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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마왕 벨제부브의 습격.

     으로부터 약 사흘이 지났다.

     

     기절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렸고, 자신들이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오드론 백작령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모두 철저히 마을에 갇혔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용사 릴리에즈가 성검의 각성을 통해 정령기라는 고대의 병기를 소환해서 적을 쓰러뜨렸고, 그 뒤로 마왕 벨제부브가 나타나서 쓰러뜨렸어요.

     -……좀 더 자세하게, 전후사정을 포함하여 이야기를 해주겠나?

     -물론이죠.

     아마도 나라그 독충 무리 때문에 마을로 올라왔을 오드론 백작은 내 증언을 듣고 정신이 나가버린 듯했다.

     -드로니엘은…괜찮습니까?

     -네. 그런데 갑자기 존대를?

     -용사님과 함께하는 현자님이신데 제가 어찌. 더군다나 제 딸을 구해주신 은인께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요. 감사합니다, 현자님.

     다행히 정신을 차린 오드론 백작은 나를 환대했다.

     아마도 딸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들어서 그런 거겠지만, 나로서는 나에 대해 신뢰하는 이에게 설명하기가 너무나도 편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상황을 설명하고 난 뒤.

     -아시겠죠?

     -예. 알겠습니다. 바로 마을을 봉쇄해야겠습니다.

     오드론 백작은 과감하게 마을을 봉쇄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함부로 정보가 빠져나가면 안 되겠군요. 입단속을 해야겠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이해할 겁니다.

     -맞아요. 역시 아시는군요. 성검의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예. 드로니엘에게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마을에 병사들을 주둔시켜, 사람들이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혹시나 추가적으로 마을로 올 마족들을 제압하겠습니다.

     마왕이라는 개체가 죽었으니, 추가로 새로운 놈들이 올 수 있다.

     복수를 위해.

     벨제부브라는 마왕이 죽은 것에 대한 피의 복수를 하기 위해.

     -용사가 마왕을 죽였다!

     -용사 릴리에즈가 마왕 벨제부브를 죽였다!

     용사 ‘릴리에즈’.

     아니, 왜 용사 릴리에즈인가?

     거대한 파리괴물이 나타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 뻔했지만, 마녀 벨과 용사 루키우스의 활약으로 벨제부브는 죽었다.

     마계의 최강자 중 한 명인 벨제부브를 쓰러뜨린 엄청난 위업!

     모험가 조합에서 당장 랭크를 측정하면 루키우스는 S급에 오를 수 있을 정도였다.

     드디어, 용사 루키우스의 이름이 세상에-

     

     -이번 일은 전부 비밀로 하죠.

     이 알려지는 일은 없었다.

     -정령기라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지금 마왕 벨제부브까지 이야기를 하는 건 사람들이 쉽게 믿지 못할 것 같아요. 마왕은 그만큼 공포의 대상이니까.

     아무리 오드론 백작령이 조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해도, 대마왕 벨페고르가 아니라고 해도.

     -마왕 벨제부브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겁에 질릴 수 있어요. 마왕 벨제부브. 대마왕 벨 페고르. 이름도 비슷해서 일단 저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답니다. 아직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마왕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마왕 벨제부브? 대마왕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생기게 되겠죠.

     그리하여.

     ‘마왕’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오는 공포가 사람들에게 상당했기에, 마왕 벨제부브에 대해서는 진실에서 묻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 마을을 습격한 건 어떻게 되었느냐?

     -마을은 전부 세 번의 습격을 받았죠. 하나는 나라그 독충의 공격. 하나는 갑충들과 거대한 괴인의 습격. 그리고 하나는 마왕 벨제부브의 습격. 각각 일, 이, 삼이라고 하면 이와 삼에 대한 건 없던 일로 하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없던 일로 합니까? 그래도 이들이 활약한 게 있는데!

     -그러다가 사람들 죽을 수 있어요. 이해하시죠?

     -아니,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무사하다면, 그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저도 루키우스가 괜찮다면 그걸로 좋아요. 

     갑충 괴인은 정령기 때문에 안 된다.

     마왕 벨제부브는 마왕이기 대문에 안 된다.

     결국 우리의 실적은 그냥 마을 가축들을 습격하는 벌레들, 대량 발생한 나라그 독충을 퇴치한 것으로 하기로 했다.

     -마녀님, 정말 이걸로 괜찮을 걸까요? 저는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서랑 마녀님은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괜찮아요. 원래 용사 파티로 활동하다 보면 억울한 일 매일 같이 발생하고는 하니까.

     활약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건 용사 파티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실제로 바람의 용사도 나를 죽였다는 엄청난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무도 그게 누군지 모르지 않나.

     -용사란, 원래 부조리와 싸워야 하는 직업인 거예요.

     어차피 모험가 조합에 정식으로 상황을 보고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대외적으로 괜히 정보를 퍼뜨렸다가는 고생만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용사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기도 하고요. 자, 지금 당장 여기를 떠나야 할걸요?

     -제가요?

     -네. 

     릴리에즈는 떠나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우리와는 다른, ‘여신교단의 사람’이니까.

     이 뒤로는 내가 전한 게 아니다.

     -저기 당신을 찾는 사람이 있네요. 가보세요.

     -알겠습니다. 저기, 그…. 예? 셀시우스에 대한 걸 교단에 가서 교황님께 직접 보고해야 한다고요?

     릴리에즈는 바로 표정이 굳었다.

     -예. 교황님이 오라고 하셨어요.

     -아…. 꼭 가야 하나요?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라도 오라고 하셨답니다.

     -아니, 성기사단 단장이 왜 마법을 사용하면서까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셀시우스’의 개방에 성공한 그녀는 당연히 성검의 용사로서 창월여신교의 본산으로 가야 한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물건.

     그런데 그게 수백 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지금도 분명 누군가 찾기는 했을 것이다.

     단지 적어도 이번처럼 대놓고 사람들의 앞에서 요란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을 뿐.

     아마도 지금 정령기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도 절대적으로 함구하고 있지 않을까?

     나야 500년 전에서 나온 존재라 그들의 규칙이 통용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저들은 나를 더 억압하려 할지도 모른다.

     ‘원래 사회적 합의를 깨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지.’

     교단에서 과연 정령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역사에서 지워진 물건이 겉으로 드러났으니-내가 겉으로 드러냈으니 조금 고깝기는 할 테지.

     하지만 나로서도 할 말은 있다.

     ‘그러길래 왜 제 입맛대로 지우고 난리야.’

     대마왕 벨페고르.

     정령기를 상대로 일 대 일 대결을 하여 승리했으나, 그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더라.

     셀시우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창월여신교 소속의 양산형 정령기가 박살 난 게 그렇게 부끄럽고 억울했던 걸까?

     벨페고르가 여신교단의 정령기를 부쉈다는 사실을 덮으려고, 벨페고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정령기 자체를 역사에서 지워버렸다.

     

     이해는 한다.

     벨페고르가, 나라는 존재가 일 대 일로 붙어 간신히 승리를 거머쥐었을 정도로 정령기는 강하니까.

     -아니, 이걸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면 너도나도 정령기를 이용하려고 할 게 아닌가!

     -대마왕 벨 페고르를 이길 뻔했던 양산형 정령기가 세상에 공개되었으니, 이제 너도나도 용사를 달달 볶아서 정령기를 세상에 드러내려고 하겠지! 아아아, 세상은 또 혼란스러워지겠구나!!

     -마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령기를 세상에 다시 보였단 말인가! 지금 시대는 그렇게 위험한 시대가 아니야! 괜히 정령기를 차지하겠다고 국가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마녀는 왜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걸 내가 꺼낸 시점에서 나도 창월여신교에 불려가야 할 수도 있었다.

     500년 전의 마녀.

     창월여신교의 입장에서는 세계의 모든 ‘진실’을, 그들이 역사 속에서 지워버린 500년 전 창월여신교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존재.

     나, 홍련의 마술사라는 사람이 상당히 꺼려질 테고, 자신들의 방향에 맞지 않으면 나를 제거할 생각도 할 것이다.

     순순히 제거당하지는 않겠지만, 순순히 여신 교단의 본산으로 따라가지도 않겠지만.

     -마녀님, 저 안 가는 건 어렵겠죠?

     -예.

     -너무 단언하십니다. 너무 단호하세요. 그래도 같은 의자 위에서 몸을 겹쳤던 사이인데!

     -그냥 가세요. 정령기에 대한 정보는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얼추 알려드렸으니까.

     -그래도….

     릴리에즈는 내게 그새 정이 들었는지, 아니면 정령기에 대해 알려준 걸 교단에 이야기를 했다가 괜히 잘못될까 봐 두려운 건지, 교단의 본산에 가서 정령기에 대해 이야기를 대신 하는 걸 몹시 두려워했다.

     그래도 어쩌랴.

     -릴리에즈 시저크로스. 당신은 창월여신을 믿는 사람이에요. 제가 아니라.

     릴리에즈의 소속은 용사 파티의 일원이 아니라 여신교단의 사람인 것을.

     그것도 성기사단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반드시 여신교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하나.

     -그럼 이대로 마녀를 두면 괜찮은 건가?

     결코 아니다.

     정령기를 꺼내서 벌레들을 제거한 만큼, 홍련의 마술사를 가만히 두면 분명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그러므로 홍련의 마술사를 옆에서 감시하기 위해, 사람을 붙일 필요가 있었다.

     여신 교단에서 믿고 맡길 수 있으며, 동시에 홍련의 마술사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절대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제가 적임입니다! 제가 마녀님을 곁에서 모시면서 교단의 본산으로 모시겠습니다! 어떠십니까?!

     릴리에즈는 자신이 나를 감시하며, 동시에 때가 되면 교단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안 돼요.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릴리에즈, 당신은 교단으로 가세요. 홍련의 마술사님은 제가 옆에서 지켜보도록 할 테니까.

     릴리에즈를 막아서면서, 동시에 나에 대한 제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있다.

     “성녀님.”

     “네, 현자님.”

     “제가 왜 현자가 된 거죠?”

     “현자니까요.”

     성녀, ‘얀 디에레.’

     “앞으로 잘 부탁해요, 성녀님.”

     릴리에즈 대신 그녀가 루키우스의 파티에, 우리 파티에 들어와 나와 용사 루키우스를 감시하기로 했다.

     즉.

     얀 디에레가 동료가 되었다.

     …상황은 이틀 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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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ro’s Mentor is a (Demon) Witch

The Hero’s Mentor is a (Demon) Witch

Status: Ongoing Author:
I, who was once the Demon King, have become a terminally ill beautiful girl who can't do anything. To survive, I became the witch of the Hero's party. ...No, I don't like the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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