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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서리거인.

       

       

       종말과 함께 찾아오는 괴물이자 마수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들. 서리거인을 잡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바로 거기에 드는 시간이다.

       

       

       서리거인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바깥 세상 기준으로 못해도 1년 이상은 걸린다. 아무리 그래도 1년 이상이나 자리를 비우는 것은 그의 계획에 전혀 없었던 문제다.

       

       

       아이작은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고민했다. 과연 여기서 어떻게 하면 제일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까. 일단 헬렌의 힘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도 나를 죽일 수가 없다.

       

       

       그게 1시간 정도 실험한 결과, 겨우 내려진 결론이었다.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설마 계획이 이렇게 꼬이다니. 그러자 헬렌은 전전긍긍하면서 아이작에게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아니,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다. 내 탓이지.”

       

       

       만약을 대비하여 다른 방법까지 고안해서 왔어야 하는 건데. 너무 원작을 믿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어봤자,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일단 움직이는 거다.”

       

       

       최악의 경우,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이작은 헬렌과 함께 니플헤임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헬렌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망령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아이작은 혀를 내둘렀다. 오딘이 내린 이 세계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 어쩌죠?”

       

       

       “어쩌긴, 힘으로 뚫고 가야지.”

       

       

       아이작은 주먹을 들어올렸다. 아이작의 기세를 읽은 망령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이작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으로 직접 부딪쳤다.

       

       

       콰앙! 쾅!

       

       

       미안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 또한 오딘의 희생자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구원할 방법이 없다. 그럼 어쩌나?

       

       

       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몫을 주먹에 담아서 오딘에게 책임을 물린다. 그게 지금으로서는 아이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요. 그들을 위한 조의였다. 그것을 아이작은 알고 있었기에.

       

       

       “헬렌! 잘 붙어서 따라와라!”

       

       

       “네, 네!!”

       

       

       헬렌은 영문도 모르는 상태로 아이작의 뒤에 바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망령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라붙었다. 마치 절대 그녀만은 보내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원망…… 스러워…….]

       

       

       [난…… 네가…… 싫어…….]

       

       

       [어째서…… 내가…….]

       

       

       망령들의 원망하는 목소리가 헬렌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헬렌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거야. 그런 내가 자격이 있을까?

       

       

       몰랐다고 해도.

       

       

       피해자라고 해도.

       

       

       그 동안 손에 묻어온 피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여기서 심판을 받는다면…….

       

       

       아이작의 옷깃을 붙잡고 있었던 헬렌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힘이 약해지고 있었던 그때. 그 손을 아이작이 강하게 붙잡았다. 깜짝 놀란 헬렌이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왜 네가 심판을 받아야하지? 정작 진짜 심판을 받을 자는 따로 있는데.”

       

       

       헬렌이 잘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상황을, 이 끔찍한 지옥을 만들어낸 자가 있지 않은가? 법국의 주신 오딘. 그래, 그놈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어째서 피해자끼리 서로 심판하고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건가. 정작 진짜 범인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함께 고통을 받은 피해자를 심판하는 것이 옳은 건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아이작의 시선이 망령을 향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잔재들만이 남은 망령들이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이작이 가진 강대한 힘의 크기를.

       

       

       “너희들의 원망과 증오를 전부 이해한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오딘에게 거역해서 이곳으로 떨어진 죄인들. 그걸 죄인이라고 할 수 있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 입장에서는 둘 다 비슷할 것이다.

       

       

       오딘이나 오딘의 명령을 이행한 처형자나.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아이작은 안타깝지만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낼 생각도 아니다.

       

       

       “나에게 전부 맡겨라. 너희를 대신해서 진짜 죄인을 처단해줄테니.”

       

       

       아이작은 망령들의 앞에서 선언했다. 이런 지옥을 만들고 자신들을 지옥에 떨어뜨린 오딘을 벌하겠다고. 원래라면 망령들이 그 목소리에 반응을 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존재를 잃어버린 망령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그저 세계의 법칙을 따를 뿐인 꼭두각시에 가깝다. 그러나 아이작의 목소리에 담긴 불꽃이 차갑게 식어버린 그들의 가슴을 깨웠다.

       

       

       이윽고.

       

       

       망령들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갑작스러운 기드온과 법국의 전초전은 심지어 오딘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오딘은 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지크는 최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했다. 먼저 첫 번째, 백기사 서열 1위 토르는 자신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 애석하게도 그건 지독한 진실이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토르와 힘의 격차는 지크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마스터가 아니라면 아스테리오스와 티폴테, 둘이서 상대해야지 할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백기사 서열 2위와 3위 정도인가.’

       

       

       백기사 서열 3위 티르의 무력 또한 지크는 알고 있었다. 확실히 고전할 정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서열 2위다.

       

       

       물론 서열 1위 토르만큼 강하지는 않겠지만. 최강의 경우, 그에 못지 않은 전력이라면. 단 두 명에 의해 전황이 크게 밀릴 가능성도 있다. 지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서열 2위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

       

       

       게다가 어째서인지 지금까지 서열 1위 토르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왜? 막말로 토르가 나타나면, 그땐 좋든 싫든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전전긍긍하는 꼴이 보기 안쓰럽구나. 인간의 아이야.”

       

       

       오딘이 토르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바로 법국의 압도적인 전력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토르를 내보내면 어렵지 않게 이길 거다.

       

       

       그러나 그래서는 아니된다.

       

       

       토르는 어디까지나 종말을 대비하여 지금까지 길러왔던 법국 최강의 전력. 반면에 상대의 전력은 어떤가? 기드온이 낼 수 있는 100%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물론 철의 방패와 그 동맹은 매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기드온에 존재하는 모든 길드들의 힘까지 합친 것이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법국이 전력을 동원하여 상대를 박살낸다면. 당연히 법국은 비웃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전쟁에 그깟 비웃음이 무슨 대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신들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오딘 역시 전력이 아닌, 약 5할에 해당하는 힘을 이용하여 철의 방패를 공략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률도 꽤 높았다.

       

       

       법국의 전력은 토르를 제외해도 매우 막강했으니까.

       

       

       백기사 서열 3위 티르.

       

       

       전쟁의 신의 이름이 붙여진 그 또한 성기사들을 이끌고 철의 방패를 공격했다. 지크는 토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토르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덕분에 역으로 그것은 제한이 되고 있었다. 토르가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아스테리오스와 티폴테를 아껴놓아야 하니까.

       

       

       이윽고 지크의 검과 티르의 검이 부딪쳤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를 흘리며 지크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지크는 이를 악물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가벼운 검이다.

       

       

       ‘그 어린 것이 내 검을 받아낼 수 있다는 건가.’

       

       

       한편, 티르는 자신의 검을 받아낸 지크를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기드온의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렇게 어린 것이 내 검을 받다니.

       

       

       백기사 서열 3위 티르.

       

       

       토르만큼 최강이라는 이미지는 없지만. 법국 내부에서도 티르의 검을 저렇게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기사는 얼마 없다. 그렇기에 그가 서열 3위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크는 속도를 올렸다. 허공에서 지크와 티르의 검이 부딪쳤다. 조금씩 밀리는 모양세였지만, 티르를 상대로 속도 승부가 가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지크는 거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마스터가 부재중인 지금, 마스터를 대신하여 길드를 지키고. 나아가서 마스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저들을 벌한다.

       

       

       그걸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 지크의 각오를 읽은 것일까. 티르 역시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아래에서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5년인가. 그 어린 것이 저렇게까지 강해지다니.”

       

       

       “이래서 젊은 피가 무섭다는 것이지.”

       

       

       아스테리오스와 티폴테는 싸움을 관망하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지크를 통해 토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싸움이 거의 끝까지 진행되었던 그때.

       

       

       콰아아앙!!

       

       

       갑작스러운 폭음이 전장에 울려퍼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던 그때, 오직 지크만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한 사람.

       

       

       “마스터!!”

       

       

       아이작 실버테르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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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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