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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8성급 침식종.

     

   단순하게 토벌 난이도를 이야기해보자면, 8성급 침식종은 마스터 상급에 이르는 기사단장을 필두로 평균치 마스터 이상의 기사단원들이 있으면 쓰러트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쓰러트릴 수 있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침식종에게 붙어 있는 별의 조건은 그들의 특성과 고유 능력을 전부 무시한 채 단순한 전력 수준을 이야기해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침식종은 분명 명시된 최소한의 전력으로 쓰러트릴 수 있긴 하나.

   그 경우 명시된 전력은 궤멸 상태에 가까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 보통 세계 침식종을 사냥할 때.

   별의 갯수를 따라 명시되어 있는 전력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기사단을 파견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지금.

   8성급 침식종 아가레스가 나타났다.

     

   이검, 주천 기사단은 마스터 상급의 릴리쉬 발하임을 필두로 만들어진 기사단이다.

     

   분명 명시된 조건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침식종이긴 했으나.

   그 결과가 이쪽도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면 좋은 결과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어쩔 생각이냐. 이놈의 특성은 너도 알고 있는 모양인데. 한 번 걸리면 빠져나가기 힘들 게다. ]

     

   크림슨가든도 바로 지금 현 상황에 관한 경고를 해왔다.

   크라슈도 지금 머리가 꽤나 복잡했다.

     

   세계 침식은 늘 돌발투성이다.

   아가레스가 왜 동쪽 지역까지 나왔는가에 관해서는 정말 돌발 상황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문제는 아가레스가 온 게 동쪽이라는 것이다.

   동쪽은 성벽과 가장 가까운 장소다.

     

   만약, 아가레스가 지금 방향대로 일직선으로 달려 나갈 시 놈은 결국 성벽에 도달하게 될 거다.

     

   세계 침식을 막기 위해 지어진 성벽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혹시나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 혹시나 때문에 죽은 놈들이 한둘이어야지.’

     

   그러니 지금 발하임 기사단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피해를 감수한 채로 성벽에 아가레스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맞서며 지원을 기다릴지.

   아니면 아가레스가 성벽까지 오지 않고 돌아가기를 기원하면서 빠르게 후퇴할지.

     

   ‘둘 다 엿 같은 선택지네.’

     

   한쪽은 자칫하면 전멸.

   다른 한쪽은 자칫하면 성벽의 궤멸.

     

   돌발 상황 하나가 얼마나 상황을 악화시키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릴리쉬 님!”

     

   그러는 순간 저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다름 아닌 주천 기사단의 부단장 다르비앙 페녹스였다.

     

   “왔나. 이야기하지.”

     

   다른 기사단들도 뒤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저쪽도 아가레스의 기척을 느낀 모양이었다.

   서둘러 릴리쉬와 합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크라슈는 그사이 스리슬쩍 숲을 빙 둘러 청해 기사단 쪽으로 돌아갔다.

   릴리쉬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봤자 좋을 건 없으니 말이다.

     

   “크라드!”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그러자 청해 기사단원들이 다들 모여서 한 소리 했다.

   난전 중에 크라슈가 사라졌으니 그들도 당연히 걱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일이 있어 미리 검은 숲에 보냈다. 그러니 너무 뭐라 말아라.”

     

   그러자 그를 변호한 것은 다름 아닌 레블리앙이었다.

   정말 대처 능력 하나는 타고난 그였다.

     

   “뭐야, 부단장님 명이었어?”

   “말이라도 좀 해주시지 그랬어요.”

   “그 난전 속에서 말할 틈이 어디 있나.”

   “그거야 그렇지만요.”

     

   단원들이 괜히 걱정했다며 투덜거리는 사이 릴리쉬와 단장들이 모였다.

   그들은 빠르게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했다.

     

   그리고 그 논의는 얼마 안 가 빠르게 끝마쳤다.

     

   “청해 기사단 전원 집합! 우리는 지금 당장 마경에서 귀환한다!”

     

   그 순간 청해 기사단장 베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역시 그렇게 결론을 내렸나.

     

   엑스퍼트 상급으로 이루어진 청해 기사단 수준으로는 아가레스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

   있어봤자 죄다 떼죽임당할 뿐이기에 차라리 돌아가 지원 요청을 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눈 거겠지.

     

   물론 돌아가는 길은 상당한 강행군이 될 테지만 아가레스와 맞서는 것보다야 나았다.

     

   “녹해 기사단은 주천 기사단을 보좌한다.”

     

   반면에 녹해 기사단은 남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가레스가 몇 가지 고유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는 주변 침식종들을 날뛰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들을 녹해 기사단이 맡게 될 것이다.

     

   “주천 기사단은 8성급 침식종 아가레스와 맞선다. 전면전은 택하지 않는다. 일검이나 혹은 다른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 벌기를 택한다. 물론 상황은 전부 그때 맞춰 움직이니 새로운 지시를 늘 염두에 둬라.”

     

   마지막으로 주천 기사단의 방향도 결정이 났다.

     

   ‘전면전은 피하기로 마음먹었나.’

     

   릴리쉬도 이검을 이끄는 주천 기사단장이다.

   그녀 혼자라면 모를까, 다른 기사단원들은 십중팔구 아가레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생각해 이런 결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확실히 일검이 온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아가레스가 정리될 수 있겠지.

   문제는 앞서 말했듯 그 시간이다.

     

   ‘청해 기사단이 강행군해도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하루, 마경의 특성상 공간이 뒤틀려 있어 웬만한 수준의 마법사라도 공간계 마법을 쓸 엄두도 못 내니까. 스크롤도 못 써.’

     

   발하임 기사단이 체력 배분을 고려해서 마경의 동쪽 지형까지 도달한 게 삼일이다.

     

   그것을 강행군으로 뚫는다 해도, 최소한 하루 이상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일검에게 이야기가 전해져 그들이 오는 동안에도 또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렇게 되면 벌어야 하는 시간은 최소 이틀이다.

   중간에 생길 수도 있는 변수를 생각한다면 그것보다도 더 걸릴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검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이틀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지금도 검은 비 때문에 실시간으로 오러가 소모 되는 실정이다.

   솔직하게 말해 희망스러운 관측을 하기는 힘들었다.

     

   크라슈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다.

     

   “크림.”

     

   크라슈가 슬쩍 아무도 들리지 않게 크림슨가든을 불렀다.

     

   “바깥의 종에게 세이랑을 통해 블라비를 보내게 말 좀 전할 수 있겠어?”

     

   이 수는 다음 거래가 나왔을 때 써보려고 했던 거지만.

   상황이 위험한 만큼 가릴 때는 아닐 듯싶었다.

     

   [ 미르비스를 이용하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랬다간 미르비스의 행동은 앞으로 세피라 안에서 제약될 게다. ]

     

   크림슨가든의 종이자 세피라의 제 3계급관인 미르비스.

   세피라에서 그녀의 행동이 제약된다면 앞으로 세피라 쪽으로는 도움을 못 받는다는 소리와 같았다.

     

   [ 쯧, 도망칠 생각은 없는 거겠지. ]

   “어.”

     

   세계 침식을 전전하다 보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수백, 수천 번은 계속해서 터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도망친다면 결국 멸망을 못 막는다.

     

   [ 세피라의 공주가 천구성을 보내겠느냐? 놈은 호위에서 절대로 안 떨어지려 할 건데. ]

   “보내겠지.”

     

   아서를 따라간 세피라의 본거지에서 크라슈는 죽은 세이랑의 방 쪽을 살핀 적이 있다.

   거기에서 크라슈는 딱 하나 발견한 게 있다.

     

   비록, 세이랑이 죽은 뒤에는 다 의미 없는 거였지만.

   지금은 그 카드는 또한 분명 작동할 것이다.

     

   세이랑 그녀에 관해서는 몰라도 그녀가 지닌 비밀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블라비는 보험일 뿐이야. 예비로 만들어둔 두 번째 방법의 하나니까.”

     

   감긴 눈 사이로 크라슈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크라슈는 아가레스에 관해 들은 시점부터 이미 아가레스를 무찌를 작정이었다.

   후에 수많은 침식종을 집어삼키고 끝내 10성으로 성장한 아가레스가 바로 성벽을 무너트리고, 제국을 덮친 침식종이었으니까.

     

   여기서 이검을 잃을 위기에 처할 바에야 차라리 놈을 쓰러트리고, 멸망의 시초도 하나 막는다.

     

   ‘문제는 나도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건데.’

     

   크라슈는 잠시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켰다.

     

   “항상 위험했으니까 새삼스러운 것도 없나.”

   [ 머리가 어떻게 돼버렸느냐? ]

     

   아쉽게도 이쪽 머리는 정상이다.

   크라슈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멸망의 시초 중 하나를 짓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까 보냐.

   그것도 그 시초께서 제 발로 그나마 약한 상태로 와주고 계신 데 말이다.

     

   아가레스가 10성이 되어 제약이 풀리고, 결국 악마성에서 본체를 꺼내올 수 있게 되면.

   그거야말로 진짜 승산이 없어져 버린다.

     

   ‘물론 그 위험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지.’

     

   크라슈는 릴리쉬 쪽을 바라보았다.

     

   릴리쉬가 자신을 걱정했다는 것이 떨떠름한 크라슈지만.

   회귀 전 자신의 기억 속 인물과 회귀 후 만난 이들이 꼭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크라슈는 펜달을 통해 배웠다.

     

   크라슈는 과거의 릴리쉬에 관한 기억을 떨쳐 내었다.

   그러곤 오직 현재의 릴리쉬만을 보기로 하였다.

     

   릴리쉬는 현재 크라슈를 청해 기사단과 같이 돌려보낼 작정이다.

   아가레스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도 크라슈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돌아가려는 청해 기사단 사이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크라드?”

     

   뒤늦게 청해 기사단원이 그를 불렀다.

     

   “너 어디가! 우리는 이쪽이야.”

   “뭐야. 크라드?”

     

   그들이 서둘러 크라드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은 마냥 신분을 숨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입단속을 해도 새어 나가는 게 이야기이니. 최대한 숨겨두려 했다마는.’

     

   1왕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중에 뒷수습 좀 하면 되겠지.

   그래도 발하임 기사단이니 그나마 덜 새어 나갈 거다.

     

   “응? 저 녀석?”

     

   그러는 순간 그가 녹해 기사단까지 지나치자 그들도 덩달아 의문을 보였다.

   그중에는 크라슈에게 얼굴을 얻어맞은 녀석도 있었기에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슈는 걸음을 다 옮겨 주천 기사단 앞도 지나쳤다.

   뒤늦게 주천 기사단원들의 시선까지 그에게 꽂힌 순간.

     

   크라슈가 릴리쉬와 눈을 마주쳤다.

     

   “릴리쉬 누님.”

     

   크라슈의 입에서 누님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청해 기사단은 물론 주천 기사단과 녹해 기사단도 전원 굳었다.

     

   문제는 릴리쉬 또한 별다른 제지를 보이지 않았다.

     

   릴리쉬를 누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단 둘뿐이었다.

     

   그중 하나는 지금은 죽음을 맞이한 벨로킨 발하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발하임의 막내인 크라슈 발하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는 누군가.

   답은 간단했다.

     

   크라슈와 부딪친 적 있는 녹해 기사단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금방이라도 혼절할 듯한 기세였다.

     

   청해 기사단원들도 전원이 당황한 사이, 레블리앙만이 속으로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럴 거라면 그냥 청해 기사단원에게 미리 말해두는 게 낫지 않았겠냐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이유가 있어 정체를 숨기던 크라슈다.

   그가 구태여 정체를 밝힌 것은 아가레스의 상황을 그만큼 급하다고 생각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하임 직계를 직접 밝히시는 이상 아가레스와의 전투에서 발 빼지 못하실 텐데.’

     

   그럼에도 크라슈는 자신을 밝혔다.

   거기에는 당연히 그가 아가레스와 맞서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었다.

     

   ‘결국 어린 나이라고 하실지라도 발하임이시라는 거군.’

     

   발하임은 세계 침식을 상대로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자신을 죽이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발하임은 최강의 가문이기 이전에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것이다.

   세계 침식이라는 지옥에 언제나 꿋꿋이 맞서는 발하임의 모습은 누가 뭐래도 영웅적인 모습이었으니까.

     

   릴리쉬의 무표정한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했다.

   물론 그것은 겉보기에만 그럴 뿐, 그 안쪽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크라슈도 그런 릴리쉬의 반응을 읽을 수 있었다.

   오직 그녀의 현재만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가레스를 맞서는 것 저도 돕겠습니다.”

     

   크라슈의 선언이 이어진 순간 릴리쉬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크라…….”

   “제 몸에 저주의 힘들이 잔뜩 담겨 있다는 건 아실 겁니다.”

     

   크라슈는 그 증거를 보여주듯 손을 들어 올리자 흑염이 피어올랐다.

     

   “아가레스를 맞서는 데 도움 될 겁니다. 저주 쪽은 직접 담아 본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릴리쉬는 입술을 떼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아직 어린 동생이 구태여 위험에 발을 들이겠다는 감성적 생각과.

   크라슈가 6성급 침식종을 단신으로 쓰러트린 실력자라는 이성적 생각이 맞부딪쳤다.

     

   크라슈는 겉보기에는 엑스퍼트 최상급에 지나지 않지만.

   주천 기사단원 한 명보다 더 중요한 전력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그 또한 발하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발하임의 직계에는 동등한 발언권이 있다.

     

   예전에는 반푼이 취급받아 청송관에 간 크라슈에게 그런 발언권은 존재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곳에서의 지휘관은 릴리쉬다.

   조금 과격하게 크라슈에게 지시를 내린다면 그를 돌려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 사이 크라슈의 의지가 담긴 눈동자와 마주치니 그녀는 결국 그를 돌려보낸다는 생각을 접었다.

     

   자신이 언제부터 감성적이었나.

   발하임은 발하임답게.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발하임다워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크라슈, 나는 이번 원정대의 지휘관이다. 너는 내 원정대의 기사고.”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와라. 아가레스를 막는다.”

     

   릴리쉬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그녀가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아가레스가 오고 있는 방향이었다.

     

   “주천 기사단, 릴리쉬 님을 따르라.”

     

   그러자 주천 부기사단장 다르비앙이 바로 릴리쉬의 외침과 함께 기사단원들을 이끌었다.

   그 뒤를 녹해 기사단원들도 바로 움직이는 사이 크라슈는 레블리앙을 돌아보았다.

     

   “먼저 가면 비앙카한테 금방 간다고 이야기 좀 해줘.”

   “……많이 화내실 거로 생각됩니다.”

   “가서 들을게.”

     

   레블리앙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역시, 다시 봐도 레블리앙은 탐난다.

   기사단을 만들게 되면 무조건 데려와야지.

     

   “크라슈.”

     

   그 순간 릴리쉬의 부름을 들은 크라슈가 걸음을 옮겼다.

     

   때마침 걸음을 옮기는 크라슈의 머리색이 점차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감겨 있던 그의 눈동자가 떠지며 본래의 푸른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성장기가 빠른 그라서일까, 생각보다 더 훤칠한 얼굴이 드러났다.

     

   약물을 추가 복용하지 않은 덕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생겼었군.”

     

   막냇동생의 얼굴을 이렇게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일까.

   어쩐지 더 어색해진 릴리쉬였다.

     

   “누님 닮아 좀 생겼습니다.”

     

   하지만 크라슈의 너스레 떨듯 이어진 말을 듣고, 릴리쉬는 어째선가 피식하니 웃었다.

   자신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음을 너무 늦게 알았음을 말이다.

     

   “죽지 않고 돌아간다.”

   “기왕 돌아가는 거 아가레스도 쓰러트릴 겁니다.”

   

   

     

   대담한 동생의 말 덕에 어쩐지 힘이 샘솟았다.

   세상을 흔드는 발하임의 직계가 무려 둘인데 두려울 필요가 없었다.

     

   “가자.”

     

   아가레스를 무찌르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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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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