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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9,251명.

        

        ‘하모니와다크존합방’이라는 무진장 간단한 방제 옆에 띄워진 네 자리의 – 또는 다섯 자리가 되기 일보 직전의, 현재 스트리밍 중인 유진이라는 사람의 방에 머물러있는 시청자들의 수.

        

        이들은 유진이라는 기치 아래에 느슨하게 뭉친 일종의 집단공동체이자 대규모 지성이었고 – 물론 그것이 쓸모있다는 소린 아니었다 – , 어쨌든 그녀의 방송을 보고자 모였다.

        

        요컨대 이들은 일종의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였는데, 물론, 느슨하게 모였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예외가 어느 정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그 예시가 하나 있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폭발과 고성이 사방팔방에서 터져나오고 있었으나, 9천 명에 달하는 중 한 명, 또는 달리 말해 어제부로 새로이 유진의 유어스페이스 편집자로 취직하게 된 그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상당히 바빴기에 – 비록 팬스페이스를 운영한 지 2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채널의 구독자와 영상의 조회수는 그야말로 수직으로 치솟았다고 할 정도의 기세를 보였다.

        

        당연하게도 앞으로는 공식적인 편집자로서 활동해야만 하는 만큼, 팬스페이스의 정리가 필요했다.

        

        

        

       ‘채널 통합 기능이야 있긴 한데….’

        

        

        

        문제는 이걸 하려면 구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찬반 여부를 확인해야만 하고, 그 후 그 결과를 증빙자료로 만들어 유어스페이스에 제출해야만 했다.

        

        이후 채널 통합이 승인된 후에도, 두 채널 매니저 간의 합의를 통해 레이아웃을 꾸미고, 남길 영상과 삭제할 영상을 정하고, 그 외…물론 이건 아직 한참 먼 나중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의 고민거리가 아니라고 할 순 없었다.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그는 유진의 정식 편집자로 확정되지마자 여러 논의를 끝낸 후 팬스페이스 커뮤니티에 이에 대한 공지사항을 올렸다.

        

        

        그것이 첫 번째.

        

        

        그 후 두 번째 이유로는,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직을 정리해야만 한다는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유진과 번호를 교환하게 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고, 더 나아가 앞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일 그녀의 채널을 관리하게 될 첫 번째 편집자가 될 예정인 이상, 다른 부분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어질 터였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채널이 영 좋지 못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팬이 스타의 유어스페이스 채널을 말아먹는다니, 그야말로 트리위키에 길이길이 박제될 흑역사일 것이다.

        

        그렇기에 제의를 받은 이후 하루종일 머리를 굴리며 채널을 키울 방법을 모색하고, 만약 운영이 엄청나게 잘 되어 확 커버린다면 이를 용이하게 관리할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자신이 신경쓸 영역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런 말로 딱 자르기엔 생각이란 녀석은 연기처럼 휙휙 흩어지는 녀석이었다.

        

        그것이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가 무엇이냐 하니.

        

        

        

       -타닥타닥.

        

        

        

       -[꼬리편집자 : 유진님…?]

        

       -[꼬리편집자 : 타 스트리머 분이랑 합방할때는 영상을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까요?]

        

        

        

        하모니의 방송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되려 유진이 방송을 하기 전부터 시청자로서 활동했다면 활동했지…만, 작게는 폰트에서부터 편집 스타일, 컷배분과 분량 배분 – 물론 유진의 유어스페이스니 그녀의 분량이 우선이겠지만 – 부터, 크게는 수익 배분까지.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그는 남들이 방송을 즐길 때 한숨을 내쉬며 하모니의 채널에 들어갔다.

        

        돈이란 참으로 벌기 어려운 것이었고, 넘어야만 할 풍랑과 파도는 넘쳐났다.

        

        편집자로서의 근무 첫 날이었다.

        

        

        

        

        

        

        

        

        

        

        

        

        

        

       <루빈스타인 님이 1,000원 후원!>

       -오늘은 닼존하루종일까진안할거지?얼른말해편집자의인권을보장해라!!(당근흔들기)

        

       -[어림도 없어, 루빈아. 내가 구르고 있는데 너희들이 안 구르면 안 되지 않을까?]

        

        

        

       -편집자 오늘도 개같이 오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편집자 게임편집자 쇼츠편집자 다달라붙는중 ㅋㅋㅋㅋㅋㅋㅋ

       -ㅋㅋ미관제구역의 악몽 스멀스멀되살아나죠?

       -20분짜리 영상 4개를 일주일안에 올리는 방법 : 편집자를 쥐잡듯이 잡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

        

        물론 당연하게도, 하모니의 편집자 또한 비슷한 고뇌에 빠져있었다.

        

        비록 방향성은 유진 측과는 달랐긴 했지만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녀의 편집자들은 하모니가 다크 존을 할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똥겜으로 단련된 하모니의 아다만티움 멘탈과, 그 정도의 강철-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GG를 칠 수준의 강의를 폭포처럼 쏟아내는 유진.

        

        이 둘의 케미는 그야말로 미칠듯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어느 부분을 편집해야만 할지 도저히 모를 정도의 밀도 높은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토크면 토크, 상황이면 상황.

        

        그리하여 탄생된 원본 영상이 과도하게 재미있다면, 편집자들은 긴장을 타기 마련이었다. 잘못하면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우와아악! 선생니임! 사방팔방에서 총쏘는 드론이랑 적들이 날아들고 있어요!]

        

       -[구경이 낮아서 맞아도 안 아파요!]

        

       -[어떻게 사람이 총을 맞아도 안 아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총도 살살맞으면 안아픔

       -훈련소가면 총 살살맞는법 가르쳐주는데 이걸모르내ㅋㅋㅋ

       -새끼손톱만한 게 소리보다 빨리날아오는데 어케안아픈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만 잘하고 대화 수듄은wwwwwwwwwwwwwww

        

        

        

        어쨌든, 지금은 방송이 끝나긴커녕 아직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될 것이었고, 고작해야 클립과 메모 기능을 켜놓은 채 – 이건 영상에 넣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만을 간간히 콕콕 집어 메모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물주이기도 한 하모니의 댕청미는 유진의 순수 피지컬에 비하면 볼 부분이 없었는데, 특히───

        

        

        

       ───콰아앙!

        

        

        

       -[아니, 방금 뭐하셨어요? 우왁!]

        

       -[반대쪽으로 사족보행 저격 터렛 돌아요, 맞으면 튕겨나갈 정도로 큰 탄을 쏘니 조심하시고.]

        

       -[옴마야, 무기 실험장이라더니 진짜 난장판이야…!]

        

        

        

        허공을 날아다니는 드론이 자신의 근처로 온 틈을 타 그것을 잡아챈 유진은, 그것을 벽면에 내리쳐 프로펠러 부분을 부순 뒤 후행하는 다른 드론에 던져버렸다.

        

        그것을 얻어맞아 삽시간에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폴른-타격기 드론을 뒤로 하고, 그녀는 발당 2.2달러에 이르는 라푸아 매그넘을 쾅쾅 쏘아대며 사족보행 터렛을 말 그대로 불구로 만드고 있었다.

        

        폭음 사이로 들려오는 이카루스 디바이스의 기계음만이 분위기를 환기할 뿐이었다.

        

        

        

       “…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유진의 플레이는 보면서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하루에 십수 시간을 다크 존에 투자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당장 하모니의 편집자이기도 한 루빈과 왈츠, 러다이트는 한참 전에 다크 존의 메인 미션을 전부 민 올드 유저이기도 했고, 더 나아가 새 캐릭터들을 몇 번씩 키우면서 메인 미션을 플레이하기도 했다.

        

        적어도 만 명, 하모니와 유진을 합쳐 2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의 대부분 역시도 그러할 것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서로간의 토크 뿐만이 아니라, 분명 자신들이 한참 전 걸어갔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보지 못했던 온갖 괴랄한 상황들이 끝도 없이 연출되었다.

        

        게다가 유진은 기본적으로 실제와 같은 전술기동 및 소분대 택틱에 이골이 난 듯한 것처럼 보였기에, 그저 냅다 총을 갈겨 쓸어버리는 이들과는 다르게 수신호와 소음, 다양한 지형지물을 사용하여 진짜 전장에 온 듯한 착각을 줬다.

        

        하모니 역시도 그걸 잘 따라하고 있기도 했고.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어느샌가 유진과 하모니의 방송은 근래 들어 그 누구보다도 AP 프로게이머들이 열성적으로 시청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뭔가 익숙한 것들이 보이는데.’

        

        

        

        트리키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릴 수 있는 몇몇 기능들이 있었다.

        

        가령 글씨체나 닉네임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거나, 조금 더 눈에 띄는 것을 말하자면, 닉네임의 앞에 붙은 다양한 이모티콘 또는 여러가지 이펙트 등등.

        

        그 중에는 당연히 희소성이 있는 것들도 많았고 – 비록 도네이션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고, 스트리머도 알 수 없었으며, 오로지 같은 시청자들만이 확인 가능했지만 – 몇몇 개는 발자취 또는 소속 그룹을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편집자인 동시에 한 명의 시청자로서 채팅창에 들어와있는 이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몇몇 개 있었다.

        

        

        

       -[Veritas//그리즐리] : 드론을 집어던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라든가,

        

        

        

       -[BlankK1KERS//ASDF] : 사격실력ㅗㅜ….

        

        

        

        등등.

        

        예선 랭크가 시작되면서, 트리키에서 활동하는 – 스트리머든 시청자든 간에 상관없이 – 모든 프로게이머들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소속을 알릴 수 있는 이펙트와 닉네임을 사용해야만 했다.

        

        까놓고 말하자면, 익명성의 뒤에 숨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AP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름마저 저렇게 채팅을 치고 있는데, 아무런 이야기조차 하지 않은 채 관전을 진행 중인 프로들은 실제로 더욱 많을 것이었다.

        

        

        한편, 그러는 사이에도 유진과 하모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지하를 말 그대로 박살내고 다니며 순수한 폭력의 권화를 흩뿌렸다. 그러면서도 결코 그만둘 생각은 없이, 되려 시설의 안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미션은 그다지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아르테미스 소속 PMC 일원들은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기어코 회사 생산 병기들과 접근 권한을 중국과 러시아 측에 넘겨버렸고, 오퍼레이터들은 하는 수 없이 서버에서 정보를 추출한 뒤 전부 박살내고 나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은 점차 가깝게 다가왔고, 두 명은 결국 그것과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알림 : 잔존 네트워크 로그 발견. 대규모 데이터 송신 흔적 검출.]

        

       -[…이게 무슨 소리에요?]

        

       -[이미 누출되었다는 소리죠. 저희가 한 발 늦었어요.]

        

        

        

        눈에 보일 정도로 낙담하는 하모니와, 언제나 그렇듯 큰 표정 변화조차 없이 장비를 점검하는 유진.

        

        반쯤 스크립트화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FOV였고, 그 내용은 간단했다. 정보는 이미 누출되었고, 접촉을 감지하여 자동 방어기제가 나타난다.

        

        외골격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특수 적들과 오만가지 잡다한 살인 로봇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전에 설치해둔 EMP 폭탄으로 이들을 일시적으로 고장낸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게 목적이었다.

        

        대충 그런 스토리였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을 기준으로 하면.

        

        

        EMP가 발동하며 일순간 모든 것들이 암전된 가운데, 투둑 하고 단추가 뜯겨나가는 소리를 내며 파공성이 시청자의 귀청을 짤막히 적셨다.

        

        

        

       -으직!

        

        

        

        팟. 

       

        듣기에 영 좋지 못한 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예비 전력이 가동되며 허공에 불이 들어왔다.

        

        상당한 참사가 눈 앞에 있었다.

        

        

        

       -[또 선생님 작품이네요.]

        

       -[근처에서 뭔가 주춤거리는 것 같길래 반사적으로.]

        

        

        

        아무튼 그것을 요약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최첨단 방탄 헬멧조차 택티컬 해머를 막지는 못했다는 사실?

        

        

        

       -ㅎㄷㄷㄷㄷㄷㄷ;;;;

       -총알맞아도 잘안깨지는 대가리를 해머하나로…??????

       -유입쉑들 유진선생님보고 놀라는거 커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에서 3대 700 넘게 칠 법한 사람한테 꿀밤맞음 저렇게되지 그야ㅋㅋ

       -[LegioInvicta//아리스토 : 아니 이무슨;;;;]

        

        

        

        이들의 방송에 최근에 유입된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보았냐면서 눈을 연신 비벼대고, 비교적 오랫동안 – 또는 처음부터 이러한 케미를 본 이들은, 그저 그것을 낄낄 웃으면서 관람할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루인과 왈츠, 러다이트는 후자였다.

        

        그리하여, 이들의 엔그램 방에는 단 한 마디만이 올라올 뿐이었다.

        

        

        

       -[러다이트 : 안 넣을 수가 없는 장면 하나 나왔네 ㅋㅋ]

        

        

        

        여러 번 본 이들조차 놀라는 판에 최근에 유입되거나 – 또는 평소 플레이를 보러 들어온 사람들은 어떻겠어.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유진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강제로 높히고 있었다.

        

        아직 방송이 끝나려면 한참 멀은, 9월 초의 어느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모티콘 20개 완성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릴 것 같습니당

    그럼 저는 본격적으로 연습의 늪으로….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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