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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한여진.

         

       그녀는 현재 한빛예고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2학년으로, 같은 반의 친구인 송가람의 권유로 연극·영화부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실 한여진은 어떤 동아리든 딱히 가입할 생각이 없었다.

         

       참고로 그 이유에는 그녀의 소심한 성격이 제대로 한몫을 했다.

         

       원래 그녀는 1학년 때 밴드부 소속이었다.

         

       처음에 밴드부는 그녀의 뛰어난 작곡 능력을 보고 입부 권유를 했으나 그녀 특유의 소심한 성격 탓에 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게 되었고, 결국 탈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고 한여진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다른 동아리를 가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텐데 굳이 동아리라는 곳에 소속되어야 할까… 라고.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문뜩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준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우연히 블루투스 이어폰의 연결이 끊겨 한여진이 듣고 있던 노래가 반 전체에 크게 재생되었고,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도 제대로 들고 있지 못하던 그때.

         

         

       -어? 그 노래 ‘어떻게 이별을 말해요’ 아니야? 나 그 노래 되게 좋아하는데.

         

         

       근처에 있던 송가람이 흥미로운 얼굴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한여진이 생각하기에 송가람이라는 사람은 털털하고, 정작 본인은 잘 모르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 엄청 인기 있다.

         

       그렇기에 자신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혹시 추천해줄 만한 노래가 있으려나?

         

         

        비록 지금은 갑자기 관심을 보이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곡을 몇 개 대충 추천해줬건만…….

         

         

       ─여진아 혹시 그런 곡 더 없어?

       ─으, 음? 왜?

       ─당연히 너무 좋아서 그렇지. 뭔가 이제서야 제대로 취향을 찾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음? 그게 취향에 맞다고? 그럼…….

         

         

       의외로 처음 한여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을 대할 때 항상 편견 없이 다가가는 송가람의 성향이 아마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한여진은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고 싶다던 송가람의 적극적인 권유로 인해 연극·영화부에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한여진은 권유를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도 그때의 일이 되풀이될까 봐 조금 걱정됐다.

         

       그래도 뭐…….

         

       이번에는 송가람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부원 중에 3학년 선배가 없다는 점도 꽤나 마음이 편했고.

         

       솔직히 몇 주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조금 놀랐다.

         

       박하준이 직접 만든 동아리인 만큼 다들 마이페이스 성향이 워낙 강해서 그런가?

         

       대본을 맡은 서은우가 본격적인 대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부실에 조용한 날은 없었고, 어느샌가 1학년 2학년 가릴 것 없이 다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한여진도 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중간 다리인 송가람이 없었더라면 동아리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굳이 송가람이 없었더라도 예전처럼 겉돌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연극·영화부는 뭔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동아리니까.

         

       한여진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시점은 서은우가 쓴 연극의 대본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꿈꾸는 아이들.

         

       누가 봐도 재밌다고 느껴지는, 자신과 같은 학생이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작품.

         

       그런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여진은 순수하게 기쁘다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부원들의 생각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대본을 보고 난 후의 눈빛이 진지한 쪽으로 변했으니까.

         

       그 때문인지 연습 과정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주말 연습의 불참도 없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예선 때의 완벽했던 무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선에서 한 학년 후배인 이다혜가 불러준 자신의 노래는…….

         

       음… 오히려 이쪽이 영광이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었지.

         

       문뜩 한여진은 그 곡을 제작했었을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서은우…….

         

       그래.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먼저 자신에게 서슴없이 작곡을 제안해온 것이 그 시작이었지.

         

       사실 처음에 그 아이에게 붙잡혔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피드백이 오가던 때여서 당연히 음향 쪽 관련 피드백인 줄 알았다.

         

       참고로 음향은 무대의 상황과 연출에 맞게 적절한 BGM과 노래 선정하고 그것을 실제 무대에서 틀어주는 것.

         

       다른 사람들이 맡은 역할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나름 연극에서 중요한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최대한 열린 마인드로 그 아이의 말을 들을 생각이었지만…….

         

         

       ─그…… 조금 갑작스럽지만, 작곡하나만 해주실래요?

         

         

       다짜고짜 자신에게 작곡을 요구해오는 것이 아니던가?

         

       그것도 고작 일주일 만에.

         

       한여진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은우는 전혀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만약 능력이 부족하다?

         

       그럼 그 부족한 능력을 채우는 것을 도와줄 사람을 불러오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였다.

         

       심지어 작곡가들의 우상 같은 존재인 백준영 대표님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만약 시간이 부족하면?

         

       하… 곡이 만들어질 때까지 미친 듯이 계속 작업을 하면 되는데 어떻게 시간이 부족하겠는가.

         

       심지어 옆에선 그 과정을 계속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나 좋은 점을 끊임없이 계속 얘기한다.

         

       백준영 대표님이 말한 이틀에 두 곡 정도는 무조건 뽑을 수 있겠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작업에 들어가고 3시간 정도 지나니까 곧바로 이해해버렸다.

         

       어쨌든 그런 지옥(?)에 가까운 환경 덕분에 고작 하루 만에 곡을 하나 만들었다.

         

       서은우가 자신에게 원한 것은 상처받는 사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한 그런 따뜻한 느낌의 곡.

         

       우선 첫 번째 최대한 그의 요구에 근접하는 곡을 만들 목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실제로 곡 자체는 컨셉에 딱 맞게 훌륭하게 뽑혔다고 생각했다. 아마 백준영 대표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고작 하루 만에 이런 곡을 뽑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겠지.

         

       다만, 한여진은 자신의 만든 첫 번째 곡을 들으며 어떠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 노래는 극 중에서 김미소를 기억하는, 남겨진 친구들을 위한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곡.

         

       만약 그 밝음을 조금만 죽인다면,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코드를 약간만 변경해서 곡을 다시 써봐도 될까?

       ─뭐야, 그렇게 작업하기 싫은 티를 내더니. 뭐…… 편하신 대로 하세요.

         

         

       서은우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한여진은 기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그녀는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머릿속에서 어떤 한 인물이 계속 아른거렸다.

         

       김미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할아버지가…….

         

       원래 한여진은 그렇게까지 소심한 성격을 가진 학생이 아니었다.

         

       그녀가 소심해진 원인에는 초등학교 시절,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그녀의 할아버지가 원인이었다.

         

       한여진의 할아버지는 한때 가수였다.

         

       비록 이름을 널리 알렸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는 아니었지만, 한여진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줬을 정도로 그녀의 안에서 큰 존재였다.

         

       어렸을 적 한여진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일 수도, 어린아이의 고집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순간 그녀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할아버지가 가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곡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그리고 한여진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할아버지에게 전했다.

         

       물론 그녀의 할아버지는 그 얘기를 듣고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손녀가 만들어준 곡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말을 하며…….

         

       한여진은 그 추억을 떠올리며 두 번째 곡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곡을 들은 서은우는 약간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이건…… 뭔가 김미소가 부를만한 곡은 아닌 것 같긴 하네요.

       ─……역시 그렇지?

       ─그렇다고 안 좋은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곡의 퀄리티는 이쪽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흠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서은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두 곡을 번갈아 들으며 어느 쪽을 실제 연극에서 쓸지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였고, 결국 부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부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첫 번째 곡.

         

       한여진의 입장에선 조금 아쉬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연극을 위해선 그게 가장 맞는 판단인 것 같긴 했다.

         

       그래도 한여진은 아직 자신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만든 두 번째 곡에 큰 애정이 남아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장 먼저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지이이이잉-

         

         

       그때 한여진의 휴대폰이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온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토요일.

         

       문제는 황금 같은 주말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올 만한 사람이 송가람이나 스팸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한여진은 편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확인했고.

         

         

       “어, 어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소영.

         

       같은 동아리의 유명한 후배 님께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리고…….

         

         

       “여진 선배.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으, 응? 무, 무슨 일 있어? 소영아?”

       

         

       대회를 고작 하루 앞두고 설소영이 한여진과의 만남을 강하게 원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그렇게 그들은 오전 10시쯤에 한여진의 집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고, 한여진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설소영은 어떠한 도움을 요청해왔다.

         

       허나, 설소영의 말을 들은 한여진은 어째서인지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지, 진심이야?!”

       “네. 저는 언제나 진심이에요. 그러니 꼭 부탁드릴게요, 선배.”

         

         

       너무나도 진지한 설소영의 얼굴.

         

       그것을 마주한 한여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하, 하지만 그건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구상한 서은우, 그 아이의 생각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그건……”

         

         

       설소영은 한여진의 물음에 최대한 자신의 소신껏 대답했고, 그녀의 대답에 들은 한여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럼……”

         

         

       이윽고, 고민을 마친 한여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그린 새로운 무대를 내게도 보여줄 수 있겠어?”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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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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