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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지브롤터 협곡, 제 3관문 위.

     “여기에 이렇게 올라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군요.”

     “예. 여기에서 화이트가 그레이 경을 안고 뛰어내렸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나리아는 나와 함께 승강기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그레이 경.”

     “예.”

     “경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갑니까?”

     “만일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그레이 지브롤터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었다고 한다면.”

     정말 만일의 경우지만.

     “나리아, 당신은 제게 아스타시아와 저 사이의 관계에 관해서 물어봤을 겁니다.”

     “…….”

     “틀렸습니까?”

     “아뇨. 정확합니다. 다만….”

     “만일, 이라는 가정하에.”

     추측의 인과관계는 맞아떨어지나, 나리아의 본심은 그게 아니다.

     “나리아 공주. 당신은 제게 이성적 호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오로지 이성…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저를 판단할 뿐이죠.”

     “…….”

     나리아는 침묵했지만, 그 침묵이 곧 정답이다.

     “당신은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브롤터에 왔습니다.”

     “예, 그랬죠.”

     “하지만 만일 당신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예.”

     나리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분명 제게 많은 이득이 되었습니다. 지브롤터의 실태를 알 수 있었고, 모르가니아와의 밀약을 알 수 있었고, 제국 아이페리아 그룹과의 연계도 알 수 있었죠.”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나리아는 회귀 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다양하게 알아냈다.

     “나리아. 하나 묻겠습니다만.”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11월 12일의 자정’을 기억합니까?”

     “……아뇨.”

     “그 답으로 충분합니다.”

     나리아는 회귀 전의 지식이나 경험 등이 일절 없다.

     거짓말을 한다거나 기억을 숨기고 있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이 ’11월 12일의 자정’이라는 건 그녀와 나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중요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레이 경이 무슨 의도로 제게 질문을 했는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만, 아마도 그레이 경이 바라는 건 아닐 겁니다.”

     차마 나리아도 자신의 입으로 함부로 말하기에는 껄끄러운 모양.

     “하지만 만일 제 추측이 맞다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나리아는 잠시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당신이 생각하는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은 지금의 그레이 지브롤터의 도움 없이, 왕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습니까?”

     “아니요.”

     “…전력을 다해 발버둥 치더라도?”

     “한 100년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시점에서는 발버둥 쳐 봐야.”

     나는 협곡 쪽으로 걸어가, 협곡의 벽을 가볍게 손으로 쓸었다.

     “결국, 한 줌인 것을.”

     “…….”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아무리 발악한다고 해도, 결국 모든 건 한 줌에 불과할 겁니다.”

     영웅은 없다.

     과거로 돌아온 내가 영웅이 될 생각도 없고, 영웅들을 찾아 노스트럼에 영광을 건넬 생각도 없다.

     “당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지금의 당신은 그저 무력한 13살 어린 아이에 불과하죠.”

     “그건 그레이 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나리아 공주나 저나, 같은 입장이죠.”

     나는 스스로의 목에 손날을 그었다.

     “아버지라는 작자가 술에 취해서 목을 베려고 하는 것에도 저항할 수 없고, 제국의 암살자들에 의해 위협당하는 걸 제대로 지켜줄 수도 없는 약자.”

     “7년 뒤면-”

     “늦습니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움직이려고 하는 건 너무 늦다.

     “나리아 공주. 지난 3년 동안 카르멘 왕비의 옆에서 행정 업무를 도왔죠?”

     “예.”

     “그렇다면 그녀가 당신에게 중책을 맡겼습니까?”

     나리아는 천재다.

     카르멘도 그걸 알고 있다.

     “당신에게 노스트럼의 1년 국가 전체 예산 구축, 세출 세입에 관한 예산안 작성, 군사력 증진을 위한 기사단 재편안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나리아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레이 경은-”

     “예. 나리아 공주와 비교하면 그나마 운신의 폭이 조금은 더 넓죠. 그 반경을 넓히려고 지금까지 발악을 해왔습니다.”

     나리아는 모른다.

     “보육원 문제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아버지도 보육원의 기능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린아이가 동정심에 불쌍한 고아들을 도우려고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해서 추진했었죠.”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했으나, 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세이레네 영지에 내려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황태자가 왔을 때의 일이군요.”

     “카르멘 왕비와 윈체스터 대공에게 도박장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죠.”

     “…앞에서는 이해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치부했을 겁니다.”

     나리아와 나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13살이기 때문에.”

     “어른의 세계에 활동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어리다. 그 시선이 남아있죠. 그리고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당장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리아. 우리는 약합니다.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어른들에 비해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은….”

     “가는 데 순서 없다고는 하지만,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20세 성인이 되는 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회귀 전에는 제국이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17살이 되면 아카데미에 들어가겠죠.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먹고 이름을 날린들, 결국 그때도 사회 지배층은 우리를 ‘똑똑한 학생’으로 볼 겁니다.”

     나리아가 뭔가 해볼 틈도 없이, 대륙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에게 7년 뒤는 성인이 되어 젊음의 활력을 발산하는 시기지만, 정복을 원하는 어느 한 중년에게는 마흔을 넘어 어느덧 쉰을 바라보게 되는 시점이니까.

     “그래서 저는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저를 아이로 볼 때, 철부지로 볼 때, 그리고 나중에 학생으로 볼 때.”

     저들이 우리를 ‘약자’로 본다면.

     “적이 방심하는 사이, 뒤로는 칼을 갈 겁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살아남는 이는 제가, 우리가 되겠죠.”

     그 시선을 이용해야 한다.

     저들과 같은 어른이 되고자 하더라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흐르기 때문에.

     “그 뒤에서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한 명의 ‘어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힘을 길러야겠죠. 그들의 방식, 혹은 그들보다 더 앞서나가는 방식으로.”

     우리는 변해야 한다.

     “일단 마스터는 되어야겠죠.”

     하나. 나 스스로 강해질 것.

     “마스터 급은 아니더라도 상급 기사들을 왼팔 오른팔로 두어야 할 거고.”

     둘. 로버트나 멘테와 같이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영입할 것.

     “자체적인 조직도 있어야 할 겁니다.”

     셋. 그림자와 같이 내가 온전히 다룰 수 있는 권속 집단을 조직할 것.

     “거기에.”

     그리고.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압도적인 자금을 끌어모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들은 ‘자본’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벌어들이기에는 늦었죠. 그러니 왕국이든 제국이든, 어둠의 경로에 손을 뻗을 생각입니다.”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엇나간 장남으로서.”

     “유령 상단을 만들어 자금을 모으고, 제국에 나라를 팔아치우려는 자들의 자산을 훔치고, 제국에서 흘러들어오는 유무형 자산을 모아 지브롤터의 자원으로 축적할 겁니다.”

     “…그 결과는?”

     “왕국과 제국, 어느 쪽을 상대로도 지브롤터가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의 자금 확보.”

     바야흐로, 국가 예산급의 자본을 모아야 한다.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그 계획이라는 게-”

     “다른 이들이 다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허황된 어린아이의 헛소리로 들리겠죠.”

     몇 번이고 생각했던 거지만.

     “애초에 경룡이니 뭐니, 그런 걸로 제국의 돈을 전부 긁어모을 수는 없죠.”

     “그걸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런 소리를 했습니까?”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여야죠. 덕분에 모르가니아는 저를 그저 잔머리 잘 돌아가는 아이로 생각하고 있으니.”

     “…어머니와 대공까지 속이면서, 그 뒤로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겁니까?”

     “음…거국적인 매국 행위?”

     이것은.

     “말씀드리면 제게 찬동하는 것이며, 어디 가서 남들에게 말하면 제 적이 되는 겁니다. 괜찮습니까?”

     회귀 전,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짓.

     “…그 정도입니까?”

     “예. 아버지에게도 비밀로 하고, 그 누구도 이 계획의 실체를 몰라야 할 정도라서요.”

     합스베르크 황제조차 나를 숙청한 뒤에 시도하지 않았던 행위.

     “들어보시겠습니까? 들으면 이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제국의 편에 서든, 아니면 왕조를 바꾸려고 하든.”

     나리아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당신의 칼날이 향하는 사람은 저입니까?”

     “아니요.”

     “그렇다면 저는 그레이 경에게 있어서 무엇이죠?”

     “다음 대의 왕. 세인트 지오가 사라지고, 노스트럼의 왕좌에 올라설 사람.”

     “…다행이네요.”

     나리아 공주가 옅게 웃었다.

     “그레이 경이 제 적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저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적어도 이 지브롤터, 그레이 경의 곁에 있을 때는 목숨의 위협을 느꼈던 적이 없으니까요.”

     나리아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그레이 경의 계획을 듣고 난 뒤, 제가 배신하지 않으면 경도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까?”

     “글쎄요.”

     “글쎄요?”

     

     나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사라면서요.”

     “당신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과 충성을 다하겠지만, 수틀리면 배신 할 수 있다고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좋아요. 아주 나쁜 소리기는 하지만….”

     나리아가 씩 웃었다.

     “그런데도 제가 그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면, 그레이 경과 대등한 관계에서 ‘파트너’를 맺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 단어는 또 어디에서 들었습니까?”

     “제국신문의 십자말풀이 말입니다. 그거, 단어 공부하는 데 참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그건 인정.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진짜 비밀입니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매국노 그레이가 3년 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궁극의 계획.

     “저는 땅을 팔 겁니다.”

     “……땅?”

     “예. 이 지브롤터 협곡을 팔 겁니다.”

     궁극의 매국 행위.

     “이 협곡을 무너뜨려, 더 이상 지브롤터가 노스트럼을 지키는 노예가 되지 않게 할 겁니다.”

     “그 말은….”

     “제국에서 무너진 협곡을 밟고 왕국으로 진격하든 말든, 이 협곡을 없애버릴 겁니다.”

     500년, 아니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역사에 변곡점을 만든다.

     “이 협곡이 있었기에 지브롤터는 지금까지도 계속 협곡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스스로 변경백이라는 이름의 번견(番犬)이 되어야 했습니다.”

     “…….”

     “500년 동안 지켜줬으면 됐죠. 협곡을 무너뜨려야 후대의 지브롤터도 호구 당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브롤터의 권위는….” 

     “왼손에는 검. 오른손에는 금. 500년 집 지키는 개새끼의 역사 따위, 무력과 자본으로 덮을 수 있습니다.”

     

     마스터의 무력은 이어질 것이며.

     압도적인 자본이 백작성 금고에 쌓인 채.

     “우리의 미래에 더 이상 협곡은 없습니다.”

     나는 이 협곡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곡을 팔 것인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겠네요.”

     “그 예산은….”

     “나리아 공주. 카르멘 왕비의 옆에서 행정 업무를 도우며, 가장 많은 예산이 오가던 곳이 어딥니까?”

     “……땅.”

     나리아가 바닥을 가볍게 발로 두드렸다.

     “토목, 건축, 건설.”

     “예. 땅 가지고 돈 놀음을 하는 겁니다. 수십 수백억이 아닌, ‘조 단위’의 골드가 오가는 사업이 땅과 관련된 사업이죠.”

     “그 정도의 예산을 모으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예. 그러니, 제 돈으로는 못하죠.”

     “……?”

    미쳤다고 내 돈으로 협곡을 파랴.

    경룡이든 도박이든 화보집이든, 그 돈은 우리 지브롤터가 나중에 어디 대륙 먼 곳으로 떠나서 새롭게 정착할 때를 위한 비자금이다.

     “마침 저기, 협곡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나는 나리아의 몸을 돌려, 서쪽을 가리켰다.

     “서부 개척 시대. 협곡개발회사. 이스트-노스트럼-컴퍼니. 지브롤터 장벽 붕괴.”

     조 단위의 자본은 자연스레 지브롤터 백작령으로 유입될 것이다.

     우리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설령 쓰더라도 최소한의 자본만으로 제국이 직접 협곡을 무너뜨리게 할 것이다.

     “제국인들에게 이 협곡을 내어줄 겁니다. 정확히는 협곡에 대한 개발권을 팔아치우는 거죠.”

     “…협곡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글쎄요. 대충 ‘노스트럼 왕국의 수호룡, 골드 드래곤의 레어가 협곡에 묻혀있다’라고 소문을 퍼뜨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명분은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협곡에 무엇이 있는가. 그건 제국인들에게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멍청한 그레이 덕분에 협곡을, 관문을 무너뜨릴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죠.”

     “그것을 위해서…?”

     “예.”

     인간은 자신보다 똑똑하고 힘센 자에게는 경계하고 굽신거리나.

     “제가 크림슨 지브롤터 변경백처럼 되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더라도,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처럼 행세해야죠.”

     “…완전히 무능한 게 아니라,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무능해 보이게.”

     “예.”

     자신보다 어리석고 멍청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바로 이용하려고 한다.

     “저, 그레이 지브롤터를 제가 똑똑한 줄 알고 있는 저능아, 혹은 나라를 팔아먹는 데 진심인 매국노로 본다는 것. 그게 협곡을 무너뜨리기 위한 핵심입니다.”

     “…….”

     “마음껏 조롱하라고 하십시오. 마음껏 무시하라고 하십시오.”

     전 대륙이 나를 머저리로 생각하더라도, 합스베르크 단 한 명만을 속이면 얼마든지 그 치욕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저들은 한 번 협곡의 땅을 파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어 협곡에 삽질하기 시작할 겁니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이, 나는 그림자 속에서 강해지고 또 강해질 것이며.

     저들은 자신들이 역으로 이용당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협곡을 파내고 또 파낼 것이다.

     그리하여.

     합스베르크를 죽일 기회만 얻을 수 있다면, 협곡 정도는 백번 천번 내어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도대체 이 협곡에 무엇이 있을까.”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혹시 압니까. 대륙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고대 병기라도 잠들어 있을지.”

     “…그걸 제국에 빼앗기면 어쩌려고요?”

     “그러니 강해져야죠. 협곡이 뭐 3년 안에 다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땅 파는 건 저들에게 시키고, 부산물이 나오면 무력으로 빼앗으려는 건가요?”

     “예.”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들.

     “무력이 부족해서 우리는 빼앗겼습니다. 평화로운 삶을.”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논리를 들이미는 건 제국이며, 왕국이다.

     “빼앗긴 건 반드시 되찾아 온다. 설령 그 과정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

     “설령 그 끝이,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결과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불에 타서 죽더라도, 잿더미는 남는다.

     “나리아 공주의 인생에서,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을 치워드리겠습니다.”

     “……아직, 12시가 되기 전이긴 한데.”

     나리아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구두계약이기는 하지만, 생일 선물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레이 경.”

     나리아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참하죠. 이 고여버린 500년 노스트럼 왕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게 할 그날을 위하여.”

     “위하여.”

     서로 추구하고 바라는 결과는 다르지만, 중간 지점까지 함께 걸어가지 못할 것도 없다.

     “나리아 공주. 이건 분명히 약속드리죠.”

     함정이다.

     “협곡이 무너지더라도 당신과 저, 그리고 지브롤터는 건재할 겁니다.”

     이번 생.

     지브롤터 협곡은 무너질 것이며, 합스베르크의 무덤이 될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 후기가 좀 깁니다. 바로 아래 전체 내용의 3줄 요약입니다.

    #1 91화 업로드 : 16일 오후~17일 자정 중.
    #2 4권 파트는 유아기 끝~청년기 도입 예정(변동있음)
    #3 수능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1. 3권이 90화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단 앞으로도 계속 30화 1권으로 계획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있기에, 몰아보실 분들은 30화 단위로 보시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최신화를 매 번 따라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매국명가 간신천재의 연재 주기는 앞으로도 1일 2편을 최대한 맞출 예정입니다. 추가로 더 연참한다면 1일 3편도 가끔 쓸 예정이고요.
    시간 나실 때, 편하실 때, 궁금하실 때 계속 이어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91화부터는 4권이며, 91화는 일단 16일 정오가 아닌 추후에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은 정오 이후 공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2. 1~2권에서 보였던 것과 달리 3권(61~90)은 예선 기간이었던 1,2권 부분과는 달리 조금 힘이 빠지는, 혹은 내용상 보시는데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상업성만을 생각한다면 최신화 조회수 이탈을 막기 위해 전개를 틀거나 내용을 바꾸고 그럴텐데, 이번 작품은 준비된 플롯과 정해진 흐름, 그리고 이어지는 완결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수정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
    주인공의 매국행위는 계속될 겁니다. 그 결과가 승승장구가 될지 아니면 파멸과 몰락이 될지는 스포일러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3. 일러스트 업로드에 관한 이야기는 91화 작가 후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는 계속 작업 진행 중입니다.

    4. 4권부터 바로 아카데미 진입이냐! 는 아닙니다. 완결까지의 과정 중에서 지금이 딱 1/4 정도 왔네요. 전체 플롯이 유년기-청년기-성인기 라고 본다면 4권은 유년기의 끝에 해당하는 파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즉시 17세 청년기 아카데미 파트로 진입하고 싶습니다만, 떡밥이나 기타 등등 필요한 내용이 있어 어느정도 편수를 잡아먹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예정이며, 청년기 스타트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들어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 자정에 이걸 보시는 수험생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일찍 주무시고 원만한 컨디션으로 좋은 결과와 결실 나오기를 바랍니다. 추위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잘 챙기세요.

    쓰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매국명가 간신천재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재미있게 보실 수 있게 노력하고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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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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