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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여기뿐인가….”

     

    성당 주위를 배회하며 한참을 둘러보던 최수정.

     

    상당히 거대한 성당인 만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여러 개가 아닐까 추측했으나 발견한 건 사람 한 명 정도가 간신히 통과할 나무문뿐이었다.

     

    창문 등의 다른 진입할 방법도 시도해봤지만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들이 그곳을 지키듯 서 있어 진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전부 제거하는 거 자체는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 이후에 몬스터들이 더 나타날 여지도 있으니.

     

    결국은 저 문을 통과하는 것만이 성당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

     

    “대놓고 함정이라고 광고하고 있네.”

     

    누가 봐도 아주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루트.

    그런 점 때문에 최수정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꽁꽁 싸매다 못해 공중까지 봉쇄해버린 주제에 이런 쉬운 길이 그대로 열려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결국 알면서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각오를 다지고 최수정은 한 손에는 ‘낙인’을 쥔 채 나머지 한 손으로 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익.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는지 열자마자 휘날리는 먼지.

     

    그리고 문 너머는 빛이 닿질 않는지 깜깜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상대의 기습 등 안 좋은 예감이 들어 한층 더 들어가기 꺼려졌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쾅!

     

    그리고 최수정이 완전히 안으로 들어섰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닫히는 문.

     

    최수정도 이럴 수 있다는 걸 예상한 듯 문을 향해 곧바로 ‘낙인’을 휘둘렀다.

     

    팅. 팅.

     

    하지만 ‘낙인’의 날을 그대로 튕겨내는 문.

     

    자세히 살펴보니 외관만 문일 뿐 그 안은 알 수 없는 단단한 자재로 되어있어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이에 마력을 담아 다시 낙인을 휘둘러 뚫어내서 나가려는 최수정.

     

    그러나 그 시도는 익숙하지만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로 인해 금방 무산됐다.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문을 부시려고 하면 쓰나.”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이었던 실내가 환하게 밝아졌다.

     

    “윽.”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아진 실내에 반사적으로 눈을 가리는 최수정.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마력의 기운을 느끼고 눈을 감은 상태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 콰아앙!

     

    그리고 잠시 후 서 있었던 자리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무언가를 태웠을 때의 매캐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함정에 빠진 것이 확실해진 지금 바닥에 어떤 장치를 해놨을지 몰라 최수정은 우선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조금 전 같은 공격이 온다고 해도 피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테니.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어지는 공격은 없었고 시간이 흘러 눈이 적응해 시야가 돌아왔다.

     

    “이제 잘 보이나. 반푼이?”

     

    “최우석…!”

     

    – 으득.

     

    고급스럽게 꾸며진 의자에 앉아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는 최우석을 발견한 최수정.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을 다시 만나자 당장 달려들고 싶었지만,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아냈다.

     

    그리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숨겨진 길드원이나 아니면 숨겨둔 함정이나 장치들이 있는지.

     

    “하하, 겁먹었어?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여기에는 너랑 나뿐이니.”

     

    최수정이 이곳저곳을 곁눈질로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안심하라는 듯 말하는 최우석.

     

    그러자 최수정은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 강하게 부정했다.

     

    “네가 하는 말 따위를 믿을 거 같아?”

     

    “그렇긴 하네. 지능이 딸리는 반푼이한테 인간의 말을 해줘봤자 알아듣겠어, 크큭.”

     

    대놓고 조롱하며 비웃음을 흘리는 최우석의 모습에 순간 최수정은 이성을 날아갈 뻔했지만, 꾹 누르며 끝까지 꼼꼼하게 주위를 살폈다.

     

    최우석의 말대로 다른 인원이나 함정 등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애초에 천장이 높을 뿐 일반 가정의 거실 만한 크기라 몸을 숨기는 거조차 여의치 않은 공간이긴 했다.

     

    하지만 최우석이 이렇게 혼자서 나타난다는 것이 최수정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아 더더욱 주의를 기울인 거였다.

     

    “크큭. 이제 방 구경은 다 끝냈어? 이제 믿어져?”

     

    “왜 우릴 여기로 끌고 온 거야?”

     

    최우석의 말을 무시한 채 최수정이 묻자, 웃음을 싹 거두며 가만히 바라보는 최우석.

     

    그리고 잠시 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긴 왜야. 아무도 없는 여기서 모조리 다 없애버리려는 거지. 우리 손이 아닌 몬스터들에게 당하면서.”

     

    “야비한 놈. 선전 포고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딴 짓을 저지르다니.”

     

    “크큭. 그래서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열 받으면 그 낫으로 니가 내 목을 치면 되잖아? 안 그래? 명분은 너희한테 있어. 살아 돌아가서 짖어봐. 성광 길드가 그랬다고.”

     

    “그거 다행이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널 죽이는 걸 넘어 성광 길드를 세상에서 지워버릴 아주 좋은 기회가 왔으니.”

     

    “뭐라고? 하하하하! 미친년!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야? 니가 날 죽인다고? 하하하하!”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최우석.

     

    정말 어이가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크게 웃는다.

     

    끝까지 자신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최우석의 태도에 최수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최우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 태앵!

     

    [절단]의 힘을 담아 전력을 다해 휘두른 ‘낙인’.

     

    몬스터들을 두부 썰 듯 아주 쉽게 두 동강을 내던 공격이었지만 아주 간단하게 막혔다.

     

    그것도 최우석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검이 아닌 자신의 팔로.

     

    최수정은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그 사이 최우석은 최수정의 배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우욱.”

     

    단 한 방의 공격에 멀리 나가떨어지는 최수정.

    최우석은 그런 그녀를 조소하며 말했다.

     

    “마력 쓰는 게 여전히 허접하네. 그렇게 날이 더뎌서 무도 하나 제대로 못 썰겠어.”

     

    “그 입 닥쳐!”

     

    다시 달려드는 최수정.

     

    최우석은 그 순간 검을 뽑아 들더니 마력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검 끝을 타고 나온 노란빛의 마력은 반달 형태로 변하며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최수정에게로 향한다.

     

    팅!

     

    하지만 이미 예상한 듯 가볍게 튕겨내는 최수정.

     

    그 후 빠르게 달려가 최우석의 목을 향해 ‘낙인’을 사선으로 그었다.

    “어이쿠. 그래도 방어는 좀 늘었나 봐? 그걸 그냥 쳐내는 판단도 할 줄 아네? 예전 같으면 피하려다가 더 맞았을 텐데?”

     

    “닥쳐!”

     

    몸을 옆으로 재빨리 돌려 피하면서도 조롱을 멈추지 않는 최우석.

     

    최수정은 더욱 적개심을 불태우며 쉴새 없이 ‘낙인’을 휘둘렀다.

    하지만 최우석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뿐히 피하고 막아내는 모습.

     

    전력을 다한 공격들을 퍼붓고 있지만 작은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자 악에 찬 최수정은 더욱 박차를 가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걸 여유롭게 받아치던 최우석이 큰 소리로 내뱉었다.

     

    “동작이 너무 커서 누가 그걸 맞겠냐고 멍청아!”

     

    – 퍽!

     

    “꺄아아아!”

     

    ‘낙인’을 검으로 막아냄과 동시에 또 한 번의 발길질로 강하게 밀쳐내는 최우석.

     

    – 쾅!

     

    그대로 쭉 날아간 최수정은 들어왔던 문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문과 함께 성당 바깥으로 나가떨어졌다.

    “으윽….”

     

    바닥에 누운 채로 복부의 통증에 배를 움켜잡으며 비틀거리는 최수정.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최우석을 바라본다.

     

    “크큭. 왜? 이상해? 분명히 같은 S급이고 격차도 좁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일방적으로 당하니까?”

     

    최수정이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 정확히 집어내며 말하는 최우석.

     

    그리고는 다시 한번 입꼬리를 올리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강해지는 법에는 꼭 왕도가 있는 게 아니거든? 노력이나 훈련이니 아이템 성장이니 하는데. 그것 말고도 방법은 매우 많아.”

     

    “설…마?”

     

    “오, 웬일로 눈치가 빠른데? 맞아. 약물이야. 그것도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통해서 말이지.”

     

    “그런 미친 짓을….”

     

    “뭘 미친 짓이야. 대부분의 약들이 다 임상 실험을 거쳐서 만든 것처럼 나도 우리가 가진 재력을 이용해서 사람한테 먹여보고 먹는데.”

     

    “그걸 그 사람한테 안 알려주고 먹이면서!”

     

    “당연한 거 아니냐? 그럼 누가 그걸 먹어!”

     

    태연하게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 뒤 먹는다는 말에 최수정은 분한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실험 도구로 쓰는 최우석에게 복수조차 할 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졌다.

     

    복수를 하기 위해선 역시 인간이길 포기했어야 하는 게 맞았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지만 이내 그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해서 복수에 성공해도 자신은 또 다른 최우석이 될 뿐이었을 테니.

     

    그런 복수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준비한 거였으니까.

    “왜? 이 말 들으니까 이제 더 덤빌 엄두가 안 생겨? 그럼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까?”

     

    최수정은 뜬금없는 소리에 짜증이 났지만 조금씩 티가 나지 않게 손을 갖다 대 복부를 치료하는 중이라 가만히 듣고만 있기로 했다.

     

    “내가 과연 여기에 혼자 왔을까? 아니면 길드원들을 데려왔을까? 왔다면 다들 어디 갔을까나?”

     

    최우석의 말에 길드 건물들과 함께 그 안에 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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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내가 구한 그녀가 S급 헌터로 돌아왔다
Score 3.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s soon as she became an S-rank Hunter, my childhood friend and lover said we should break up. As I was hurting, another S-rank girl cam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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