을 향해, 올리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쿠아르의 망령이여.”

       

       귀기 어린 시선들이, 올리비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희들의 왕에게 안내해다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제 슬슬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겠군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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