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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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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다람다람쥐람쥐

        [본인쟝 결국 같은방 쓰는 룸메랑 못 참고 정분났다]

       

        억울한 누명 쓰고 대학원 들어온 지 7틀찬데

       

        하필 같은 방 쓰는 룸메가 예전에 알던 애였단 말임

       

        좀 이상한 구석이 있긴 해도 같이 있어보니 나름 편하고

       

        밥도 잘 차려주는데다 보기보다 싹싹한 구석이 있어서 만족하면서 지내는 중에

       

        딱 한 가지 껄끄러운 점이 있었음

       

        얘가 아침마다 요가를 하는데

       

        방이 좁은데다 남는 자리라곤 침대 바로 옆뿐인 거임

       

        평소에도 자기가 유연하다 막 자랑할 정도로 늘씬한데다

       

        하필 로브도 몸에 딱 달라붙는 디자인이라 매번 눈 둘 곳이 없었음

       

        특히 난 새벽까지 열심히 일하다 늦게 자는 경우가 많아서 그 시간엔 항상 비몽사몽한 상태인데

       

        오늘 결국 사달이 나버렸음

       

        얘가 평소 다리찢는 동작을 할 때마다 침대 프레임을 잡는데

       

        B동 시설이 낡아 빠져서 절단면도 날카롭고 녹이 잔뜩 슬어있는 거임

       

        밥 먹으면 설거지까지 도맞아서 하는 손인데 장갑 안쪽으로도 상처가 나는 것 같아서

       

        그럴 바엔 그냥 내가 잡아줄까 물어봤거든

       

        처음엔 한사코 거절하는 걸 몇 번 밀어붙이니까 그냥 알겠다며 끄덕이는데

       

        이게 생각보다 자극이 강하더라고

       

        서로 마주보고 있으니 시선도 자꾸 마주치고

       

        숨결이나 체온도 가까이서 닿는데다

       

        무엇보다 내가 봐도 자세가 야릇해서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어느 순간부터 부끄러워하는 듯 하더니

       

        자꾸 손이 꼼지락거리길래 미끄러지지 않게 깍지를 꼈거든

       

        그런데 지 혼자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지는 거야

       

        그대로 버티고 있으면 어디 한 군데 다칠까봐 앞으로 같이 넘어갔는데

       

        얘는 횡설수설 하면서 짓눌려지는 게 취향이지만 이러면 안 된다느니 뭐라느니

       

        얼굴이 머리색 만큼이나 새빨개져서는 손은 끝까지 안 놓더라

       

        결국 학파 규칙도 어기고 둘이 몸을 겹쳐 버렸는데

       

        물론 처음엔 좋았지만 정신 차리고 나니까 걱정부터 앞선다

       

        당장 둘 다 대학원생 신분에 애 생기면 어떻게 키우며

       

        하필 얘는 좀 있으면 제국 경비대에 끌려가서 처형당할 운명인데

       

        특히 그중에서도 제일 심란한 건

       

        이 모든 게 방금 지어낸 이야기고

       

        오늘 배식으로 나온 바나나우유를 실수로 구멍에 던져버렸다는 거임

       

        이건 내가 먹을려고 했었는데

       

        까비

       

        — ?

        — ???

        — 까비???

        — 까비 ㅋㅋ 미친 새낀가 ㅋㅋㅋㅋㅋ

        — 7틀은 씨발아

         ㄴ 그 와중에 7틀이었네 ㅋㅋㅋㅋ

        — 이딴 똥글에 이 정도까지 정성을 들여야 했냐?

        — 집중해서 읽었는데 ㅅㅂ

        — 주작인거 알고 있었는데도 속았네 ㅋㅋㅋㅋㅋ

        — 아 바나나 우유는 못참지 ㅋㅋ

        — 4틀 7틀은 볼 때마다 적응 안 되네 다음은 8틀이냐

         ㄴ 아뇨, 1틀로 돌아갑니다

        — ㅅㅂ 당했다

        — 아오, 닉네임 보고 눈치 깠어야 했는데

        — 넌 꼭 천년만년 대학원에서 썩어라 절대 나오지 말고

        ====

       

        — 꺄아아아아악!!!!

       

        오, 올라온다.

        이건 제법 긁히는 모양이지?

       

        나는 한층 더 짙어진 사악한 마력을 감지하고 낚싯대에 걸린 고기를 확인하는 어부의 심경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자젤은 옆에서 한창 고양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푸는데 열중하는 와중 검은 로브가 말려 올라간 모습.

        살짝 드러난 기립근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싶다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 잘하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겠다.”

        “네? 정말인가요?”

        “소설 하나 써서 갤러리에 올렸는데 VIP 반응이 꽤 좋아. 한 번 볼래? 내가 없는 글빨까지 끌어내가며 쓴…….”

        “……클락님.”

        “왜?”

        “이거 소설 아니지 않아요?”

       

        장갑 낀 손을 주억이며 이쪽을 흘기는 시선이 두려움 반 당혹 반이던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도중까진 실제로 있었던 일이긴 하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고였고, 이후로는 침대 프레임에 담요를 씌우는 단순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니 이자젤의 귀 밑에서 탄내 대신 은은한 사과나무향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을 제외한다면 지난 6일간 동고동락한 우리의 관계성은 이곳에 오기 전과 완전히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도.

       

        “에이, 누가 봐도 msg좀 팍팍 친 소설 그 자체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몰입하는 거 아니겠어?”

        “…….”

        “왜 말이 없어? 맞다, 넌 그게 뭔지 모르지?”

        “아뇨,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좀 싱숭생숭해서.”

       

        머리를 헝클인 그녀가 샐쭉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눈동자에 가득 담긴 복잡미묘한 감정이 막 입으로 쏟아지나 싶었지만 이내 꾹 참아냈다.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이든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내가 일으킨 소란이 계획대로 미궁의 경비 시스템을 망가뜨리기 시작했으니까.

       

        “어쨌거나 저는 경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A동으로 넘어가면 된다는 거죠?”

        “그래, 가서 아무 마법사나 잡아서 로브를 바꿔쓰면 경매에 나갈 수 있을 거야. 어디 보자…… 마틴? 이 녀석이면 적당하겠네.”

       

        마차에 같이 탔던 남자 기숙사 속옷 도둑의 이름과 학파를 알려주었다.

        성별부터 다르긴 하지만 그 쯤이야 구속구도 무력화시키는 극마법으로 어떻게든 속이겠지.

        다른 학파에 소속되어 뛰어난 마법실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면 다시 탑을 오를 기회도 생길 지 모른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그녀가 살살이와 더불어 유일하게 내가 주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뭔가 약점이라도 잡아놔야 하나?

        검은별 출신이라는 걸 제외하면 딱히 캥기는 구석이 없을 텐데.

       

        잠버릇?

        코는 안 골았지만 잘때 귓가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좀 크기는 했다.

        사용하는 마법 때문인지 체온도 높아 이따금 달라붙으면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나머지는 완벽한데, 밥도 맛있었고 똑부러지고.’

       

        그러나 고작 잠버릇을 약점이라 내세우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로 훌륭한 신붓감은 맞는 것 같았다.

       

        그때,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어 고민하던 내게 이자젤이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손 안에 들어온 걸 확인해보니 비단에 쌓인 호두알 정도 크기의 씨앗이었다.

       

        “무슨 생각하시는지 다 아니까 이거 맡겨놓을게요.”

        “이게 뭔데?”

        “저희 가문의 선산에서 자라던 거목의 씨앗이에요. ‘용의 피’라고 불리던 나무인데 개화하면 일정 지대를 공역에 버금가는 생장을 촉진시키는 가보에요.”

       

        7일 간이나 함께 지냈으면서 이제야 알게 되다니.

        마치 결혼 반지라도 건네는 것처럼 목소리를 떠는 이자젤을 보고 나는 드디어 그녀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깨달았다.

       

        “이게 현존하는 마지막 씨앗이라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에요.”

        “…….”

        “그러니까……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릴 거라는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는 뜻이에요. 저, 그, 이런 걸 아무에게나 주는 여자는 아니니까.”

       

        막심한 후회였다.

       

        가문의 선산을 홀랑 태워먹은 것도 모자라 마지막 남은 가보까지 들고 날랐구나!

        역시 그때 창을 하나 더 날려서 대륙의 평화에 일조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쌍수들고 제국 경비대를 환영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미궁 전체를 들었다 놓은 듯한 큰 진동이 느껴졌다.

       

        — 콰아아앙!!

       

        “온다, 그게 올라오고 있어……!”

        “우린 다 죽고 말 거야……!!”

        “감독관들 어디 있어!! 이 망할 구속구라도 풀어주고 튀라고!!”

        “저 진짜 착하게 살았어요, 딱 세 명밖에 안 죽였다고요!!”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탈옥하는 건데……!”

       

        철문 밖으로 나서자 이미 B동의 분위기는 세기말 그 자체였다.

        죄수들은 난리를 피우고 감독관들은 그들을 제지할 생각도 못한 채 깊은 구멍 속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자젤이 모습을 감추는 것과 동시에 나에게도 손님이 찾아왔다.

        일전의 쌍둥이 감독관인 샬롯과 엔이었다.

       

        “사악한 저주술사 클락.”

        “곧 경매가 시작되니 따라오세요.”

        “선량한 해주술사입니다. 그보다 괜찮나요? 자칫하다가는 미궁 전체가 무너질 것 같은데.”

       

        꿋꿋하게 항변하는 나의 말에 두 사람은 재빨리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번 기회에 실족사로 처리해 버리자’는 결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어째서인지 나를 이곳에 올 때 탔던 마차에 도로 태웠다.

       

        덜컹이는 마차가 지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과 반대로 수많은 치안대 소속 마법사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손에는 마장 대신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 위치노트와 기청에 사용될 법한 제사 음식을 들고 있었다.

        두 가지가 최초의 대학원생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인 듯했다.

        비장함을 품은 그들의 면면을 지나치자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마탑의 질서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대학원에마저 저주를 뿌리다니.”

        “언젠가 당신은 마땅한 죗값을 치르게 될 거에요.”

       

        엥?

        지금 나에게 하는 소린가?

       

        누가 보면 내가 마탑의 행정부를 조종하며 어떠한 법의 심판도 받지 않는 뒷세계의 거물인 줄 알겠다.

        허나 실상은 이쪽은 엄연한 공권력의 피해자이며 죄없이 끌려온 무고한 해주술사에 불과했다.

       

        30층의 시련을 없애버렸다느니.

        대학원을 붕괴시켜 대 탈주 시대를 열뻔 했다느니.

        그 과정에서 대륙 최악의 범죄집단 소속 마법사 하나를 몰래 빼내었다느니 하는 혐의는 모두 허황된 정의를 부르짖는 이들의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그 날이 적어도 오늘은 아닌 모양이네요.”

        “…….”

        “…….”

        “오랜만에 햇빛을 보니 좋군요.”

       

        말투가 정말 악역 집단의 수장처럼 변한 건 기분탓이겠지.

        마차가 경매장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느긋한 자세로 바깥 경치를 구경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더 아래로 내려가 최초의 대학원생 이야기를 썼다가, 내용이 다소 뜬금없고 해당 챕터에서 기대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플롯을 수정하느라 늦었습니다.
    후일 기회가 된다면 회수할 떡밥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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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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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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