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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크리스, 아침 드세요.”

        ​

        “꺄우!”

        ​

        “루나도 이빨이 나고 있으니까, 채소부터 먹어보자.”

        ​

        “까!”

        ​

        세레나의 음식은 훌륭하다.

        ​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 있는 삶.

        ​

        아주 평화로웠다.

        ​

        “제…제 것도 있습니까?”

        ​

        퀭한 얼굴의 알루어드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

        “와서 먹어.”

        ​

        “조!”

        ​

        “루나님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

        “꺄륵.”

        ​

        루나를 풀어 무릎 위에 앉혔다.

        ​

        채소조각 하나를 입에 가져갔지만 꾹 다물려 있는 입.

        ​

        까까를 원한다는 몸짓이 분명했다.

        ​

        “밥 먹고 줄게.”

        ​

        “아우으…!”

       

       아침부터 까까를 줄 수는 없는 법.

       

       어깨를 돌려보니 몸이 가뿐한것이 느껴졌다.

       

       “조금은 사라진 건가?”

       

       요 몇일 음기 때문인지 자꾸 어깨가 아팠었다.

        ​

        어젯밤에 간단하게 푸닥거리를 좀 했더니 풀어진 어깨.

        ​

        아직 신당 주위가 음산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

        “이게 다 잡귀들 때문이야.”

        ​

        살아 있는 사람들을 쫓아냈더니 죽은 사람들이 시장통 마냥 모여 들었다.

        ​

        장승때문에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주위에 빙 둘러져 있었지만 말이다.

        ​

        장승들도 쫓아낼 생각은 없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

        “간만에 휴가네.”

        ​

        “크리스는 조금 쉬어야 해요.”

        ​

        “쉴때가 되기는 했지.”

        ​

        그때, 대가리가 테이블 앞으로 스으윽 미끄러져왔다.

        ​

        – …..

        ​

        “손님?”

        ​

        끄덕.

        ​

        “어젯밤에?”

        ​

        끄덕.

        ​

        “지금 또 온다고?”

        ​

        대가리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돌리니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

        우리 영감님들과 드워프 한 명.

        ​

        친구라더니 셋이 같이 온 모양이다.

        ​

        “하부!”

        ​

        “세레나, 혹시 음식 더 있어?”

        ​

        “더 만들어올게요.”

        ​

        이윽고, 영감님들이 인사를 해왔다.

        ​

        “우리 왔다네!”

        ​

        “자네가 부탁했던 것도 알아 왔네.”

        ​

        파라몬 영감님이 안 보이더니, 그것을 알아보러 다녀온 것 같았다.

        ​

        일전에 오크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으니.

        ​

        아주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는 영감님들과 드워프.

        ​

        이름이 드잔트라고 했던가?

        ​

        어쨌든 드잔트의 눈이 세레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

        “하이엘프로군.”

        ​

        “맞아요.”

        ​

        나를 향하는 알 수 없는 눈빛.

        ​

        나보고 뭐 하는 놈이냐고 물었을 때와 비슷했다.

        ​

        “부탁했던 식기들을 가져 왔다.”

        ​

        퉁명스럽게 드잔트가 내민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곧장 손을 집어넣었다.

        ​

        “클로셀 네놈의 말대로군.”

        ​

        “말했지 않은가.”

        ​

        “도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한 것이지?”

        ​

        저렇게 물어도 딱히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

        짐작 가는 것이 있지만 설명하기가 굉장히 애매했기 때문이다.

        ​

        손끝에 느껴지는 그릇들을 잡아 꺼낸 나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

        휘어진 곡선.

        ​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

        ​

        거기에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하는 모양들.

        ​

        “굉장하네요…”

        ​

        “드워프의 물건은 항상 최고의 예술성을 가진다.”

        ​

        이 정도면 상을 차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

        오히려 조금 과할 정도의 물건이랄까.

        ​

        “약속대로 방울을 보고 싶군.”

        ​

        “그럼요.”

        ​

        방울을 잡아서 건네주려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드잔트.

        ​

        그의 얼굴에는 ‘지금 뭐 하는 짓이냐?’라는 감정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

        “테이블에 내려놓아라.”

        ​

        “….?”

        ​

        “남에게 귀중한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다.”

        ​

        역시나 대장장이 답게 물건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다.

        ​

        장인의 배려심마저 느껴지는 모습.

        ​

        테이블에 방울을 내려놓자 드잔트가 머리를 바짝 붙이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

        “호오…”

        ​

        “이보게 드잔트, 혼자만 감탄하지 말고 설명을 좀 해 보게나.”

        ​

        클로셀 영감의 재촉에 드잔트가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굉장히 단단하다. 파라몬 네놈이 쓰던 검보다 더 단단하겠군.”

        ​

        “그 정도란 말인가? 또 없는가?”

        ​

        “미스릴보다 가벼워 보이는군. 이게 무슨 금속인지 조차 모르겠다.”

        ​

        드워프도 모르는 금속이라니.

        ​

        솔직히 나도 갑자기 손에 잡히게 된 물건이라 방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

        그저 나에게 주어진 무구라는 것 밖에는.

        ​

        “금속이면서 금속이 아니다.”

        ​

        “…그럼?”

        ​

        “벤시나 스펙터가 때려지지는 않느냐?”

        ​

        그것들은 물론, 돌아다니는 영혼까지 때려지는 물건이었다.

        ​

        “전에 말했던 대로 원래부터 이렇게 생겼던 물건이다. 나무가 나무 모양으로 자라는 것처럼.”

        ​

        “호오…”

        ​

        클로셀 영감이 흥미로운 듯 눈을 번뜩였다.

        ​

        나 역시도.

        ​

        드잔트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이것은 어디서 난 것이지?”

        ​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

        “되었다. 곤란하면 말할 필요 없다.”

        ​

        정말 물건과 그 주인에 대한 예의가 확고한 종족이었다.

        ​

        단지 물건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고 그 이상으로는 파고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

        드잔트가 방울을 살피고 있을 때, 파라몬 영감이 입을 열었다.

        ​

        “일 전에 말했던 오크 말일세.”

        ​

        “네.”

        ​

        “제국 내의 오크들이 모두 사라졌더군. 정확히는 사라지고 있는 중일세.”

        ​

        “사라지고 있다고요?”

        ​

        생각해 보면 비슷한 공수가 내려오기는 했다.

        ​

        길을 잃은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느낌이었다.

        ​

        “일제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네. 그들이 가는 곳을 추적중이지.”

        ​

        “흐음…”

        ​

        “자네가 말했던 굴락이라는 오크를 특정하는 것은 실패했네.”

        ​

        쉽지 않은 일이기는 했다.

        ​

        인간들이 오크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추적을 하겠는가.

        ​

        이들에게는 몬스터일 뿐인데.

        ​

        이번에는 클로셀 영감이 입을 열었다.

        ​

        “자네가 저번에 네크로맨서의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주었지 않은가?”

        ​

        “그랬죠.”

        ​

        “그곳에서 많은 단서들을 확보했다네. 암호를 해독중이지.”

        ​

        제법 많은 양의 주머니를 털었다.

        ​

        죽은 네크로맨서의 주머니들을 모두 수거했으니, 그중에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

        “단서들이 일제히 같은 양상을 띄더군. 출처 또한 유추가 가능했네.”

        ​

        “어디인가요?”

        ​

        “하르프 왕국일세.”

        ​

        대륙의 한쪽 끝에 있는 나라다.

        ​

        바다와 붙어 있는 곳.

        ​

        해상무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왕국이었다.

        ​

        “그곳에서 제작된 물건들이 많았네.”

        ​

        “흐음….바다라…바다…”

        ​

        무언가 익숙한 기분이다.

        ​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느낌.

        ​

        “맞네, 물이 있구나?”

        ​

        “아는 것이 있는가?”

        ​

        “지난번에 베르테라는 놈을 잡을 때, 물 비린내가 확 났었거든요?”

        ​

        “호오…자네가 그렇다고 하니 관련이 있는가 보군. 그들이 잡아갔다던 그 자인가?”

        ​

        영감들이 흥미로운 듯 귀를 기울였다.

        ​

        “지난번에 구했던 한스아저씨의 영혼도 그렇고, 세계수때도 그렇고,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예요.”

        ​

        “계속 말해 보시게.”

        ​

        “마법이라기보다는 영혼과 관련된 일이 많았어요.”

        ​

        “네크로맨서들이 원래 그런 걸 하는 족속들이니…”

        ​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

        영혼을 타락시켜 레이스로 만들고, 세계수에 허주를 씌웠다.

        ​

        이번 역시 푸른색의 불을 이용해 주변의 영혼들을 홀렸고 말이다.

        ​

        마법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주술적인 방법이었다.

        ​

        이런 생각을 말하니 영감들이 신중한 얼굴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

        “….”

        ​

        “….그렇군.”

        ​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영감님들.

        ​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어진 사람들 답게 무언가를 유추해 낸듯 싶었다.

        ​

        “자네가 말했던 그 주술이라는 것 말일세. 그게 오크의 것이라 추정하지 않았는가?”

        ​

        “맞아요.”

        ​

        “그것을 읽을 오크 또한 만났다고 했고 말이네.”

        ​

        “자네가 나에게 부탁한 그 오크로군.”

        ​

        굴락이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샤먼의 후예라 했으니 연관이 깊었다.

        ​

        “네크로맨서들이 그런 오크를 잡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군.”

        ​

        네크로맨서들을 피해 오크들이 어디론가 몸을 숨기고 있다?

        ​

        신빙성이 있는 말이지만 느낌이 오질 않았다.

        ​

        무언가 딱 맞는 촉이 없다는 소리다.

        ​

        “베르테가 물에서 뭔가를 한 것이 주술이라고 가정하면 그들이 잡아간 것도 말이 되지.”

        ​

        “하르프 왕국과 연관된 단서가 많이 나온 것도 설명이 되는군.”

        ​

        “흐음…”

        ​

        다시 생각에 빠지려던 그때, 클로셀 영감이 입을 열었다.

        ​

        “자네, 좀 도와줄 수 있겠는가?”

        ​

        “그럼요.”

        ​

        당연한 소리다.

        ​

        영혼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놈들인데, 이걸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

        하는 짓을 보면 괘씸 그 자체인 족속들이다.

        ​

        망자의 혼을 더럽히고 육신을 욕보인다.

        ​

        심지어 마족과 같은 악귀를 섬기는 집단.

        ​

        “곧, 하르프왕국으로 사신들이 파견될 예정이네.”

        ​

        “거기에 같이 가면 되나요?”

        ​

        “우리와 따로 움직이지. 공식적으로 가게 되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말일세.”

        ​

        어째 휴가가 오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

        이번것도 제법 힘들어 보이지 않는가?

        ​

        “아직 출발은 못해요.”

        ​

        “할 일이 있는가?”

        ​

        “신당 주위가 너무 음산해져서요.”

        ​

        묘지의 근처인데다가 잡귀들까지 많이 모여 들었다.

        ​

        신당과 장승이 막아주기야 할 테지만 이대로 두어서 좋을 것도 없었다.

        ​

        집 주위가 통째로 도깨비터 마냥 변해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니.

        ​

        “며칠 동안 음기들을 풀어야 할 것 같아요. 어제도 한번 하기는 했는데…”

        ​

        “당장 출발할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게나.”

        ​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알루어드가 헛기침을 했다.

        ​

        “말씀나누시던 중이어서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이미 교단에서 그곳으로 사람을 파견했습니다.”

        ​

        “호오…그러고 보니 자네도 한가락 하는 인물이었지.”

        ​

        클로셀 영감님의 말에 알루어드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

        “클라인님의 제자인 한스씨와 성기사들이 그곳으로 출발했습니다.”

        ​

        “교단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가는 것인가?”

        ​

        “배신자들을 심문하던 중에 하르프 왕국이 언급되었다고 하더군요.”

        ​

        역시나 내가 맡았던 냄새의 출처가 그곳이 맞는듯했다.

        ​

        그때, 파라몬 영감이 품에서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

        – 아버님, 보고드립니다..

        ​

        들려오는 아버님이라는 호칭.

        ​

        영감님의 아들인가 하고 쳐다 보니, 대답하는 영감님의 얼굴이 딱딱했다.

        ​

        목소리 역시도.

        ​

        “말해 보거라.”

        ​

        – 오크들이 제국의 국경을 넘어 이동 중입니다. 한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

        “목적지는?”

        ​

        – 아직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

        “조사하도록.”

        ​

        수정구에서 사라지는 불빛.

        ​

        원래 부자간의 대화가 저렇게 딱딱한 것일까?

        ​

        그건 그렇고 오크들이 향하는 방향이 혹시….

        ​

        굴락을 만났던 절벽의 위치를 가늠해 본 나는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

        “영감님들, 저기로 가면 뭐가 나오나요?”

        ​

        “바다가 나오네.”

        ​

        “하르프 왕국과 맞닿아 있는 곳이지.”

        ​

        이놈의 무당팔자 어디까지 꼬여 있는 건지 이제는 알 수도 없다.

        ​

        “지랄났네 진짜.”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해보니 오늘 00시면 이렇게 올려야 맞더라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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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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