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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3

       

       

       

       

       

       낙원.

       

       거슬리고 또 거슬리는 말이다.

       

       “낙원이라….”

       

       가만히 의자에 걸터앉아 담화를 떠올린다. 여전히 머릿속이 불편했다.

       

       낙원(樂園). 이름만 들어선 더없이 아름다운 단어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는 그걸 뱉은 이가 다름 아닌 혈마라는 게 문제겠지.

       

       ‘녀석은 낙원을 꿈꾼다고 했어.’

       

       중원을 낙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었나. 아니면, 낙원으로 가겠다고 한 건가.

       그 부분은 명확하지 않으나. 녀석의 목적이 그것임은 알겠다.

       

       한데.

       

       ‘만계는 다른 말로 낙원이라 불린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낙원이라 불린다면, 혈마가 뱉은 말과 혹시 연관이 있을까?

       연관이 있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엮여있을까. 나는 그 부분이 거슬렸다.

       

       ‘특히, 혈마가 어머니에게 내비친 반응이 그래.’

       

       적의, 혹은 경계.

       

       몇 번 본적 없지만, 무슨 상황이 생겨도 재밌다는 듯 쳐다보던 게 혈마다.

       그런 놈이 어머니를 보자마자 바짝 경계심을 내보였다.

       

       만계와 혈마가 말한 낙원은 무언가 관계가 있다.

       

       그렇게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탁.

       

       앞에 있는 탁상 위로 무언가 놓여진다. 뭔가 싶어 쳐다보니 찻잔이었다.

       

       “드시오.”

       

       말소리에 상대를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인간은 아니다.

       검은 머리칼에 짐승의 귀를 한 사내였다.

       

       나이는 이립이 조금 안 된 것 같지만, 생김새로 판단할 건 아닌 것 같고.

       

       “누구?”

       

       정체를 묻자 사내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일대제자인 구봉이오.”

       

       일대제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일대제자라니.’

       

       정말 문파에서나 쓸법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봐도 이질적이긴 하다만, 구태여 티 내지는 않았다.

       아니, 티가 나긴 할 텐데 최대한 참았다고 보는 게 옳으리라.

       

       “그렇군. 그래서 이건 뭡니까…?”

       

       “매실차라는 것이요. 장문인께서 직접 재배해 만든 것이지.”

       

       “…”

       그 말을 듣고 차마 표정관리를 하지 못 했다.

       

       ‘…직접 재배해? 그 노인네가?’

       

       성질 더럽기로는 천하제일인 그 양반이 이런 것에 취미가 있었단 말인가.

       매화선이라면 모를까 신 노야라고 하니 상당히 안 어울렸다.

       

       도저히 못 미더워 차만 바라보고 있는데.

       

       “영광으로 아시오.”

       

       “음?”

       

       구봉이라 하는 짐승 인간이 내게 말을 덧붙인다.

       

       “본래 아무에게도 내어주지 않는 것이나, 장문인께서 특별히…. 아주 특별히 내어주는 것이 말이오.”

       

       “아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구봉을 보며 말했다.

       

       “그쪽 나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왜지?”

       

       “…”

       

       물음에 구봉의 눈썹이 움직였다. 

       설마 대놓고 물을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

       

       나는 정말 순전히 궁금해서 물은 말이었다.

       

       “우리 처음 보는 사이 같은데. 아마 맞을 거야. 내가 어디 가서 그쪽 같은 부류는 본 적이 없어서. 근데 날 왜 싫어하지…?”

       

       말을 뱉으며 매실차를 한 모금 삼켰다. 놀랐다. 

       

       ‘이게 맛있네.’

       

       어이없게도 매실차는 깔끔하고 향기롭더라. 그 괴팍한 노인네의 손길이라 보기엔 참으로 이상할 만큼.

       

       “…그런 거 아니요.”

       

       구봉이 뱉은 말에 피식 웃었다.

       

       “아니긴. 눈에 쌍심지 켠 게 보기만 해도 사람 죽일 것 같은데.”

       

       “…”

       

       “내가 어디가서 호감받을 인간은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죄 안 짓고 욕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차는 두 모금만에 끝났다. 맛있어서 조절이 안 된 탓이다.

       

       “뭡니까?”

       

       또렷하게 쳐다보며 말하지만, 구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더 강화할 뿐이었다.

       

       뭐지? 눈깔이 꼭 패버리고 싶네.

       

       ‘뽑아버려?’

       

       짜증이 올라온다. 

       

       안 그래도 신경 거슬려 죽겠는데 별게 다 말썽이다.

       한번 들이받아줄까 고민하던 찰나.

       

       “쯧.”

       

       혀차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칼을 누군가 쓰다듬는다.

       거친 손길에 투박한 손바닥. 그리고 풍겨오는 매화향.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왜 남에 집에서 쌈박질들이냐. 할 거면 나가서 하든가.”

       

       “…장문인을 뵙습니다….”

       

       구봉이 고개를 숙인다. 

       손의 주인은 당연히 신 노야였다.

       

       이를 확인하며 곧장 내뱉었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사람 대뜸 던져놓고 사라지시는 게 어딨어요.”

       

       “잠깐 다녀온다 하지 않았더냐. 심지어 뭐 얼마나 다녀왔다고 벌써 쌈박질이야 쌈박질은.”

       

       “싸우긴 누가 싸웁니까. 딱 보면 모르세요? 내가 일방적으로 시비걸리고 있었는데.”

       

       “웃기고 있네. 애송아, 네 얼굴 보고 먼저 시비 걸 놈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 것 같으냐.”

       

       

       “일단 노야는 걸 것 같은데요.”

       

       “맞을래?”

       

       “아니요.”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힘이 들어가기에 말을 끊어냈다. 

       문제는.

       

       ‘눈깔 봐라.’

       

       그걸 지켜보던 구봉의 시선이 조금 더 격해졌다는 점인가.

       뭘까. 질투인가? 아닌데. 

       

       ‘질투라 보기엔 좀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구봉.”

       

       “예, 장문인.”

       

       “고생했다. 나가있거라.”

       

       “…하오나.”

       

       “남은 건 내가 할 테니 좀 쉬거라. 이놈 성깔이 워낙 더러워 같이 있으면 물릴 지도 모른다.”

       

       “이젠 하다 하다 사람을 개 취급하시네요…?”

       

       “너 사람 아니잖아.”

       

       “이 노인네가 또?”

       

       “발언에 주의하시오.”

       

       “음?”

       

       신 노야와 말다툼하고 있는데 구봉이 끼어들어왔다.

       

       “장문인께 호칭을 바로 하시오. 예를 지키란 말이오.”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노인네라 부른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래 이놈아. 쯧쯧 버릇없게 노인네가 뭐냐 노인네가.”

       

       와중에 신 노야가 좋다고 끼어들어 끌끌 웃는다. 어이가 없네 진짜.

       빠드득 이를 갈며 말했다.

       

       “예. 장문인. 그만 놀리시고 앞에 좀 앉으시지요.”

       

       “오냐.”

       

       “망할.”

       

       “다 들린다.”

       

       신 노야가 걸어가 내 앞 의자를 끌어 앉았다.

       

       “고생했다. 나가 보거라.”

       

       “…”

       

       “구봉.”

       

       “…실례했습니다.”

       

       구봉이 신 노야에게 예를 갖추며 나간다. 나가는 와중에도 날 노려보는 건 잊지 않는 듯했다. 

       

       “확씨 눈깔을….”

       

       인상을 찡그리며 짜증내려는데 앞에서 노야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걸 듣고 내가 노야에게 따지듯 말했다.

       

       “저 새끼 뭡니까? 왜 자꾸 지랄이래요?”

       

       “너무 뭐라 하지 말거라. 대놓고 보이는 악의라는 게 또 귀엽지 않느냐.”

       

       “귀엽기는 개뿔이. 진짜 눈알 뽑고 싶은 거 참은 겁니다.”

       

       원래였으면 안 참았다. 다만, 이곳이 신 노야가 만든 공간이기도 했고. 놈의 감정이 노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같아 참은 것이다.

       

       “고놈 참 성깔은.”

       

       “그럼, 노야였으면 참으셨을 겁니까?”

       

       “나였으면 목부터 베었지.”

       

       “…그거야말로 진짜 도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난 죽일 생각까진 없었는데 이 양반은 망설임 없이 죽이려고 하네.

       

       “아무튼. 대충 넘어가 주거라. 저 아이가 좀 유달리 과한 면이 있어.”

       

       “…”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에 또 이러면 참아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를 노야 또한 지적하지 않았다.

       

       허락이라 보기는 애매했고. 그냥 이렇게 넘길 생각인 것 같았다.

       

       “차는 괜찮더냐.”

       

       “…예. 뭐.”

       

       “표정을 보니 맛있었나보구나. 끌끌.”

       

       “…”

       

       들켰다. 

       마음 같아선 맛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차가 확실히 맛있었다.

       

       “잘 지냈느냐.”

       

       “아니요.”

       

       “잘 지냈다니 다행이다. 나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아니라고 했는데 씹을 거면 왜 물어보신 겁니까?”

       

       “솔직히 별로 안 궁금한데 대충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세상 대충인 대답이다.

       

       “그 검은 머리 여아는 어디 간 거냐.”

       

       “모릅니다. 갑자기 나가던데요.”

       

       “…몰라도 되는 게야?”

       

       노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날 쳐다본다. 

       그렇겠지. 노야는 그 녀석이 천마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게. 보통이면 좀 신경 써야 할 텐데.

       

       “…괜찮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시해 버렸다. 좋지 않았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건만.

       

       ‘상황에 취했어.’

       

       지금 상황이 워낙 난잡한지라 나도 모르게 잊고 있던 것 같았다.

       

       “흐음.”

       

       노야가 그런 날 보더니 고개를 까딱인다.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역시 상당히 날카롭게 생겼다.

       다만.

       

       ‘짜증나게 좀 잘생겼네.’

       

       소싯적 잘났을 것 같은 외형이 참으로 마음에 안 들었다.

       

       “뭐냐 그 이상한 눈은.”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게 떠올라서요.”

       

       “내 얼굴을 보면서…?”

       

       “오해입니다. 그냥 봤는데 거기 노야 상판이…. 아니, 얼굴이 있었을 뿐입니다.

       

       “…아니.”

       

       화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걸 잠시 고민하던 노야가 이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됐다. 일일이 화내기도 귀찮으니. 묻고 싶은 거나 묻거라.”

       

       “예.”

       

       머쓱한 표정을 짓고 노야에게 물었다.

       묻고 싶은 건 여전히 산더미였고 파악할 건 너무나 많았지만.

       

       “돌아갈 방법은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복귀하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걸 저 노인네가 알까?’

       

       신 노야의 말을 듣자니, 이미 백오십 년은 이곳에 있었다는데. 과연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하여 불안감을 담아 물은 것인데.

       

       “있다.”

       

       “…!”

       

       놀랍게도 노야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뭐야. 없는 줄 안 표정인데?”

       

       “당연하지요. 그게 있다면 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느냐. 그걸 물으려 하지만.

       

       “있기는 한데 쓸 수 없던 것이라 그렇다.”

       

       “…예?”

       

       저게 무슨 말이지?

       

       “이곳이 다른 세상이라는 건 네놈도 인지하고 있겠지?”

       

       “예.”

       

       어찌 모를까. 

       인간이 아닌 것들이 돌아다니는 건 물론이고. 달도 두 개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타계로 온 이상….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결국, 본 세상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 말입니까?”

       

       세상에는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이해가 안 갔다. 그렇다면.

       

       “왜 제가 이곳으로 올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왔느냐. 이에 관해 물으려 하지만.

       

       “그야 중원의 주인이 없으니까.”

       

       그보다 노야의 말이 빨랐다.

       

       “알고 있지 않느냐. 그게 이유라 중원이 지금 그 꼴이라는 것도.”

       

       “…”

       

       이해하기 싫지만, 맞는 말이다.

       

       ‘…그렇다는 건.’

       

       결국, 저 말의 의미는 하나다.

       

       “돌아가려면 이 세상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

       

       “…주인이라….”

       

       이 세상의 주인. 그에게 허락을 받으면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확신은 아니나 적어도 내 예상으로는 그렇단다.”

       

       “…”

       

       말을 듣고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 세상의 주인이라면…. 

       

       “맞다.”

       

       노야가 내게 말했다.

       

       “네 어미다.”

       

       “…!”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터. 그렇지 않느냐.”

       

       “…확신은 아니었습니다.”

       

       내 말에 노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기는,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저 또한 맞는 말이다. 

       

       만계의 주인.

       무아가 했던 말과 혈마의 말이 합쳐지며 결국 하나가 된다.

       

       어머니가 이 세상의 주인이었다.

       

       ‘그렇다면.’

       

       그게 못내 충격적이긴 하나, 방법이라 치면 간단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느니라.”

       

       노야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재빨리 말을 밀고 들어온다.

       

       “쉽지 않다구요?”

       

       “세상의 주인이란, 본디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곳에 가길 바라지 않는다. 사이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기도 했으니까. 특히 만계는 더 그렇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부분은…. 좀 길어지니 나중에 설명해주마. 중요한 건, 혹여라도 네가 그녀에게 모성애(母性愛)를 바라고 있다면 의미 없는 기대니 접어두라는 말이다.”

       

       어째서? 절로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오로지 그걸 바랐다고 하면 아니었으나, 어느정도 마음에 차 있기는 한 부분이다.

       

       근데 그걸 아예 배제하라니? 특히 의미가 없다는 부분이 거슬렸다.

       

       “어째서입니까?”

       

       하여 말로 물으니 노야가 다소 떨떠름해진 눈으로 내게 말했다.

       

       “그녀는 네 어미가 맞지만…. 지금은 아마 아닐 테니.”

       

       “…예?”

       

       “특히 용을 경멸하는 그녀의 입장에선 더욱이 그렇다. 너는 그녀를 만나선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크게 변질될 거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용을 경멸해? 어머니가 맞지만 아니라고?

       

       “이해가 안 갑니다. 노야.”

       

       “그건…. 아.”

       

       말을 뱉으려던 노야가 문득 몸을 일으킨다.

       무언가를 알아차린 표정이었다.

       

       “마침 깨어났나 보구나.”

       

       “예?”

       

       “가면서 설명해 주마. 일어나거라.”

       

       “또요…. ?”

       

       어딜 자꾸 가. 

       방금 처소에 왔건만 귀찮게 뭘 움직이란 말인가.

       

       “젊은 놈이 벌써 지치기라도 한 게냐? 멀지 않다. 저 앞이다.”

       

       노야가 손으로 창밖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보자마자 놀랐던 대목이 있는 위치였다.

       

       “저 아래 놈이 깨어났다니 일단 그곳부터 가자꾸나.”

       

       “깨어나요?”

       

       뭐가 자고 있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던 순간.

       

       “그래, 깨어났다.”

       

       쿠구구궁—!!!

       

       “…!”

       

       땅이 진동하더니 팔에 즉시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그으으으.]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걸 듣고 즉시 고개를 치켜세웠다.

       

       이 소리는 설마?

       

       “이 땅의 어둠을 담당하는 주인이 말이다.”

       

       [쿠오오오오.]

       

       꾸릉이가 울부짖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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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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