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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아크: 아 그리고]

       [아크: 아시죠?]

       [아크: 저 예나님 믿어도 되는 거죠?]

        

       합방 시작을 약 10분 남긴 시점.

        

       아크로부터 디스코스 메시지가 도착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그럼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술 얘기겠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비상시에만 사용할게요]

        

       [아크: 비상시요……?]

       [아크: 대체 무슨 비상시에]

       [아크: 아니에요]

       [아크: 아무튼 믿을게요]

       [아크: 그리고 공식방송이라 유동 어그로 많이 끌릴 수 있거든요]

       [아크: 나무꾼이나 포션 같은 용어는 조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크: 눈에 불을 키고 논란 만들려 드는 사람들도 올 거라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포션이라뇨]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사제 혐오 안 해요]

        

       [아크: 다른 건 왜 부정 안 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예나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그럼 방송 준비하러 가볼게요]

        

       [아크: 도망가지 마시고]

       [아크: 자 따라해보세요]

       [아크: 캐릭터는 취향이고, 저는 광전사를 혐오하지 않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아크: ……화내지 마시고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아크: 울지도 마시고요……]

       [아크: 제가 울고 싶어지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합방 시작 시간 거의 다 됐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전 준비 다 됐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시작하실 때 음성채팅으로 불러주세요]

        

       [아크: ???]

       [아크: 예나님도 방송 키셔야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사실 고민하긴 했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 켜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중이었어서요]

        

       [아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크: 제발……제발……제 팬이라면 방송 켜주세요]

        

       아크의 팬이 된다는 건, 이런 의무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인 걸까.

       

       그런 의무가 생겨날 리가 없다고 부정하려던 순간, 내가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시켰던 과거가 떠오르고 말았다.

        

       ……할 말이 없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알겠어요]

        

       이게 업보라는 거구나. 평소에 그리 도덕적으로 살아도, 인간인 이상 조금씩 쌓이는 과거의 업은 방지할 수 없는가 보다.

        

       너희 중 죄가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하니, 모두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고 하더니. 과연, 4대 성인 급이 아닌 이상에야 도리가 없는 거겠지.

        

       그래도……이로써 모두 청산된 거 아닐까.

        

       [도적부흥운동 – 동료와 함께]

        

       방제를 입력한 후에도, 잠시 방송 시작 버튼 위에 커서를 둔 채 망설였다.

        

       어제의 방송이 너무 완벽했던 탓이다. 돌연 등장해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고, 조용히 떠나가는 연주자. 깔끔하잖아.

        

       내가 생각해도 좋은 마무리였다.

        

       그 여운을 미처 즐길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 또 방송이 켜지면 아쉽지 않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팬을 자처한 당일에 다시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시청자들을 위해서는, 다음에 다시 연주방송을 해줄 수밖에. 그 때는 더욱 실력이 늘어있을 테니, 어쩌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합방을 공지로 미리 예고했던 덕일까. 현재 시청자들을 나타내는 숫자가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따하~ 따하~ 따하~ 따하~』

       『왜 방송시작 시간을 아크 팬카페에서 확인해야하는 거니 따먹따먹아…』

       『최고에요 도적도적』

       『그래도 켜줘서 고맙다 ㅠㅠㅠ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이 미친년이 노방송 합방할까봐 무서웠으면 개추 】

        

       『ㄱㅊ』

       『ㄱㅊㄱㅊ』

       『합방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되는게 아니라 존나 무서웠음』

       『공지에 댓글이 200개가 달렸는데 답글 하나를 안 달아 텐련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바는 ㅉㅉ 아무리 그래도 합방인데 방송을 안 켜는게 말이 되냐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노방송 챌린저는 말이 되고?】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이 자기들끼리 노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러면 나는 없어도 되지 않나?

        

       다음에, 방송만 켜 두면 어떠려나. 판을 깔아주는 그런 느낌으로. 꼭 해봐야지. 오늘……오늘은, 무리지만.

        

       “아아. 잘 들리시나요?”

        

       어지러이 올라오는 채팅들. 오늘도 여전하다. 모두 읽기엔 너무 빠른 채팅이지만, 드문드문 흐름이 느려질 때마다 눈에 박히듯 들어온다.

        

       ‘언니 목소리 너무 달아서 녹아버릴 거 같아요’……이 사람은 밴 하면 안 되려나.

        

       아니, 진짜로.

        

       한 번 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공지드린 바와 같이, 아크님과 합동 방송이에요. 대회 팀 멤버 결정되는 내용 같이 보고……아마 그 후엔 6명 다 같이 인사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공식 방송이 끝난 후의 일정은 아크와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했다. 팀 멤버들이 결정되고 나면 8시 조금 넘을 거라고 했던가. 

        

       시간이 조금 애매하긴 하네.

        

       “팀 멤버들이랑 연습……해야죠. 그런데 오늘 팀 결정되고 바로 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네, 다들 스케줄 있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오카리나 연습 일정이 있어서 오래는 못하는데. 음……채팅을 천천히 해주세요. 채팅창은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에요. 모두가 채팅을 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음…….

       

       공식 방송이어서 유동 어그로가 많을 수 있다더니, 정말이구나.

        

       화염 모양 이모티콘으로 가득차기 시작한 채팅창을 조금 축소하고 있자니, 때마침 아크로부터 디스코스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크: 예나님]

       [아크: 시작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이어서 울려퍼지는 디스코스 통화 연결음의 틈바구니로, 대회 개요를 설명하는 해설들과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삼스럽게 설레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얼마만의 팀 게임인가.

        

       ……저번에 11인 시청자참여 게임이 있긴 했지만……그런 거 말고. 제대로 된 팀 게임은, 얼마 만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솔랭보다는 팀게임이 좋았다. 적성에도 더 맞았고.

        

       대회, 제법 즐거울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웃었다.

        

       .

       .

       .

        

       첫 공식 대회라더니. 상당히 힘을 준 모양이었다.

        

       제법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성된 화면이었다. 각 팀에 속한 멘토들의 티어와 주 포지션 등을 소개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구성도 매력적이었고.

        

       《아! 아따먹님 나온다! 하이라이트 너무 기대돼요.》

        

       아크의 텐션 높은 멘트에 이어, 약간 음량을 줄여 둔 공식 방송에서 캐스터가 소개를 시작했다.

        

       《자, C조의 세 번째 멤버입니다! 태풍처럼 등장해서 나오나 판을 흔들고 계신 분이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입니다! 주 캐릭터는 무려 도적! 주 포지션은……아, 이것도 도적이라고 적어주셨네요. ……보통은 지하라고 하시는데, 역시 도적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멘토답습니다. 대회에 앞서 하고 싶은 한 마디는, ‘도적부흥운동’……이네요. 정말로 한 마디를 하셨습니다.》

        

       『따먹따먹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누나……』

       『이게 공감성 수치구나』

       『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 내가 부끄럽지』

       『얘가 이래도 사람은 착…한가?』

        

       《하지만 도적 유저라고 가볍게 생각하다간 큰일 날 겁니다! 이 분은 스트리머 중 최초의 여성 챌린저이자, 현재도 챌린저 483등을 기록하고 있는 실력자입니다. 많은 챌린저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다크호스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하이라이트를 감상해볼까요?》

        

       해설의 멘트와 함께, 레반과의 결투 영상이 흘러나왔다.

        

       ……원래, 통으로 오려 붙여서 제출하려고 했는데. 하이라이트 영상 제출했냐고 물어보는 아크에게 대수롭지 않게 건네줬다가, 다양한 표현으로 잔소리를 듣고 받게 된 (아크의 편집자가 직접 만들어준) 편집본이다.

       

       고마운 사람만 날로 늘어가는 삶……괜찮은 걸까.

        

       감사를 표하고자 피눈물을 머금고 아크 방송의 강퇴반사권을 양도하려 했으나…… ‘아따먹님이 쓰시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라는 영문모를 대답과 함께 거절당했고.

        

       결국 치킨 기프티콘만 보냈다. 지금 영상을 보고 있자니, 보답이 한참 부족한 기분인데. 

        

       전문가는 다르구나.

        

       내 화면과 레반의 화면을 오가며 화려하게 연출되던 영상은, 도적으로 치른 2세트부터 절정에 이르렀다.

        

       내 화면으로 다시 보는 광전사의 맹공은 새삼 매서웠다.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연격. 피하거나 막는 모션을 예상한 2차, 3차 공격들이 퍼부어지고- 극한의 반응속도로 싸움의 템포를 점점 올려나간다.

       

       이래저래 아쉬움은 있지만……실력은 인정할 만 하다.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낀 걸까. 채팅창에서도 저 광전사 대체 누구냐는 의문과 함께 찬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저 쪽을 띄워주는 느낌인데.

        

       하지만 깊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숨가쁘게 광전사의 시점으로 전환된 화면에서는, 몰린 도적의 숨통을 끊을 치명적인 공격이 휘둘러졌고- 슬로우모션과 함께 음악이 늘어졌다.

       

       도적이 생존기를 사용해가며 뒤로 빠져 은신을 시전하는 모습이 사뭇 비장하게 비친다.

        

       그렇게 도적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제법 경쾌하던 음악이 뚝 끊기듯 멈췄다.

       

       그리고,

       

       약간 음산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쿵

        

       이어서, 제법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바닥에 떨구어진 판금 갑옷이 클로즈업 되었다.

        

       ……소리는, 내가 기대한 소리기는 한데.

        

       -쿵

        

       -쿵

        

       -쿵

        

       조금, 조금……과하지 않나.

        

       그런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래주머니를 떨구는 듯한 연출이 빠르게 4차례 반복되었고-

        

       소름끼치는 음악과 함께, 도적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초심자에겐 눈으로 쫓기도 벅찰 공방에 이어, 팔을 내어줘가며 사각으로 던진 공격으로 광전사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장면까지.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은 광전사를 내려다보는 도적을 로우 앵글로 찍은 장면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화면이 어둡게 물들었다.

        

       빠른 페이스의 멋진 영상이었다. 이미 결과를 아는 나조차도 숨 쉴 틈 없이 몰입할 정도로.

        

       『와』

       『미친ㅋㅋㅋㅋㅋ』

       『이런 거 언제 준비함』

       『미쳤다』

       『ㅈㄴ멋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출 돌았네』

       『일부러 연출한건가?』

       『왜 혼자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영화를 제출했죠』

       『매드무비가 아니라 그냥 무비네』

        

       ……멋지……긴, 한데.

        

       너무 과하지 않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무슨 보스몹도 아니고】

        

       흘러나오는 도네이션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이거…….

       

       대회에서 활약 못하면 좀……많이 민망하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화에서 합방 시작으로 돌아가리란 걸 예측하신 독자님들이 계시네요. 클리셰적 전개의 맛을 아시는 분들을 만나 기쁩니다.

    베른슈타인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익명의 독자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레이제이마코마코 님, 48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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