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91

       여전히 안은 난장판이었지만 아라가 모습을 감춘 것만으로도 개들은 많이 진정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래서 안 돼요.”

       “뭔가요. 방금은.”

       

       이건 단순히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방금 전 아라가 말을 한 대로 그녀는 개들에게 미움을 샀다.

       

       “예전부터 이랬어요. 이유는 저도 잘 몰라요.”

       “집에 애완동물을 안 들이는 것도.”

       “저를 좋아해 줄 동물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아라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지만 정말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동물에게 미움 받는다는 게 가벼운 일 일리 없었다.

       

       엔리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면서도 이를 수습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있다가는 아라의 기분만 더 나쁘게 만들 뿐이었다.

       

       방법은 빠르게 나왔다. 아라가 동물 말고도 좋아한다고 표시한 것이 있었으니까.

       

       “여기가 안 된다면 다른 곳으로 가죠! 생각해 둔 곳이 있어요.”

       “거기도 동물 관련된 곳은 아니죠?”

       “아니에요!”

       

       엔리가 이끌고서 도착한 다음 장소는 분명 아라가 좋아할 만한 장소였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의 모습을 보자마자 아라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했으니 분명했다.

       

       ‘인형 백화점’

       

       수없이 많은 봉제 인형들이 늘어선 가게의 모습에 아라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걸 본 엔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지난번에 장난감 공장을 했을 때 인형들을 보고 귀엽다고 한 걸 떠올려서 다행이야.

       

       “마음에 드시죠?”

       “네. 여기에 있는 것들 다 파는 것들인가요?”

       “그럴 거에요.”

       “빨리 안에 들어가죠!”

       

       여태까지 항상 엔리의 손에 이끌려 다니던 아라에게서 처음으로 의욕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이나 안에 있는 인형들이 매력적이었던걸까.

       

       가게 안으로 들어간 아라는 인형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새로운 인형을 볼 때마다 우선은 눈을 마주쳐 보고, 손과 발을 만져보고, 품에도 꼬옥 안아보고를 한 후에 얘를 들고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몇 분을 고민하는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인형을 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피스에서 보이던 천마로서의 근엄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형의 앞에 선 아라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자에 불과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던 엔리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항상 매달려 있었다.

       

       평소에 평정을 잃는 걸 본 적이 없는 아라가 인형 하나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웃지 않겠는가.

       

       “왜 그렇게 고민을 하세요. 그냥 여러 개 사들고 가면 되지.”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들 수 있는데 한계가 있잖아요.”

       

       아라는 이미 여러 개를 살 생각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들 수 있는 만큼은 말이다.

       

       그렇지만 인형 가게에 있는 인형들은 아라의 몸으로 들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선별이 필요할 수밖에.

       

       “여기 배달도 해 줄 걸요?”

       “배달이요?”

       “네. 집 주소 적어서 보내 달라 그러면 보내줄 거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라의 눈이 빛났다. 그럼 여기 있는 것들을 다! 라고 말할 것 같은 모습에 엔리가 미리 딴지를 걸었다.

       

       “그래도 집에 들일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렇죠.”

       “열 개 정도만 사자구요. 더 필요하면 나중에 한 번 더 들리고.”

       “열개라니. 너무 적어요.”

       “대체 몇 개를 살 생각이셨던거에요.”

       

       열 개만 해도 한 사람이 들기에는 과한 양이다.

       

       배달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면서 그 많은 걸 어떻게 들고 가려고 했던 거야?

       

       아라 씨. 정말 귀여운 거 좋아하는 구나. 아예 이성을 잃어버렸었네.

       

       “알았어요. 열 개라.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아라는 자기 스스로가 말한 바를 지켰다.

       

       그녀는 보석을 감정하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인형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 엄격한 선별의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하나 같이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들이었다.

       

       덕분에 엄선된 열 개의 인형이 결정될 때까지는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엔리는 평소의 근엄함을 완벽히 잊은 아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했다.

       

       즐거운 쇼핑을 끝마치고 나온 아라는 무척이나 개운한 것처럼 보였다.

       

       “저게 집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늦어도 내일은 올 걸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네. 하루를 기다리는 것조차 아쉽다고 말할 정도라면.

       

       이 정도면 오늘의 목표는 이룬 셈인가. 엔리는 오늘 아라를 데리고 나오길 잘했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엔리. 이거요.”

       

       기지개를 펴는 엔리의 어깨를 아라가 두드렸다.

       

       엔리가 고개를 돌리자 아라가 자그마한 인형 하나를 내밀었다.

       

       그건 손바닥 안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것이었는데, 키에다 걸 수 있게 제작을 한 듯 귀에 고리가 걸려 있었다.

       

       “선물이에요?”

       “이런 곳을 소개시켜 주셨는데 아무것도 안 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아라의 미소를 정면에서 본 엔리는 받은 인형을 조심스레 쥐고는 가방의 깊은 곳에 모셔 두었다.

       

       이제 집에 가면 이 인형은 엔리의 방 어딘가에 고히 전시될 예정이었다.

       

       “그럼 이제 밥을 먹으러 갈까요? 제가 맛집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번엔 또 뭔가요? 또 국인가요?”

       “아뇨. 이번에는 무려 한정식이랍니다!”

       

       엔리의 대답에 아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

       

       엔리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상당히 딱딱한 가게였다.

       

       입구부터 주름 하나 없는 양복을 입은 종업원이 서있었는데 그녀는 엔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절제된 움직임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메뉴판을 가지고 온 그녀는 오늘 나올 음식에 대해 이것저것을 설명해 주었는데 대부분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였다.

       

       내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생각했거늘 설마 음식을 설명하는 것을 조금도 알아듣지 못할 줄이야.

       

       나만 이런가 싶어 엔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내 부족이 아님을 깨달았다.

       

       엔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그 멍한 눈에선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티가 절로 났다.

       

       종업원의 이야기가 어려웠던 것과는 별개로 음식은 맛있었다.

       

       무언가가 나올 때마다 종업원이 설명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혀는 그 맛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전채로 나온 스프도. 생선도. 고기도. 모두 다 경이로울 정도로 맛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 체면이라는 것을 잊고 접시에 묻은 소스 하나하나를 긁어 먹었을 정도로.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나와 엔리가 한 대화라고는 이거 너무 맛있어요! 이것도 정말 맛있네요! 같은 의례적인 것밖에 없었다.

       

       말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입 안에 넣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며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야 이성이 돌아왔다.

       

       이제 디저트만 먹으면 끝인가. 참으로 호화로운 식사였다.

       

       “아는 분이 추천해주신 가게인데 오길 잘했네요.”

       “이만큼 맛있는 곳은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의 외출은 만족스러우셨나요?”

       

       만족스러웠느냐고? 물론.

       

       봉제인형들로 가득한 가게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본인은 만족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 곳에 있는 모든 인형들을 사고 싶었다마는 엔리의 말대로 물리적인 한계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내 공간을 인형에게 빼앗길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덕택에 고민을 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마는 엄선해서 고른 열 개의 인형들은 귀여움의 정예라 할만 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 전에 갔던 애견 카페도 마음에 들었다. 엔리가 신경을 써준 것이 티가 나서 말이다.

       

       비록 내 체질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만.

       

       본인은 기이하게도 예전부터 동물들에게 미움을 샀다.

       

       어느 짐승이건 간에 나를 보면 이빨을 세우고, 짖어대고, 공격을 하든 도망을 치든 하였으니.

       

       내 진실로 동물을 좋아한다마는 동물과 시간을 보낼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지.

       

       나를 현대로 보내주었던 그 백호 녀석은 그런 의미에서 참 좋았는데 말이다.

       

       두 손으로 포슬거리는 털을 쓰다듬어도 불평하나 하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

       

       “오늘 무척 즐거웠어요.”

       “신경을 쓴 보람이 있네요!”

       

       즐기기는 하였다만 엔리가 왜 이리 나를 배려하였을고.

       

       내가 그녀에게 입힌 은혜보다 그녀가 나에게 준 은혜가 더 많을 터인데 말이다.

       

       알 수는 없지만 뭐어. 받은 만큼 언젠가 똑같이 베풀면 그만이니 당장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디저트나 신경을 쓰자구나.

       

       단 것이라. 멋진 음식만을 내놓던 이 가게에서 준비한 장대한 마지막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종업원이 가지고 온 것은 삼색의 아이스크림과 녹차였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종업원이 어려운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대충 정리를 하자면 둘 다 고급품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란 이야기였다.

       

       즐겨 달란 말과 함께 종업원이 떠나가자마자 숟가락을 들었다.

       

       오.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구나. 거기에 더하야 입 안에 퍼지는 이 은은한 단맛이란.

       

       부담스러움은 전혀 없고, 부드러운 단맛의 기분좋음만을 남겼구나. 어찌 아이스크림이 이럴 수가 있는 것이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쌉싸름한 맛이 방금 전까지 있던 단 맛의 부담스러움을 가라 앉혔다.

       

       이럴 수가.

       

       이러면 꼭 처음 그 느낌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지 않으냐.

       

       이 무슨 사기적인 조합이란 말인가.

       

       이 두 개가 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자길 다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협박을 하는 디저트의 모습에 경악을 하던 중 엔리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아라 씨 방송 며칠 해 봤잖아요. 어때요. 재밌어요?”

       “재밌어요.”

       

       시청자들은 나를 어디까지나 천마를 연기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망설임 없이 본인에게 무례를 내비친다.

       

       개인적으론 나에게서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난리를 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샜다.

       

       그건 마치 좋아하는 여자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짗궂은 장난을 치는 이들 같지 않으냐.

       

       내가 바라던 반응을 해주는 이들과 함께 방송을 하다 보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끔 이상한 헛소리를 지껄이는 자나 내 욕을 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다만 무림에서 겪은 것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기에 그 놈들은 신경 쓸 것조차 못 되었다.

       

       “시청자가 많으면 방송 할 맛나죠. 그만큼 이상한 사람이 많이 꼬이긴 해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요.”

       “보는 사람이 없으면 많이 힘든가요?”

       “방송을 키고 7시간 동안 혼잣말만 하다 끄면 얼마나 비참한 지 알아요?”

       

       엔리는 무용담이라도 말을 하듯 자신이 고생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줬다.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했던 여러 기행에 관한 이야기나.

       

       사람이 들어온 줄 알고 기뻐했는데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려서 울었을 때의 이야기나.

       

       처음으로 방송으로 돈을 벌어 밥을 먹었던 때의 이야기나.

       

       자연스레 튀어 나오는 예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엔리도 나름 고생을 하며 지금의 자리에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저 당시엔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심했겠지.

       

       그래도 부럽구나. 과거의 고생을 남들에게 무용담을 말하듯 가볍게 말할 수 있다니.

       

       내가 한 고생의 내용은 하나 같이 무거운 것들밖에 없으니 말이다. 피와 죽음과 원한이 난자하는 이야기엔 도저히 유쾌라는 단어가 끼어들 수 없지.

       

       가만 엔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중에 스마트 폰이 울렸다.

       

       상대는 하린이었다.

       

       무슨 일이지? 어지간하면 문자로만 연락을 하던 아해가 전화라.

       

       엔리의 양해를 구하고서 전화를 받자 하린의 들뜬 목소리가 돌아왔다.

       

       [화령님! 전화 괜찮으세요?]

       “무슨 일인가요?”

       [저기 화룡무인이라고 아세요?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무협겜으로!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