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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나는 빈민가에 어린아이의 몸에 빙의했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

       조금만 움직여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연약한 육체에 나는 눈을 떴었다.

       

       

       -뭐야. x발.

       

       

       전생과 똑같은 얼굴.

       머리 색만 다를 뿐. 전생의 모습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몸에 기억은 그리 반갑지 않은 추억으로 가득했다.

       

       

       매춘부에게서 태어나 버려진 기억.

       굶어서 생을 마감한 우울한 기억이 있는 몸에 나는 빙의를 했었지.

       

       

       처음에는 많은 방황을 하며, 빙의를 시켜줄 거면 귀족에 시켜달라고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욕을 했지만, 사람의 생존 욕구는 비참한 인생을 잊어버릴 만큼 열정을 가지게 했었다.

       

       

       빙의고 뭐고 일단 살고 보자고.

       

       

       그래서 나는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예쁜 눈나! 미래의 남편이 떨고 있어요.

       -호호호? 나한테 지금 누나라고 한 거니? 내가 지금 40살이 넘는데?

       -어머, 누나가 아니라 아가씨였네요.”

       -호호홍. 얘 말 참 재미있게 한다.

       

       

       특출날 것 없는 평범한 몸이었지만, 전생에 서울역에서 용돈 벌이를 한 기억을 되살려 천천히 삶을 윤택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나는 경력직이었으니까.

       

       

       나사가 풀린 것처럼 생활했었다. 수줍게 구걸하는 꼬마들의 빈 깡통을 보며 ‘허접.’이라고 웃고 다니며, 가득 찬 내 깡통을 보여주며 놀리는 다니는 미친놈.

       

       

       -뭘 봐. 거지들아.

       

       

       내가 생각해도 나는 미친놈이었다.

       

       

       구걸한 돈을 덩치 큰 놈한테 빼앗기고 나면 음침한 밤길에 돌멩이 하나를 들고 문안 인사를 드리기도 했었으니까.

       

       

       -내 돈으로 잘 먹었냐? 오크 놈아.

       -야…야..야…! 그거 놓고 이야기하자.

       -사랑의 마음이 듬뿍 담긴 엑스칼리버다. 새끼야.

       

         

       골목 생활이 1년이 되었을 무렵.

       

       

       자연스럽게 나는 골목의 왕으로 군림하게 됐다.

         

         

       마약이나 범죄에 손을 대는 무리와 엮이는 대단한 놈은 아니었지만, 부모의 손에 버려진 빈민가 꼬맹이들의 왕으로 군림했었지.

       

       

       -자. 오늘부터 나를 ‘보스’라고 부른다.

       -나는 너보다 형인데.

       -어쩌라고. 나보다 잘 벌던가.

       -…돈 많이 벌면 형님이 맞지.

       

       

       맞기도 많이 맞았고.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른 부랑아들에게 끌려가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했었지만, 나는 악착같이 살아남았고 빈민가의 꼬맹이들에 영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고아였던 전생의 과거를 아이들에게 투영했던 걸까. 말라가는 꼬마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까.

         

         

       힘들게 살던 과거를 보는 것 같았고, 고아로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으로 봉사라는 걸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배도 채워야 했고.

       

       

       아가씨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아가씨의 손에 이끌려 빈민가에 나오기 전까지도 그렇게 살아왔었다.

       

       

       구걸하고. 싸우고.

       저녁이 되면 구걸한 돈으로 아이들과 빵을 나누어 먹으면서 우울한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으라는 설교를 하는 것.

       

       

       그것이 전생의 ‘이민혁’이란 이름을 가진 빙의자의 생활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은발의 소년이 길가에 버려져 있었다.

         

         

       온몸에 멍이 가득하고.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뭐야. 얘가 왜 여기 있어.

       -아는 사람입니까?

       -아니? 초면인데.

       -…?

       

       

       [미하일 Lv. 2]

       [직업 : 백수]

       [호감도 : 5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가족, 배고파, 버림받지 않았어. 애정. 아파. 살려줘]

       

       

       -일단 데려가자.

         

         

       그것이 미하일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말이지…

         

         

       *

         

       

       카일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올곧이 보고 있었다.

       

       

       손에 담배를 들고 차가운 겨울의 공기를 마시며 하얀 연기를 내뿜는 카일의 푸른 눈동자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1년 전에 너에게 편지를 보냈었지.”

       “미하일에 대한 편지였죠.”

       “잘 알고 있군.”

       

       

       1년 전.

       카일은 분노를 가득히 담은 편지를 내게 보냈었다. 아가씨가 흑마법을 쓰게 된 경위와 이유를 정확하게 알리라고. 그리고 미하일에 대한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편지를 썼었다.

       

       

       아가씨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평민이 귀족을 망가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쓴 편지.

       

       

       미하일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을 가득 담아야 했던 편지였다.

       

       

       미하일에 대한 인간관계와.

       그에 대한 약점.

       그리고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까지 모두 적으라고 카일은 내게 말했었다.

       

       

       데스문트라는 가문의 식솔을 건든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카일의 편지에 나는 ‘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하고 답장을 보냈었지.

       

       

       카일은 그에 대한 진위를 나에게 묻고 있었다.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차기 가주가 품은 분노는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침묵이 길어지자, 카일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마법으로 태우며, 재로 만들어버렸다. 무겁게 피어나는 하얀 연기가 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왜 나에게 평민 놈에 대한 정보를 보내지 않았지.”

       “죄송합니다.”

         

         

       카일은 무거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이해할 수 없군.”

         

         

       다시 한숨을 뱉은 카일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내게 물었다.

       

       

       “그놈의 뒷조사를 했었다. 록산 수녀원에 입양되기 전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모든 내용을 말이지.”

       “…”

       “생각보다 힘들었어. 평민의 신상 하나를 터는데, 제법 많은 돈이 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

       “고생하셨군요.”

       “그래 고생했지… 근데 말이야. 털면 털수록 나오는 게 하나도 없더군. 수녀원 출신으로 살아오다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 이게 1년 동안 그놈에게서 얻어낸 정보의 전부다. 마지막으로 하나 알아낸 것이 있다면….”

       

       

       카일은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그 위에는 ‘무료 급식소’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붉은 머리 소년을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밝은 웃음을 짓고 꼭 끌어안고 있었다.

       

       

       “검을 쓰는 평민 그놈이 너와 같은 빈민가 출신이라는 것. 이것에 대해서 할 말이 있나?”

       

       

       침묵이 길어졌다.

       

       

       답을 묻는 카일과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나.

         

         

       과거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는 침묵하는 게 전부였다. 조금은 우울한 과거였으니까.

         

         

       침묵이 길어지자, 카일은 깊은 한숨을 뱉었다.

       

       

       “네가 데스문트에 악의를 가지고 접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진작에 내가 발견했을 거고 아버지께서 너를 죽이셨겠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카일은 서슬 퍼런 푸른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이놈에 대해서 아는 것을 말해라.”

       “왜 그러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책임을 물을 거다.”

       

       

       카일은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줬던 상냥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 차가운 복수를 담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소중한 사람부터 천천히 시들게 만들어서 그놈이 했던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게 할 거야.”

       “의미 없는 일입니다.”

       “내 동생이 겪은 일이 의미 없다는 말인가.”

       

       

       카일은 지지 않고 내게 답했다.

       

       

       “그놈은 올리비아를 다치게 했다.”

       “원인은 저희에게 있습니다.”

       “결론은 올리비아가 다쳤지.”

       “미하일도 저희 때문에….”

       “지금 누구의 편을 드는 거지!”

         

         

       주먹을 꽉 쥐고 노성을 지르는 카일의 모습에 마음속의 근심은 더욱 깊게 쌓여갔다.

       

       

       “리카르도. 너는 평민이 귀족을 해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그저 저는 미하일의 친구라서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

       “친구? 아카데미에서 그 평민 놈과 너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건가.”

       “…”

       “정곡을 찔렀군.”

       

       

       카일은 다시 한번 내게 말했다.

       

       

       “나는 그 평민 놈에게 데스문트라는 이름의 무게를 알려줄 생각이다.”

       “아가씨께서 싫어하실 겁니다.”

       “…”

       

       

       아가씨의 이름이 나오자, 멈칫하는 카일. 나는 기세를 잡아 카일에게 주제넘은 의견을 뱉었다.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 마음이 식었다 하더라도 아가씨께선 미하일이 자신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된다면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방지군. 오히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가씨가 잠들어있을 저택의 3층을 바라보며 카일에게 말했다.

       

       

       “아닐 겁니다. 카일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사람을 패는 것은 좋아해도 죽이는 건 싫어하는 것을.”

       “…”

       “설령 그것을 바란다 하더라도…”

       

       

       나는 카일을 향해 올곧은 눈으로 말했다.

       

       

       “저는 그에 대한 정보를 말할 수 없습니다.”

       

       

       만약 내가 미하일에 대해 카일에게 말한다면 유리아도 위험해질 것이 분명할 테니까.

         

         

       안 그래도 소설 중반부터 먼지 바닥을 구를 운명인 미하일과 유리아인데, 카일이라는 거대한 악을 만나는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미하일 그놈은 상관없지만.

       유리아는 아니니까.

       

       

       카일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며, 불을 붙였다.

         

         

       “하아… 역시.”

         

         

       이럴 줄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카일은 내게 내밀며 말했다.

       

       

       “내일 저녁까지 차고 있어라.”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1년 전에 나라면 그놈을 죽였겠지.”

       “…”

       “하지만 올리비아도 조금 성장한 것 같으니까. 가벼운 경고에서 넘어가도록 하지. 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그때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원수입니다. 그 로리콘 새끼”

       “로리?”

       “제국군에 잡혀갈 수 있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카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심해야겠군.”

         

         

       나무 팻말을 넘겨주고 손을 터는 카일은 그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멈칫.

       

       

       “올리비아의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

       

       

       자상한 말로 내게 감사를 표했다.

         

       

       *

       

       

       다음 날 아침.

         

         

       아가씨는 뚱한 표정으로 어제 자신이 벌을 받고 있던 복도의 구석을 보며 물었다.

         

         

       “뭐해?”

       “벌 받고 있습니다.”

       “어제 나도이랬어?”

       “네.”

         

         

       아가씨의 표정은 일그러져갔다.

         

         

       “이이이익!!! 오빠!!!!!”

         

         

       현타가 오는 아가씨를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오늘은 조금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닷!
    미하일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등장했으니 말이죠…
    맛있게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불가능 했습니닷!

    더욱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kimdoyunniming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카일이 미하일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번화에 나와 있습니닷!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독자님에게 바다의 요정! 바다의 우유! 겨울철의 굴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지…! 이 요정 추운 날씨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처럼 추운 날씨 얼어죽지 않기 위한 방한의 요정! 털장갑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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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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