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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1

       [간이 부은 인간이구나.]

         

       망령이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거세질 때마다 수평선에서 소용돌이치는 어둠이 짙어졌다.

       졸지에 검은 안개에 갇힌 형국이 되버렸다.

         

       스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갯틈 사이에서 망령들이 얼굴을 들이민다.

         

       [마법사는 맛이 좋지. 저 년의 머리는 내가 먹겠다.]

       [몸은 내거다.]

         

       개 중에는 해적의 모습을 한 망령들도 있었다. 동쪽 바다에 수장된 모든 인간들은, 저렇게 망령들에게 육체를 빼앗긴다.

       죽어서도 죽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도는 것이다.

         

       [케케케. 겁에 질렸구나.]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천의 망령이 둘러싸였다고 한들, 주눅들 이유는 없었다.

         

       [스킬, ‘라이트닝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파지지지직!

       

       올리비아의 오른손에 거대한 번개의 창이 나타나자. 다가오던 망령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마력이 흐트러집니다.]

       [마력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츠츠츠츳, 소리와 함께 마력의 스파크가 일어남과 동시에 창의 형상이 흐릿해졌다. 올리비아가 마력을 더 불어넣자, 스파크가 게걸스럽게 마력을 탐했다.

       스파크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단순한 바닷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 또한 아쿠아르인. 에스티처럼 마력을 먹는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안개 너머에서 한 망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망령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였다.

         

       농밀한 죽음의 기운. 검은 안개에 흐르는 모든 어둠을 합쳐도 저 망령만큼은 아니었다.

       절제된 기도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에는, 좌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올리비아는 저 망령이 누군지 알았다.

         

       [……예삿 마법사는 아니로구나.]

         

       저 자는 크라우첼.

       아쿠아르의 기사단장이었으며, 두 세기 전 검성(劍聖)이라고 불렸던 자.

         

       그의 육체는 썩어 문드러져 뼈 밖에 남지 않았지만, 검만큼은 베일 것 같이 날이 서 있었다.

         

       [돌아가라. 지금 돌아간다면 감히 전하를 입에 담은 무례는 용서해주겠다.]

         

       크라우첼의 자아는 수 세기 전의 망령이라기엔 너무나도 또렷했다.

       주변을 맴도는 다른 망령들에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겠지.’

         

       괜히 아쿠아르가 동부의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것이 아니다.

       물론 다른 말로 하면, 크라우첼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자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소리겠지만.

       크라우첼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곳은……저주받은 곳이다. 산 자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지. 이건 충고다. 광기에 잠식되기 전에 돌아가라.]

         

       생전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아마 저 망령들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도록 통제하던 것도 크라우첼이겠지.

         

       [돌아가라.]

       [돌아가. 돌아가.]

         

       망령들이 메아리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올리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얘네들이 원래 이렇게 협조적이었나?’

         

       마경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해낼 수 있듯이, 이곳의 망령들은 전부 인외로 취급된다.

       어인과 해적의 탈을 쓰고 있을 뿐, 결국 망령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는다.

       때문에 몇 명 정도는 덤벼들었어야 하는데…….

         

       [잠깐.]

         

       크라우첼이 몸을 돌려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네게서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군. 흠……네 대에는 성녀라도 나타난 것인가?]

         

       올리비아는 그 이유가 리브가 때문임을 깨달았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축복이라도 걸어준 모양이었다.

       성녀 정도 되면 단순한 기도에도 신성력을 담을 수 있으니까.

         

       크라우첼이 물었다.

         

       [성녀와는 무슨 관계지?]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웃었다.

       때로는 침묵하는 편이 상대방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좋았다.

         

       [……답해 다오.]

         

       부탁에 가까운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라우첼은 멀뚱거리는 올리비아에게 다시 말했다.

         

       [성녀의 신성력이라면 우리를 저주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말해다오. 성녀와는 무슨 관계인가?]

       “가족같은 관계지요.”

       [같은……인가?]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하면 조금 와닿으시려나요?”

         

       크라우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는가. 어린 마법사여.]

       “그 부탁이란건 성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달라는 거겠지요.”

       [……맞다.]

       “성녀의 신성력으로 저주를 정화하기 위함일테고요.”

       [그 또한 맞다.]

         

       올리비아가 웃었다.

         

       “국왕 전하를 알현할 기회를 주신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건……불가하다.]

         

       그렇게 말하는 크라우첼은 왜인지 모르게 침통한 얼굴이었다. 그가 대답을 망설이자, 올리비아가 다시 말했다.

         

       “저는 에스티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 말에, 가만히 주변을 맴돌던 망령들이 일제히 귀곡성을 내질렀다. 이번만큼은, 크라우첼도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어린 마법사여. 경고하건데, 다시는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마라. 만약 그런다면, 그때는 저들을 막지 않을 것이다. 성녀의 가호가 너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란 믿음은 버려라.]

         

       여기 있는 원혼들은, 전부 에스티의 폭주에 휘말려 수장당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원념이 얼마나 컸는지는, 가라앉은 도시가 마경으로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는 아쿠아르 왕국의 비사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잘도 그런 말을 꺼냈군.]

         

       감히, 라고 어떤 망령이 소리쳤다. 검은 안개에서 흘러나오는 죽음의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안개 속에서 새로 모습을 드러낸 망령들은 처음의 망령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기사들은 검을 뽑았고, 마법사들은 마력 대신 사기(死気)를 내뿜었다.

         

       하지만 공격은 하지 않았다.

       크라우첼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마법사여, 전하를 뵈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크라우첼은 그렇게 말하고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댔다.

         

       말을 실수했다간 금방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

         

       “그건 전하께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만하군.]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혀도 길구나. 충고하건데, 전하께서는 말만 번지르르한 작자를 혐오하신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르릉.

         

       크라우첼은 대답하는 대신 검을 뽑았다.

         

       올리비아를 찌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의 검격이 향한 방향은 다름 아닌 해수면이었다.

         

       바닥을 향해 내리찍은 검이 해수면을 관통했다.

         

       [‘데스 나이트 크라우첼’이 ‘바다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쩌저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다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한 번 갈라진 바다는 다시 붙을 줄 몰랐다. 검격이 추가될 때마다 바다에 새겨진 골도 따라서 깊어졌다.

       잠시 후, 대양이 시커먼 바닥을 드러냈다.

         

       [따라와라.]

         

       크라우첼은 그 말을 끝으로 시커먼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

         

         

       [생자(生者) 중에서는 네가 처음이다.]

       “……영광이군요.”

         

       크라우첼은 앞서 걸었다. 올리비아는 가라앉은 도시를 둘러보며 크라우첼의 뒤를 따랐다.

       수영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쿠아르는 바닷물 속에 잠긴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수중 도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시를 덮고 있는 어둠.

       농밀한 죽음의 기운이 도시를 통째로 덮고 있어, 바닷물의 침투를 막고 있었다.

         

       [끄하하하하하!]

       [인간이다! 살아있는 인간이다!]

         

       그 덕분에 광기에 젖은 망령들이 날아드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이빨을 딱딱거렸지만, 일정 거리 이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다가오는 족족 크라우첼이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가차 없으시네요.”

        [저들은 아쿠아르의 시민이 아니다. 그 여자가 처형한 해적의 원혼들이지.]

         

       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시금 그들이 에스티에게 얼마나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크라우첼과 올리비아는 왕성 복도를 걸었다.

       복도는 부서진 파편으로 가득했다. 구석진 곳에는 어김없이 물이끼가 피어 있었고, 불길한 안광들이 촛대의 역할을 대신했다.

         

       크라우첼의 발이 멈춘 곳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 앞이었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틈 사이로 끔찍한 사기가 풍겨져 나왔다.

         

       [위험 지역입니다!]

         

       쉴새없이 뜨는 경고창이 그 증거였다.

         

       크라우첼은 정중하게 문을 두드린 다음,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들어가라.]

         

       문이 열렸다.

         

       드높은 옥좌 위에, 시커먼 형상이 일렁이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저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고귀하신 분들을 뵙습니다.”

       [……눈썰미는 좋구나.]

       “감사합니다.”

         

       올리비아가 ‘분들’이라고 칭한 이유는 간단했다.

       저들은 한 몸이지만, 한 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단번에 들킬줄이야.⌟

       ⌜네가 가만히만 있었어도.⌟

       ⌜다들 조용.⌟

       ⌜전하께서 말씀하신다.⌟

         

       시커먼 형상에서 수십 개의 목소리가 한 번에 흘러나왔다. 청년의 것부터, 중년의 여인까지 다양했다.

         

       저들은 전부, 아쿠아르의 왕족들이었다.

        한 때 에스티의 부모였으며, 형제 자매였고, 친척이었던 자들.

       한때 그녀를 가장 아꼈으나, 지금은 누구보다 증오하는 이들이 바로 저들이었다.

         

       국왕이 말했다.

         

       [그래서, 짐에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지?]

         

       역시,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그만 따님을 용서해주시지요.”

       

       올리비아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녀를 저주하실겁니까. 150년 동안 고통받은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족하다.]

         

       칼답이었다.

         

       [수만 명이 그날 수장당했다. 150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에스티가 폭주하고 싶어서 폭주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도시가 가라앉은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에스티의 탓이 아니었다.

         

       아쿠아르의 왕족들은 성인이 되는 날 한 가지 의식을 치룬다.

       바다에 몸을 맡겨, 파도의 힘을 이끌어내는 의식.

       바다가 더 많은 힘을 빌려줄수록, 파도가 높아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에스티가 저지른 죄라곤, 바다에게 사랑받는 체질로 태어난 것 뿐이다.

         

       “당신들이 안일했다는 생각은 안하십니까? 결계 하나만 쳤었어도,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겁니다. 막 성인이 된 공주가 뭘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습니까?”

         

       의식을 치루라고 해서 치뤘고, 최선을 다하라기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궁금했겠지요. 태어날 때부터 파도를 탔던 아이가, 성인이 돼서는 얼마나 강할지 궁금했겠지요.”

         

       막내 공주는 부모의,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힘을 다스리지 못하고 폭주했다.

         

       “파도가 아닌 바다를 움직여보라고 부추긴 건, 당신들입니다.”

       

       애초에, 인간이 바다를 다스릴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러고도 150년으로 부족하다니. 웃기지 않습니까?”

         

       에스티는, 올리비아와 정 반대의 삶을 살았다.

         

       “속죄해야 할 사람들은, 에스티가 아니라 당신들인데 말입니다.”

         

       에스티는 속죄하기 위해 지켰고.

       올리비아는 지킨 이후에 속죄했다.

         

       가슴이 북받치는 이유도, 아마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곳곳에서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무례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년이 입만 살았구나!⌟

       ⌜찢어 죽여주마!⌟

         

       무지막지한 살기가 뿜어져나오던 그 순간.

         

       [조용.]

         

       국왕이, 그들을 저지했다.

         

       [부정하지 않겠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적어도 짐만큼은, 네 논리를 인정하마. 하지만, 에스티의 영혼에 새겨진 주박은 풀어줄 수 없다.]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올리비아가 머뭇거렸다.

         

       “이유가 뭡니까?”

       [그 주박은 짐, 짐의 가족들, 그리고 아쿠아르의 모든 시민들이 동시에 새긴 것이다.]

         

       혼란에 빠진 올리비아에게, 국왕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 끝에서 작은 사슬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국왕 프람’의 지분은, 0.7%입니다.]

         

       그것은, 주박의 파편이었다.

       티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파편.

         

       [과반의 동의 없이는, 주박을 해제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한 국왕의 시선은, 왜인지 모르게 침울해보였다.

         

       [너무 늦게 왔구나. 마법사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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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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